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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날 수 있기를
작가 : 부일럼
작품등록일 : 20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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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순>
작성일 : 17-07-12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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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선이 병원에 누워있다. 아직도 그 순간의 잔상이 남아 있는지 가끔 눈을 찌푸리며 눈물을 흘린다.

 

  난 가끔씩 들리는 내 이름 ‘순’ 을 들을 때마다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는 것만 해 줄 수 있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정신이 언제쯤 들까?”

 

 “음... 우리도 버티기 힘든 그 상황에서 정신을 잃지 않고 버텨낸 대다가 엄마가 죽는 걸 눈앞에서 봐서 아마 심적으로 많이 지쳐 있을 거야.”

 

  내가 옆에 있던 윤에게 물었고, 윤은 그동안 악마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 했다는 점과 지선의 엄마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혼은 그 일이 벌어지고 난 후 몸도 회복되기 전에 하늘로 올라갔다. 아마 지금 상황을 전령을 통해서가 아닌 자신이 직접 말을 통해 자세히 말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한 듯 했다.

 

 “엄마?”

 

 “지선아 정신이 좀 들어?”

 

  지선이가 깨어나고 윤이 옆에서 물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걸고 싶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어떻게 정리해서 말해야 지선이 상처받지 않고 웃으며 말해줄까라고 고민 하고 있을 때 윤에게 선수를 뺏겨 그냥 말없이 잡고 있었던 손을 놓고 지선의 이마를 쓰다듬어 줬다.

 

  지선의 이마는 식은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상한 꿈을 꿨어요.”

 

 “꿈?”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말하는 지선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으며 우리와 얘기를 하지만 눈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네. 꿈이요. 엄마가 저와 언제나 먹던 평범한 밥상을 차려주고는 제가 맛있게 먹으니까.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지선아...”

 

 “난 이렇게 슬펐는데, 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엄마는 웃으면서 떠났어요. 나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뭐?”

 

  지선의 말에 난 아주 날카로운 말투로 물었다. 생을 다한 사람이 가는 곳은 뻔했다. 하늘 아니면 지옥... 엄마가 원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런 일이 종종 있었다.

 

  그곳을 통해 열린 길의 문이 닫히지 않아 그곳으로 따라가서 어이 없이 생을 마감하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주 가끔이지만 있었다.

 

  지선이 살아있는 것으로 보아 다행히 따라가지는 않은 듯 했지만 방금 지선은 엄청 위험한 순간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선의 말에 내가 예민하게 굴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가 막았어요. 제 손목을 딱 잡고는 놓아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때 잠깐은 아저씨가 원망스러웠어요. 날 엄마랑 때어놓으려는 사람 같아서 그런데 마치 그때처럼 아저씨랑 처음 만났을 때 그 느낌을 받았어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더욱 세게 잡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아저씨가 밉지 않아요.”

 

  하늘로 올라가기 전 지선의 엄마의 마지막 소원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생을 마감하고 하늘로 올라가게 되면 마지막 소원을 떠올리게 된다.

 

  그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는 것이 하늘로 올라가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선물이 된다.

 

  그래서 그 인간이 죽게 되면 주변사람들 꿈속에 나와서 뭔가를 해주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하늘로 올라가기 전 마지막 소원이 지선에게 밥 한 끼 해주고 가는 것이라니.

 

 “지선아 너희 엄마는...”

 

 “아저씨.”

 

  깨어난 지선을 보니 이미 엄마와는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를 부르는 지선의 목소리에 지금 상황을 냉정하게 설명을 해주려다 말을 멈췄다.

 

  내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지선은 나를 꼭 안았다.

 

 “지선아?”

 

  나도 나를 꼭 안아준 지선을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아 주었다.

 

  얼굴을 내 품속에 파묻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난 지선이 견디기 힘들만큼 슬픈 것을 알았다. 지선이 얼굴을 파묻은 곳에서 축축하게 젖어가는 것이 그 슬픔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는 지금 어디 있어요?”

 

 “지금 지선이 네가 깨어나면 바로 장례식을 치를 수 있도록 사람들이 준비 중이야.”

 

 “사람들이요?”

 

 “응 너희 어머니가 이런 상황을 전부 준비해 두고 계셨더라고”

 

 “엄마가...”

 

  지선의 엄마는 만약에 상황을 대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계셨던 것 같았다. 자신이 혹시 죽었을 때 혼자 남을 지선이 걱정이 됐는지 이런저런 보험을 다 들어 놓으셨던 것 같았다. 지금 지선을 도와주고 있는 상조회사 역시 그랬다.

 

  잠시 후 지선의 병실로 남자가 들어왔다. 깨어있는 지선을 본 남자는 지선에게 장례절차 모두를 설명해 주었다. 나도 처음 있는 일이라 그 남자가 설명하는 장례절차를 모두 듣고 정신없을 지선을 대신해 모르는 부분, 알아야할 부분을 모두 물어봤다.

 

  남자가 떠나고 지선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고마워요.”

 

 “난 너의 수호천사이니깐! 당연히 할 일이야!”

