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것은 누구의 것인가.
작가 : 이건대체정말
작품등록일 : 2017.7.6
  첫회보기
 
3.그의 호기심
작성일 : 17-07-11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4674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기관차 안으로 들어서자 힐끔 우리 둘을 본 기사는 이내 우리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 이후 내 자리로 슬그머니 돌아가자 아까까지만 해도 잠을 청하고 있던 스텐씨가 어느새 눈을 뜬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돌아왔나? 어디 갔었는지 물어봐도 되나?”

 

  “잠시 바람이라도 쐬러 갔다 왔는데 언제 깨신 거예요? 혹시 제가 나가며서 깬 건가요?”

 

  “얼마 되지 않았다만… 그보다 옆에 있는 사람은?”

 

 

  그의 물음에 나는 힐끔 이슐란을 바라본다. 그러자 그는 특유의 여유 로운 느낌이 드는 미소를 지으며 슬쩍 앞으로 나선다.

 

 

  “저는 옆 자리에 앉아있던 이슐란입니다. 별 건 아니고 여기 아가씨… 그러니까…”

 

  “아, 저는 레나에요.”

 

  “아아, 레나씨가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혹시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따라붙은 사람입니다만.”

 

  “좋은 물건?”

 

 

  이슐란의 말에 스텐씨의 시선이 나에게 온다.

 

 

  “이야기 하지 않았었나요? 이래 뵈도 저는 연금술사거든요. 이슐란씨가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 구경이라도 하라는 마음으로 부른 거예요.”

 

  “…그렇군.”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스텐씨가 슬쩍 손을 뻗더니 자신의 짐이 담긴 가방을 들어올려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다.

 

 

  “아, 감사합니다.”

 

  “별로…”

 

 

  슬쩍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는 이슐란의 말에 슬쩍 고개를 돌리며 무심한 듯 대답하는 스텐씨, 음, 뭔가 부끄러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럼 구경해보도록 할까요.”

 

 

  방금 전까지 스텐씨의 가방이 있던 자리에 앉은 그의 말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을 열었다. 그러자 시험이나 시험이나 시험 준비 등으로 인해 만들어 둔 물품들이 잔뜩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오!”

 

  “쓸 만한 것이 보이나요?”

 

  “모르겠어. 일단 리액션이라는 것부터 하고 보는 거지.”

 

  “리액션?”

 

  “상인의 필수 기술 중 하나야. 상대의 기분을 맞춰서 높은 이익을 버는 거지.”

 

  “그걸 말해줘도 되는거에요?”

 

  “괜찮아. 딱히 공적인 일을 하는 건 아니니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그는 내 가방을 마치 자기 가방처럼 뒤지더니 이내 몇 가지 물건을 꺼내든다.

 

 

  “오오, 꽤 좋은 것들이 있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근데 이건 뭐야. 같은 물건 같은데 딱 봐도 질의 차이가 나는데.”

 

 

  그러면서 그는 두 개의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동시에 꺼내든다. 약간 금색과 보라색이 위 아래로 섞이지 않고 떨어져있는 특이한 물건인데 엘라니엔이라고 하는 물건이다. 자체로는 아무 능력도 없는 물과 같은 것이지만 이런 저런 조합에 자주 등장하는 중간 매개체랄까?

 

 

  “아, 한쪽은 그냥 집에서 만들어 둔 거고, 다른 쪽은 시험 때 만든 거거든요.”

 

  “아아, 그럼 이쪽이 시험에서 만든 거겠네. 딱 봐도 색이 좋아 보여.”

 

 

  마치 여러 색이 섞인 것처럼 탁한 느낌이 드는 왼쪽과 다르게 순도가 높아 보이는 깔끔한 금색과 보라색으로만 이루어진 오른쪽을 들어 올리며 말하는 그를 보며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반대에요. 왼쪽이 시험 때문에 만든 것, 오른쪽이 집에서 만든 거죠.”

