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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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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6 화. 행복에 대한 욕심
작성일 : 17-07-18     조회 : 41     추천 : 0     분량 : 7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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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46 화. 행복에 대한 욕심

 

 

 

 성환은 아내와 저녁 식사 중이었다.

 

 그는 며칠 전 처음으로 세희에게 잘 지낸다는 연락을 받았더랬다. 왜 그동안 연락 없었냐는 그의 핀잔에, 해맑은 웃음으로 답하는 딸을 보니 더욱 서운한 그였다.

 

 자신의 소중한 딸인 만큼, 혼자 나가 사는 것과 연애는 신중하게 했으면 하는 마음에. 말만 엄한 투로 딸에게 신신당부한 것이었는데, 세희는 그게 내심 신경 쓰이고 무서웠나 보다. 어떻게 코빼기도 보이지를 않나.

 

 두 모녀가 아주 작당을 했다. 그는 세희에 관해 조금이라도 얘기해줄 마음이 없는 아내에게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대신, 시은이 자발적으로 세희에 관한 소식들을 털어놓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 동안은 사소한 얘기를 하며 가볍게 분위기를 이끌어 가던 시은이 과일을 내온 뒤,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의 얼굴은 성환이 그렇게 기다리던 딸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 직전이라 조금 긴장되었는지, 진지했다.

 

 시은이 알듯 말듯, 묘한 얼굴로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아직 세희가 누구를 사귀는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이 사실을 그에게 알려도 되는지가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애타게 궁금해 하던 딸의 소식이니 기쁜 마음으로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했다.

 

 “여보.”

 

 “응?”

 

 “세희,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죠?”

 

 성환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세희에 관한 이야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눈에 불을 켜고, 귀를 쫑긋 세운다.

 

 “응? 아니.. 내가 백 번 물어봐도 당신은 안 가르쳐 줄 거잖아. 그냥 당신이 얘기해 줄 때까지 기다리려고.”

 

 피식. 시은의 속으로 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궁금하면서 괜히. 그녀가 성환과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남편의 평소 습관 정도는 훤히 꿰고 있는 그녀였다.

 

 이럴 때는 꼭 말 잘 듣는 애 같다.

 

 “오빠, 안 궁금해요? 에이, 그럼 내가 괜히 말 꺼냈나? 지금 가르쳐주려고 그랬는데...”

 

 시은의 물음에 꼼짝 않던 성환이 움찔했다. 한참을 얌전히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점잖 떨던 성환이 그제야 솔직하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응? 아니, 아니야. 당신이 지금 가르쳐준다면 당연히 귀 기울여 들어야지. 귀한 딸에 관한 소식인데. 세희 잘 지낸데?”

 

 시은이 능글맞게 씨익 웃는다.

 

 “당신, 며칠 전에 세희랑 통화 했죠?”

 

 묻는 말에는 대답을 않고 엉뚱한 말을 꺼낸 시은의 의도를 모르는 성환이었다.

 

 “응. 그게 왜?”

 

 “세희 잘 지내요. 그리고... 우리 딸, 드디어 연애 한다고 그러네요!”

 

 시은은 두 손을 마주치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딸에 관한 소식 중 정말 축하해줘야 할 일에 기뻐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와 남자라고는 단 일 퍼센트도 모르는 딸이 드디어 연애를 한다.

 

 여자들만 보고 자란 딸이어서 남자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역시, 피는 못 속인다. 시은의 젊은 시절은 남자들이 끊이지 않는 삶의 연속이었다. 못해도 1년에 한 번은 남자로부터 고백을 받던 시은은 학창시절부터 모든 남성들의 우상이었단다. 비록, 성환에게 푹 빠져 그 고백들은 추억으로 끝이 났지만 말이다.

 

 순진한 딸이 어떤 남자를 만나, 어떻게 하고 다닐지가 내심 걱정은 되지만. 그건 조만간 연락 없이 딸의 집을 급습하면 될 일이니 차차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

 

 아까 낮에 세희가 집에 다녀갔을 때, 시은은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딸을 살필 겸 차분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지만. 겉으로만 중년의 엄마답게 점잖게 분위기를 잡고 있었지, 속으로는 지금처럼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해주고 싶었다. 남편과 함께.

 

 그런데.

 

 성환이 어째 조용하다.

 

 “......”

 

 

 성환은 아무 말 없이 눈만 깜빡였다. 방금 자신이 들은 말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다면, 세희가 남자를 만난다는 소리인데...

