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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월드
작가 : 차윤지
작품등록일 : 20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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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화. 낯선 표식의 이방인
작성일 : 17-07-10     조회 : 325     추천 : 0     분량 : 6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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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린님 킹이 아시면 노하실께 분명합니다”

 

 하녀장 캐를이 노발노발대며 엘린의 주위를 분주하게 쏘다녔다. 그녀의 에이프런 앞치마가 그녀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정신없이 펄럭였다.

 

 “조용히해. 누가 듣겠어. 캐를”

 “왕녀의 침전에 남자라니요, 세상에나 이런일이, 트럼프여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

 

 진저리를 치던 캐를은 이제 허공의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를 하고있었다. 어릴적부터 사고뭉치 엘린을 쭉 돌보아 왔지만 이렇게 감당이 안되는 일을 벌일때마다 캐를은 난처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남자를 데려오다니.

 

 “이 남자. 표식이 없어”

 “주술을 부린것이 분명합니다. 하트 제국에서 온자가 아닐까요? 주술을 부리는 자들은 그자들 뿐이지 않습니까!

  지금에라도 기사단을 부르세요. 랭커 인게 분명합니다!”

 “아니 온몸을 뒤져봐도 표식같은 것 없었어”

 “온몸을 뒤져봐도라니, 엘린님 설마 남..남자의 나.. 나신을”

 

 엘린의 말에 하얗게 질린 캐를은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세차게 부여잡았다. 감히 제국의 왕녀가 물에 흠뻑젖어 상처입은 낯선 남자를 데려와 치료를 해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의복까지 손수 갈아입히 다니, 이모든 사실을 모두가 알게되는 날에는 자신의 목이 날아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캐를.. 진정해- 너의 안위는 내가 책임질것이야”

 “엘린님, 도대체 어쩌시려고 이러는 것입니까-”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듯 횡설수설 말을 이어가는 캐를의 모습을 지켜보던 엘린은 자신의 정신마저 없어지는 기분이였다. 일단 남자를 자신의 침실로 끌고 오긴 했지만, 자신도 딱히 어떠한 방도가 있어서 데려 온것은 아니였기 때문이다.

 

 "욕조에서 나타났어"

 "상처를 입고 나타난것이, 누군가에게 쫒기는 자가 아닐까요?"

 "그것이 그가 욕조에서 나타난것과 무슨상관이지?"

 "그..건 그렇네요"

 

 캐를의 앞뒤가 맞지 않는 추리력은 단호한 엘린의 말에 10초만에 막을 내렸다. 남자가 입은 부상은 허리께를 살짝 스친듯한 작은 부상이였기에 엘린의 실력으로도 금방 지혈이 가능했다. 정말 캐를의 말대로 다이아 제국에서온 랭커일까.

 

 "일단 이자가 눈을뜨면 신관에게 데려가 확인할 것이 있어.“

 "엘.... 세상에 엘린님, 저 남자 정신을 차린것 같습니다"

 

 캐를의 말에 엘린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옅은 신음과 함께 눈꺼플을 힘겹게 들어올리는 남자가 보였다. 엘린은 혹시모를 수에 대비해 서둘러 자신의 검을 빼내고는 남자의 몸에 올라타 자신의 양 허벅지로 결박시킨뒤 빠르게 목에 칼끝을 겨누었다.

 한점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남자에게 칼을 겨누는 엘린의 모습에 캐를은 정신을 놓기 일보직전이였다.

 

 "넌 누구냐. 자신의 소속을 밝혀라"

 

 엘린의 차가운 음성에 남자의 의식이 바로잡히는듯 하더니 자신의 눈앞에 놓인 날카로운 칼끝에 그의 눈이 두세배쯤 확장되었다.

 

 "뭐야, 여긴 어디야"

 "다시 한번 묻겠다. 누구냐, 자신의 소속을 밝혀라"

 

 남자의 당황스런 목소리와 표정. 엘린을 알고 찾아온 사람이 아닌것 같았다.

