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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날 수 있기를
작가 : 부일럼
작품등록일 : 20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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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명의 천사 <순>
작성일 : 17-07-10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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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던져진 봉투를 들고 혼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 매정하게 가버린 지선과 악마 자식 나중에 복수하고 마리라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그러고 서서 계실 건가요? 지금 딱 거지 꼴인 거 알고 계시죠?”

 

 “알아 그래서 이 돈...”

 

  악마는 무슨 돈을 이렇게 많이 모으고 다녔는지, 봉투는 엄청 무거웠다. 한 손으로 들기는커녕 위로 들어 올릴 수도 없었다.

 

 “저기 혼 이것 좀 도와주지 않으련?”

 

 “싫습니다.”

 

 “알았어. 내가 들고 가면 되잖아. 자! 가자! 끙”

 

  돈이 든 봉투를 들고 돈을 바꾸기 위해 나와 혼은 은행으로 향했다. 걸으면 걸을수록 봉투는 무거워 졌고 혼은 걸으면 걸을수록 기분이 좋아보였다.

 

 “솔직히 말해봐 너 천사 아니지?”

 

 “네?”

 

 “아냐 그냥 힘들어서 헛소리 해봤어.”

 

  이 천사 자식 끙끙대는 나를 보고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내가 봉투가 무거워 잠시 내렸다가 들어 올리려 끙끙거릴 때마다 날 슬쩍 보고 고개를 돌려 웃는 게 보였다.

 

 “절대 제가 들기 싫어서 싫다고 한 게 아닙니다.”

 

 “예~예.”

 

 “사람들이 보기에 그 무거운 걸 혼자 아무렇지 않게 든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이상하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내가 자기 욕을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는지 어쩔 수 없다는 걸 강조하며 듣기 좋게 변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등교 시간 출근시간이 지난 지금 주변에 사람은 드문드문 보였다. 혼은 나보다 머리가 좋은 것 같으니 내가 무슨 대꾸를 해봤자 그에 반박을 할 것이 분명했고, 결국 나만 힘들다는 걸 알고 그냥 “예~”라고만 대꾸하면서 갔다.

 

 “순씨? 그런 말대답은 그만하시죠?”

 

  내가 영혼 없이 “예~”만 반복하는 게 기분이 나빴는지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저 눈을 당장이라도 손가락으로 콕 찔러 버리고 싶었지만, 난 지금 몹시 힘들었다.

 

 “대답하셔야죠?”

 

  그 말이 아무리 힘들고 지쳐서 아무 말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내 짜증을 폭발하게 만들었다. “대답하셔야죠?” 이 말이 왜 그리 거슬리던지.

 

 “뭐 어떻게 하라고! 대답하지 말라며! 근데 이번엔 대답을 하라고? 뭐 하나만 말해 어떻게 하라는 건데!”

 

 “지금 저한테 화 내시는 건가요? 굳이 남아서 순 씨를 보필하고 있는 저를?”

 

 “보필이 아니라! 약 올리고 있는 거겠지...”

 

  지금 당장이라도 가버릴 수도 있다는 혼의 말투가 내 말끝을 흐리게 만들었다.

 

  아무리 옆에서 짜증나게 굴어도 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 나 혼자 있는 건 너무 외롭고... 무서웠다. 지선이 버스를 타고 떠난 뒤에 이상하게 주변의 시선이 너무 신경 쓰였다. 몇 명 되지는 않았지만, 시선은 몇 배는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알았어. 네가 말한 대로 할 테니 같이 가줘.”

 

 “네? 뭐라고 하셨는지...?”

 

 “같이 가달라고!”

 

 “네 뭐 순씨가 저를 그렇게 필요로 하시다면.”

 

  “그 말을 듣고 싶었네.” 난 고개를 돌려 작게 말했다. “쪼잔한 자식...”

 

  다행이 듣지는 못했는지 입을 주먹으로 가리고 있었지만 입 꼬리가 올라간 게 보였다.

 

  조금만 더 가면 은행이었다. 은행에 들어가면 이 무거운 봉투와도 안녕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은행이 보이자 모두 소진 된 힘이 솟아올라 봉투를 번쩍 들고는 은행으로 돌진했다.

 

 “어디로 가야하지?”

 

 “고객님 우선 번호표를...”

 

  은행 안은 사람으로 바글바글 했었고, 번호표를 뽑으라는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행여나 더 늦어질까 번호표를 바로 뽑고 앉아 뭔가 격양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TV를 봤다.

 

 “어제부터 북한에서 모든 물자를 전방 배치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이고 보이고 있는데요. 전문가를 모셔서 얘기 해보겠습니다. 자 안녕하세요. 북한과의 전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라는 말이 지금 어제부터 돌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어차피 인간들의 일이었다. 지금은 우선 무슨 냄새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까부터 스믈스믈 올라오는 옷을 갈아입고 싶었다. 대기번호 32번, 지금 번호는 14번 이었다. 번호가 하나 둘 줄어들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돈 좀 바꿔 주세요.”

 

 “아 고객님 기계가 모두 고장이 나버려서요. 지금 저희 은행에 돈 새는 기계는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저기 저쪽에서 차례를 기다려 주시겠어요?”