 

 지선은 방긋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장례식이 시작 되었다. 원래 가족도 없고, 연락을 하고 있던 지인이 없던 지선의 엄마의 장례식장에는 아무도 오지 않고 있었다.

 

  난 지선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장례식 내내 지선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틀째 되는 날 지선의 학교에서 돈과 편지가 든 봉투를 들고 담임선생님이 찾아왔다.

 

  편지에는 평소 지선을 좋아하던 선생님들이 돈을 모았다는 것 과 지선의 친구들이 돈을 모았다는 내용이 있었고, 장례식장에 오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 담겨 있었다.

 

  소희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나는 그 날 모든 상황이 정리가 되고 정신을 잃은 지선을 대신해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에게 내가 본 모든 걸 진술 했다.

 

  하지만 소희는 학교에 나오지도 않았고 가출을 한 것으로 보여 찾고 있다는 내용 또한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돌아가고 다시 우리 둘만이 남았다.

 

 “사람들 너무하네. 바쁘면 얼마나 바쁘다고 특히 너한테 친한 척 하던 친구들 걔네들은 왜 안와?”

 

 “괜찮아요. 별로 생각도 안하고 있었어요.”

 

 “하여간 나쁜 것들.”

 

 “진짜 괜찮아요. 앞으로가 더 걱정이네요.”

 

  지선의 말대로 앞으로가 더 걱정이었다. 집이 모두 불타버리고 지선이 돌아갈 곳이 없어졌다. 가족이 없던 지선은 보호자가 되어줄 어른도 없었다.

 

 “순씨 다녀왔습니다.”

 

 “혼!”

 

  하늘로 갔었던 혼이 돌아왔다.

 

 “지선양. 지선양의 어머니는 하늘에 잘 도착하셨습니다.”

 

 “그래요?”

 

  혼이 지선에게 지선의 엄마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늘로 잘 도착했고, 평소 선행을 많이 베풀어서 하늘에서도 모두 그녀를 축복해주었다는 얘기였다.

 

  혼은 지선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분명 좋은 얘기를 했지만, 그건 하늘에서의 일이었다. 땅에서는 다신 볼 수 없으니 지선이 좋아 할 리가 없었다.

 

 “그걸 알아보고 있었던 거야?”

 

 “네 그리고 다른 것도 논의를 했습니다. 소희와 그 악마에 대해서두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것도 같이 말이죠.”

 

 “그래서 뭐래?”

 

 “일단 이 일이 마무리 되면 얘기 하시죠.”

 

  장례식이 모두 끝나고 혼이 지선의 엄마가 화장을 해주기를 원한다고 전해 주어 지선은 엄마를 화장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지선의 엄마를 우리는 보내주었다. 모든 것이 끝나고 혼과 얘기할 기회가 생겼다.

 

 “이제 말해봐. 위에서는 뭐래?”

 

 “일단 집으로 가시죠.”

 

 “집이요? 혼 아저씨 전 이제 돌아갈 집이 없어요.”

 

 “아 그 집 말고 다른 집입니다. 지선양 학교 근처에 새로 집을 구해 놨습니다.”

 

 “어? 아저씨 날개가 안보여요.”

 

  그러고 보니 몇 일만에 마주한 혼에게서 전 과는 다른 이질감이 묘하게 느껴졌었다.

 

 “네 그렇죠. 저도 순 씨처럼 인간이 되었거든요.”

 

 "그럼 아저씨도 순 아저씨처럼 인간이 되기로 한거예요? 어떻게?"

 

 “순 씨와는 다른 방법으로 인간이 되었습니다. 그 방법은 저기 오는 악마가 설명해 드릴 거예요.”

 

  혼이 가리키는 곳에서 윤이 나타났다. 윤도 혼과 마찬가지로 전 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어? 이 아저씨도 날개가 보이지 않아요.”

 

 “응! 나도 인간이 되었거든.”

 

 어떻게 된 것인지 나도 지선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우리 악마들 중 누군가가 전부터 이걸 연구해 왔었어. 인간과 소통 할 수 있는 방법 말이야”

 

 “네. 물론 그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지만요.”

 

 “혼 잠깐만 조용해줄래? 지금 설명중이잖아.”

 

  윤이 다그치자 혼이 말하지는 않고 손짓으로만 했지만 “네~”라고 혼 특유의 말투가 들리는 듯 했다.

 

 “이 연구가 누구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몰라. 그냥 전해져 오기만 하고 그 누구도 실행을 하지는 않았었지. 이건 하늘이건 지옥이건 명백한 규칙 위반이거든.”

 

 “응 그래서 나도 지선이와 만나지 못할 뻔 했던 거고.”

 

 “그랬어요?”

 

  지금까지 내게 있었던 일을 알지 못했던 지선이 물었다.

 

 “일단 내가 먼저 이거에 대해서 설명을 할 테니 그건 나중에 둘이 얘기해줄래?”

 

  윤이 자꾸만 끊기는 얘기 흐름에 약간은 짜증이 난 듯 말했다.

 

 “아무튼 순 당신 덕분에 그 아무도 안하려 하던 연구에 모두가 달려들었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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