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쉽게 익숙해 질 수 있었다. 머리로는 처음 경험한 것들이 많았지만 이 몸은 빠르게 이곳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게다가 원래 내 생활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정말 내 상상속의 귀족들처럼 옆에서 누가 시중들어 주고 했더라면 그게 더 불편한 일이었다. 내가 요리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서민적인 생활에 더 익숙한 것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공기를 환기 시켰다. 방안 가득 마른 나무향이 들어왔다. 나는 에일과는 각 방을 쓰고 있다. 다른 가족들에겐 에일이 잘 말해둔 건지, 아이들도 도련님도 따로 내게 뭔가 물어오는 경우는 없었다.
방의 가구들은 소박했다. 침대와 서랍, 옷장, 책상, 그리고 작은 탁자와 의자 두 개. 그게 전부였다. 이 방보다 약간 더 좁았던 내 원룸에도 이보다 많은 물건이 있었는데, 이건 심플함을 넘어 단조로웠다. 침구를 정리하고 거울 앞의 모습을 점검했다.
회색의 머리를 높이 올려 묶었다. 원래 내 머리는 펌과 염색 덕에 결도 좋지 않았고, 빨리 자라는 머리도 아니라 어깨길이를 넘기기가 어려웠는데, 이즈나엘은 머릿결도 좋고, 길어서 새삼 신선한 기분이었다. 거울 속 여자는 처음부터 그래왔다는 듯 당연하게 아름다웠다. 나와는 다르게 말이다. 거울을 통해 비치는 모습을 빤히 바라 보았다. 나지만, 내가 아니다. 나는 이렇게 예쁘지 않았다. 오늘도 거울 앞에서 그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주방으로 가서 이제는 제법 익숙한 폼으로 식사를 준비했다.
음식 걱정을 했는데, 전부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 내가 알던 식재료에서 내가 아는 맛이 났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는 다행히도 쌀을 재배했다. 내가 아는 쌀과는 미묘하게 생김새가 달랐지만 그래도 맛은 비슷했다. 역시 한국 사람은 밥을 먹고 살아야지.
처음에 내가 요리를 했을 때, 그들은 당황스러워했다.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이즈나엘은 요리를 못했다고 한다. 한번은 그녀가 에일의 생일이라며 직접 요리한 적이 있었는데, 에일이 그걸 먹고 3일을 앓아누웠다고 했다. 그 뒤로는 한 번도 요리한 적이 없었단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나는 ‘자는 동안 꿈속에서 배워왔어요’라고 대꾸했다. 이즈나엘이 아니라고 말해봤자 믿어주지도 않을 테니 달리 내가 해줄 말이 없었다.
자취 경력만 10년이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 다는데, 자취생활 10년이면 자기만의 비법 레시피 정도는 가질 수 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것도 있었고, 맛에도 자신 있었다.
텃밭에서 가져온 재료들을 깨끗하게 손질하고, 마을사람들이 가져다 준 음식들을 간단하게 덥혔다. 지금까지 시중드는 사람 하나 없는 이 저택에서 누가 요리를 했나 싶었는데. 에단도련님이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을 아주머니들이 한번 씩 들러 음식들이나 작물들을 저택으로 가져다주었다.
도련님이 영지를 가진 제대로 된 귀족이었을 때, 평판이 좋았던지, 마을 사람들에게 인기가 꽤 높은 것 같았다. 이런 걸 보면 나쁜 성격은 아닌데, 왜 이즈나엘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지는 아직 짐작이 안 간다. 그는 내게 필요 이상의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좋은 아침이네요. 도련님.”
“네”
단답. 사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안 해줬는데, 이정도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나는 그의 이런 태도에도 별 다른 불만은 없었다. 딱히 내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었고, 불편한 것도 없었다.
마을 사람이 가져다 준 감자국과 후원에서 가져온 신선한 달걀로 만든 계란 후라이, 텃밭에서 가져온 것들로 만든 채소 볶음. 어제 만들어둔 나물 무침. 김이 오르는 따끈따끈한 밥. 고기반찬이 없는 건 좀 아쉽지만 이 정도면 아침식사로는 부담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차례로 주방으로 그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오늘도 역시 에일은 모두가 모인 이 시간에도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생각보다 아침잠이 많았기 때문에 반드시 누군가 깨우러 가야만 했다.