 

  은행원의 손끝이 향하는 곳을 보니 그 곳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그것도 아주 길~게 이 아침부터 저 사람들은 다 어디서 나타난 것이며 왜 전부 돈을 바꾸러 온 것인지... 난 더 무겁게 느껴지는 봉투를 들고 사람들이 줄 서있는 곳으로 갔다.

 

 “하...”

 

 줄을 서보니 줄은 더 길어보였다.

 

 “아니 왜! 지금 돈을 바꾸려고 하는 거지?”

 

 “아마 아까 그 뉴스 때문인 것 같군요.”

 

 “뉴스?”

 

 “아까 순 씨가 헥헥 거리면서 보던 뉴스요.”

 

 “전쟁?”

 

  내가 혼잣말을 하자 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 입에서 전쟁이란 말이 나오자 각자 들고 있는 가방을 꼭 안은 사람들도 보였다.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난 목소리를 낮추어 혼만 들을 수 있도록 말했다.

 

 “땅에서는 우리와는 다르게 전쟁이 수시로 일어났습니다. 특히나 이 나라는 많은 전쟁을 겪었죠. 그때마다 이 사람들은 싸워서 버텼습니다.”

 

 “그렇지 그건 나도 배워서 알 고 있어.”

 

 “중요한건 전쟁 후입니다. 그 후 이 나라에서 성공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가족을 위해서 맞선사람? 아니면 전쟁을 승리로 지휘한 사람?”

 

 “다 틀렸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입니다. 물론 그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추모하죠. 안타까워하고요.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돈을 많이 가진 사람입니다. 우습지 않나요? 하나가 되어야 할 순간에 그 들은 말로만 그렇게 하고 뒤에 빠져서 하나가 되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 있다가 모든 것이 마무리되면 다시 앞으로 나와서 자신들이 영웅 인양 으스댑니다.”

 

 “그럼 나도 돈 좀 모아둘까?”

 

 “모을 돈은 있으신지?”

 

  혼은 내말이 우스웠던지 어깨를 툭툭치며 말했다. 기분은 나쁘나 사실이니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왜? 결국 돈 많은 사람이 승자라며?”

 

 “전쟁은 안 일어날 테니까요”

 

 “방송 보니까 전쟁 일어나기 직전이던데?”

 

 “안 그래도 저도 어제 방송을 보고 그 쪽 천사에게 연락해서 물어 봤는데, 그럴 마음은 없는 걸로 보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와 그런 것도 할 수 있는 거야?”

 

  혼은 대답이 없었다. 나한테 말하면 안 되는 걸 말한 것 같았다.

 

 “그럼 이곳 사람들 전부 다 나와서 돈을 바꿔야 하는 거야? 그런 것 치곤 사람이 별로 없는데?”

 

 “혹시나 하는 것과 설마라는 것이 있습니다. 순 씨 여기 있는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온 거고 여기에 오지 않고 평소와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은 반복되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설마로 바뀌어 버린 거죠.”

 

 “그러다가 진짜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그렇게 되면 혹시나였던 사람들은 역시나가 되어 승자가 되고 설마였던 사람들은 절망으로 바뀌어 패자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복잡하네.”

 

 심각한 얘기에 빠져서 집중하다 보니 줄은 금방 줄어들었고 어느새 내 차례가 왔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고객님?”

 

 “돈 좀 바꿔 주세요.”

 

  들고 있을 순 없어 아래로 내려 놨던 돈 봉투를 은행원 앞에 내려 놨다. 적잖이 놀랐는지 당황한 듯 보였다.

 

  은행원은 봉투를 들려다가 못 들겠는지 뒤에 있던 직원에게 도움을 청해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고 해맑게 웃으면서 돈 세는 기계로 가져갔다. 잠시 후 입은 웃는데 눈썹은 화가 난 듯 씰룩거리는 은행원이 나타났다.

 

 “전부 바꿔서 만 오천 원입니다.”

 

 “네?”

 

 “네! 고객님 우리랑 너네랑 부루마블 은행돈 제외하고! 우리 함께 부루마블 은행돈 제외하고! 엄마 같이하자 부루마블 은행돈 제외해서! 10원 500개! 100원 50개! 500원 2개! 천 원 4장해서 총 합 15000원 교환 해드렸습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또 물으면 고객이고 뭐고 내 얼굴에 침을 뱉을 테니 알아서 하라는 말투여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마 이 자식이 나를 골려?”

 

 “그런 거에 속는 순 씨가 바보 같습니다만?”

 

 “뭐? 너 알고 있었어?”

 

 “다른 건 모르겠고 ‘엄마 같이 하자 부루마블 은행’이라는 글자는 봤습니다.”

 

 “끄! 악!”

 

  내가 은행 한가운데서 소리치자 아까 나에게 웃으면서 번호표를 뽑으라는 남자가 나를 경계하며 다가왔다.

 

 “뭐... 뭐야 당신 나 유단자야 이상한 생각하지 마.”

 

  주변을 보니 난 이미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으로 찍힌 듯 보여 빠르게 은행을 나왔다. 허겁지겁 나와서 뛰다 보니 어느새 은행이 보이지 않았다.

 

 “순 씨! 큰일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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