 

  “정말? 믿을 수 없어. 진짜 이쪽이 시험에서 만든 거야? 내가 보기에는 1차에서 떨어져도 할 말이 없는 것 같은 수준인데.”

 

  “…연금술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라 할 말이 없는데 그 물건은 색이 탁할수록 좋은 물건인가?”

 

  “아, 그런 거야? 그럼 말이 되는 것 같네.”

 

 

  이슐란은 물론 스텐씨까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마 저 물품에 담긴 비밀을 알면 놀라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뇨, 당연히 색이 좋은 게 좋은 물건이죠.”

 

  “색이 좋은 게 좋다고? 그럼 레나는 이런 좋지도 않은 물건으로 시험을 통과했다는 거야? 그게 가능해?”

 

 

  좋은 말로 순화했지만 부정이라도 한 것 아니냐는 듯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슐란의 말에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하였다.

 

 

  “별 거 아니에요. 다만 시험장에서는 한정된 재료를 쓸 수밖에 없는 법이죠.”

 

  “아, 일부러 좋지 않은 재료를 써서 실력을 보는 거구나.”

 

  “그렇죠.”

 

  “납득했어. 그렇다면 할 말이 없지.”

 

 

  그러더니 다시금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하는 이슐란을 보며 나는 어색하게 미소를 짓는다. 물론 이 이야기의 뒷면에는 좋은 재료를 채집할 수 있지만 그것이 귀찮아서 일부러 좋지 않은 재료를 써서 조합실력을 돋보기에 만들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다음으로 이건… 연금술로 만든 도구고, 포션에다가 폭탄? 정말 별게 다 있구나.”

 

  “원래 아무거나 대충 들고 다니는 편이라… 뭐, 언제 어디서 뭐가 필요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가방은 무겁지 않냐? 엄청 큰데?”

 

  “연금술로 만든 물건이라 보기에는 그래 보여도 거의 무겁지 않거든요.”

 

 

  내 말에 그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내 가방을 들어보더니 이내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정말이야. 겉보기에는 장정도 들기 힘들 정도로 큰 가방이 이렇게 가볍다니…”

 

  “그렇죠?”

 

  뭔가 계속 여유 있던 표정을 짓던 이슐란이 보인 놀란 표정은 왠지 생각 이상으로 자극이 느껴진다. 이에 내가 의기양양

 하게 말하자 순간 그는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가방을 조심스럽게 내려놓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근데 왜 아까는 가방 때문에 이동하기 귀찮았다는 거야? 이 정도면 그냥 들면 되잖아.”

 

  “그, 그건”

 

  “그건?”

 

  “그건!”

 

  “그래 그건 뭔데.”

 

 

  순간 이슐란은 물론 창밖을 바라보던 스텐씨의 시선까지 나에게 쏠린다. 차마 여기서 움직이기 귀찮아서라는 말을 내뱉을 수 없어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을 하다가 겨우 답을 내놓았다.

 

 

  “치우는 거야 어렵지 않아도 잘못해서 스텐씨가 깨버리면 미안하니까요.”

 

  “아…”

 

  “배려인가? 고맙게 생각하네. 그래도 그 정도로 깬다고 뭐라 하거나 하지는 않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

 

 

  밀려들어오는 양심의 가책이라는 것을 억지로 꾹꾹 눌러 담은 채 어색하게나마 웃어 보인다. 그러자 그걸로 아까의 일은 넘어간 것인지 이슐란은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든다.

 

 

  “이건 책이네요.”

 

  “아, 전부터 쓰던 연금술 제조법 같은 걸 적어둔 목록이에요.”

 

  “한 번 훑어봐도 될까요?”

