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마침표
깊고 깊은 검은숲의 지하에서는 정체를 알수없는 새의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꾸꾸국—“
그리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의 소리.
하늘은 초록색 가루로 밝게 반짝이고 있으며, 기괴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이곳을 아란은 홀로 지나가고 있었다.
(네크로멘서.. 의문에 사내에게 받은 피해는 상당했어. 아마도 어딘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테지.)
도망친 네크로멘서를 쫓고 있는 아란.
(그 정도의 피해라면 아마 금방은 회복 되지 않을 테니, 최대한 빨리 찾아내서 승부를 보는 것이 좋겠어. 네크로멘서가 도망간 방향을 따라가서 녀석이 쉴만한곳을 찾아봐야겠군.)
아란도 방금전 전투로 꽤나 피해를 입었지만, 카이넨스의 회복마법은 상처부분에 물방울이 맺혀 걷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하여 치유를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아란에게 건네준 호수의 정기.
아란은 이 정기를 몸에 받아들이자 빠르게 기력과 마력이 회복되는 것을 느낄수있었다.
(호수의 정기인가… 엄청난 효과인데..?
네크로멘서녀석이 노릴만하군.
그리고 카이넨스님의 회복 마법은 대단하구나.
지속적이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몸이 회복되고 있다니. 역시 현재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회복 마법과는 차원이 다르네.
지금 내 회복마법으로는 앞으로의 모험에 한계가 있어.
숲을 빠져나가게 되면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
자신의 단점을 항상 보완해나가는 이 습관은 어릴적의 나약하던 아란을 지금까지 성장하게 만든 근원이였다.
네크로멘서와 만났던 전장에 도착한 아란은 빛의 구슬로 바닥을 비추게끔 하여 네크로멘서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찾았다. 이 짙고 기분 나쁜 검은색 액체. 아까 네크로멘서가 흘리던것과 비슷해. 그 녀석의 피는 이렇게 생겨먹은건가..)
그렇게 네크로멘서의 피로 추정되는 것을 쫓아가던 아란.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곳에서 단서는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서 끊긴건가… 이 넓은 숲을 전부 돌아볼수는 없어. 어떻게 해서든 단서를 찾아서 움직여야 하는데..)
하지만 주변은 나무와 기괴한 소리뿐 특별한점이 보이지 않아 아란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한가지. 너무 익숙해져서 주변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주변을 침착하게 보고 있으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숲은 많지는 않지만 생기가 남아있는 나무들도 있어.
지금 힘이 필요하고, 회복도 해야하는 네크로멘서의 입장에서는 생기를 흡수하기 위해서라도 생명력이 넘치는 나무들을 찾아다닐거야. 그렇다면..)
대부분이 죽어있는 나무였으므로 정상적인 나무는 눈에 금방 들어오기에 그리 어려운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 주변을 탐색한 결과
아란의 예상대로 꽤나 정상적인 나무들 사이에서 기분 나쁜 오오라가 나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이곳인가. 아란은 글라디스를 빼들고 오오라가 나오는곳을 향하여 발을 내딛었다.)
바닥에는 무언가의 검은색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으며 흉흉한 기운이 계속해서 새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네크로멘서는 아직회복이 되지 않았는지 상처가 남은 얼굴을 하고 마법진안에서 양팔을 벌리고 서있었다.
정황상 정기를 흡수하고 있다고 아란은 생각하게 되었다.
“드디어 다시 만났군.”
“크윽, 아까 그 검사놈이잖아?! 날 따라온건가 이 망할녀석.”
“너와의 인연을 여기서 좀 끝내고 싶어서 말이지.”
(건방진놈. 그 하얀머리녀석만 아니었어도!! 가만? 혼자 온건가. 이 애송이가)
“검사. 네놈 혼자온거냐? 내가 아무리지금 부상을 당했어도 혼자서 날이길수있을거라고 생각해? 크흐흐 이거이거 너무 얕보였군 그래.”
“내가 검사라는걸 한번에 알아보다니 제법 눈썰미가 좋은녀석인것같지만 넌 여기서 끝이다.”
“크흐흐. 네 검이 닿기도 전에 실컷 괴롭힌다음 죽여주지. 덤벼라 검사”
(내가 검만 사용하는 검사로만 생각하고 있는건가. 하긴 마법을 이 녀석앞에서 보여준적은 없었어. 좋아,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자. 마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겠어. )
아란은 네크로멘서가 자신이 검사로만 생각할수있도록 마법은 사용하지않은채 검한자루로만 네크로멘서에게 대항하려하고 있었다.
“일어나라 어둠의 군사여”
그렇게 네크로멘서가 땅에 손을 대며외치자 사방에서 스켈레톤들이 땅에서 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스켈레톤따위…”
아란은 신속한 몸놀림으로 스켈레톤들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갔다.
“크흐흐.. 그래 내 인형들과 실컷 놀고 있으라고”
그렇게 말한 네크로멘서는 암흑구슬을 만들어내 아란을 조준하고 있었다.