 

 한편 굉장히 당황스러운것은 남자였다. 눈을 뜨자마자 긴금발의 요상한 옷을 갖춰입은 여자가 자신에게 올라타 칼을 들이밀고 있는 상황이라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부터..,"

 "헛소리를 할것이라면 집어 넣는것이 좋을거야, 신수가 흐르는 물에서 나타났어.. 감히 대 스페이드 제국의 왕녀 이 엘린 패러크의 욕조안에서 말이다."

 

 욕조? 신수? 왕녀? 속사포처럼 흘러나오는 엘린의 말에 남자의 생각은 점점 혼잡해졌다. 분명 마카오에서 거액의 돈을 따서 총격전을 벌이다. 살기위해 강에 몸을 던진것 까지는 기억이 나고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는... 손끝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은실크 원단의 침구였다. 금발의 미녀와 날카로운검. 빛에 반사되는 날카로운 칼은 모형이라기엔 너무나 세밀하고 견고하게 느껴졌다.

 

 "음, 일단 서로 상황 정리를 하도록 하죠 엘린"

 "뭐?"

 "엘린이라면서, 당신이름. 일단 이 칼 말입니다. 진짜인거 같은데.. 치우는게 저희 둘의 더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남자는 엘린의 검을 앞에두고도 긴장과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짓는 미소라니.

 

 "뭐지 그 웃음은? 여자인 내가 칼을 들고있어 능욕하는 것이더냐."

 "아... 굉장히 오해를 하고 있군요, 일단 내가 누군가에게 쫒기던 중이라 죽지 않아 기쁘고, 또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눈을 뜨자마자 예쁜 레이디가 말을 걸어주니 기분이 더 좋군요"

 "뭐?"

 "그것도 이렇게도 가까이에서 말입니다."

 

 남자는 엘린을 아래위로 훑으며 둘의 자세에 관한 이야기를 내던졌다.

 

 "능청스럽군, 당신 이름이 뭐지?"

 "룬 케니틱트. 제 주변 사람들은 편하게 룬이라고 부르죠"

 

 룬은 엘린의 검끝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어투로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스릉 소리와 함께 자신의 장검을 검집에 넣은 엘린은 남자의 몸위에서 사뿐히 내려왔다.

 

 하얗게 질린 캐럴은 손가락을 번쩍 들어 삿대짓을 서슴치 않으며 룬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대제국 왕녀에게 그 무슨 망발을 목숨을 부지 하지 못할것이다!!"

 "캐를 진정해"

 "엘린님-아무리 그렇다지만"

 "나의 판단을 믿어 캐를 저자는 첩자가 아니다"

 

 엘린의 검이 사라지고서야 한숨을 돌린 룬은 쓰라린 허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허리께에서 일어나는 통증이 다시한번 이 상황이 꿈이 아님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까전 그 꿈에서 봤던 하얗고 잘빠진 가슴..

 남자는 힐끔하고 다시한번 엘린의 가슴께를 살펴보았다. 옷에 가려져 있지만 남자의 육감으로 알수있었다.

 

 "아까 그 여자군"

 "뭐?"

 "그.. 제가 당신 욕조에서 나타났다고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그때 그 쪽을 살짝 본것 같아서"

 

 그제서야 아까전 일이 생각난 엘린의 하얀 볼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위협을 느끼자 자신이 나체인것도 인지하지 못한채 칼을 찾기 위해 물밖으로 몸을 일으킨 그 낯뜨거운 장면이 말이다. 하얀 엘린의 피부가 붉게 물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룬은 낮게 웃어버렸다.

 

 "천국은 아니군"

 

 

 ***

 

 

 "이봐, 어디로 가는지 설명정도는 해줄수 있잖아"

 아까부터 점점 말이 짧아지더니 결국엔 친우처럼 자신을 대하는 룬의 태도에 엘린의 신경이 살짝 날카로워져 있었다.

 

 "조용하고 따라 오는게 좋을거에요."

 

 허리와 힙을 꽉조인 까만 드레스는 그녀의 흰 피부를 더욱더 돋보이게 해주었다. 룬의 키가 185쯤 이니 머리통 하나 정도 작아 보이는 그녀는 꽤나 장신의 여자임이 분명했다. 알수없는 제국의 왕녀라는 말이 거짓은 아니였는지 갖춰입은 드레스와 거기서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운 귀품이 그것을 증명했다.