그리고 그 것이 최근엔 내 몫이 되었다. 언제나처럼 먼저 먹고 있으라고 말하고 바쁘게 계단을 올라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두 번 두드리기. 그리고 반응이 없을 땐 일어났는지 물어보기.
“에일, 일어났어요?”
대답이 없을 땐 들어간다고 한 번 더 크게 말하기.
“들어갈게요.”
문고리를 돌리고 들어가면 침대 난간에 어설프게 걸 터 누워 나름대로 일어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 흔적이 보인다. 이건 나도 제법 익숙한 모습이다. 특히 주말에 회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 내가 이런 모습이었다. 정말 가기 싫은데, 가긴 가야겠고, 일어나야하는데, 일어나긴 싫고, 그런데 또 핸드폰 알람은 울려오고,
이해는 하지만, 이대로 두면 나중에 집 앞으로 그를 이불 째 업고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었다.
“이제 좀 일어나 주실래요. 나무늘보씨.”
미동도 없다. 대체 밤늦게까지 뭘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우자 그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어 왔다. 키 차이 덕분에 어쩔 수 없지만 기대오는 무게감이 꽤 무겁다.
그대로 방에 붙어있는 작은 욕실에 그를 데려가 정신 차리라며 등을 두어 번 툭툭 두드리고 문을 닫았다. 이렇게 그를 넣어두고 이불을 정리하고 조금만 있으면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하고 나오는 그를 볼 수 있다. 바닥에 물이 떨어지기 전에 재빨리 수건을 덮어 그의 머리를 덮어버렸다.
“제대로 닦고 나오라고 말했었죠.”
그가 베실베실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결국 이번에도 가벼운 한숨과 함께 그를 자리에 앉히고 머리를 털어주었다. 손가락 사이를 스치는 머릿결이 부드럽다.
“매번 말하는 거지만 스스로 일어날 생각은 전혀 없는 건가요,”
“마음은 굴뚝같은데 말이지.”
“그 굴뚝같은 마음 언제쯤 실천으로 옮기실 건가요.”
지금쯤이면 먼저 식사하고 있던 사람들의 식사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이다. 대충 머리도 말랐고, 먼저 나가려는 나를 그가 불러 세웠다.
돌아보니 그의 손끝이 내 뺨에 닿아왔다. 반사적으로 한걸음 떨어져 그 손에서 멀어졌다.
“머리카락, 얼굴에 붙어 있어서”
“고마워요. 제가 할게요.”
그에게 싱긋 웃어보이고는 그대로 방을 빠져나왔다. 손으로 대충 얼굴을 쓸어내려 머리카락을 떼어냈다. 이렇게 그가 일부러 내게 닿아오려고 할 때마다 나는 그를 피했다. 몇 번이나 이런 적이 있었으니 그도 내가 접촉을 피한다는 걸 모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이 나를 이즈나엘이라는 이름을 부르며 닿아왔다. 저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저 순진한 얼굴로 나를 유혹하고 있다.
자신을 사랑하라고.
에일이 이 몸을 사랑하는 건 문제가 없다. 어차피 이즈나엘을 사랑하는 거니까.
하지만 이 사람이 이런 식으로 다가올 때마다 흔들리지 않게 자신을 다잡는 내가 문제였다.
그건 무척이나 곤란한 유혹이었다. 언젠가 나는 이 몸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데 미련한 마음을 품고 싶지 않았다.
역시 예상대로, 도련님과 아이들의 식사는 끝나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막내 유진의 접시에는 당근이 남아있었다.
“유진, 오늘도 당근을 남겼네.”
내가 돌아오기 전에 몰래 버리려 하는 걸 딱 들켰다. 눈을 피하는 게 뻔히 보였다. 아서와 이엘에 비해 유진은 편식도 있고, 때문인지 또래에 비해 키도 작았다.
