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영웅환상곡
작가 : 하이아라키
작품등록일 : 20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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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롯이 저항해내다.
작성일 : 17-07-11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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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시킨 짓이냐?"

 

 사내는 욱신거리는 오른팔의 통증을 참아내며 대검을 곶추세우고는 정면에 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자들에게 소리쳤다.

 그들은 정교하게 벼려진 날의 검을 들고 있었으며 갑옷같은 것을 입고 있지는 않았다. 스물에서 서른 명 정도의 병력으로 구성된 잘 훈련된 전투 요원임에 틀림없어보였다.

 사내는 그들 중 몇 명을 쓰러뜨리고는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상부의 지시가 있었을 뿐이다."

 중앙의 한 사내가 덤덤하게 말했다.

 

 "왕국이 얼마남지 않은 영웅족을 그 뿌리까지 찾아내 모두 말살하려 한다는 사실이 뜬 소문이 아니었구나. 도데체 정치판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우리를 말살해 무엇을 얻어 가겠다는 말이냐? 우리는 훈련조차 받지 않아 그저 일반인과 다를바도 없단 말이다."

 

 "이유를 묻지는마라. 어차피 우리는 돈을 받고 의뢰를 수행하는 일개 길드에 불과하니까"

 

  '이제 얼마 남지도 않는 영웅족을 모두 말살해 초월족의 창궐을 막겠다는 건가?'

 사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는 당당히 말했다.

 

 "천년 전쟁으로 잃어버렸다가 다시금 되찾은 기득권의 안식을 또 다시 잃어버리기 싫어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이는 것이라면 누가 되었던간에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것이다."

 

 사내의 두 눈이 의지로 불타오르자 그를 마주하던 자들이 조금 움찔거렸다.

 

 "용서하지 않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그저 무기력하게 당하면 그걸로 끝인것이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운명인것이다."

 

 부대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서며 받아쳤다.

 

 주변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사내가 도착하기전에 이미 마을이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 일지도 모를 초월족의 후손들이 모두 이렇게 덧 없이 죽임을 당했다.

 

 "개만도 못한 새끼들~"

 

 사내는 그렇게 뇌까리고는 대검을 반 시계방향으로 회전시켰다.

 그러자 곧바로 거대한 검풍이 일더니 주변 대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칫! 성위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방심했군! 경계하라, 최소 4성위를 지닌 실력자다."

 

 다소 느슨한 자세를 취하던 병력들이 일사분란하게 제대로 된 전투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휘돌리던 대검을 멈추고는 적진으로 뛰어 들었다.

 쾌속의 움직임은 아니었지만 제법 빠르고 날카로운 대쉬였다.

 사내는 돌진하던 기세를 몰아 그대로 검을 들어 올렸다.

 사내의 기세에 놀란 병력 몇 명이 정면에서 검풍을 막아 보려 했으나 그대로 휘말려 공중으로 떠올랐다.

 사내는 놓치지 않고 수직으로 뛰어 올라 공중에서 수 차례 검을 휘둘러댔다.

 둔탁한 소리가 몇 차례 울리더니 솟아 올랐던 병력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전황을 지켜보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직접 나설 수 밖엔 없겠구나, 일반 길드원들이 영웅족의 스킬 공격을 당해낼리 없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는 허리춤에서 곤봉 같은 것을 꺼내 양손으로 들었다.

 주로 권법가 들이 다루기 쉽게 조각 된 무기로 권갑과는 착용하는 형태와 방식이 달랐다.

 

 사내는 짐짓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는 시선을 돌렸다.

 어느틈엔가 날카로운 빛줄기가 사내의 귓전을 스치고 지나갔다.

 

  '매섭다.'

 

 사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 싸움에서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사내가 자세를 잡자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재차 뛰어 들어 공격을 해왔다.

 사내의 길고 두터운 대검으로는 가볍고 빠른 기습형 무기를 대응하기가 꽤나 어려웠다.

 이윽고 몇 차례 무기를 튕겨 내자 공속차에 의한 어쩔 수 없는 빈틈이 생기고 말았다.

 사내는 아차 싶어 대검을 회수했다.

 그러나 이미 상대의 무기가 대검 사이를 뚫어 빠른 속도로 찔러 들어오고 있었다.

