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과 헤어지고 나와 지선 둘이 남았다.
버스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각자의 악마들이 보였다.
나처럼 인간이 아닌 악마를 관리하는 자들은 악마 스스로가 모습을 나타내려고 하지 않아도 악마가 보였다.
“역시”
“네? 뭐가요?”
항상 웃던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니 그런 내가 어색한지 지선이 물었다.
나나 혼 같은 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양쪽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과하게 강해진 악마들에게 경고를 주고 제제를 하면서 관리를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냐”
사실은 내가 “역시”라고 무게를 잡고 말한 이유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니었다. 버스 안 인간들에게 붙어있는 악마들이 모두 과하게 강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말이 관리하는 자이지 우리는 각각의 악마들이 하는 일에 거의 터치를 하지 않는 편이었다. 우리가 강해지는 건 좋은 일이지 결코 우리에게 해가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균형이 맞지 않게 된다면 결국 그 악마와 같이 있던 천사는 악마에게 먹혀 버릴 것이 분명했다.
“혹시 저 악마들도 보여?”
“아뇨? 저는 윤 아저씨랑 혼 아저씨 밖에 보이지 않아요.”
“우리는 보이는데 저들은 왜 안보이지?”
“글쎄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선이 악마를 볼 수 있었다면 학교는커녕 밖에도 나가지 못했을 것이었다.
창밖에 보이는 모든 악마가 강해져 있어서 그 존재를 느끼는 순간 그 악마들의 기에 눌려 지선은 제대로 서있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이제 내려야 되요.”
“어? 그래!”
난 웃으면서 지선에게 대답했지만, 마냥 바보같이 웃고 있을 순 없었다. 하나의 악마만 강해지려 한다면 내가 나서서 경고를 주고 제제를 했을지 모르겠지만 이건 나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상황이 너무 컸었다.
위에 보고를 할 수밖에...
“안녕하세요!”
“어 그래 지선아! 밝아져서 좋구나. 요즘 소희는 영 웃질 않아서”
“하하... 그러게요”
지선이 교문을 들어설 때 선생님께 반갑게 인사를 했다. 몇 일전부터 바뀐 지선의 밝은 모습이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화재였다. 그리고 1년쯤 전부터 어두워진 소희의 모습도 화재였다.
소희는 망가졌다. 예쁘던 모습은 어디가고 얼굴에 심술이 점점 더 붙어서 매력적이던 그런 모습은 없어져 있었다.
사실 소희의 심술이 더해져간 이유는 지선에게 있었다.
학교에서 소희에게 크게 화를 낸 소문은 같은 학년 아이들에게 퍼져갔고, 평소에 공부도 잘했고 얼굴도 예뻤던 소희를 맘에 들지 않아 했었던 부잣집 애들이 지선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애초에 소희를 아니꼽게 보 던 것이지 무서워한 것이 아니었다. 소희와 항상 붙어있던 지선은 그들에게 덩달아 미움을 샀었지만, 둘이 그렇게 갈라지자 그들은 그 둘이 원래 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공부도 잘하고 평소 착하던 지선에게 다가왔었다.
그렇게 소희는 지선에게 더 이상 다가갈 수 없게 되었고, 부잣집 애들은 소희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트려 학교에서 소희는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되었다.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소희의 외모는 점점 망가져만 갔다. 그런 망가진 소희를 영호가 계속 따라 다닐 리가 없었다. 영호와 소희는 멀어졌고 소희는 영호라는 든든한 벽을 잃게 되었다.
“이런 거야?”
“네... 제가 의도한건 아닌데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소희에 대해서 몰랐던 나는 지선에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물었고 지선은 나에게 소희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줬다.
“근데 영호라는 애가 요즘 자꾸 저한테 연락을해서 곤란한 상황이었어요.”
지선의 전에 모습은 어땠는지는 몰라도 지금의 지선은 상당히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 이었다. 더군다나 착하고 어딘가 맹해 보이는 것이 누구나 좋아할 만 했다.
“그럼 잘 된 거 아니야? 소희도 그 영호라는 애 때문에 이 근방에서 거드는 애가 없었다며?”
“아뇨. 그게 좀 부담스럽고 아저씨들을 봐서 그런가? 그냥 못생겨 보여요.”
“나도?”
“네! 천사랑 악마는 모두 그렇게 생겼어요? 아깝다...”
“뭐가?”
