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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톤
작가 : 신비야
작품등록일 : 2017.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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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작성일 : 17-07-25     조회 : 340     추천 : 2     분량 : 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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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0장

 다윗과 골리앗

 

 

 우리는 잭 아저씨에게 제대로 인사를 하고 오겠다는 터무니없는 핑계를 대고 집을 나왔다. 다행히 지젤리 씨는 딸의 거짓된 착한 마음에 감동하여 어서 다녀 오라고만 말했다.

 [그럼, 가볼까?]

 태일러는 그렇게 말하고 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잠깐, 그 방향이 아니라구!

 [태, 태일러! 그 쪽 아닌데...]

 분명 잭 아저씨는 구스 광장 주차장에서 건너가면 된다고 했다. 그 쪽은 버이올 마트라고 나와 잭 아저씨가 처음 만난 곳으로 가는 길이다. 물론 그 이후에 가까운 곳에 더기, 구스 마켓이 생겨 더 이상 버이올 마트에 가지 않게 됬지만.. 생각해보면 딱히 좋은 추억도 아니다. 잭 아저씨는 평화가 깨졌고, 난 잭 아저씨를 만났으니 말이다. 나 아직까지도 잭 아저씨의 말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다니, 엄청 찌질한 거 아냐?

 [어...그럼 이쪽으로 가자!]

 태일러는 또 엉뚱한 곳을 가르켰다.

 [아니, 태일러. 거기 아냐.]

 [어... 그럼?]

 태일러는 날 빤히 바라보았다. 계속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처럼 완벽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귀여운 매력이 있는...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저쪽이야.]

 난 시선을 돌리며 주차장 쪽을 가르켰다.

 [응, 고마워. 사실 나, 매번 차 타고 다녀서 길을 잘 몰라.]

 [우와..]

 난 감탄사를 내뱉었다.

 [왜?]

 태일러가 물었다.

 [아니, 네 입에서 잘 모른다는 말이 나오니까 신기해.]

 태일러는 얼굴을 붉혔다.

 [모를 수도 있지!]

 [아냐, 그래서 나쁘다는 게 아니고... 드디어 네가 사람으로 보여.]

 태일러는 꺄르르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내가 사람이 아닌 줄 알았단 말이야?]

 [어.... 약간.]

 그녀는 다시 웃었다. 아, 참. 우리 빨리 가야하지.

 [태일러, 어서 가자.]

 [아, 맞다! ! 빨리 안내해!]

 난 태일러를 데리고 분수대까지 왔다.

 [태일러, 이 바로 반대편이 내 자리... 아니 잭 아저씨가 있는 자리야. 어서 다녀와. 기다릴게.]

 [뭐? 나 혼자 다녀오라고?]

 태일러는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어...응..].

 [너, 잭 아저씨 보기 부끄러워서 그러지?]

 정곡을 찔린 나는 말을 더듬었다.

 [어..어떻게.. 그걸...]

 [아는 수가 있어. 책을 많이 읽으면 원래 그런거야. 난 특히나 심리학 책을 좋아해서 사람 마음은 귀신같이 알아챈다? 하지만 난, 귀신은 안 믿어. 그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니까. 내가 과학 책을 많이 읽는다고 말 안했던가?].

 또 시작이다. 이러다 날 새겠네. 그 순간 태일러가 내 등을 밀었다.

 [으악!].

 난 바닥에 철푸덕하며 넘어졌다. 그러자 분수대 반대편에서 내 자리까지 차지하고 누워서 자고있는 잭 아저씨가 보였다. 그는 책을 얼굴에 덮은채로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고 있었다. 내가 태일러를 쏘아보자 태일러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어서 가라고 손짓했다. 휴, 어쩔 수 없지. 난 살금살금 기어가 잭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얹어진 책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누구냐.].

 무언가 내 팔을 잡았다. 검고, 누렇고, 끈적끈적.. 잭 아저씨의 손이었다! 그는 얼굴에서 책을 떼어냈다. 으웩.. 침... 태일러가 이걸 봤다면 기절했을 수도 있겠다.

 [오... 도망자 울프로구만?]

 기분이 나빴다.

 [아저씨가 멋대로 보내놓고 나보고 도망자래요?]

 [싫음 다시 오던지.]

 그는 툭 던지듯이 말했다. 난 태일러가 있을 벽 쪽을 흘끔 쳐다보았다. 그러자 잭 아저씨가 킬킬댔다.

 [단 몇 분 있었을 뿐인데 나오기 싫지? 너 2주 후에 나오기 싫다고 떼 쓰면 내가 아주 쪽팔려서-]

 [아저씨 보러온 거 아니니까 조용히 해요.]

 그는 웬일로 내 말을 따랐다. 조금 상처받은 것 같기도 했다. 흥, 알게 뭐람.

 [책이나 줘요.].

 그는 책을 나에게 던졌다. 그것 때문에 책이 약간 구겨졌다.

 [어, 조심해서 줘요!]

 잭 저씨는 콧소리를 한번 내더니 빈정댔다.

 [아, 맞다. 이거 네 여.자.친.구. 책이었지? 내가 까암박 잊었지 뭐니? 그래, 나보다도 훨씬 소중하고 가치있는 이 책을 네 여자친구 태일러민튼가 태일러바본가 한테 조심스럽게 전해줘. 이런 책 따위나 읽는 애랑 왜 친구를 한담.]

 난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때였다.

 [말 가려서 하세요!]

