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이 좀 나가달라구요~~쫌!!"
수호가 잡은 손목을 치켜올리고 다시 말을 건넸다.
" 그 손 못놔?"
또 그 아저씨다 경호원이라도 되는건가?
수호 손목을 다시 낚아 채기 전에 수호가 잽싸게 몸을 틀어 피했다.
"이래뵈도 한 운동하던 사람입니다 또 당할까봐요??"
수호가 코 웃음 치며 한 소리 건넸다
뭔가 싸움이라도 난줄알고선지 갑자기 주위에 사람들이 가던 발걸음의 속도를 줄이며 희긋대기 시작했다.
'으크 자칫하다가 여기서 걸리겠네'
경호원같은 사람때문에 일이 계획대로 진행이 되지 않자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수호가 고개를 숙이고 도련님이라 불리던 남자의 귓가로 입을 최대한 밀착시켰다.
"이봐요 도..련님??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수있게 좀 도와달라는게 이해가 안가요?"
협박아닌 협박처럼 최대한 낮은 어조로 어금니를 물어가며
천천히 말 한 마다씩 이어갈때마다 간지러운지 어깨를 두 세번 움찔거리며 귀밑으로 당겨지는게 느껴졌다.
***
지금 머릿속이 백지가 된거 같다.
이 키 큰 남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귀에 들리지는 않지만 숨 소리에 귀가 달아오르면서 간지럽기만하다.
"이...손 놓으십시오 ..!!"
정신을 다시 잡고 늘 그랬듯 작지만 힘있게 말했지만 목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걸 본인 스스로도 알수있었다
[ 이런거에 흔들리는거야?? 정재희!!! 넌 아직 지옥 문턱도 밟아 보지도 못했어!! 정신차려!!!]
어머니가 수 백번 아니 수 만번도 더했던 말을 되새기며 눈을 감고 쉼호흡을 크게 한번하고 눈을떴다.
어깨는 더 힘을주고 척주는 반듯하게 허리를 꼿꼿히 세운 후 내 손목을 쥐고 있는 남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무례하군. 이렇게 내 몸에 함부로 손을 델수있는자가 우리나라에 몇 명 없는걸로 아는데..?"
그제서야 당황한 기색이 조금이라도 비춰지며 손에 힘을 빼는게 느껴지자 마자 내 손을 자유로이 뺄수 있었다.
손목에 뭐라도 묻었을까 다른 한손으로 소매끝의 옷매무새를 고치면서 말했다.
"실장님 시간이 뜻하지 않게 지체된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도련님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박실장님이 허리를 45도로 숙이며 말했다.
"출발하죠.."
말 끝내기 무섭게 박실장님이 내 뒤를 엄호하며 따라오고 입국장 문을 막 나섰다
문 앞에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들이 대기하고 있는것이 보이자마자 뒤에 따라오던 박실장님이 내 앞으로 동선을 옮겼다.
유모 역시 내 왼쪽 편으로 바짝 붙어 최대한 기자들이 있는 쪽으로 내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조금 전의 일은 한국 도착하자 마자 일어난 작은 헤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머릿 속에서 완전히 지워야 겠다는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뒤에서 상당히 강한 힘으로 누군가가 내 팔을 잡아 당기자 마자 중심이 흔들리며 기어이 몸이 뒤쪽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그 충격으로 선글라스까지 바닥에 같이 뒹굴고있었다.
한 순간이였다.
박실장님도 유모도 어찌할 수 없는 눈 깜짝 할사이에 일이 일어난 것이다.
당황한 나머지 이제껏 누구를 올려다 본적 없는 나는 그 근원지를 찾아 뒤돌아 올려 보았다.
아까 그 남자다.
뭔가 화가 난듯 나를 씩씩거리며 내려다 보고 있었다.
***
"무례하군 이렇게 내 몸에 함부로 손을 델수있는 자가 우리나라에 몇 명 없는걸로 아는데..?"
헐.... 뭐지 이 자식???
그 말 한마디에 몸이 뻣뻣해지면서 힘이 빠져나갔다.
해머로 크게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처럼 모든 감각들이 자기 역활을 다 못하는것 처럼 느껴졌다.
벌어진 입도 쉽게 다물어 지지 않는 내 앞에서 저놈은 자기 손목에 더러운 것이라도 묻었는지 손등으로 탁탁 털면서 이 공간을 벗어나고 있었다
' 우리나라에 몇 안된다고? '
순간 머릿속에서 그 자식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 오빠?? 오빠 괜찮아요?? 저 사람들 대체 뭐야?? "
한껏 신경질이 난 말투로 소희가 내 앞에서 또 다시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지만 정작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온통 우리나라에 손 대면 안되는 그 몇 안되는 사람이 대체 누구일까? 라는 생각만 날뿐이였다?
' 대통령?아니지... 대통령 아들? 아님 어느 나라 왕잔가? 아니지...우리나라라고 말했잖아 그것도 우리말로... ?'
