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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톤
작가 : 신비야
작품등록일 : 2017.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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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따라갔어야지
작성일 : 17-07-18     조회 : 438     추천 : 5     분량 : 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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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7장-

 그럼 따라갔어야지

 

 공원에는 차가 들어오면 안되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태일러는 창백해져 있었다 . 그녀는 그 본능에 관한 책 - 이름이 쓸데없이 길었던 것 같은데...-를 내 가슴에 억지로 안기더니는 "안녕! 다음에 또 봐!" 라는 말과 함께 그 차 쪽으로 가버렸다. 아니, 다신 보지 말자. 라는 말이 내 입속에 맴돌았지만 끝내 하지는 못했다. 그 애가 내 품에 쥐어준 그 본능에 관한 책은 그 애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듯 했다. 이게 바로 촉이라는 건가?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어이, 울프주니어!].

 저 멀리서 잭 아저씨가 손을 흔들었다. 난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새로 사귄 도둑 여자친구와는 잘 되가니?].

 그는 킬킬대었다.

 [여자 친구 아니에요.].

 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뭐? 그렇게 다정한 대화를 나누어 놓고는 아직 못 사귀었다고? 바보냐?].

 다정한 대화라니 , 일방적으로 그 애의 슈그라햄인지 슈그라소시진지 하는 아빠 자랑을 들었을 뿐인데.

 [ 흠...도대체 어떻게 하면 못 사귈수가..]

 그가 중얼거렸다. 난 애써 무시하며 말했다.

 [도둑도 아니구요.]

 [그럼 사겼어야지! 난 또 네가 도둑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적극적으로 대쉬하지 않은 줄 알았잖아!]

 [그 애가 주인이에요.]

 [뭐?].

 그는 날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블로.. 아니 블랭카의 주인이에요.]

 블로어라는 단어를 말할 때는 목 위로 올라오는 울음을 억지로 삼켜야 했다.

 [그.. 고양이 주인?]

 [그렇다니까요 .]

 [고양이.. 보고 싶지 않아?]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 연히 보고 싶지. 방금 헤어졌고, 오늘 아침에 만났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함께한 연인을 잃은 기분이었다.

 [보고는 싶지만...]

 [야!].

 갑자기 그가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너 바보야?]

 난데없이 이게 무슨 소리람.

 [그럼 따라갔어야지 !]

 이건 더 헛소리네.

 [어떻게 처음 본 사람을 따라가요?]

 난 지지 않고 소리쳣다.

 [어떻게 처음 본 사람이 준 책을 받아와?]

 그는 내가 들고 있던 책을 누런 손톱으로 가르키고 있었다.

 [왜요, 책에 시한 폭탄이라도 달려있을까봐요?]

 [그럼 왜 안 따라가는데? 지하실에 가두기라도 할까봐?]

 이건 틀림없이 에리트고흐 씨의 가게에 오는 개들의 개소리보다도 더 어이없는 개소리였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완전, 완전 열 받는다. 이 아저씨는 책을 써도 되겠다. 제목은 '상대를 열 받아 미쳐버리게 하는 1000가지 방법'으로 해서 말이다.

 [그 책을 반드시 그에게 가져다 주도록 해. 절대 그 여자애가 오도록 해서는 안돼. 숙녀를 찾아오게 하는 건, 물론 좋은 밀당 기술이지만 , 절대로 안돼. 그냥 애가 탈 정도로만 한 다음에 가져다주는 거지.]

 [어..왜 굳이?]

 [자, 들어봐. 이 논리는 제논의 패러독스 만큼이나 설득력 있을거야.]

 [뭐..뭐요?]

 [아니, 나도 그게 뭔지 몰라.]

 뭐야...난 또 무슨 철학 용어인줄 알고 잭 아저씨에게 감탄하려고 했는데.

 [일단 네 얼굴을 봐.]

 [어떻게요?]

 [이 바보야! 뒤돌면 바로 얼굴이 비치잖아.]