 

 "이 망토만큼은 어떻게 좀 벗으면 안되나?"

 

 자신의 옷이 보이지 않아 엘린이 준 옷을 입긴 했지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였다. 장례식에 가는사람 마냥 수트도 아닌 것같은 검정색의 금색 단추가 박힌 제복은 너무나도 어색했다. 심지어 바지길이가 조금 짧막한것이 자신보다 키가 작은 사람이 입던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이 시큼한 냄새를 풍기는 짙은 회색빛의 망토는 최악이였다.

 

 "안된다고 했습니다."

 "망토를 벗겠다고는 하지 않을테니 이 망토에 달린 모자정도는 벗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룬의 지속적인 투덜거림에 엘린이 가던길을 멈추고 획하니 돌아봤다. 금색의 눈동자가 룬을 뚫어질듯 쳐다보았다.

 

 "왜..뭐,"

 "당신을 지금 살려둔건 확인해볼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확인되고 나서 만약, 제가 원하는 무엇인가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에는 제국의 법으로 당신을 다스릴겁니다."

 

 엘린은 자신의 오른편 허리춤에 매달린 두개의 장검을 꼭 붙들었다.

 

 "또한, 다른이들에게 이 상황이 발각되면 기회고 뭐고, 당장에 목숨이 없어질 터이니 제게 존칭어를 사용하시지요. 이제국에서 저에게 그런 비천한 언행을 하는 자는 당신 뿐이니 말입니다."

 

 룬은 또박또박 말을 이어가는 엘린을 향해 살짝히 고개를 숙였다.

 

 ".. 몇살?"

 "뭐...?"

 "몇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저희 나라에서는 꽤나 위아래가 없는놈이라"

 ".."

 "조금 막자라서 말입니다"

 

 큰 키 에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검은 머리, 곱게 자란것 같은 하얀 얼굴 그리고 서글서글하게 웃는 눈매, 듣기 좋은 목소리가 딱 놀고먹는 귀족계층의 철부지 도련님 같았다. 엘린에게 비쳐진 룬의 첫인상이였다.

 

 엘린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룬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늘게 빠진 하얀 손으로 룬의 턱을 강하게 부여잡았다.

 

 "나는 니가 만난 그런 허황된 망상에나 젖어사는 계집들과는 달라. 처신 잘하는게 좋을거야."

 

 룬의 턱을 누르는 손의 힘은 여자라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엘린님..?"

 "아-"

 

 엘린은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하고도 낮은 사내의 목소리에 황급히 룬의 고개를 땅으로 내리눌렀다. 그곳엔 훈련을 마치고온것인지 도포를 팔에 걸친 데스가 서있었다. 갑작스런 데스의 등장에 요상한 인사자세를 취하게된 룬이 고개를 다시 쳐올리려 하자 엘린이 더욱더 쎄게 그의 목을 내리눌렀다.

 

 “좋은 밤이에요- 데스”

 

 엘린 답지 않은 어색한 인사가 튀어나갔다.

 

 "밤이라기에는 조금 이른시각이긴 합니다만. 그 자는.."

 "아 이번에 신입으로 들어오게된 예비 기사입니다. 우연히 만나서 제국의 이야기를 논하고 있던 참이였답니다."

 "신입 예비 기사...아, 이만 고개를 들게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제국의 스페이드 에이스경을 뵈는데 어지간하겠습니까 예를 갖추도록 두세요"

 "그자가 편해지려면 얼른 제가 자리를 비켜드리는 것이 낫겠군요"

 "저도 제 방으로 돌아가던 차였습니다. 내일도 검술 대련 잘부탁드려요"

 

 그리고 경련이 올 것 같은 웃음. 데스는 생전보지 못한 엘린의 행동과 사뭇 다른 목소리에 의심을 품었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예비 기사라는 자에게서도 말이다.

 

 "그럼 이만."