이래뵈도 육, 칠십대 이상의 어르신들외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내가 만지면 안되는 사람이 대체 누구 일수 있는지 이성보다는 감성에 착실한 19살 강수호는 데뷔이래 처음으로 수치심이 들 정도로 자존심에 금이 가는 말이 였다.
이대로 돌아가면 분해서 몇 일 밤을 못 잘걸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수호의 두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본 소희는 스캔들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날까봐 갑자기 조바심이 들었다.
" 오빠!! 오빠 릴렉스~~ 제발!! 삼촌이 알면 난리나!!! 같이 나가자고 안할테니깐 오빠 진정해~ 응?"
**
시비가 붙어도 참지 못하고 먼저 주먹이 나가는 수호오빠를 좋아하게 된 것도 벌써 3년 째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수로 데뷔한다고 삼촌을 몇날 몇일을 졸라 쫓아 다니는 모습을 우연히 본 수호오빠는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로 오해하고 말보다 주먹부터 삼촌 얼굴에 날려버린 모습에 지금까지 짝사랑은 진행 중이였다.
그 인연으로 1년간 삼촌의 끈질긴 권유끝에 모델을 시작하였고 지금의 수호오빠가 나와 같은 기획사에 있는 이유다.
삼촌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스캔들보다도 수호의 불같은 성격이다.
스캔들을 이용해 이미지 가치가 올라갔던 건 대부분 수호 쪽이였지만 시비가 붙으면 항상 불리하게 되는 건 정의를 위한것이였어도 먼저 나가는 주먹 때문인지 수호였던건 틀림없는 사실이였다.
그래서 예능에는 몇 번 출연한 적은 있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안한다고 해도, 삼촌이 굳이 말리지 않는 이유였다.
그 성격에 다른 배우들과 시비가 붙을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도 많다는 걸 소희도 알수있었다.
저 두 주먹이 조금씩 흔들리는 걸 보면 금방 사고라도 칠거 같아서 겁이 났다.
분명 내가 하는 말도 귀에 들리지 않을 것이 뻔했다.
" 성환오빠! 나야 소희!! 빨리 인천공항으로 와줘요! 수호오빠 아무래도 일 칠거 같단말야!!"
삼촌 스케줄표를 몰래 보고 쫓아온터라 무서워서 삼촌보다는 수호오빠 매니져 한테 다급하게 통화를 했다.
그 순간 이미 수호는 소희 눈에서 보이지 않았다.
" 성환오빠 어떻게? 수호오빠 벌써 일 친거 같어... 빨리와 빨리 최대한 빨리!!!"
통화가 끊어진 스마트폰만 꽉진채 발만 동동 그자리에서 구르고 차마 나가 볼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
오만하게 굴던 그 녀석의 뒷 모습이 가까워졌다.
맘 같아선 한 대 갈겨주려 따라 왔지만 주먹에 힘을 주던 순간 ,
앞에 서 가고있는 이 녀석의 어깨가 참 갸날퍼 보여 금새 힘을 풀었다.
나도 만질 수 없는 사람이 대체 어떤 얼굴 인지 궁금해서 힘껏 팔을 잡아 틀었다.
순간 이 녀석이 중심을 잃어 버리더니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넘어 질거 같아 잡으려 했지만 이미 선글라스와 함께 바닥에 쿵 소리가 들릴 정도로 넘어진 후 였다.
난 그냥 얘기좀 더 해보려 할 뿐이였는데 생각지 않은 결과가 나와서 나도 당황스러워 하는 찰라 이 녀석이 나를 놀란 토끼눈을 하고 고개를 젖혀 쳐다보고 있었다.
서로의 눈동자가 마주 쳤을때 나도 순간 몸이 얼어 버린것 같았다.
밀가루처럼 하얀 얼굴인건 아까도 봐서 알았지만 이제 껏 만난 사람중에 이렇게 투명한 갈색 눈동자는 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써클렌즈를 낀 눈 과도 확연한 차이의 자연갈색 그 자체였다.
냘렵한 턱선위로 보이는 입은 작지도 크지도 않은 약간 도톰한 입이였으며 그 위로 코 끝은 하늘 무서운줄 모르고 솟을 기세였다.
같은 소속사에도 꽃미남 그룹으로 유명한 [미남 소년단] 멤버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외모만큼 출중했다.
" 아... 미....."
미안하단 말을 꺼내려는 순간 카메라 셔터쇼리와 함께 플래쉬 여기저기서 바쁘게 터졌다.
" 강 수호 맞네!! 강수호!! "
" 수호씨 여기좀 봐봐요!"
" 밀월 여행이라던데 상대가 소희 맞나요? "
여기 저기서 기자들이 한 마디씩 내 던지는 소리에 뒤에 있던 소녀팬들이 수호를 알아보고 벌떼처럼 모여들자 아수라장이 따로 없는 듯했다.
"하...아.."
