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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날 수 있기를
작가 : 부일럼
작품등록일 : 20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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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순>
작성일 : 17-07-06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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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아 깜짝이야!”

 

  나를 부른 인간은 후줄근한 모습의 노인이었다.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잔뜩 떡이 되어 흔히 말하는 까치집을 짓고 있었고, 낡은 옷 주위에는 파리가 꼬여있었는데 진짜 만화 같았다. 이런 걸 만찢남이라고 하나?

 

 “왜 부르셨어요?”

 

  난 약간의 거리를 둔 후 부른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뭐가 그리 많이 실렸는지 노인의 뒤에 있는 리어카에 무언가 잔뜩 있었다. 아마 고물상인 것 같았다.

 

 “자네 신발도 안 신고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봐! 자 이거라도 신어”

 

  오히려 나를 안쓰럽게 보는 노인이 나에게 삼선 슬리퍼를 주고는 노인이 가던 길을 따라 떠나버렸다.

 

  이걸 고마워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이젠 동정까지 받는다... 내가 천사라고 말하면 그 누가 믿어줄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 지금 저 노인도 내가 보인거야?”

 

  그러고 보니 신발도 없는 내가 보여서 나에게 슬리퍼를 준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내가 보이냐며 물었다.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미친놈 보듯이 보고 피했다.

 

  가끔 돈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받지 않겠다고 화를 내려다가 돈 한 푼 없는 현실에 걱정이 앞서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방긋 웃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개중에는 인상을 팍 쓰며 “재수 없으니까 꺼져!”라고 소리를 지르며 나를 치려는 사람도 있었다.

 

 “후... 진짜 내가 보이는 구나.”

 

 “뭐 하시고 있는 거죠?”

 

  지선의 새로운 담당 천사가 뭔가 더러운 것을 보고 있다는 듯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냥 갑자기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아서 말 걸면서 다녀봤어요. 왜요?”

 

 “아니 그냥 제가 본 것이 맞았나 보군요.”

 

 “뭐가요?”

 

 “정신 나간 사람.”

 

 “근데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전 처음부터 순 당신을 따라다녔습니다. 이상한 노인을 만나고 여기저기 뛰어 다니는 것도 모두 봤고요.”

 

  이 자식은 내 약을 올리려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면 이렇게 까지 재수가 없을 수가 있을까?

 

 “그럼 지선이 에게는 악마만 있다는 거야?”

 

 “네”

 

 “야! 악마랑 단 둘이 두고 나오면 어떻게!”

 

 “저한테는 순 씨 당신이 더 문제예요. 더군다나 지선양은 저나 악마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고요.”

 

 “뭐?”

 

 “말 그대로 지금 지선양은 우리가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대로 두면 결국 감정이 폭주해 버릴지도 몰라요”

 

  인간의 감정이 폭주할 때가 있다. 천사와 악마가 한꺼번에 모두 부재했을 상황이다. 천사와 악마는 오랜 전쟁 후 서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서로가 있는지 없는지 아예 모를 때가 많았다.

 

  그렇게 악마와 천사가 모두 죄를 지었을 때 악마와 천사가 벌을 받기 위해 각각 하늘과 지옥으로 떠나게 되면 홀로 남은 인간의 감정은 폭주해버리고 만다.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가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한번 폭주한 인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그...그럼 어떻게 하지?”

 

  그런데 지금 지선은 그 경우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 천사와 악마의 유혹을 듣지 못하는 그녀의 감정은 결국 폭주해 버릴 것이다.

 

 

 “아! 지금 제가 왜 당신을 따라 다녔는지 기억이 났어요. 아까 전에 하늘에서 내려온 말을 전부 전하지 못했거든요. 그 날갠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말?”

 

 “네 지금부터 당신은 지선의 천사로 복직하게 됩니다. 단, 저와 지금 저기 오는 악마도 함께 말이죠. 뭐... 감시라고 보면 되겠네요.”

 

  저기 멀리 지선의 집 쪽에서 시끄럽게 조잘대는 악마와 그런 악마를 귀찮아하는 지선이가 내려오고 있었다.

 

 “조건은 그게 다야?”

 

 “네 우선은 그게 전부였습니다만.”

 

 “만? 이라니?”

 

 “지금 변한 것이 있잖아요?”

 

 “그게 뭐지?”

 

 “하...”

 

  천사는 답답했던지 한숨을 크게 쉬었다.

 

 “지금! 당신! 인간들 모두에게! 보이고 있잖아요!”

 

 “어? 그렇지! 그건 왜 그런 거야?”

 

 “지금 저희도 몹시 당황스러워 하는 중입니다. 이유를 모르겠어요.”

 

 “뭐야 하늘에서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거 아니었어?”

 

 “저희가 왜! 뭐 때문에! 그렇게 귀찮은 짓을 하겠습니까?”

 

  하긴 이 천사 말이 맞았다. 우리가 인간들에게 보인다면 일은 더 힘들어진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늘에서 했을 리가 없었다.

