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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날 수 있기를
작가 : 부일럼
작품등록일 : 20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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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 네 웃음 <순>
작성일 : 17-07-11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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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 씨 큰일 났어요!”

 

 “왜? 지선이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아뇨. 15000원 두고 왔어요.”

 

 “그걸 왜 지금 말해!”

 

 “난 순 씨가 막 뛰어 나가서.”

 

  이 천사라는 자식은 도움이 안 됐다. 나는 돈도 없고 진짜 거지가 되어 할 일도 없어서 길바닥에 앉아 멍하게 있다가 지선의 학교를 가기로 생각했다.

 

 “어디 가세요?”

 

 “지선이 보러”

 

 “벌써요? 아직 끝나려면 멀었는데?”

 

 “지금부터 걸어가야 끝날 때 쯤 도착 하겠지”

 

  난 슬리퍼를 질질 끌며 어딘지도 모르는 지선의 학교를 찾아 가기로 했다. 학교 이름은 알고 있으니 찾아는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배는 또 얼마나 고프던지 인간의 몸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갈 수 있는 거는 맞죠?”

 

 “버스타고 오는 길을 조금 아니까 그 길을 따라 물어보면서 가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역시...”

 

  ‘역시’라는 말의 뒤에 올 혼의 말이 거슬렸지만 물어서 알아봤자 알려주지도 않을 거고 알려줘도 혈압만 높일 테니 그냥 말없이 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지선의 학교 앞에 도착했고 무려 7시간이나 걸렸다.

 

  학교 앞은 이미 하교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다 왔다. 하...”

 

 “오! 진짜 도착을 했긴 했네요?”

 

 “아무것도 안한 주제에 비꼬지 마.”

 

 “아무것도 안 하다니요 혹시나 저희가 길을 잃을까 길 안내 지도 보면서 왔는걸요?”

 

 “응? 그런 게 있어?”

 

 “그럼요 아무리 저희라도 이 나라 지리를 전부 외울 수는 없거든요.”

 

 “근데 왜 안 알려 줬어?”

 

 “안 물어보시기도 했고, 아까 물으면서 간다고 본인이 얘기 하셨잖아요?”

 

 “이건 못 참겠다. 천사고 뭐고 너 죽고 나 죽자!”

 

  내가 어떤 수모를 겪었는지 다 보고 있었으면서 아무것도 안한 걸 생각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을 겪는다면 그 옛날 현자라고 칭송 받던 그 누구였어도 이 자식을 죽이려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지선아!”

 

  나에게 달려오고 있는 지선을 보니 화로 가득했던 내 마음이 물을 끼얹듯 ‘쉬익’ 가라앉았다.

 

 “아니 글쎄 혼이...”

 

 “아저씨! 옷은 왜 안 샀어요!”

 

  지선이 내 말을 막고 다가오던 발을 멈추고 거리를 벌리며 물었다. 그리고 그 뒤에 윤이 보였다.

 

 “윤! 너!”

 

 “응? 왜?”

 

 “너 알고 그랬지?”

 

 “뭐가?”

 

 “‘엄마 같이하자 부루마블 은행’은 어디 있는 은행일까?”

 

 “뭐야 돈은 아무 은행이나 가서 바꿀 수 있는 거 아니었어?”

 

 “하... 알았다. 내가졌다.”

 

  화를 더 내고 싶었지만 윤이 진짜 모르는 눈치니 이건 넘어가기로 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윤의 표정이 무거워 보였다.

 

 “그보다 지선아 별 일 없었어?”

 

 “네 없었는데. 아저씨 조금만 더 떨어져줄래요? 이상한 냄새나.”

 

 “헐... 내가 어떤 고생을 했는데! 글쎄 혼 이자식이 말이야...”

 

  나를 피해 빙 돌아서 가는 지선을 보고 오늘 있었던 혼과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그리고 윤이 주었던 봉투에 비밀도 같이 말했다.

 

 “아하하. 뭐야 혼 아저씨가 너무 했네”

 

 “아니 제가 뭘 잘못 한거죠?”

 

 “지선아!”

 

  우리가 웃으며 얘기를 할 때 학교에서 나오는 차에서 한 여자아이가 소리치며 지선을 불렀다.

 

 “집에가?”

 

 “응!”

 

 “데려다 줄까?”

 

 “아냐! 같이 갈 사람도 있고.”

 

 “아... 아는 사람이었어?”

 

  그 아이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 봤다. 내가 길었는지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스캔을 마친 그 아이는 지선이를 가까이 불렀다.

 

 

 “난 또, 이상한 아저씨가 달라붙어 있길래.”

 

 “아냐 아는 사람이야.”

 

 “근데 엄청 잘생겼는데 옷 꼬라지가 너무 좀 그렇다.”

 

 “그래서 나도 그거에 대해서 혼내고 있던 중이었어.”

 

 “남자친구?”

 

 “에이 아냐! 그냥 나 도와주고 있는 아저씨야”

 

 “본인이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 아무튼 알았어! 내일 보자!”

 

  사람이 바로 앞에 두고 험담은 하는 게 아니라고 나중에 지선에게 잘 말해야겠다.

 

  그나저나 ‘그냥 나 도와주고 있는 아저씨가’ 내 귀에 팍 꽂혀 떠나지 않고 내 주위를 맴돌았다. 차를 탄 학생이 가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혹시?”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지선에게 물었다.