 

  “뭐 따로 적거나 외우려고 하는 것만 아니라면야…”

 

 

  아무리 친해도 제조법이 담긴 책을 본다는 건 좀 그렇기에 약간 불만을 담아 말했으나 그는 그걸 알아듣지 못한 것인지 기다렸다는 듯이 책을 넘겨봤다. 다만 그나마 다행이라면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본다는 느낌보다는 진짜 뭐지? 하는 마음에 재빠르게 페이지를 훑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거의 3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을 한 9, 10초? 안에 보고는 돌려줬는데 이쯤 되면 책을 봤다고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음, 이 책은 다시 넣어둘게.”

 

  “네? 네.”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인데?”

 

  “그런 건 아닌데 진짜 대충 보고 넣는다고 생각해서요.”

 

  “레시피 같은 것이 적힌 걸 보아하니 되게 중요한 물건 아니야? 난 어디까지나 연금술 레시피 책은 어떻게 적어둔건가 하는 마음에 본 것뿐이니까.”

 

 

  그리 말하며 가방의 가장 안쪽에 책을 집어넣은 그는 다른 물건을 찾으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자연스럽게 물었다.

 

 

  “아, 그런데 아까 그 책 중간 중간 글씨체가 바뀌던데?”

 

  “제가 만든 책이 아니거든요. 할머니의 할머니의 친구 분이 만들기 시작한 걸 점점 추가한 거라고 해야 하나?”

 

  “그렇구나. 그 외에 눈에 띄는 물건이라면… 아, 이건!”

 

 

  약간 지루해진 얼굴로 뒤적이던 그가 순간 눈을 크게 뜨더니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그 행동에 순간 나와 스텐씨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는데 이런 시선 따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옷감이었다.

 

  말 그대로 옷을 만드는데 쓰는 옷감. 그것을 꺼내든 이슐란은 무언가 기대에 찬 얼굴로 나를 보며 말한다.

 

 

  “이런 게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있었네요.”

 

  “본인 가방에 있던 건데 모를 수가 있나요?”

 

  “내가 만든 거긴 한데 쓸데가 없어서 까먹고 있었거든요. 그보다 왜 갑자기 존댓말?”

 

 

  갑작스러운 말투를 이해할 수 없어 되묻자 그는 그제야 자신의 말투를 깨달은 것인지 다시금 원래의 말투로 답하였다.

 

 

  “굳이 설명하면 이것도 상인의 본능 같은 거라서…”

 

  “잘 모르겠지만 좋은 물건 앞에서는 비굴해지는 본능?”

 

  “비슷 하려나? 듣기 민망한 말이지만.”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던 그는 이내 다시금 눈을 빛낸다. 그러더니 옷감 높게 들어 올린다.

 

 

  “어쨌든 이 옷감은 꽤 좋아 보이잖아. 연금술로 만든 거지?”

 

  “물론이죠.”

 

  “그냥 봐도 알 수 있어, 희귀소재를 사용해서 만들었구나. 게다가 색이 생각 이상으로 강해. 특수한 힘 같은 게 있는 건가?”

 

 

  거기까지 말을 한 그는 품속에서 무언가, 안경을 꺼냈다. 그러고는 그걸 끼고서는 다시금 옷감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표정이 기대에서 놀람, 그리고 경악으로 변하게 되어서 내게로 돌아왔다.

 

 

  “이, 이거 혹시 팔 생각이 있어?”

 

  “뭐 틀림없이? 원래는 옷을 만들려고 했는데 중간에 마음이 바뀌어서 넣어 둔거거든요.”

 

 

  내 말에 원래 빛나던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자리로 가더니 자신의 가방을 통째로 가져온다. 그 다음 자신의 가방에 손을 집어넣더니 무언가를 꺼내었는데 그 안에 있는 것은 셈을 하는데 쓰는 주판과 혹은 이것저것 돈이나 보석들이었다.

 

  그리고 그걸 본 순간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사기나 공갈과 같은 느낌과는 전혀 다르지만 어쨌든 잘못된 무언가를 말이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3 3.그의 호기심 7/11 273 0
2 2.만남은 연속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7/7 275 0
1 1.우연한 만남 7/6 44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