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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간장공장
작가 : 오둥
작품등록일 : 20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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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_ 이 모든일은 100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작성일 : 17-07-06     조회 : 390     추천 : 0     분량 : 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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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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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100원, 200원에 울고 웃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가지고 있는 돈은 800원, 신희는 눈앞에 적혀있는 삼각김밥의 가격이 900원인 것에 좌절하고 발길을 돌린다.

 

 혹시나 편의점 옆 자판기 주변에 실수로 떨어뜨린 100원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변을 서성거려보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것은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다.

 

 남들은 우습게 생각할 수 있는 돈이 절박해지는 순간이다.

 

 고등학교 3년간 인생에 새겨진 글이라고 컴퓨터활용능력 2급과 고졸 학력이 전부이다.

 

 누가 나를 데려가서 쓴단 말인가?

 

 이 세상에서 나만큼 쓸모없는 사람이 있겠냐는 생각에 좌절하기 시작한다.

 

 정해놓은 꿈이라곤 없이 그저 남들이 정해놓은 이정표대로 살아온 20년.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20살이라는 패기 외에는 없다.

 

 

 따르르릉 --

 

 

 그녀의 인생처럼 무채색 같은 통화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하아... 여보세요"

 

 "야 간신희 뭐하냐 ~ 전화도 아주 간신히 받네"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수화기 너머에서는 행복한 멜로디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제야 미소가 조금 지어지기 시작한다.

 

 "풋... 아까 한 통 못 받았다고 그러냐?"

 

 "아아아 몰라 몰라 됐고, 보고 싶다. 취직 준비는 잘돼가?"

 

 조민혁, 신희의 십년지기 친구로 주변에서 흔히들 일컫는 남자 사람 친구다.

 

 늘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평소에 주변 사람을 잘 챙긴다.

 

 " .....아니..아직도 일 구하는 중이야. 나도 얼른 취직하고 싶다 하하"

 

 방금 나온 미소는 진심이 아닌 실소에 가까웠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취직하기 시작하는데, 스스로만 부족하다는 열등감에서 우러나온 대답이었다.

 

 "그래? 딱히 생각해둔 일자리 없으면 우리 공장 올래? 선정이도 같이하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오기 전까지는 먼저 다가가는 법이 거의 없는 신희에게는 고등학교의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바로 이선정, 조민혁이다.

 

 이 둘과 함께하는 일자리라니 신희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장..?일 힘들지 않아?:

 

 "공장도 다 사람 사는 곳이야. 할만해. 주말, 야간, 추가적인 근무수당 다 챙겨 줘. 마음먹고 여기서 2~3년만 버티면 조그마한 원룸 집 전세 정도는 구할 수 있을 거야. 나도 그거 바라보고 시작했고.."

 

 "..."

 

 "같이 잘해서 벌어보자 신희야"

 

 지금 당장 눈앞에 백 원이 아쉬웠던 소녀에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있었겠는가?

 

 그의 제안은 달콤했고 그녀를 흔들기에 충분한 여지가 있었다.

 

 "그래..?"

 

 "마침 빈자리 많이 나서 사람 구하고 있어 웬만하면 받아 줄 거야."

 

 눈앞에 취직이 보이기 시작하자 더 고민할 이유가 없어진 신희는 망설임 없는 대답을 이어갔다.

 

 "조건 좋네. 그래 한 번 너희 회사 면접 볼게"

 

 "어..어어???진짜? 너 진짜지? 아아 너무 좋다 내 사랑"

 

 "너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진짜 좋은 걸 어떡해. 아 너 들어오면 같이 원룸 주변 돌아다니고~ 밤에는 치맥 파티도 하고~ 매일매일 너 얼굴 보면서 점심 먹고~"

 

 "얼씨구 김칫국 그만 드시고 오늘 면접 연습 좀 하게 도와줘"

 

 "알겠어~ 그럼 예몽동 삼거리로 나올래? 우리도 곧 도착해"

 

 "응 이따 보자"

 

 신희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던 자신을 인정해 주는 곳이라니.. 감격스럽기 그지 없었다.

 

 기쁜 마음에 세상이 모두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한다.

 

 싫어했던 비둘기마저도 귀여워 보이는 마법의 순간이 펼쳐진 것이다.

 

 어서 친구들을 만나 기쁜 마음을 공유하고 직장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상상에 기분이 좋아진 신희는 버스 정류장에서 본인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버렸다.

