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타인의 마나를 느낄 수 있는 실력이 뛰어난 자들이 슬쩍 그녀를 돌아봤다.
예뻐서일까? 몸매가 좋아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그녀의 마나는 독특했다.
마치 꽃의 향이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모두 마나를 가지며, 그 양, 색, 향이 모두 다르다.
대부분이 거의 무향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겠지만 마나도 향이 존재한다.
그녀가 하프 엘프이기에 인간들과 다른 향이 났던 것일까?
아니, 고귀한 드래곤들 조차도 이렇게 고혹적이진 않을 것이다.
사람들을 홀리게 만드는 마나를 가진 그녀의 이름은 라일락 엘케이
라일락의 어머니는 엘프장로이고, 그녀의 아버지는 떠돌아다니는 마법사라고 알려져 있다.
그녀의 아비는 잘 숨어있던 엘프 마을에 갑자기 방문하더니 자신을 떠돌아다니는 마법사라고 칭했다.
엘프들은 처음에 그를 내켜하지 않았지만, 몇 밤을 지내게 해주면서 내면이 순수하고 성격이 독특한 그를 엘프들이 모두 좋아했고, 그는 그 곳에서 조금 더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서로 신뢰하며 몇 달을 지내고 라일락의 아버지, 레위시아는 엘프들에게 떠나겠다고 알렸다.
그를 매우 좋아했던 엘프들이 아쉽다며 다 같이 즐기는 하루를 보내자고 술판을 벌였고, 엘프들이 자신이 마음에 드는 이에게만 주는 술이 있는데, 그 술을 처음 맛본 그가 술에 조금 취했다.
일반 술과는 다르게 도수가 더 세고, 향도 특이해서서 조금 색달랐던 것이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엘프장로인, 루나리아가 그에게 술에 도움이 되는 차를 건넸고, 술에 취한 것인지 레위시아는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루나리아는 레위시아가 술에 취해 흥분한 것인 줄 알고 밀어내려 하였으나, 그녀가 봤을 때 그는 절대 술에 취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레위시아는 루나리아의 손에 키스하며 말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아름다웠던 루나리아, 마지막 날은 단 둘이서만 있고 싶었는데... 내가 엘프 마을을 떠나지 못한 건 그대 때문이야. 자꾸 마음에 걸려서.”
이러한 말을 했는데,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한 공간에서, 술을 먹은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듯 분위기에 휩쓸려 둘은 사랑을 나누었다.
루나리아가 일어났을 때는 이미 그가 가고 없었다.
대신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 쪽지 같은 것이 있었다.
‘루나리아, 어제의 일이 일어나게 되어서 미안해. 몸 조심하고, 다시 만나러 올게. 마이 레이디.’
레위사아는 내심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랐으나, 신의 장난인지 루나리아는 아이를 가졌다.
루나리아는 자신의 딸에게 라일락이란 이름을 붙여주었으니, 라일락의 꽃말은 젊은 날의 추억, 첫사랑이란 뜻이다.
하프 엘프로 태어난 그녀를 몇 몇 엘프들이 조금이나마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라일락은 아주 잘 자랐다.
마법사인 아비와 엘프장로인 그녀의 피를 모두 물려받은 것인지, 라일락의 능력은 다방면에서 뛰어났다.
보통 하프 엘프는 엘프들의 예쁨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경우가 많은데, 라일락은 능력도 좋고 마음씨도 고와서 여러 엘프들이 무척 아껴했다.
그녀의 엘프 친구들은 성년이 되기 전에도 몇 번씩 인간의 마을로 내려갔는데, 유독 엘프들이 그녀는 내려가지 못하게 했다. 아마 마나 때문이었을 것이다. 욕심 많은 인간들이 라일락을 해코지 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루나리아와 다른 엘프들은 라일락이 자신의 마나를 제대로 다룰 수 있을 때 인간들의 마을에 가는 것을 허락하기로 했지만, 그녀는 성년이 되기 전에 단 한 번도 인간의 마을에 가지 못했다.
결국 라일락은 100살이 조금 넘었을 때, 성년식을 치르기 위한 과정으로 인간의 마을에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