 

 “내가 남자친구로 보이는 게 별로야?”

 

 “아니 이 아저씨도 참 남자친구 아니고 도와주는 아저씨 맞으면서.”

 

 “아니 근데 너무 질색하고 말한 것 같아서 기분 탓 인가?”

 

 “맞아요. 기분 탓! 내가 아저씨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래?”

 

 “좋아요?”

 

 “아 깜짝이야!”

 

  뒤에서 혼이 갑자기 튀어 나와서는 얼굴을 몸을 툭 치며 물었다. 어디를 갔다 왔는지 혼의 표정도 윤을 따라 어두웠다.

 

 “순 씨 잠깐 할 얘기가 있어요.”

 

 “뭔데요? 저도 같이 들을래요!”

 

  혼과 지선이 내 옷을 불결한 것 잡듯이 집게손으로 잡고는 나를 양쪽으로 잡아 당겼다.

 

 “지선아! 우리도 우리만의 일이 있어 그러니까 잠깐 둘이 보내주자”

 

  윤이 그런 지선의 팔을 잡고 내리면서 말했다. 지선과 윤이 먼저 길을 건너고 신호가 바뀌었고, 나와 둘이 남은 혼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나와 지선 사이에는 차가 쌩쌩 달려 지선이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를 반복했다.

 

 “순 씨 윤에게 심각한 상황을 들었어요.”

 

 “지금 나보다 심각한 거야?”

 

 “예. 차원이 다른 문제가 발생했어요.”

 

 “뭔데 그렇게 무게를 잡아?”

 

 “학교에 비정상적으로 강해진 악마가 있다나 봐요.”

 

 “응? 악마?”

 

 “네. 얼마나 강한지 그와 같은 교실에 있는 천사들이 모두 그에게 겁을 먹고 있었다는군요. 심지어 악마를 관리하는 윤도 그 기에 눌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나 봐요.”

 

 “그런 거라면 위에 보고를 하면 되잖아? 그게 너희일 아니었어?”

 

 “그게 그 악마가 윤을 봤다고 합니다. 말은 안 했지만 지선이도 아는 듯해요.”

 

  그 악마가 지선을 알다니 그들이 풍기는 불안감이 이해가 갔다.

 

 “그렇다면 더더욱 더 늦기 전에 위에 보고를 해서 그를 막아야 하는 거 아냐?”

 

 “그게 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지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이겠다고 하는군요.”

 

 “천사와 악마는 인간에게 손을 댈 수 없잖아? 같이 있는 천사는 뭘 하고?”

 

 “그 아이인 것 같습니다. 천사가 보이지 않았던 아이...”

 

 “소희? 어째서?”

 

 “윤에게 그랬다는군요. 자신이 담당하는 아이의 천사는 자신이 먹어버려 그 아이는 자신의 유혹에 무조건 현혹당할 수밖에 없다고.”

 

  난 혼과 얘기를 하면서도 차사이로 잠깐 잠깐 보이는 지선과 눈을 마주치며 이 나쁜 상황을 지선이 눈치 채지 못하게 미소를 보였다.

 

 “그럼 우리가 뭘 할 수 있는 거야?”

 

 “일단은 할 수 있는 것이 없군요. 지선이 잠들면 윤과 함께 대책을 논의 해 봐야죠.”

 

 “답답하네.”

 

 무서웠다.

 

  내가 소멸 당한다는 무서움보단 이제 막 꽃피우려던 지선이 꽃을 다 피우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

 

  신호가 바뀌고 나와 혼은 지선과 윤에게 갔다. 그리고 혼이 윤에게 무언가를 말하더니 혼과 함께 윤이 사라졌다.

 

 “저 아저씨들 어디 간 거예요?”

 

 “음... 저 들도 바쁜 일이 있겠지.”

 

 “그렇죠?”

 

 지선도 우리의 분위기를 읽었는지 불안해 하는것이 보였다.

 

 “지선아! 배고프다! 나 밥 사줘!”

 

 “네? 제가 돈이 어딨어요!”

 

 “배고프단 말이야! 이 몸 불편해죽겠어 배고프다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이제 좀 아시려나? 제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좋아요! 오늘 아저씨 고생했으니까 저기 분식집에 가서 거하게 쏩니다!”

 

 “오~”

 

 “2000원 이하로”

 

 “아씨 뭐야!”

 

  이제야 다시 웃기 시작한 지선은 해맑게 나를 분식집으로 데려갔다. 얼마 안 되지만 처음으로 먹어본 인간의 음식을 먹고 지선과 버스를 탔다.

 

 “고마워요”

 

 “응?”

 

 “아니에요!”

 

 “뭐야 근데 왜 그렇게 떨어져서 가는 거야?”

 

 “아! 저 원래 옆에 누가 있는 거 싫어서요!”

 

  우리는 아무도 없는 버스 맨 뒤편에 앉아 가운데를 비우고 양쪽 끝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버스에 내려서 언덕을 올라 지선의 집에 다와 갈 때쯤 혼이 허겁지겁 나와 우리를 막았다.

 

 “가지 마세요!”

 

 “지선아!”

 

  혼의 옷은 피로 얼룩져 있었고, 집 안에서는 지선의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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