“역시, 노림수는 따로 있었나.”
스켈레톤을 처리하면서 네크로멘서를 시선으로 계속 쫓고 있던 아란은 네크로멘서의 의도를 알아챘다.
“받아라!” 아란의 사각에서 날라오는 암흑구술이였지만, 예상하고 있던 아란은 검으로 막음과 동시에 살짝 흘려냈다.
“쯧쯧. 이런 얄팍한수는 안통한다고 해골 양반.”
“우쭐대지마라 애송이. 그럼 이건 어떨까?”
그렇게 말한 네크로멘서는 양손에서 암흑물질을 생성하고 있었다.
(아까 반달눈한테 썼던 기술인가. 이건 조금 위험하겠는데.)
“초감각!”
암흑물질이 진동하며 날아오기 시작하자 아란은 그에 대응하기 위해 초감각을 사용하고 기술을 전개했다.
“늑대의 춤”
민첩한 몸놀림 또한 감각적인 움직임이 필요하기에 초감각을 사용하여야만 사용할수 있는 기술이였으나, 화려하고 부드럽게 그리고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적의 기술을 피해내며 때론 카운터를 날릴수있는 기술이다.
네크로멘서의 암흑물질을 늑대의춤을 사용하여 부드럽게 피해내는 아란.
암흑물질은 계속해서 아란을 따라와 공격했으나 옷깃에 살짝 스친정도 말고는 전혀 피해를 주지못했다.
“호오~ 생각보다 제법이군 검사.”
“이 정도로 놀라면 안될텐데?. 이제 시작이니까 말이야. 이렇게 했었지 아마.”
그렇게 말하고는 아란은 네크로멘서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갔다.
(검사 주제에 어떻게 이런 속도가?!)
아란의 빠른 접근 속도에 놀란 네크로멘서는 긴급하게 마력을 쏟아부어 어둠의 장막을 펼쳤다.
하지만 이내 접근한줄 알았던 아란은 파란색 연기와 함께 ‘펑’ 하고 사라지고 말았다.
아란의 기습적인 빠른접근에 방어막까지 허겁지겁 사용하고 긴장해있던 네크로멘서는 굉장히 불쾌해하고 있었다.
“이자식! 내가 사용했던 할루시네이션을? 검사 주제에 어떻게 마법을 다루는거냐!”
“흠~ 할루시네이션이라는 기술이구나. 좋은걸 배웠네. 여러므로 응용할곳이 많겠어 이거?”
“고작 흉내 좀 내는걸로 우쭐하긴..”
“흉내..? 과연?”
그리고 아란은 다시 할루시네이션을 사용했다.
“같은 수를 똑같이 두번이나 쓰다니
내가 속아줄거라고 생각하는거냐?
네크로멘서는 암흑 구술을 생성하여 본체에게 공격을 가하려고 하고 있었다.
네크로멘서의 정면으로 향하던 할루시네이션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다시 네크로멘서에게 다가갔다.
그런 비틀비틀한 움직임을 보고 단순하게 마법조절이 서툴거라고 생각한 네크로멘서는 아란의 본체에 암흑구슬을 집중 포화했다.
암흑 구슬을 맞은 본체는 ‘펑’ 하고 사라져버리고 분신쪽, 즉 네크로멘서의 사각에서 아란의 공격이 날라왔다.
“스왑” 그리고 “제비가르기”
분신과 몸을 맞바꾼 아란은 전진하며 베는형태의 공격으로 네크로멘서의 가슴을 베어냈다.
“크윽- 이녀석 마법을 이렇게 자유자제로 사용할 수 있었단말인가?! 심지어 내 기술을 응용해내다니.”
“이런 마법은 내 특기라서 말이지.
어릴적부터 마법을 응용하며 노는것과 검술 연습은 내 놀이였다구?
너와의 첫번째 전투에서 이런 마법이 있다는걸 알게 된후로 사용방법과 어떻게하면 응용해서 사용할수있을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거든.
여기서 널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 기술로 인해서 난 더 강해질수있겠어.”
아란을 얕잡아보던, 단순한 검사라고만 생각하던 네크로멘서는 검은 피를 뿜으면서야 생각을 달리 하였다.
“크으윽, 날 얼마나 더 화나게 할셈이지? 이제 죽여주마. 더 이상의 놀이는 끝났어”
네크로멘서의 몸에서 흉흉하게 뿜어져 나오던 검은 오오라는 더욱 강하게 발하기 시작하더니 몸밖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내 곧 그 오오라들은 네크로멘서의 팔로 모여들어 마치 거대한 검은색 팔을 연상케하는 모양을 만들어 냈다.
“이 악마의 팔로 죽여주겠어. 이 검사도 아니고 마법사도 아닌 반쪽 자식!”
그렇게 만들어진 검은 팔은 길게 늘어나더니 빠르게 뻗어 나가 아란의 몸을 휘감았다.