나는 이 아이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한 적이 아직 없다. 이즈나엘과는 세 살때 헤어졌으니 그녀에 대한 기억이 제일 부족한 게 유진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 아이를 잘 모르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곤란한건 마찬가지였다. 너무나 선명한 거리감이 나와 유진 사이에 존재했다. 유진은 아무 말 없이 내 등 뒤로 돌아 주방을 빠져나갔다. 나 미움 받고 있는 걸까.
“엄마, 저 머리해주세요!”
이엘이 애교스럽게 내 팔에 매달려왔다. 아들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예쁜 아이였다. 둘째인 이엘은 에일과 마찬가지로 금발에 녹안을 가지고 있었지만 얼굴은 이즈나엘을 많이 닮아있었다. 애교도 많아서 아들이 아니라 딸을 데리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엘을 앞에 앉히고 머리를 만졌다. 손가락 사이로 감겨오는 머리카락이 제법 가늘었다.
이엘은 여자애 차림을 주로 하고 다녔는데, 어울리기도 하고 취향이라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었다. 다만 나중에 성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해 오면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었다. 아직 그 쪽으로는 면역이 없어서 처음엔 하루 종일 잠도 못자고 혼자 머리를 쥐어 싸고 고민한 적도 있다. ‘혹시 나중에 남자랑 결혼하겠다고 말하면 어쩌지’ 라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자, 완성.”
“고마워요. 엄마”
자연스럽게 내 목에 손을 감아 안겨왔다. 역시 아무리 봐도 딸 같다.
아서와 이엘은 수도에서 기숙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수업이 없는 날만 집으로 내려왔다. 오늘은 오후 수업이 있기 때문에 오전 중에 수도로 돌아가야만 했다. 유진은 지금은 이 마을의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내년이면 그들이 다니는 학원에 입학할 수 있는 나이가 된다.
“이제 가는 거니?”
“네, 다음 주에 또 올게요, 어머니.”
아서는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꼬박꼬박 나를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것부터, 하는 행동, 말투 그 모든 것이 내가 아는 철없는 열여덟과는 확실히 달랐다. 장남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엄마의 부재로 빨리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걸까.
손을 뻗어 나보다 한 뼘은 더 큰 그 아이의 머리를 까치발을 들어 쓰다듬었다.
당황하는 표정이 귀엽다. 나는 이 아이의 그 표정을 좋아한다. 딱 제 나이 또래의 아이처럼 보이니까.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아앗! 치사해, 형만! 엄마, 나도, 나도”
이엘의 보챔에 혹시나 애써 땋은 머리가 흐트러 질까봐 가볍게 머리를 토닥거려주었다.
혹시나 수도에 도착하는 게 늦을까봐 어서 가라며 아이들을 보챘다. 유진을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전부 보내고 나면 도련님 차례였다. 그는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주로 저학년 아이들을 가르쳤고, 가끔 귀족자제들을 상대로 과외를 하러 가기도 했다.
“도련님도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에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는 그대로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기분이 좋은 건가. 인사도 다 받아주고, 아무튼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으니 나도 긍정적으로 받아드려야지.
도련님까지 보내고 나서야 에일은 계단을 내려왔다.
이제 이 집에서 밥을 먹지 않은 사람은 나와 그 둘 뿐이었다. 이럴 때면 이 사람이 일부러 이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식어버린 감자 국을 가볍게 데워 그와 마주 앉았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가볍게 식기들이 마주치는 소리가 반복되고 차려놓은 반찬들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나는 원래 아침을 챙겨먹는 편이 아니다. 회사를 다니는 중에도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을 더 자길 원했다. 그런데 엄마라는 입장이 되고나니, 어쩐지 밥을 먹여야 한다는 묘한 강박이 생겼다. 짐작하건데 이게 내 기억 속의 엄마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학교 다닐 때, 우리 엄마는 아침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어떻게든 뭐라도 먹여서 보내야 한다는 신념하나로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을 차렸다. 아침밥을 먹지 않을 거면 학교를 가지 말라는 말도 했었다.
내가 아는 엄마는 당신밖에 없어서 이게 무의식중에 전염이 된 것일 것이다.
“오늘도 맛있어.”
“다행이네요.”
“오늘도 예뻐.”
“고마워요.”