 

 그는 딸아이가 제게 약속한 말만큼은 철썩 같이 믿는 순진한 아버지였다. 세희는 7살 때 자기가 크면 아빠와 결혼할 거라고 그랬다.

 

 그것은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여느 부녀들이 흔히 나누는 대화였다. 그 딸아이도 성장하고 성숙하면 제 짝을 찾아 떠나버릴 텐데 말이다.

 

 “...여보...?”

 

 시은이 성환의 팔을 툭 쳤다.

 

 상념에서 빠져나온 그는 한숨을 푹 쉬며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당신이 한 말은, 세희한테 남자가 생겼다는 뜻이야?”

 

 우리 남편. 현실을 아직 제대로 못 받아들이고 있구나. 그의 얼굴이 뾰루퉁했다. 들이 닥친 현실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시은이 남편의 손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었다.

 

 “당신도 이제 그만 고집 부려요. 딸 사랑한다면서, 그 딸 혼자 늙어죽는 꼴 보기 싫으면 그냥 조용히 지켜보자구요.”

 

 “...누군데.”

 

 성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툭하고 내뱉었다. 아직 그 놈이 사윗감인지, 그냥 잠시 만나고 끝날 짧은 연애 상대인지는 모르지만. 내 딸이랑 만나는 그 놈은 꼭 한 번 보고 싶군.

 

 그의 물음에, 시은의 얼굴이 애매해졌다.

 

 “아... 그건 나도 잘 몰라요.”

 

 “뭐?! 걔가 본인 입으로 직접 그렇게 얘기했어?”

 

 시은은 예민하게 반응하는 성환을 다독거리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어쩜 저리도 딸에 관한 말이라면 얌전하던 성질이 호랑이처럼 변하는지. 오래 살아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 눈치를 보니까 회사 사람인 것 같은데 자세히 얘기를 안 하네 애가.”

 

 뭐라 한 마디 하려던 성환의 속을 짐작한 시은은 선수를 쳤다.

 

 “재희는 아니니까 오빠도 신경 좀 써야 할 거에요.”

 

 성환이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뭘 알아야 신경을 쓰든가, 말든가 하지.

 

 시은이 뭔가를 작당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조만간 세희 집에 깜짝 방문을 할 건데, 그때 가보면 걔가 누구를 만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지 않겠어요? 세희, 아까 당신 들어오기 전에 잠깐 왔다갔는데 자기가 꼭 그 남자 데려올 테니까 더는 묻지 말라면서 딱 잡아떼더라고. 내 딸이지만 조금 낯설더라.”

 

 시은의 속을 모르는 성환은 언제나 딸아이 편이었다.

 

 “그럼, 기다려줘야지. 왜 가려고?”

 

 시은이 이거 왜 이러냐는 표정으로 그를 밉지 않게 흘겨봤다.

 

 “에헤이, 이 아저씨야. 나도 지금 이게 정말 오지랖인 것 정도는 알아요. 근데 부모 된 입장에서 혼자 사는 딸이 좀 신경이 쓰여야지. 게다가, 요새 세상이 워낙 험해서... 그냥 한 번 가서 눈으로 확인해 봐야 안심이 될 것 같아.”

 

 성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서 하라고 하자, 시은이 그에게 다가와 살갑게 군다.

 

 “이제부터 세희에 관한 소식은 바로바로 얘기해줄게요. 딸이랑 맺은 동맹은 목표를 달성했으니 됐고. 이제 다시 당신이랑 나랑 단단히 뭉쳐요. 알지? 난 당신 사랑해요. 세희를 아끼는 만큼.”

 

 성환은 그런 시은이 여전히 사랑스러운 듯, 눈에서 하트가 넘쳐나고 있었다.

 

 

 ***

 

 

 세희는 지원이 계획 없이 채워 넣은 냉장고 속의 식재료들로 다양한 음식들을 만들어 보였다. 실력 좋은 일류 셰프(chef)처럼 거창하고 화려한 요리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집 밥의 참 맛이 무엇인지 정도는 지원에게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솜씨였다.

 

 지원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저녁 준비를 해나가는 세희를 비스듬하게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나 집중을 했으면,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일일이 반응하는 그의 눈길에 꼼짝도 않는다.