아란은 검으로 베어내려했으나 허공을 가르는 느낌밖에 받을수없었다.
그리고 검은팔은 아란을 들어올려 나무에 때려박아넣었다.
“아이언바디”
아이언 바디로 피해를 최소화한 아란이었으나, 몸의 피해는 꽤 입은 상태였다.
“저 검은 팔, 베지도 못하고 성가시네. 피해내는수밖에 없는건가.”
다가오는 속도가 빠르지않아 거리를 두고서는 피할 수 있는 아란이였으나, 피하면서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피하기만 해서는 안돼. 다시 한번 빠르게 붙어서 승부를 내는수밖에.)
“초감각!”
초감각을 사용한 아란은 네크로멘서의 오른쪽방향으로 할루시네이션을 보내고, 자신은 왼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크흐흐, 시선을 끌면서 분신으로 다시 자리를 바꿀셈인게냐.)
네크로멘서는 분신을 염두해 두고 본체를 향하여 팔을 뻗었다.
팔이 닿기 직전 아란은 분신으로 스왑하였고, 팔이 닿은곳은 파란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아란이 스왑하자 네크로멘서는 흉흉한 미소를 지으며 기다렸다는듯 나머지 한팔을 아란에게 향하였다.
네크로멘서의 손바닥에서는 굉장히 날카로운 검은색 가시가 뚫고 나와 아란의 몸을 향하였다.
“늑대의 춤”
아란은 네크로멘서가 자신이 스왑하면 공격을 해올것이라 예상했기에 스왑후 바로 늑대의 춤을 사용하여 가시를 피해내고, 마치 춤추듯 화려한 움직임으로 네크로멘서를 계속 해서 베어냈다.
네크로멘서의 온몸에는 이곳저곳 상처가 생기며 검은색 피가 낭자하였다.
“끝이다.”
아란은 마지막 기술을 사용하였다.
“용솟음”
아래에서부터 위로 베어내는 용솟음을 사용하자, 네크로멘서의 몸은 반으로 베이며 검은 피를 토하고 뒤로 쓰러졌다.
“끄아아아 검사.. 네놈..”
“하아하아.. 끝난건가. 네크로멘서를 빠르게 찾아내서 다행이였어.”
쓰러진 네크로멘서는 검은색 재가 되며 조금씩 조금씩 몸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아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후 카이넨스와 라칸이 있는곳으로 발걸음을 조금씩 옮겼다.
아란이 네크로멘서를 등진 순간 아직사라지지않았던 악마의 팔이 뻗어나와 아란의 등뒤에서 배를 꿰뚫었다.
방심하고 있던 아란은 극심한 고통을 느꼈고, 지쳐있던 그리고 이미 많은 체력을 소모한 아란에게 있어서 생명과도 직결 될만한 최악의 일격이였다.
아란은 피를 토하며 점점 의식이 사사라지는 것 느끼고 있었다.
(으윽… 이녀석 아직 죽지않았던건가?! 분명 몸이 사라지고 있었는데..
안돼.. 점점 의식이 사라져 간다.
이렇게 끝낼수는 없는데 내 모험..)
아란의 의식이 사라지며 죽음에 거의 다다를 무렵
몸에서 형용하기 힘든 파란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차가운듯한, 또한 폭발적인 파란 마력의 불꽃이 아란을 감쌌다.
파란 불꽃은 아란의 배를 관통하였던 악마의 팔을 불태워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란은 조금씩 정신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며 상처부위에 통증이 조금 사라진것처럼 느껴졌다.
(뭐지? 이 파란불꽃은? 정신이 맑아지고 체력이 조금 돌아온듯한 ….
하지만 내 마력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잖아?!)
그리고 아란은 아버지가 주셨던 반지의 보석이 파란빛을 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반지가 반응하고 있어? 아, 이 반지 덕분인가. 아버지가 날 살려준거구나.. )
그렇게 아란의 정신과 체력이 조금 돌아오자 불꽃 또한 사그라 들었으며, 반지의 파란색 보석부분은 회색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아란에게 패한후 조금씩 재가 되어 사라지던 네크로멘서의 몸은 어느새 전부 사라지게 없어져 있었다.
(이 파란색 불꽃. 반지의 효과인건가..
내 몸이 큰피해를 받았을때 발동하는? 마력이 순식간에 사라져나간거 보니 내 마력을 근원으로 하는건가보군..
보석이 회색으로 변했네.. 일회용이였던건가.. 그래도 아버지가 주신 소중한 반지이자 내 목숨을 구해준 소중한 반지니 일단 계속 끼고 다녀볼까.
그나저나 끈질긴 녀석이네..이젠 정말 끝이 난건가..)
그렇게 전투가 끝나고 한참후에야 승리를 실감하던 아란은 ‘힐끔’ 다시 뒤를 돌아보며 네크로멘서의 공격이 없없는 것 다시 확인한후 카이넨스와 라칸에게 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