이제는 익숙한 대화 패턴이다. 처음엔 듣기 쑥스럽고 부담스럽고 막 그랬는데, 이것도 익숙해지니까 덤덤해지더라, 이래서 사람을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하던가.
“오늘은 언제쯤 돌아와요?”
그는 자율출근제인지 뭔지 출 퇴근 시간이 늘 일정하지 않았다. 과연 이 세계에서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업문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가.
“아마, 저녁 늦게.”
“밥 먹고 오는 거예요?”
“응. 그럴 것 같아.”
그럼 오늘 저녁은 도련님이랑 유진이랑 나. 셋인가. 반찬은 지금 있는 걸로도 충분하겠지. 나중에 냄비 씻어서 테사부인께 가져다 줘야겠다. 그냥 돌려드리는 건 좀 그러니까 뭘 좀 만들어드려야겠다. 뭐가 좋을까?
기브 앤 테이크. 받은 게 있으면 돌려주는 것도 있어야 정이 있는 법이다. 잠깐 고민하다 저번 주에 만들어둔 무피클을 가져다주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쯤이면 딱 먹기 좋게 익었을 것이다.
“오늘은 뭐할 거야?”
나는 아까 생각했던 걸 가만가만 그에게 이야기 했다. 마을에 내려가 테사부인을 만나고, 과일청을 만들 재료를 사서 신세지고 있는 분들께 선물할 생각이었다.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으니 남은시간에는 홀 청소를 할 생각이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구역을 나누어 저택을 청소했다. 사용하지 않는 방은 그냥 두더라도 사람이 쓰는 공간은 깨끗하게 해두고 싶었다. 그렇게 매일 저택을 환기 시키고, 문 앞에는 버려진 유리병을 활용하여 들에서 꺾어온 꽃을 장식하고, 오래된 커튼을 깨끗하게 빨아서 다시 걸어두었다. 새것을 사면 좋겠지만, 그건 내가 돈을 벌 때까지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그는 중간중간. ‘응, ‘그리고, ‘그래’ 라며 말을 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어주었다. 덕분에 나는 그에게 하루 일과를 제외하고도, 요즘 저택 앞에 검은 발 고양이가 한 마리 돌아다닌다거나, 도련님 밭에서 지렁이가 나와 엄청 놀랐다던가 하는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너무 떠드나 싶어서 그를 보니 뭔가 흐뭇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지금 눈빛 엄청 느끼한 거 아세요. 아저씨?”
“아저씨라니 상처 받았어.”
“그러니까 그만 쳐다봐요. 얼굴 뚫릴 것 같으니까.”
식사가 끝나고 그는 식기 정리를 도와줬다, 딱 거기까지가 그의 역할이었다. 그의 손은 놀라울 정도로 집안일에 소질이 없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였다. 처음에 설거지를 하며 나섰을 때, 에단 도련님의 얼굴이 사색이 된 게 그냥 그랬던 게 아니었다. 딴에는 내게 잘 보이고 싶어 나섰던 것 같은데, 몇 안 되는 남은 살림을 거덜 낼 뻔했다.
접시 3개를 깨고, 빗자루를 두 동강 내고, 걸레로 식탁을 닦고, 정체불명의 까만 요리를 내어왔을 때, 나는 그를 뜯어 말렸다.
그 정도면 소질의 문제 이전에 집안일을 못하게 된 몹쓸 저주를 받은 건지 의심해봐야 했다. 갑자기 혼자서 살림을 도맡아서 했을 도련님이 안쓰러웠다.
그의 배웅까지 꼼꼼하게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식구들이 모두 떠나간 저택은 시간이 멈추는 마법이라도 걸린 듯 고요하다.
나는 이 시간이 좋았다. 침대에 아무렇게나 몸을 던져 뉘었다.
그동안 놀라울 정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름 판타지이니 마법이 난무하는 판타스틱 한 걸 내심 기대하기도 했는데, 그 존재가 이 세상에 있음은 알아냈으나. 내 주변은 고요하기만 했다.
하긴 판타지가 별건가, 잘생긴 남자랑 한 지붕 아래에 산다는 게 판타지지. 마을에나 내려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