 

 “그럼 난 이제 어떻게 해?”

 

 “지금 전령을 통해서 위에 보고를 할 참이었으니 기다려 보세요.”

 

  천사는 손바닥을 펴서 바람을 후 불었다. 그러자 천사의 손바닥 위에 파란 불이 피어오르더니 천사가 무언가를 속삭이자 ‘피슉’ 하고 꺼져버렸다.

 

 “그게 뭐야?”

 

 “전령입니다.”

 

 “난 그런 거 몰랐었는데?”

 

 “네 그렇겠죠. 저와 저기 있는 악마는 원래 인간을 담당하는 자들이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하늘과 지옥의 뜻을 땅에 존재하는 모든 이에게 전하는 사자였죠. 그런데 그걸 순씨가 망쳐버렸습니다.”

 

 “아저씨!”

 

  천사의 말이 끝나자. 이곳을 향해 오고 있던 지선과 악마가 어느새 내 바로 옆에 와서 옷자락을 잡았다.

 

 “응! 지선아! 그리고 악마... 넌 왜 내 옷 잡고 있는 건데?”

 

 “아니 지선이가 그렇게 해서 난 그게 반가움에 표시인 줄 알았지?”

 

 “아냐! 놔! 저리가!”

 

 “천사라는 족속은 재미가 없어 역시.”

 

  그리곤 우리가 보이지 않게 사라져 버렸다.

 

 “아무튼 순씨 위에서 연락이 올 때 까지 자숙하고 계세요.”

 

  그리고 천사도 사라졌다. 이제 둘만 남았다. 하루라는 시간이 걸려 그녀와 다시 둘이 있게 된 것이었다.

 

  그들이 나타나기 전 그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둘이서 학교로 걷기 시작했다. 인간이 된 몸이라 그런지 뭔가 새롭다.

 

 “근데 아저씨 이름은 순이라고 불리는 것 같고...”

 

 “같고? 내 이름을 같고로 알고 있던 거야?”

 

 “네! 그냥 아저씨랑 말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부르길래 그렇구나 했죠.”

 

  1년 넘게 나랑 있었으면서 이름을 그런가 보다라는 식으로 알고 있었다니 무척이나 서운했다. 나를 이렇게 밖에 생각 안 하는 애를 위해서 나는 어제 그렇게 울고, 기도하고 했던 것인가? 자괴감이 들었다.

 

 “천사랑 악마도 이름이 있는 것 같은데 저 아저씨들 이름은 뭐예요? 부르면 나타나는 건가?”

 

 “그 자식들 이름은 빨리도 궁금하신가 보네. 많이 잘생겼나 보지?”

 

 “아니 그게 아니라... 아저씨 설마 질투?”

 

 “질투는 무슨... 아니야! 빨리 학교나 가자.”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표현해 버린 것 같아 창피했다.

 

 “제 이름은 혼입니다. 이미 아시고 계실 테지만 전 천사죠.”

 

 “뭐야 내가 뭔지도 말해야 돼? 난 윤! 악마야! ”

 

  천사와 악마가 갑자기 나타나 자기들 소개를 하고 있었다. 어제 그렇게 진지했던 애들이 맞나 싶었다. 일관성 없기는...

 

 “아~ 혼! 윤! 순! 셋이 모이니까 이름 같다. 천사랑 악마는 다 외자인가 보네요?”

 

  잠시 멈춰서 혼과 윤이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듣던 내 옆을 지선이 지나가며 말했다.

 

 “야! 내가 왜 마지막이야!”

 

 “뭐야! 트집 잡을걸 잡아요!”

 

  나도 모르게 생각 없이 말해 버렸다. 몸이 인간이 되어 간다고 나한테도 천사랑 악마가 붙은 건가?

 

 “그만하고 나와라!”

 

  분명 나에게도 천사와 악마가 별도로 붙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진지하게 그들을 불렀다.

 

 “뭐야 이 아저씨 왜 그래?”

 

 “그러게요. 별 미친놈을 다 보는군요.”

 

 “어휴 찌질해.”

 

  선과 혼과 윤이 셋이서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아니야?”

 

 “뭐가 말입니까?”

 

  나를 이상하게 보고 있던 천사를 붙잡고 물었다. 나를 조종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면 내가 이렇게 생각 없이 행동하고 있을 리 없었다.

 

 “그만하고 좀 가요! 아저씨! 두고 가요?”

 

 “아냐! 같이 가! 두고 가지마!”

 

  지선은 어느새 저만치 앞서서 나를 보고 두고 간다며 소리 쳤다. 뭔가 나를 애 다루듯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난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길 양옆 나무들은 벚꽃이 만개해 하늘을 분홍색으로 물들였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몇몇에 벚 꽃잎이 기분 좋게 바람을 타며 땅으로 내려왔다.

 

 "혼씨 눈치를 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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