 

 틈새를 노려 완벽한 공격을 펼쳤다고 생각한 찰나의 순간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는 자신의 주변으로 어떤 압박이 가해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진공속박'

 

  ' 이걸로 확실해졌군, 최소 4성위 이상의 실력자다.'

 

 그러나 우두머리는 대기의 압박을 뿌리치고 그대로 양손을 사내의 복부로 찔러 들어갔다.

 

  "크~학"

 

 사내는 쓰러지거나 내동댕이쳐지지는 않았지만 수십미터나 뒤로 밀려나가다 멈처 선 뒤 크게 피를 토하고는 무릎을 꿇었다.

 

  "진공속박을 끊어 낼 정도의 실력자였단 말인가? 그래봤자 정부의 개지"

 

 사내는 경탄을 하더니 곧바로 대검을 짚고 일어섰다.

 길드의 우두머리가 신호를 보내자 남아 있는 병력들이 일제히 사내를 향해 돌진했다.

 사내는 사방에서 찔러오는 검 공격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아마도 방금전의 공격으로 상당한 내상을 입은 것 처럼 보였다.

 

 길드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는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듯 자세를 다잡았다.

 

  '끝이다. 이걸로 또 하나의 의뢰를 해결하게 된다.'

 

 우두머리는 잠시 집중하더니 양손을 펼쳐 무기를 다잡고는 사내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사내는 사방의 공격을 뿌리쳐 내면서도 멀리서 빠른 속도로 돌진해 오는 인기척을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도저히 자신의 대검으로 이번의 공격을 막아 낼 자신이 없었다.

 질 리 없다고 생각했던 사내의 자신감이 오판과 오만으로 바뀔 찰나였다.

 

  '챙~'

 

 순간이었다.

 5명의 병력들이 일제히 검을 놓친채로 손을 부여잡았다.

 상당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는 가까스로 지금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공격하면서도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수비였다.

 

 "왠놈이냐?"

 

 "네 녀석따위가 알아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게냐?"

 

 우두머리와 사내, 그리고 모든 병력들이 일제히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내 뿜으며 한 청년이 서 있었다.

 

 사내는 도통 자신을 구해준 자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길드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는 청년의 정체를 알아차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루 칸 길 드"

 

 "우리 길드도 이제 제법 명성이 오르긴 올랐나보군, 라르곤 우선 저 무모한 사내를 좀 부축해주게"

 

 라르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수선한 틈을 타 사내를 부축해 안전한 곳으로 옮겨 두었다.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길드의 우두머리는 의뢰를 수행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다급해졌다.

 

 "루칸 길드가 이곳엔 무슨일이지? 길드간 의뢰 방해는 길드간 규약 외에도 국법으로도 금지되어 있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난 오늘 길드 자격으로 이곳에 온 게 아니거든"

 

 순간,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인상을 지푸렸다.

 청년은, 아니 루칸 길드의 길드마스터 '루소'는 천천히 우두머리의 앞으로 걸어 왔다.

 대기가 심하게 요동치자 버티지 못한 병사들이 그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길드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만이 가까스로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지는 못할 것 처럼 보였다.

 우두머리의 귀와 코에서 붉은 피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이것은 진공속박 따위가 아니야. 끊어 낸다고 용을 쓸스록 몸이 더 망가질 뿐이지."

 

 루소가 경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길드의 우두머리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코와 귀에서 피를 쏟는 와중에도 진공속박을 끊어내기 위한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쿠앙'

 

 순간 사내의 몸이 터져 공중으로 흩뿌려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멀리서 전황을 시켜보던 병력들이 상황을 직시하고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루소의 검이 그들을 가만 두지 않았다.

 

 순식간에 잔여 병력을 모두 처리한 루소는 아직까지 상황파악을 못한 채 얼떨떨한 상태로 전투를 지켜보던 사내에게로 다가왔다.

 

 "당신이로군, 초월족의 마지막 후손이"

 

 루소는 사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마치 아버지의 눈을 보는 것 같았다.

 사내는 진이 다 빠졌는지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그제서야 루소도 눈을 뗄 수 있었다.

 

 "라르곤, 약속 장소로 이동하자."

 

 여기저기 시체가 나뒹굴던, 온전한 것이 하나도 남지 않은 마을을 뒤로하고 그렇게 남아 있는 자들이 모두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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