 

 그때 뒤에서 앓는 소리가 났다.

 

 너무나도 익숙한 소리에 본능적으로 뒤를 바라보았다.

 

 "아구구..."

 

 "어라? 할머니~"

 

 신희네 옆집에 거주하셨던 장 할머니로 집에 부모님이 안 계시면 종종 놀러 가서 함께 세월을 보냈던 소중한 인연이다.

 

 "오메 신희 아니냐"

 

 자식을 끔찍이도 아끼는 장할머니는 반찬이 가득든 큰 짐을 전달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은 이고 다니신다. 구부러진 허리가 오늘따라 안쓰럽게 느껴질 만큼 짐의 부피가 크다.

 

 "또 짐을 이렇게 많이 들고 다녀요? 저주세요"

 

 "고맙다. 늙은이가 괜히 나와서 젊은이한테 패만 끼치는 거 같구나"

 

 "무슨 그런 소릴 하셔요. 어 버스 왔다 어서 타요"

 

 여기서 예몽동 삼거리 까지는 버스로 15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하지만 가는 길이 워낙 험해서 웬만해서는 다들 버스를 타고 다닌다.

 

 길은 구불구불하며 과속방치턱이 많이 설치되어 있어 버스 기사도 애를 먹는 길 중 하나이다.

 

 하필 퇴근 시간에 타버려서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할머님이라도 편하게 안내해 드리고자 노약자석이 있는 의자 손잡이 쪽을 겨우 내어드렸다.

 

 얼마 안 되는 길이지만 구부러진 허리의 노인이 감당하기에 쉬운 길은 아녔다.

 

 "아구구 오늘 사람이 많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할머니가 손잡이를 잡고 있는 곳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니 새파랗게 젊은 놈이 앉아있다.

 

 심지어 이어폰까지 끼고 당당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뻔뻔하기 그지없다.

 

 망설이던 장 할머니는 조심스레 말을 걸어본다.

 

 "저기..젊은이.. 미안한데 자리 좀 양보해줄 수 있을까"

 

 "...."

 

 "아이구..후우우.."

 

 이 젊은이는 들을 생각이 없는지 못 듣는 것인지 가만히 앞쪽만 응시하며 장 할머니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기 시작했다.

 

 신희는 원래 이런 상황에 잘 나서는 성격은 아니나 할머니의 구부러진 허리가 오늘따라 안쓰럽게 느껴지기 시작하자 함께 거들었다.

 

 "저기요"

 

 가볍게 어깨를 톡톡 치며 대화를 이어가려 하였으나 힘껏 음악 소리를 올리며 거절의 제스처를 취하였다.

 

 록 음악 소리가 버스 안을 물들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신희는 그놈의 이어폰을 슬쩍 빼고 할 말을 이어나갔다.

 

 "죄송한데 할머님께서 몸이 안 좋으셔서 서 있기가 어려우시거든요~ 잠시만 자리 좀 양보해 주실 수 있나요?"

 

 신희 딴에는 최소한의 예의와 최대한의 밝은 미소를 더 해 건넨 말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왜요?"

 

 벙찌게 만드는 그놈의 한마디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머나.. 젊은 놈이 싹수없이 없이.."

 

 "요즘 젊은것들이란...으휴..."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반응에 심기가 불편해진 그놈은 앞에서 괜히 본인을 건드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이 여자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신희 역시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으며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앞서기 시작했다.

 

 "하..따지고 보면 여기 노약자석인데 신체 건장하신 분께서 앉아 있는 게 이상한 것 같은데요??"

 

 "니가 뭘 안다고"

 

 "아니 지금 반말한 거예요?"

 

 둘 사이의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고 버스 안의 술렁거림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이들의 대화는 록 음악처럼 거칠고 격하다.

 

 “반말하면 어쩔..”

 

 “어어어어?”

 

 그놈은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말을 마치는 그 순간 버스가 급정거를 시작했고, 신희의 몸이 휘청거림과 함께 손은 그의 뺨에 정확하게 맞닿았기 때문이다.

 

 짜악-

 

 록음악보다 신명 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일제히 멈추는 그야말로 숨 막히는 순간이 되었다.

 

 아무도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으며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그놈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한참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그놈은 그제야 자신이 어떠한 일을 당했는지를 알겠다는 듯이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였다.

 

 “야 !!! 너 아까부터 뭐야!!!!누군 서 있기 편해서 앉아있어??”

 

 “아니 싸대긴 진짜 실순데..”

