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자자, 홍코너, 아오이치 나갑니다.”
량차오가 2번 암살자의 사진을 프로젝터에 띄웠다. 옷차림에서 성격이 묻어나오는 사람이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촌스러운 알로하 셔츠, 금발에 새까만 선글라스까지. 마주치기 싫은 유형의 사람이었다.
“보다시피 일본인이야.”
“딱히 봐도 일본인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럼 이름에서 알아들어.”
“아, 그거 일본어였어요?”
량차오는 이해가 안 간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곧 이해를 포기했다. 그래, 사람이 일본어 좀 모를 수도 있지. 사람이 너무 엄격하면 안 되는 법이다.
그렇다고 량차오가 엄격한 태도를 거두었다기보다는, 정말 나를 인간 이하로 쳐다보기 시작했다는 기분이 들지만 말이다. 그래, 전부 기분 탓일 것이다.
“그런데 저 사람은 지금 겨울인데 저 차림을 하고 다녀요?”
“홋카이도인가? 추운 지방 출신이야. 지금 따뜻하다고 저러고 다니는 것 같아.”
“이런 미친, 아, 맞다. 여긴 부산이었죠.”
부산, 눈은커녕 날씨가 추울 생각조차 안 하는 마법의 동네 아닌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과장이긴 하지만, 다른 지방에 비해서라면야 부산은 충분히 따뜻한 편이다. 그래도 이 날씨에 반팔로 다닌다는 건 충분히 납득하기 힘들었다.
정 힘들면 그냥 다 ‘저 녀석이 이상한 거야’라고 생각하자. 애초에 그렇게까지 생각해 줄 필요 없는 사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나자 마음이 다 편했다.
“자자, 저 녀석도 아카-카이 출신이야. 개백정 그놈처럼 용병으로 고용한 녀석오 아니고, 꽤 어렸을 적부터 일본 본토에서 아카-카이가 키워 온 녀석이야. 뭐, 결국은 관계 쫑나는 바람에 지금은 남남이지만.”
덧붙여 량차오는 비꼬았다.
“이름에 아오가 들어있는데 아카-카이 소속이었다니, 나올 만 했지.”
“무슨 뜻이에요?”
“야 너 일본어……. 아, 모르지. 됐다.”
“네.”
재미없어. 량차오가 중얼거렸다. 그래, 재미없어서 죄송합니다. 하고 따지고 들고 싶었지만 입으로 맞붙어봐야 소용 없기도 하고, 질 것 같아서 차마 그러질 못했다.
“이 녀석이 아카-카이에서 튀어나온 이유는 단순해. 줄을 잘못 서서 그런 거야.”
“줄을 잘못 섰다뇨?”
“아카-카이 놈들은 미개한 놈들이라 지들끼리도 싸우느라 내분이 심하거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젊은 놈들이랑 늙은 놈들이랑 싸운 적이 있었는데, 지금 젊은 놈이 왕자리 먹은 거 때문에 반대쪽은 전부 좌천당하거나, 쫓겨나거나, 죽거나. 셋 중 하나. 아쉽게도 아오이치 녀석은 늙은 놈들 쪽에 섰고, 이렇게 쫓기는 중이지.”
“뭐, 운이 없었네요.”
줄 하나 잘못 섰다고 자기가 있던 곳으로부터 쫓겨나다니, 어딘가 동질감이 느껴졌다. 아니다, 동질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 저 사람은 곧 죽을 사람이다.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간에 내 손에 죽을 사람이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일 뿐이다.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량차오는 신경쓰지 않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보다시피 개백정 녀석이랑은 달리 겉으로도 난폭한 게 보이지? 아카-카이 출신 아니랄까봐 이 녀석도 막 나가는 성격인 걸로 알고 있어.”
량차오가 다음에 띄운 건 입항 기록이었다. 이런 건 대체 어디서 구한 걸까.
“입항 날짜는 꽤나 최근이야. 일본에서 굴러먹다가 갑자기 부산으로 들어왔는데, 왜 부산을 들어왔는지는 몰라. 하지만 녀석이 뭐 때문에 들어왔든 간에, 아카-카이 입장에서는 저 녀석 목을 딸 최적의 기회가 될 수 있겠지.”
“녀석이 숨은 곳은요?”
“부전동, 어느 주차장. 이번에도 좌표 찍어줄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