 조금 바보같다고 생각했지만 난 뒤돌아서 내 대리석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새까만 머리, 동그란 큰 눈, 둥근 턱. 꼬죄죄한 얼굴. 떡진 머리. 낡은 헝겊같은 옷 . 으.. 최악이다. 이러고 태일러와 대화를 했다고? 어.. 생각해보니 그게 무슨 상관이야.

 [봤지? 너의 정말 별 것 없고, 추례한 꼴을?]

 묘하게 기분 나쁘네. 내가 반박하려고 하자 잭 아저씨가 바로 말을 이었다.

 [이런 너의 꼴을 보고 3분 이상 대화를 해줄 사람, 그것도 여자 사람은 많지 않아. 그런데 너희 20분이나 대화했어. 내가 코를 952번쯤 판 시간이지. 이게 무슨 뜻이냐!]

 제발, 누가 잭 아저씨를 좀 납치해서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돌려주었으면. 아니, 안 돌려주면 더 고맙고.

 [그 애는 널 싫어하지 않아.]

 [그럼 다른 사람들은 절 싫어하나요?]

 [당연하지. 특히나 내가.]

 말을 말자, 정말.

 [그러니까 넌 걔 집으로 찾아가.]

 [내가 왜요! 그리고 난 태일러의 집도 모른다니까요?]

 [내가 알아.]

 [어떻게요?]

 [슈..슈그라햄 씨 댁이라며.]

 [설마 다 들었어요?]

 [에리트고흐 그 양반이 개소리 좀 적게 들으려고 산 소리 수축기를 슬쩍해왔는데, 거꾸로 끼니까 크게 들리는 걸 알아냈지 뭐니! 내가 똑똑한 걸 어쩌라고 .]

 그거 나 좀 줬으면 좋겠다. 잭 아저씨의 개소리 좀 적게 들으려면!

 [그래서, 슈그라햄 씨 댁인데, 어쩌라구요.]

 [설마, 몰라?]

 [뭘요?]

 [슈그라햄 지젤리 씨..]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생판 처음 만난 애 아빠를 어떻게 아냐구요.]

 [그 사람, 아니 그 분은 그냥 아빠가 아니야. 지젤리 집안의 최고 위인이지.]

 [아직 죽지도 않은 사람을 위인이라 불러요?]

 [왜 못 불러? 바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멍청해. 그 분은 구스 마을, 아니 버드 시를 통틀어서 최고 부자인데다가 엄청 똑똑하고, 위대하고, 멋지고, 착하고..]

 [전 아저씨의 지젤리 씨를 향한 사랑 타령 따위를 듣고 싶진 않은데요.]

 그는 내 머리에 딱밤을 먹였다.

 [이건 사랑이 아냐. 동경이지 . 그 분 댁은 어디냐면, 구스 통합 학교, 그 낡은 건물 알지?]

 [네.]

 저번에 그리팅고흐 씨 가게의 화장실로 가다가 슬쩍 본 적 있다. 거기 다니는 사람이 있기는 한지, 완전히 폐허 같은 건물이었다.

 [그 반대편에 으리으리한 저택에 사셔. 여기서 멀지 않아. 3번 화장실 옆에 주차장에서 쭉 걸어 올라가면 횡단 무빙워크가 있어. 벌써 횡단 공간 이동기로 바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거기로 건너가면 되.]

 [그 다음에는요?]

 [뭐? 끝이야!].

 집에 얼마나 크길래 그냥 건너가기만 해도 찾을 수 있을까. 넓이가 구스광장의 절반 정도나 될 텐데.

 [그냥 가면 찾을 수 있어요?]

 [ 찾아? 찾을 필요없어. 그 쪽 블럭 전체가 지젤리 씨의 집인걸.]

 [뭐....라고요?]

 세상에나, 그렇게 큰 집이 있단 말이야 ? 잭 아저씨는 내 놀란 얼굴을 보고 놀리듯이 말했다.

 [설마 나랑 대화한 애가 저렇게 부자란 말이야? 아, 아쉽다. 쟤랑 같이 가면 매일 폭립 먹고 살 수 있을텐데!]