 

 말 그대로 실수가 맞았다. 그런데도 신희는 그의 뻔뻔스러운 행동울 도저히 용설 할 수가 없었다.

 

 “그보다 너 어디서 배워먹은 인성이야? 처음 보는 사람한테 반말이나 하고 말이야!!”

 

 점점 소리가 격해지자 보다 못한 기사 아저씨 입에서 큰소리가 나왔다.

 

 “아니 뭐하는 겁니까? 싸울 거면 나가서들 싸워요!!!!!! 아 빨리 내려요”

 

 안 그래도 사람이 부대껴서 더운 환경 속에서 논란의 중심인 두 주인공은 버스 안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문이 슬며시 열리고 그놈이 드디어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다.

 

 그리곤 신희한테만 들리게 속삭이듯 말했다.

 

 “미친년”

 

 이 한마디에 신희는 머리가 돌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례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따지고 보면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소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신희 역시도 버스에서 따라 내렸다.

 

 “야”

 

 “야아?”

 

 아무리 봐도 자신보다 한참은 어려 보이는 사람 입에서 나온 야 소리에 그놈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래 야.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기도 싫다.”

 

 “너 진짜 내 눈에 한번더 띄기만 해봐라.재수가 없으려니까”

 

 “너야말로 눈에 띄지 마 오늘 제대로 똥 밟았네 별 거지 같은 인성을 봤나”

 

 “딱 봐도 할 짓 없어 보이는 백수 같은데~ 그렇게 심심하면 일을 하던지”

 

 “뭐?”

 

 “풋...”

 

 기분나쁜 미소를 지으며 사라진 그놈 뒤에다가 대고 속으로 수십번의 욕을 외치는 신희였다.

 

 힘껏 열이 받아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뒤에서 큰 소리가 났다.

 

 “워”

 

 “끄아아아악”

 

 놀래는 것에 약한 신희는 뒤에 있는 사람의 머리채를 쥐어 잡기 시작했다.

 

 “야야야 놔놔”

 

 이성을 되찾았을 때는 이미 신희의 오랜 친구 선정이와 민혁이가 머리채를 빼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으어 미안.. 하지 마라니까 이런 거”

 

 “그래도 재밌는 걸 어떡하냐”

 

 선정이의 아이스크림이 옷에 뚝뚝 떨어지고 입가에 질질 흐르기 시작했다.

 

 “됐어. 넌 입이나 닦아라”

 

 “푸하 내가 더럽냐. 아니 그보다 너 아까 주임님이라는 어떻게 아는 사이야?”

 

 선정이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대답에 신희는 놀라는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전에 네가 대화 나누던 분 우리 공장 주임님이시잖아. 알고서 대화 나눈 거 아니었어?”

 

 지금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이스크림처럼 그저 흘러가는 말이길 바라보지만 민혁이가 한 번 더 확인 사살을 시켜주었다.

 

 “오잉? 아 ~ 너는 한 번도 본 적 없겠구나”

 

 “뭐?”

 

 “아냐~ 저 사람이 면접에만 안 나오면 되지”

 

 “그 사람 면접도 봐?”

 

 “어음... 글쎄 모르겠는데”

 

 속으로 망했다가 백번 외쳐지기 시작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오늘따라 야속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면접날-

 

 “3번 간신희씨 입장할게요.”

 

 어제저녁 선정이와 민혁이와의 연습을 통해 얻은 것은 딱 한 가지였다.

 

 그냥 무조건 웃자. 성실하고 열심히 한다는 것만 어필한다면 공장에서는 크게 바라는 점이 없으므로 사람 좋은 인상만 남기자는 게 결론이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변수.

 

 버스에서 봤던 그놈에 대한 대처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그만큼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장에 입장하며 어제 연습한 대로 당당히 면접실을 입장했다.

 

 “안녕하십니까. 간신희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위를 힐끗 봤다. 왼쪽부터 쭉 살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자마자 바로 눈이 마주치는 한 눈동자.

 

 아. 어제 버스에서 신희를 기분 나쁘게 쳐다봤던 그 미소가 정녕 맞다.

 

 야속하게도 면접자 팻말 앞에는 또렷한 글씨가 새겨져 있다.

 

 설비 관리자. 한 빈

 

 신희를 한참동안 응시하던 그의 입이 드디어 떨어졌다.

 

 “우리 구면이네요. 간신희씨?”

 

 기분나쁜 미소와 함께 면접실은 차가운 공기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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