“인간이었다면 배우나 아이돌 해볼 생각 없냐고 여기저기서 연락 왔을 걸요?”
“그렇게 치켜세워주면 부끄럽잖아.”
수업이 시작되고 어차피 내 유혹은 들리지도 않아 보이니 학교를 조금 돌아다니기로 했다.
지옥이나 하늘에도 학교는 있다. 우리가 이곳에 오기까지 교육을 받는 곳을 우리는 학교라고 했다. 분위기는 무척이나 다르지만...
난 지선의 교실을 나가 이곳저곳을 봤다. 해골 모형이 있는 과학실, 자리에 앉아 담배를 뻐끔뻐끔 피는 교장이 있는 교장실, 무슨 일인지 혼나고 있는 선생님들이 있는 교무실, 이제 막 왔는지 살금살금 움직이는 학생이 있는 복도, 모든 것이 신기했다.
그중에 제일 신기했던 건 오랫동안 쓰지 않아 보이는 피아노가 있는 음악실 이었는데, 다른 건 모두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책상만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대충 다 본 것 같은데 돌아가서 지선이나 놀려줄까.”
학교를 대충 본 난 지선의 교실로 돌아가기 위해 지선의 교실이 있는 층으로 향했다.
한 층 한 층 지선이 있는 층에 올라갈 때마다 기분 나쁜 기운이 내 몸을 짓눌렀다. 난 그 기운이 나오는 곳을 찾아 기운이 점점 더 강해지는 곳으로 이끌려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으... 추워지네.”
우리가 춥다고 느끼는 건 인간과는 다른 감각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온도가 내려가서 추운 것이 아닌 공포라는 감각이었다.
난 기운을 뿜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은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교실이었는데, 이상한 모습이 눈에 보였다.
보통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악마들이 자신의 존재를 마구 나타내며 한 곳에 모여 있고, 그 가운데 무지막지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악마가 있었다.
저기 구석에는 천사들은 그의 눈치를 보며 모여 있었다.
“이런 곳에서 싸움이라도 하려는 건가? 만약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려 한다면...”
“형씨!”
그때 내 뒤를 잡은 악마가 나를 붙잡더니 그 악마에게 끌고 가서 무릎을 꿀렸다.
“무슨 짓이야? 그보다 내가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난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는데?”
“느끼지 않았어? 지금도 당신을 짓누르고 있는 거?”
“아...”
내가 경계를 하면서 왔던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느꼈다. 내가 경계를 하며 흐트러뜨린 이 악마의 기가 내가 오는 것을 오히려 알려버린 것이 되었다.
“지금 저 천사들과 싸우기라도 하는 거야?”
“아니 저자들은 그저 내가 무서워 저러고 있는 것 뿐 우리는 별로 한 것이 없어.”
“뭐?”
“내가 나와 같이 있던 천사를 먹어버렸거든 그랬더니 내가 이렇게 커져버렸지 뭐야? 근데 나를 하늘에서나 지옥에서 알게 되면 분명 나를 벌하려 내려올 것이 뻔~하잖아? 그래서 아무 말 하지 말고 있어라 하고 여기 있는 악마 친구들에게 저 천사들 감시를 부탁합니다. 하니까 저 천사들이 그냥 알아서 저러고 있는 거라고.”
“그래서 지금까지 보고를 못 받았던 거구나.”
“친구. 친구도 나 도와주는 거지?”
“보고를 하지 말라는 건가?”
“그렇지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과 같이 있는 천사는 물론이고 친구가 담당하는 인간을 죽일 거야. 내가 담당하는 이 아이는 내가 말하는 뭐든 걸 듣거든 이 아이에게 당신이 담당하는 인간을 죽이라고 할 거야”
“알았어. 보고 하지 않을게.”
지선이 죽는다면 그 아이의 담당으로 되어 있는 난 소멸하게 되고, 예전에 벌어졌던 하늘과 지옥의 전쟁이 다시 벌어지게 될 것은 뻔했다. 그러면 이 세상은 다시 암흑기로 들어서게 된다. 여기선 어쩔 수 없이 이 악마의 말을 따라야만 했다.
“부탁할게 친구?”
“알았어.”
그 악마에게서 풀려난 후 바로 지선에게 달려갔다. 이 급한 상황을 혼과 순에게 알려 우리끼리라도 정상적으로 돌려놔야만 했다.
“아 지금 그 놈들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