결국 사고를 쳤단 생각에 긴 한 숨을 내 쉬고 있는 나를 밀쳐내고 그 경호원인지가 와서 이 녀석을 부축해 올렸다.
"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일행같은 50대 정도되는 안절 부절 못하는 아줌마와 경호원같은 사람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혹시 친구 분과 같이 여행 하신 겁니까?"
" 일행 분은 누구 십니까??"
어떤 기사라도 내고싶어 안달난 기자들이 코 앞까지 밀려와 서로의 마이크를 내 가까이 데려고 안달이였다.
그중에 한 기자가 꺼낸 말이 귀에 쏙 박혔다.
" 어? 가만... 저 남자 정재희씨 아니야??"
경호원(?)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는 그 녀석을 쳐다보며 내 뱉는 말이였다.
"정재희가 누군데???"
옆에 있던 다른 기자가 서로 면식이 있는 사이인지 그 기자한테 물었다.
" 아 왜 이번에 찌라시 났잖아. 그 TS 그룹 회장 유언장... 후계자니 뭐니 ... 몰라? "
" 아 그 유일한 후계자? 인터뷰 한번 못따고 번번히 실패한 그 정재희 ??"
" 뭐야 진짠거 같은데? 그럼 TS 회장 위독설이 진짜야? 대박!! 야~ 카메라 저리로 비춰!!"
큰 건 하나 제대로 했다는 기대감이 부풀은 기자는 그 사람뿐 아니였다.
청력으로 기자를 뽑는지 뭐 하나 작은 말도 허투루 듣지않는 기자들이 없었는지 기자들의 목표가 나에게서
저 녀석으로 제빠르게 옮겨가고 내 주위엔 여고생들의 흥분한 목소리들이 더 가까이 들려왔다.
" 정재희씨 맞죠? 정재희씨 한 마디만 해주세요! 네???"
" 정재희씨 할아버지가 위중하시단게 사실인가요?"
" 정재희씨! 잠시만요 정재희씨!!"
그 궁금했던 녀석의 이름이 정재희였다.
내가 알고 있는 TS 그룹... 의 후계자란다.
시끄럽게 떠드는 기자들 틈에 경호원 혼자 벅차하고 있는 사이 어느 센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는지 검은색 양복을 입은
건장한 사내들이 열댓 명 달려들어 폭풍 질문 쏟아내는 기자들을 더 이상 그 정재희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철저히
제지하고 있었고 그 사이를 한 마디 말도 없이 서둘러 빠져 나갔고 그 뒤를 놓칠세라 기자들도 썰물처럼 따라나갔다.
나도 공식석상에 설때야 저 정도의 경호원들이 붙혀지긴 하지만 이 건 순간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 같았다.
멍하니 서서 정재희가 눈 앞에서 없어진지 한 참이 되서야 그제야 여고생들의 찢어질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수호오빠 멋져요!! 사랑해요"
" 꺅~~ 오빠 사랑해요!!"
몇 십명은 족히 넘는 이 아이들 사이에 한 발 한발 나가는 것도 힘든 일이였다.
"와! 미남 소년단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여학생들의 고개가 분주했다.
아무리 내 팬이라고 해도 요즘 핫한 아이돌도 포기 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 오른 쪽이다 오른 쪽 끝에!"
공항이 떠나가게 소리들을 지르며 일제히 오른쪽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하자 그 틈에 누군가 내 손을 잡고 뛰었다.
같이 달리면서 뒤통수를 보니 딱봐도 내 매니져 성환이 형이였다.
미남소년단 얘기도 형의 머리에서 나온거였다.
미리 마련해둔 차에 타자마자 뭔가가 조금씩 진정이 되는 기분이였다.
" 형 ! 어떻게 된거야? 나 오는줄 어떻게 알았어? "
" 어떻게 알긴 소희 없어진거 알고 대표님이 너 아마 오늘 쯤 올거라하길래 공항에서 대기 타고 있었지"
안전띠를 채우면서 성환이 형이 말했다.
" 그런데 뭐가 어떻게 된거야? 소희가 아까 전화와서 너 사고쳤다던데... 소희는 또 어딨구?"
" 아 몰라 그 철딱서니 없는 기집애 신경꺼!!"
조수석에 앉아 최대한 몸을 뒤로 젖히면서 마스크와 모자를 벗어버리고 말했다.
" 뭐가 어떻게 된거야? 그리고 누가 왔었냐? "
" 왜? "
팔짱을 끼며 귀찮다는듯 물었다.
"아니 차 대기시키는데 기자들이 밖에서 난리가 나서 넌가 싶어 했는데 아니더라구.. 누군데 너도 포기하고 그러나 싶어서... 강동원 이라도 왔나?"
성환이 형이 시동을 걸면서 점점 기어들어가는 말로 혼자 중얼거리듯 하는 말에 나는 몸을 바로 일으켜 세우며 성환이 형을 쳐다봤다.
" 아 깜짝이야~ 왜??? 왜 뭐?? "
" 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