 

 그는 부엌에서 처음 느껴보는 따뜻한 온기에 가슴 한 쪽이 저릿해졌다. 그 온기는, 식사 준비로 달아오른 세희의 열정과 그녀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의 가족은 항상 식사 시간이라는 정해진 시간에 각자의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필요’에 의해 식탁에 모여 앉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혼자 식사를 해결할 때도 많았기 때문에 가족들 사이에 오고 가는 정(情)이란 것을 느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큰 누나 희연과 작은 누나 혜빈이 식사 자리에 함께 있으면, 그녀들과 웃고 떠들면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모자라기만 한 게 정(情)이었다. 그가 세희와 함께 갔던 할매 국밥에서 그렇게 열심히 밥을 먹은 것도 그 정(情) 때문이었다.

 

 그 할머니가 손수 지으신 밥과 반찬에는 만든 이의 정성이 듬뿍 들어가 있으니까. 먹는 사람의 든든한 한 끼를 위한 사랑이.

 

 그가 먹었던 형식적인 식사와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지원은 강 회장의 관심을 받기 위해 매일 치장에 신경을 쓰는 문 여사에게 바란 것이 딱 한 가지 있었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어머니, 문 여사가 직접 만든 따뜻한 밥 한 끼가 먹고 싶었다.

 

 문 여사가 해주지 못했고,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그 소중한 것이 세희의 손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었다.

 

 준비가 끝났는지, 세희가 지원의 팔을 끌어 식탁에 앉게 했다.

 

 “후아~ 다 끝났다. 사장님이 재료를 너무 많이 이것저것 들여놓으시는 바람에 시간도 많이 걸렸고, 손도 많이 갔어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요. 음식 남기면 벌 받는댔어요.”

 

 지원은 식탁에 앉아, 그릇에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과, 큰 반찬 통에 담긴 몇 가지 찬들을 쳐다보았다. 보기만 해도 절로 군침이 도는 색과 향에 절로 젓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젓가락을 움직여 도톰하고 푹신한 계란말이 덩어리 하나를 집어 올렸다.

 

 그 모습을 세희가 흐뭇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때요...?”

 

 그는 세희와 눈 한 번 마주치치 않고 식사에만 집중했다. 그는 세희가 정성껏 만들어낸 된장국을 한 숟갈 떠먹었다.

 

 “맛..있어.”

 

 무뚝뚝한 그의 표정과는 달리, 그가 한 말은 진심이 가득 담겨있는 것도 모자라 짠한 느낌을 자아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된장의 담백한 맛과 그 온기에 속에서 뭉클한 감정이 피어난 탓이었다.

 

 “사장님, 드시면서 제 설명 들으세요. 이상하게 사장님 냉장고에는 재료들만 가득 있지, 반찬들이나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조금 무리해서라도 이렇게 만들었는데 이건 두 끼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의 카레. 그리고 이 큰 통에 있는 반찬들은 매일 챙겨서 드시라고 만들었어요. 새송이 버섯볶음, 샐러드 만들어서 드시라고 양상추랑 양배추 손질도 해놨구. 아, 카레는 내일 저녁이랑 모레에 한 끼로 드세요. 내일 아침에는 이거. 볶음밥 드셔야 해요. 좀 많이 했는지 계란말이 만들고 나서 야채가 남더라구요.”

 

 지원은 열심히 그의 식사에 대해 설명하는 세희를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는 항상 내게 주기만 하는구나. 자신 혼자 텅 빈 공간을 채워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원은 맞은편에 놓인 세희의 수저를 들어 그녀의 손에 꼭 쥐어주었다.

 

 “알았으니까 너도 이제 먹어. 이거 만드느라 힘들었잖아.”

 

 그는 그러고서 세희가 심혈을 기울여 튀겨낸 돈가스를 잘라 한 입 베어 물었다. 음식은 만든 사람 닮는다더니, 바삭하게 톡톡 살아나는 식감이 그녀처럼 상큼했다.

 

 “돈가스는 괜찮아요?”

 

 세희도 돈가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응. 어떻게 이렇게 잘 해?”

 

 세희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저희 엄마가 요리를 잘하시거든요. 저도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해서 몇 번 하다 보니 손에 밴 것 같아요. 자꾸 하다보면 습관처럼 익숙해지니까. 아! 다음에는 제가 본가로 가서 엄마가 담그신 김치 들고 올게요! 오늘은 김치가 없어서 준비를 못했어요.”

 

 지원이 아이처럼 자랑스럽게 얘기를 하는 세희를 보며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스럽다. 그의 집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그녀의 모습도, 저렇게 아이처럼 어깨에 힘을 주는 그녀의 모습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앞으로도 매일 이런 시간들이 있었으면 좋을 만큼.

