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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류하 시리즈
작가 : 루날
작품등록일 : 20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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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소녀와 홍차는 어울리지 않는다
작성일 : 17-07-09     조회 : 36     추천 : 0     분량 : 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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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아오이치의 허리를 꽉 붙잡았다. 그러기는 싫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 오토바이에서 굴러떨어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바람이 살갗을 베고 지나갔다. 그렇다고 그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런 미친 뭐 이딴 년이 다 있어!”

 

 

 아오이치의 목소리가 오토바이 소리에 묻혀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아오이치는 뒤를 향해 권총을 몇 발 쏘았다. 소용없었다. 애초에 이 정도 속도에서 제대로 된 조준을 할 수 있을 리도 없거니와, 뒤따라오는 붉은 오토바이는 핸들을 이리저리 저어 다 피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붉은 오토바이는 속도를 늦추지도 않았다. 오히려 좀 더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더 세게 밟아요! 더 세게!”

 

 

 내가 소리쳤다.

 

 

 “말 안해도 알고 있어 멍청아!”

 

 

 나는 멍청이가 아니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틈도 없었다. 아오이치는 스로틀을 당겼다. 바람이 더욱 따갑게 얼굴을 때렸다. 나는 아오이치의 등에 얼굴을 파고들었다.

 

 

 

 

 사람이 총알을 피하는 게 가능할까? 나는 그런 게 가능할 거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소담은 달랐다. 상식을 가뿐하게 부숴버렸다. 아오이치도 프로 살인청부업자인데, 그가 쏜 총알을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가뿐하게 피해버렸다. 그 빗나간 한 발에 아오이치는 당황했다.

 

 

 “느려, 애송아!”

 

 

 소담이 아오이치의 머리를 찍으려는 찰나 나도 내 권총을 꺼내 들이밀었다. 소담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아오이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나는 바로 오토바이 뒷좌석에 올라탔다. 내가 탄 걸 확인하자마자 아오이치는 바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짐을 챙기진 못했지만 아오이치에게 짐 같은 걸 생각할 틈은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으랴. 소담도 새빨간 바이크를 몰고 왔음을.

 

 

 “이랴! 적토마! 가자!”

 

 

 소담이 오토바이의 앞바퀴를 들어 올리며 가속했다. 그렇게 한 밤중의 오토바이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소담이 권총 같은 걸 들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만약 저 스펙에 권총을 들고 있었다면, 아마도 우린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도끼를 던지는 것도 생각해 볼 법 하겠지만, 소담은 굳이 도끼를 던지지도 않았다. 잘 못 맞추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권총을 가지고 있는 쪽은 우리였다. 아오이치는 다시 뒤를 돌아보며 두 발을 쏘았다. 소담은 바이크의 앞바퀴를 갑자기 들어올렸다. 소담과 우리 사이의 거리가 갑자기 벌어지며, 총알은 빗나갔다. 그리고 소담은 다시 속도를 올려 우리와 거리를 유지했다. 쫓기는 입장만 아니었다면, 솔직히 그 바이크 기술에 감탄했을 것이다.

 

 

 “야! 너도 권총 있잖아! 쏴!”

 

 

 “저 총알 없어요!”

 

 

 “이런 씨…….”

 

 

 “아저씨! 커브!”

 

 

 아오이치는 정신을 차려 그대로 오토바이를 꺾었다. 나는 아오이치를 꽉 껴안았다. 몸이 기울어지는 게 느껴졌다.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기울어진다면 아마도 다리가 아스팔트에 갈려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급커브길은 아니었다.

 

 

 나는 뒤를 쳐다보았다. 우리가 고생해서 꺾은 커브길을 소담은 드리프트, 후 급가속 한 방으로 처리했다. 우리와의 거리도 순간적으로 멀어지기는 했지만, 보아하니 금방 따라잡을 것 같았다.

 

 

 “야, 내가 권총 줄 테니까 니가 쏴라. 할 수 있지?”

 

 

 “아니 미친 댁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죽을 것 같은…….”

 

 

 “그럼 굴러떨어져 죽어!”

 

 

 “미쳤어요?”

 

 

 우리는 금방 터널로 돌입했다. 터널 안을 지나는 차는 다행히 우리 둘의 오토바이 뿐이었다. 아오이치는 계속해서 총알을 갈겼다. 세 발. 애초에 맞추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소담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소담은 속도를 떨구지 않았다. 이번엔 오히려 자세를 숙이고 속도를 더욱 높였다. 총알은 빗나가고 오히려 거리는 더욱 좁혀지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야, 안되겠다. 우리 둘 다 살려면 니가 총 쏴야 해!”

 

 

 아오이치는 권총을 나에게 넘겼다. 제길, 권총 쏴본 건 한 번 뿐인데. 나는 권총을 겨우 붙잡았다. 그리고 뒤를 쳐다보았다.

 

 

 소담의 머리를 총구에 맞춰서. 아니, 바퀴. 차마 머리를 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바퀴가 더 맞추기 쉬워 보였다.

 

 

 정확하게 바퀴를 노려 탕. 분명히 바퀴를 맞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퀴는 그냥 총알을 튕겨내버렸다. 분명 바퀴에서 불꽃이 번쩍한 걸 봤는데?

 

 

 “쫄았냐! 이거 방탄바퀴야, 새끼야!”

 

 

 소담이 소리치는 게 들렸다. 이런 미친. 알려줘서 고맙다 개새끼야. 결국 소담을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 소담은 쏠 테면 쏴 보라는 듯 속도를 계속 높였다. 제길, 쏘는 수밖에 없었다. 만약 여기에서 소담을 맞힌다면, 복수도 성공하고 목숨도 건지는 것이었다.

 

 

 소담을 맞혀야만 한다. 소담을 죽여라. 죽여. 죽이라고. 죽여버려! 나는 소담을 노리고 다섯 발을 쏘았다. 제대로 조준한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리 조준점을 다잡으려 해도 맞지 않는 기분이었다.

 

 

 제길. 역시나 한 발도 맞지 않았다. 여섯 발 째를 쏘려는 순간이었다. 쩔꺽. 하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총알이 다 떨어진 것이었다. 소담이 미소 짓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미소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너, 총알 다 썼구나?”

 

 

 히이익, 나는 뭐라 말도 못하고 아오이치의 등을 두드렸다. 더 세게 밟으라는 뜻이었다. 아니면 총알을 더 달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뭐든 하라는 뜻이었다.

 

 

 소담은 스로틀을 꺾으며 앞바퀴를 들어올렸다. 적토마가 사방에 굉음을 포효했다. 소담도 신나서 끼야호 하고 소리를 질렀다. 터널이 사방에 소리를 진동시키며 괴물의 웃음소리를 만들었다. 공포가 엄습해왔다. 따라잡히면 죽는다. 나는 필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맞든 맞지 않든 저 속도를 늦출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쩔꺽. 쩔꺽.

 

 

 총 안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총알이 다 떨어진 것이었다. 제기랄. 나는 아오이치에게 외쳤다.

 

 

 “아저씨, 탄창 없어요?”

 

 

 “지금 탄창 같은 거 줄 틈이 있을 것 같…….”

 

 

 “아저씨! 전방에 과속방지턱!”

 

 

 아오이치가 뒤를 돌아보는 틈에 과속방지턱이 다가왔다. 아오이치는 바이크 운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우리의 바이크는 그대로 과속방지턱을 밟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허공에서 세상이 한 바퀴 돌았다. 가로등이 줄지어 선 아름다운 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곧장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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