 태일러가 벽 뒤에서 튀어나왔다. 나도 놀랐지만, 잭 아저씨도 놀란 것 같았다. 하긴, 자기가 제일 동경하는 사람의 딸에게, 그것도 어엄청 똑똑한 애에게 바보라고 했으니 그걸 듣고 있었단 걸 알았을 때 엄청 놀랄 거다.

 [저기요,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시면 안돼죠. 사람 뒤에서 욕하는게 제일 나쁘거라고, 우리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태일러민튼가 태일러바본가? 전 태일러민트 클랜베리 지젤리구요, 남들이 부르기 편하라고 태일러로 부르라고 하는건데. 엄청 기분 나쁘거든요? 사과 제대로 하시기 전에는 절대 용서 안해요. 아저씨가.. 저번에 말한 것도 그냥 다 말해버릴 거구요. 그럼 나랑만 싸우진 않을걸요? 2:1이면 아저씨가 더 불리해요. 어쨋든, 어서 사과해요.]

 태일러의 엄청난 말솜씨에 잭 아저씨는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태일러는 존댓말하는 게 더 무섭구나...

 [어..음..크흠!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죠, 태일러민트 양.]

 잭 아저씨는 다시 느끼하게 말했다. 태일러의 얼굴은 심하게 썩어있었다.

 [일단 용서는 해 드릴게요. 좀... 솔직히 역겨웠지만. 하지만 말이에요, 한번만 그렇게 뒤에서 말하고 다닌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에요. 제가 만약에 울프와 당신 욕을 한다면 어떠겠어요?]

 태일러가 야심차게 든 예겠지만, 잭 아저씨는 별로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난...].

 잭 아저씨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태일러가 말을 이었다.

 [분명 기분 나쁘겠죠? 자기도 기분 나쁜 걸 왜 남한테 한단 말이에요? 다신 그러지 마요.]

 분명 태일러가 잭 아저씨보다 훨씬 작고 여린데도 마치 늑대와 양의 싸움 같았다. 조금 다르게 하자면, 다윗과 골리앗. 결국은 조그만 다윗이 이기지 않는가? 꼭 그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 이건 언제부터 알고 있던거지?

 [그리고 한가지 더 이야기 할게 있어요.]

 태일러는 단단히 못 박아두려는 듯이 말했다.

 [또 무엇인가요, 태일러 양.].

 잭 아저씨는 여전히 느끼했다. 지치지도 않는가, 저 인간은?

 [남의 책을 그렇게 막 써도 되는 거에요? 그..그건 제...제...제 책인데요!]

 그녀는 본능에 관한 프림프의 책을 손으로 가르켰다. 잭 아저씨는 킬킬대기 시작했다.

 [아, 이 '본능에 충실하라!-탐욕왕 프림프의 세번째 책이자 금서' 말하는 건가?]

 태일러는 고개를 더욱 높이 치켜들며 말했다.

 [그..그래요! 내 책이에요!]

 잭 아저씨는 비꼬듯이 말했다.

 [뭐, 한 번 읽어보려고 했는데 아쉽게 됬네. 제목이 아주 끌려서 말이지. 금서라.. 금서라..!]

 태일러는 이제 자존심따위는 완전히 놔버린 것 같았다.

 [네, 제가 제일 아끼는 책이에요. 어서 줄래요? 지금 주시면 제 책에 콧물, 침 다 흘린 거 비밀로 해줄게요.]

 와.. 역시 태일러 세다! 하지만 잭 아저씨가 그런 것 따위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지. 난 어느새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뭐, 누구한테 말하려고..? 나한텐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도 이렇게 쉽게 그 책을 보여줄수 있을까?]

 [네, 저희 언니요.]

 잭 아저씨, 제대로 한방 먹었네. 잭 아저씨가 좋아하고 있는 사람에게 말한다니...

 [똑같은 자맨데 왜 하나는 천사고, 하나는...]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당당하게 손을 내밀고 있는 태일러에게 책을 주었다.

 [울프, 이제 다시 가자. 벌써 너무 늦어버렸어.]

 어느새 밤이 되었고, 태일러는 책을 손에 쥐고 내 어깨를 잡고 있었다. 잭 아저씨는 완전 넋이 빠져 있었고 말이다. 약간 분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 울프.. 네가 다시 집에 가는 길 좀 알려줄래..? 사실은.. 아까 말해준 걸 잊어버리고 말았어.]

 태일러는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내가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가 서둘러 덧붙였다.

 [이건 정말 가끔 있는 일이니까 내가 그렇게 덜렁대는 애라고 오해하진 마!]

 [오해하지 않아, 나도 안다고.]

 난 작게 속삭였다.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태일러는 여전히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래, 어서 가자.]

 난 태일러에게 말했다. 태일러는 갑자기 내 귀에 대고 말했다. 입김이 참 따뜻했다.

 [나... 손 좀 잡아줄래..?]

 이건 또 뭔가. 내가 이해를 못하고 가만히 서있자 그녀가 허둥대며 다시 말했다.

 [아냐, 꼭 안 해도 돼. 밤이 되니까.. 좀.. 무서워서 그래.]

 푸흡! 어두웠지만 빨개진 그녀의 볼이 다 보였다. 완전 귀여워.

 [자, 손!].

 나는 그녀에게 내 손을 내밀었다. 태일러는 살포시 내 손을 잡았다.

 [가자, 집으로!].

 분명 잭 아저씨가 눈 꼴시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을테지만 보지도, 신경쓰지도 않고 구스 광장에서 빠져나왔다. 손은 꼭 맞잡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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