 

 세희와 함께.

 

 

 ***

 

 

 세희와 지원은 처음으로 싸우는 중이었다.

 

 연애 또한 사람 관계라, 안 싸울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났는데, 만나다 보면 서로의 의견이 다를 때가 분명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남들이 싸우는 흔한 이유가 아니라 정말 사소한 것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것이었다.

 

 싸움이라기보다는, 누가 의견을 굽히느냐 마느냐의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것은, 바로.

 

 설거지.

 

 지원은 음식을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힘들었고 고마운 것이니, 세희 보고 쉬어라는 입장을 내세웠고.

 

 세희는 그에게 지지 않고 남의 집에 놀러 와서 헝클어 놓고 가기는 싫다며 어서 고무장갑을 내어달라는 입장이었다.

 

 승자 없는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누가 이길까?

 

 지원이 세희의 의견을 존중해주고자 순순히 고무장갑을 내어주었다. 그는 평화를 유지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사장님은 식탁 정리 해주세요.”

 

 달그락 달그락.

 

 지원은 소매를 걷어 붙였다. 그는 반찬통을 냉장고에 넣고 다 먹고 바닥을 드러낸 그릇들을 개수대에 내려놓은 뒤 식탁에 기대어 설거지를 하는 세희를 뒤에서 쳐다보았다.

 

 자신과 그녀의 키 차이가 제법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뒤에서 이렇게 그녀를 보고 있으니 세희가 참 작아 보인다.

 

 그는 큰 걸음으로 단 번에 그녀에게로 걸어가,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세희가 그에게 나누어주는 온기는 무시할 수 없었다.

 

 세희의 움직임이 멎었다. 세차게 흘러나오는 물소리만이 그들의 귓가를 가득 채웠다.

 

 지원이 세희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피부에 닿은 그의 뜨거운 입술에, 닭살이 오소소 돋아났다.

 

 시원한 물소리보다 더 담백하고 듣기 좋은 지원의 목소리가 세희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오늘 고마워. 네 말대로 집 밥, 참 좋은 거였네. 몰랐어... 정성스레 지은 밥 한 번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넌 두 번이나 내 소원을 들어줬어.”

 

 “두 번이라니, 무슨 말이에요?”

 

 “할매 국밥에서 먹었던 한 끼. 그 한 끼 역시 만든 이의 정성이 가득했었거든. 그래도 오늘 네가 해 준 밥이 더 맛있었어. 같이, 매일 식사하고 싶다.”

 

 “......”

 

 맛있게 먹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매일 같이 밥을 먹자는 그의 말에 세희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설거지를 하는 세희의 움직임을 다시 멈춘 것은 지원의 도발적인 행동 때문이었다.

 

 지원이 세희의 하얀 목덜미에 붉은 입술을 묻었다. 제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그녀의 곁에 왔던 그는, 폐부 가득 들어온 그녀의 향기에 정신이 아찔했다.

 

 그가 내뱉는 뜨거운 공기와 드러난 피부에 입을 맞추는 움직임 탓에 척추를 관통하는 아찔함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처음 느껴보는 그 야릇한 감각에, 더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한 세희는 단호한 목소리로 그를 제지했다.

 

 “사장님... 여기서 멈추세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녀 역시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원은 탁한 한숨을 내쉬며 세희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하... 놀랬다면 미안. ......좋다.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신혼부부 같다. 결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지 않았는데 다시 생각해봐야겠어.”

 

 그는 이미 결심이 선 상태였다. 다만, 세희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소중하여 욕심이 늘어났을 뿐. 행복에 대한 욕심은 그의 마음에 조급함을 가져다주었다.

 

 될 수만 있다면 자신의 발목을 잡는 일들을 빨리 마무리 짓고 싶었다.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지만, 낮게 가라 앉아 있었다.

 

 “......”

 

 “그래서 말인데, 내일부터 나랑 같이 있자. 우리 집에서.”

 

 그는 목소리로 사람을 홀리게 할 수 있나 보다. 세희의 귓가로 흘러들어온 낮고 섹시한 음성에 그녀의 귓가가 빨개졌다. 그녀는 끼고 있던 고무장갑을 후다닥 벗겨낸 뒤, 외투를 들고 현관으로 달려 나갔다.

 

 “이.. 이거 다 했으니까 아이스크림 사 먹으러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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