 

 엘린은 자신에게 예를 갖춰 고개를 숙인 데스를 보며 룬의 망토 끝자락을 당기며 재촉했다.

 

 "기사님도 얼른 가시지요"

 

 망했군. 룬은 생각했다. 아무리 자신이 엘린을 만난지 얼마되지 않앗다고 해도 저렇게 딱딱히 굳은 얼굴에 어색한 미소라니 누가봐도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 데스라는 사내가 속은것이 확실한가?

 

 룬은 발걸음을 빨리 하는 엘린 너머로 슬쩍 그 사내를 훔쳐보았다.

 

 하지만 발걸음을 옮기고 있어야할 사내는 자신들 쪽으로 걷고있었다. 아니 그모습은 뛰고있다는 표현이 맞는것이였다. 곧 눈깜짝할새 가까이 다가온 검푸른기사는 은빛검을 빼내들었다.

 

 챙-끼이이익

 

 “데스!!”

 반사적으로 검을 빼든 엘린은 룬을 향한 데스의 검을 힘겹게 막아냈다. 엘린과 대련할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그것은 살기였다. 버텨내는 엘림의 검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데스, 감히 이게 무슨짓이야"

 "먼저 묻겠습니다. 저자는 누구 입니까"

 "대답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잠시 무례를 범하겠습니다."

 

 데스의 말과 함께 검에서 푸른 검기가 흘러나왔다. 엘린이 피하려고 했을땐 이미 그의 검기가 자신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데스는 밀어내듯 그녀의 검을 부드럽게 흘려보냈다. 엘린은 미끄러지듯 땅으로 두어번 내뒹굴렀다. 엘린은 곧장 고개를 들고 데스에게 소리쳤다

 

 "안돼!! 데스-그에게 아직 확인할 것이 있단 말입니다!"

 

 룬은 어째서인지 움직이지 않는 발에 또 한번 죽음을 예상했다. 올해 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가는곳마다 총과 칼이 난무했다. 그리고 그게 어떻든 이름도 모르는 타지에서 허무하게 죽고싶지는 않았다. 그의 마음이 분출되듯 입에서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제기랄!!!"

 

 푸른빛이 연발 터지더니 데스의 검이 곧장 룬을 향해 다가왔다. 하늘 높이 치솟은 검이 망설임 없이 룬에게로 떨어지고 있었다. 검기에 눌린 엘린 조차 룬을 도와줄수 없는 상황이였다.

 

 쾅-

 

 무언가에 부딫히듯 강한 굉음과 함께 부서진 흙먼지바람이 엘린의 앞면을 강타했다. 엘린은 떠지지 않는 눈사이로 그 둘을 찾아해맸다.

 

 "...왕녀께서 꽤나 대단한 신입을 데리고 계시지 말입니다. "

 

 완벽한 비아냥 거림.

 

 흙먼지가 조금씩 걷히자 엘린은 경악에 사로잡혔다. 룬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선분행색의 반짝이는 빛 그것은 신수였다. 룬을 처음만났을때의 느꼈던 그 신수가 확실했다. 엘린이 경악한건 비단 그것 때문만은 아니였다.

 공격을 막아냈다. 대 스페이드 제국 에이스 랭커, 데스 로렌트의 신력을 말이다.

 

 곧 죽겠다고 생각한 순간 룬의 눈밑이 따끔해지며 무엇인가 룬의 주위를 휘감아쳤다. 그리고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아름다운 빛은 저 시퍼런 놈으로 부터 룬을 지켜주었다.

 

 "당신은... 역시.."

 

 엘린이 비척거리며 룬에게로 다가왔다.

 

 처음느끼는 신력에 경계심을 풀지 않은 데스는 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자신의 모든힘을 퍼부은 것은 아니였지만 충분히 살의의 목적을 가지고 내려친 검이였다. 그런 데스의 검기를 받아낼수 있는 자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다. 순간 무엇인가를 발견한 데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지긴 했지만 분명했다. 고위층 상위 랭크들만이 가질수 있는 문자 표식. 하지만 한번도 들어본적도 만난적도 없는 계급 표식임이 분명했다.

 

 "....JOKER(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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