 [그런 생각 안했거든요 .].

 [네가 안했대도 내가 보기에 그러면 그게 정답이지. 왜냐면 나 제임스 킹 조지아 그래고릭 1세는 세상의 진리이자 이치니까!]

 [그게 아저씨 본명이에요?]

 [어. 내가 저번에 너에게 제임스 킹 조지아 그래고릭 2세라고 불러주겠다고 했었잖아.]

 [그럼 제가 아저씨 아들이라는 거잖아요! 으....]

 [네가 감탄사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말해두는데, 이럴 때는 '으'가 아니라 '와' 라고 해야하는 거야.]

 [제가 무슨 바보 멍청인줄 아세요?]

 [잠깐.]

 잭 아저씨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뭐요, 왜요! 갑자기 진지하니까, 뭔가 달라보였다.

 [방금 너의 말투는 마치 네가 바보 멍청이 아니라는 것 같았어.]

 그럼 그렇지. 똥개가 똥개지, 푸들이 될 리 있나!

 [아니,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 보실까.]

 [우리 대화에 본론이란게 있었나요?]

 그는 나의 질문을 묵살했다.

 [태일러민...뭐라고?]

 [태일러민트 클렌베리 지젤리요.]

 [그래. 태일러민트 클렌...뭐?]

 [클.렌.베.리.지.젤.리.]

 [클렌베리 지젤리. 그래. 맞아.]

 잠깐, 나 그 애의 길고도 긴 풀네임을 다 외운거야?

 [그 애의 집으로 찾아가는 거였지.]

 [아,맞다.]

 그랬었지. 아니, 아니, 잠깐?

 [이 아니라 왜요? 전 분명히 거절했는..으읍!]

 그는 갑자기 내 입에다가 자기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이건 무슨, 소금 생선구이 캡슐보다 더 짠데!

 [뭐하는 짓이에요!]

 [자, 방금 맛있었지?]

 완전, 어이 없음. 기절하겠네.

 [소금생선 구이야. 네가 만약 그 집에 간다면 이런 걸 매일 먹을 수 있어.]

 매일 먹고 싶지 않은 맛인걸. 그리고 잭 아저씨는 지금 아주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잊고 있다.

 [제가 만약 그 집에 찾아가도, 거기서 왜 절 받아주겠어요..?]

 놀랍게도, 그는 싱긋 웃었다. 내가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자 그는 내가 받아온 책을 가르켰다.

 [무슨..?]

 [사춘기 소녀란, 자신의 비밀을, 그게 정말 별 게 아니라도, 숨기려고 무슨 짓이든 해. 꼬죄죄하고 못생긴 너한테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책을 준 걸로만 해도 알 수 있지. 네가 그 책을 가지고 슈그라햄 씨의 집 앞에서 그 여자애를 부르면 그 애는 아빠를 물어뜯어서라도 들여보내달라고 조를 걸? 거기다가 네가 나에게 이곳에 살지 못하게 한다면, 난 네 아빠에게 이 책을 드리겠어 . 라고 말하면 폭립 무한제공을 받을 수 있을거야.]

 폭립이라니, 군침이 돌지만, 난 잭 아저씨같은 치사한 인간이 되지는 않겠어!

 [도대체 생각이 왜 다 그래요?].

 [방금 너의 말투는 마치 내 생각이 마음에 안 든다는 투였어.]

 [네, 맘에 안들어요.]

 [그럼 네가 이상한 거야.]

 그가 입모양으로 나에게 말했다. 멍. 청. 이. 라고 아주 또박또박하게. 그때였다!

 태일러의 차-정확히는 지젤리 집의 차지만-인 내 머리 색 만큼이나 검은 색의 차가 공원으로 한 번 더 들어왔다. 그 차에서는 태일러와, 슈그라햄 씨처럼 보이는 사람, 집사, 그리고 한 사람이 더 내렸다. 그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나도, 잭 아저씨도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 사람은..!

 

 

 

 

 

tarzan**** 17-07-19 15:26
 
너무 재미나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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