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차, 청코너. 김춘삼 씨 나가십니다.”
량차오가 스크린에 사진을 띄웠다. 머리가 지저분하고,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사람이었다. 부랑자. 손이 덜덜 떨리는 알코올 중독자 강도 같은 사람이 저절로 떠오르는 이미지였다. 지나가던 사람 칼로 찌르고 도망칠 것 같은 인상. 이렇게 남의 인상을 나쁘게 늘어놓아도 괜찮을까 싶긴 하지만, 뭐 어때. 살인청부업자인데.
“으, 왜 하필 많고 많은 녀석들 중에서 이 녀석이야?”
한현이 놀라서 뱉을 번 한 차를 겨우 삼키고는 말했다.
“나도 참 신기하더라.”
“저 사람이랑 아저씨랑 아는 사인가요?”
“알다마다, 저 녀석이랑 옛날에 일 해본 적도 있는데.”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저 인간하고 같이 일할 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살인청부업자라지만 감이 안 온다.
“뭐, 서로 아는 사이니까 굳이 누군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제가 듣고 싶은데요. 저는 모르잖아요.”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올리고 끼어들었다. 량차오는 잠깐 고민하다가, 알려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는지 녀석의 정체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름은 말했듯이 김춘삼, 별명은 개백정이야.”
“왜 개백정이죠?”
“저새끼 사람 죽일 때 진짜 더럽게 죽이거든.”
한현이 대신 대답했다. 말하는 것으로 진저리가 날 정도라니. 대체 어떤 식으로 죽이길래?
“녀석의 무기는 일단 예리한 칼날이랑, 해박한 해부학 지식이야. 어디를 찌르면 한방에 골에 가고, 어디가 제일 절단하기 쉬운지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녀석에게 걸린 녀석은 말 그대로 토막 나는거지.”
“요약하자면, 토막살인에 조예가 깊은 녀석이야.”
한현이 설명하고 량차오가 덧붙였다. 그렇구나. 토막살인이라. 꽤나 흥미로웠지만 와 닿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남의 일이라서 그런가.
“그런데 저 미친 싸이코패스 새끼를 써먹는 녀석들이 아직도 있단 말이야?”
“솔직히 형이 보기에도 성격이 드러워서 그렇지 능력은 좋잖아?”
“요새 누가 칼잡이를 써먹는대. 요새가 옛날처럼 맞다이로 쇼부치는 시대도 아니고.”
“아카-카이는 요즘 시대에도 맞다이로 쇼부치는 녀석들이잖아. 안 그래, 형?”
어휴. 한현의 입에서 한숨이 끊이질 않았다. 나는 대화에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아는 게 없어서였다. 이 점을 눈치챘는지 량차오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 녀석이 살인청부업자로서 막 그렇게 뛰어난 건 아닌데, 싸움 실력 하나만큼은 뛰어난 칼잡이야. 그거 하나만 보고 아카-카이에서 이 녀석을 잠깐 받아준 적이 있어. 아카-카이 놈들은 대가리가 낡아빠진 놈들이라, 힘만 세면 다라고 생각하니까.”
“그 다음엔요?”
“자기 윗대가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통수치고 죽여 버렸어. 아예 토막내서 대문에 걸어놨거든. 그거 때문에 아카-카이랑 엄청나게 사이가 나빠. 언제 죽이려고 들어도 나쁘지 않을 걸.”
“아카-카이는 의외로 서열관계가 뚜렷하니까.”
한현이 옆에서 덧붙였다.
“여러모로 위험한 사람이네요.”
“애초에 안 위험한 사람이 너네 오빠를 죽이겠어? 위험한 사람이니까 너네 오빠도 죽이고 다닐 수 있는 거야.”
사람이 참 말 막 하고 다니네. 오빠를 욕하든 말든 상관은 없지만, 재수가 없어서 량차오를 한 대 치고 싶었다. 언젠가는 치고 말겠다. 정말로.
“좋아요. 그러면 이 사람은 어디에 숨어있죠?”
“온천장 모텔. 지도로 표시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