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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월드
작가 : 차윤지
작품등록일 : 20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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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prologue]
작성일 : 17-07-05     조회 : 636     추천 : 1     분량 : 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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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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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서 있게 늘어진 황금빛 샹들리에 밑, 수많은 슬롯머신과 탁자들 사이사이로 광기어린 눈을 가진 인간들이 저마다의 행운을 바라며 자리를 매웠다. 돈을 잃어 꽁지 꾼을 해매는 사람. 며칠을 샌 건지 눈에 핏빛이 어린 사람등 세상의 모든 탐욕을 모아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은 바로 마카오, 로얄 카지노.

 

 

 쾅-

 

 

 "끝”

 

 

 윌리엄 회장의 성난 얼굴은 곧 분출을 앞둔 화산을 닮아있었다. 분노를 담은 주먹질에 색색의 칩들은 갈 길을 잃은 채 사방을 떠돌았다. 무거운 침묵이 주변을 맴돌았다. 처음에는 운이겠지 했거늘, 두어 판, 세판.... 결국 모두 잃고 말았다. 얼굴만 반반한 풋내기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을까.

 

 

 한편 맞은편 흑발의 남자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앞을 뱅그르르 돌고 있는 칩을 누르고는 예의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얀 얼굴에 대조되는 깊은 흑색 눈동자가 호남 형에 가까웠다.

 

 

 

 그럼, 즐거운 게임 이였습니다. 윌리엄-”

 

 

 

 외관만큼이나 매력적인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그의 목소리는 장내 여성들의 시선을 모두 한곳으로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는 자리하는 동안 살짝 구겨진 자신의 수트핏을 보기 좋게 정리한 후 부드러운 카펫을 밟으며 카지노를 나섰다.

 

 

 

 난장판이 돼 버린 판에 덩그러니 남게 된 윌리엄은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를 섞어 냈다. 그의 옆으로 자리를 잡은 검은 양복의 사내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주인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짐승처럼 포효하던 그는 깊게 패인 눈을 희번덕거리며 소리쳤다.

 

 

 

 “뭐하고 있어!!! 저 새끼 안쫒아가고!!”

 

 -

 

 탕- 탕- 탕-

 

 

 일렬로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줄을선 가로등이 까만 강위로 나선의 빛을 내뿜었다. 세발의 총성으로 이미 대교 위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가 애지중지하는 빨간 중형세단은 이미 교통법규 따위를 무시한 채 수많은 차체 사이를 비집고 나아가고있었다.

 

 

 빠아아아앙-

 “젠장!!”

 

 

 찰나의 순간 핸들이 조금만 더 돌지 않았더라면 그의 차는 이미 저 앞선 망할 쉐보레와 함께 화려한 불꽃놀이를 만들었을 것이다. 액셀을 깊게 누른 검정 구두는 속력을 올리기에 급급했다. 마카오에서는 돈을 잃으면 총질 몇 번에 돈이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경험담이 되리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탕-와장창-

 

 

 

 점점 거리를 좁혀오던 총성이 결국엔 오른쪽 창을 강타했다. 백미러 너머로 창턱에 온몸을 지탱한 체 총구를 들이미는 저격수가 들어왔다. 눈앞으로는 더 이상 나아갈수 없을만큼 즐비하게 늘어진 차들과 뒤로는 제 목에 총을 들이밀 사람.

 

 

 

 그는 깨진 유리너머로 깊이를 알수 없이 펼쳐진 까만 강을 바라보았다. 살 수 있을까, 차피 다시 따면 될 돈 돌려줘 버려? 갖가지 의미없는 생각들이 뒤섞이자 어이없는 웃음만이 터져 나왔다. 웃음이 가실쯤 무엇인가 결단을 내린 듯 한 남자는 핸들을 고쳐잡고는 망설일것없이 핸들을 돌렸다. 이 세상에 자신이 이기지 못할 판은 없었다.

 

 

 

 탕-쾅-

 

 

 

 바짝 쫒아온 검은 세단과 난간을 처박은 남자의 빨간 세단에서 각기 다른 굉음이 쏟아져 나왔다. 다리 난간에 사정없이 처박힌 그의 차는 곧 난간을 부시고 허공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쪽 휠이 빠지며 차체가 기울기 시작하자 그의 몸도 함께 문짝으로 처박히기 시작했다. 몸을 죄어오는 벨트를 내팽개친 그는 큰 호흡을 들이쉬고는 무거운 문짝을 열어젖혔다.

 

 

 

 휙-

 

 

 

 “악”

 

 

 

 강한 바람과 함께 문짝을 잡은 몸뚱이가 함께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문짝을 부여잡은 하얗게 질린 왼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난간 인근으로 들러붙어 휴대폰을 들이대거나 소리를 질러대는 소란스런 인파들을 뒤로 다리 난간에서 총구를 들이미는 차분하고 흐트러짐 없는 저격수가 보였다.

 

 

 

 강바람에 휘날리는 흑발이 그의 목언 저리를 간질였다. 그의 표정은 어느 누가 보아도 강에 몸을 내던질 남자가 지어낼 표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완벽한 오만이었다. 그는 늘어진 오른손에 힘을 싫어 총잡이를 향해 중지를 들이밀며 읊조렸다.

 

 

 

 “좆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검은 강으로 몸을 내던졌다.

 

 

 

 탕- 첨벙-

 

 

 

 총성이 들린 것으로 보아, 몸한켠이 뜨끈한 것이 총알이 박힌 듯 했다. 몸 구석구석 차가운 물살이 휘감아왔다. 정신이 몽롱해지며 이곳을 빠져나가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생각뿐 몸은 무기력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어째선 가 몸이 가라앉는다는 느낌보다는 사라져간다는 느낌을 받으며 그는 무의식에 잠겼다.

 

 

 -

 

 

 형체를 알 수 없는 빨간 중형세단과 일그러진 난간 주변을 노란 폴리스라인이 줄지어 들어섰다. 응급차와 수많은 경찰차의 사이렌소리. 여기저기서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 그리고 부서진 차체의 흔적. 어젯밤의 현장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단 하나 사라진 남자를 빼고서 말이다.

 

 

 

 존 워커드 반장은 대교아래에서 빛바랜 재킷을 여미며 한숨을 내뱉었다. 6시간을 수색했는데도 남자의 머리카락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발견된 것이라곤 물에 젖은 검정 로퍼 하나 정도. 목격자들로부터 얻게 된 영상에는 중지를 내밀고는 강으로 뛰어든 정신나가보이는 남자의 모습이 담겨있을 뿐이 이었다.

 

 

 

 “ 룬.케네틱트……. 28살..”

 

 

 

 마카오에 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몇몇 카지노 에서는 정평이 나있는 남자였다. 눈에 띄는 흑발에 단정한 이목구비를 가진 그는 카지노의 유명한 블랙리스트였다. 자신이 아는 윌리엄이라면 아마 그의 실력 따위는 외모에 기준을 맞춘 채 무시하기 급급했을 것이다.

 

 

 존은 허리께로 느껴지는 통증을 주먹으로 퉁퉁 두드리며 광훨하게 펼쳐진 강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의 시선 끝에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걸렸다. 물살에 쓸려 뭍으로 다가오는 반짝거림, 존은 발을 축여가며 달려가 그것을 높이 집어 들었다.

 

 

 “뭐야, 이건 카드잖아…….”

 

 

 마치 총에 맞은 듯 한가운데가 둥그렇게 찢겨 그을린 우스꽝스러운 광대모습의 조커 카드가 강렬한 햇빛에 반사돼 요상한 색을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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