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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낙원
작가 : 백양
작품등록일 : 2017.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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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 (3)
작성일 : 17-07-11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5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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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인은 혼자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힘을 이용해 높은 나무 사이를 지나다니다 훌쩍 뛰어서 거대하니 우뚝 서 있는 성을 내려다보았다. 어느 누구도 카인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 했다. 순식간에 이동해서 홀로 우뚝 서 있는 탑을 향했다.

 

 그 탑은 홀로 떨어져 있는 것 같았지만 어떻게 보면 고고하니 홀로 우뚝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팔각형 모양이다.

 

 카인은 그 앞에 있는 커다란 나무 위에 서서 탑을 내려다보았다. 뾰족하니 세워진 탑은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만 같았다. 그의 입가가 천천히 올라갔다. 이내 제일 위에 있는 방을 내려다보다 몸을 훌쩍 띄웠다.

 

 보인다. 아니, 보였다.

 

 창문이 살짝 열리고, 누군가가 얼굴을 내밀었다. 씩 웃던 카인이 입술을 핥으며 훌쩍 뛰어올랐다. 건물을 살짝 딛고 이리저리 이동해서 순식간에 창문 앞에 다다른 카인은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던 한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찾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카인은 그대로 창문을 향해 뛰어내렸다. 그 여인은 급하게 창문을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카인이 더 빨랐다. 뛰어내린 순간에 창문으로 뛰어든 카인은 두 손을 뻗어 여인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바닥에 눕혀진 여인을 내려다보던 카인은 긴 머리 사이에서 드러난 여인을 똑바로 마주했다. 푸른색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

 

 

 

 ‘……뭐야.’

 

 눈을 팍 떠 보니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카인은 손을 들어 얼굴을 덮었다. 젠장. 욕설이 저절로 나왔다. 끔찍한 꿈이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상체를 일으킨 카인은 일어나서 창가로 향했다. 커튼 한 쪽을 거칠게 걷었다. 아직도 푸르른 새벽이다. 카인은 창가에 기댄 채 창문을 열었다.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얼굴이 있었다.

 

 바로, 꿈에서 보았던 얼굴이다.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던 그 푸른색 눈동자, 그리고 그 얼굴과 겹쳐 보이는…….

 

 “그렇지.”

 

 피식 웃던 카인이 창틀에 걸터앉았다. 다른 사람이보면 아슬아슬하니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몸의 절반은 밖을 향해 있었다. 편안하게 머리를 기댄 카인은 멀리서 동이 터오는 것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지워지지 않은 얼굴.

 

 점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카인의 주변에서 슬금슬금 무언가 연기가 피어오를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카인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한 손으로 머리를 헝클이다 안으로 들어왔다. 금발이 흔들렸다가 멈췄다.

 

 “응.”

 

 카인의 작은 대답에도 불구하고 그 대답을 들었는지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케이다.

 

 “카인님.”

 

 “알아. 잔소리 하지 마.”

 

 어깨를 으쓱이던 카인은 돌아서서 옷장 앞으로 향했다. 케이는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낮게 한숨을 쉬었다.

 

 아침을 준비하려다 깜짝 놀랐다. 안에서부터 새어 나오는 지독한 살기. 당장이라도 숨을 끊어버릴 것 같은 서늘한 살기에 겨우 카인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알기에 그러지 말라고는 할 순 없었다. 하지만 살기를 조절할 필요는 있었다.

 

 낙원을 빼앗기고 도망치듯 이곳으로 왔다.

 

 낙원을 뺏은 자를 찾아서 죽이고 싶은 마음은 저 또한 같다. 하지만 아직, 힘이 부족하다.

 

 “또 그 꿈을 꾸셨습니까?”

 

 “뭐…… 늘 있는 일이지.”

 

 카인이 옷을 갈아입다 어깨를 으쓱였다. 가만히 바라보던 케이는 조용히 뒤를 돌아서 나왔다. 조용히 문이 닫히자 카인은 손을 뻗었다. 곧 팔랑이며 종이 한 장이 카인의 손바닥 위에 내렸다. 그 종이는 사은의 이력서다. 처음 이곳에 오던 날 내밀었던 종이.

 

 가만히 사은의 사진을 바라보던 카인은 무표정을 짓고 있었다.

 

 “닮은 것 같은데.”

 

 ……그래서, 피도 달콤한 걸까?

 

 어떤 음식과도, 어떤 과일과도 비교할 수 없는 달콤한 향기였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한 향기였지만 섣불리 ‘먹이’로 삼을 순 없었다. 이곳에서 그토록 진한 향기를 풍기는 인간은 처음이다.

 

 그러니 분명 무언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찾아야만 했다. 찾아서, 만약 연관이 있으면 살려둬야 했다.

 

 “카인님!”

 

 문을 열고 홀로 나가자마자 앉아 있던 키나즈가 벌떡 일어나 카인을 반겼다. 안녕. 가볍게 인사를 한 카인은 키나즈의 건너편에 앉았다. 주방에 있던 케이가 양 손에 접시를 두 개씩 들고 왔다. 뜨거운 음식으로 인해 접시가 달궈져서 접시 아랫부분이 닿은 팔이 뜨거워 보였지만 케이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뜨거워 보이는 표정 하나 없었다.

 

 그릇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자마자 케이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가지고 오지 못 한 접시가 있었다. 케이까지 앉자마자 식사가 시작되었다. 언뜻 보이는 케이의 팔은 멀쩡했다.

 

 “키나즈. 조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카인이 계란 프라이를 세 조각으로 나눈 뒤,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물었다. 키나즈는 반이나 프라이를 먹어치우다 카인의 질문에 재빨리 삼키며 대답했다. 순식간에 밀어 넣었음에도 목구멍은 뜨겁지 않은지 키나즈의 표정은 멀쩡했다.

 

 “아, 그거.”

 

 물을 벌컥 마신 후, 키나즈가 말을 이었다.

 

 “일단 별 거 없더라고요. 이력서에 적힌 대로 동생이랑 둘이서 살고 있고, 동생은 20살, 백사은은 23살. 참, 백사은이랑 동생이랑 피 안 섞인 이복남매던데.”

 

 “흠.”

 

 “부모님은 어릴 적 교통사고로 동시에 죽은 것 같고. 뭐, 그게 다예요.”

 

 “동생 쪽 입양 시기는?”

 

 “백사은이 태어나고 나서 5년 뒤인 걸로 확인됩니다. 태어나자마자 백사은네 집 앞에 버리고 간 것 같습니다.”

 

 케이도 같이 조사를 도왔는지, 이번에는 그가 말을 이었다. 포크를 휙휙 돌리던 카인이 멈췄다. 그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일단, 별 건 없네.”

 

 싱긋 웃은 카인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키나즈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동시에 긴장을 해야만 했다.

 

 인간이 가장 많은 곳도 돌아다녔지만 백사은처럼 달콤한 피를 가진 인간은 처음이다. 머릿속을 마비시킬 정도로 강렬한 향기다. 당장이라도 목에 이를 박아 넣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물론 이런 인간은 있었다. 굉장히 드물게도, 이런 인간이 존재했지만 그 인간은 오래 전 기억 속에 처박힌 인간이다.

 

 “잊지 마.”

 

 카인의 목소리가 나긋하니 들려왔다. 하지만 케이와 키나즈, 모두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성자(聖者)를 다루던 성녀(聖女)의 핏줄이야.”

 

 그들은 낙원에서 패배한 후, 그곳에서 쫓겨난 뱀파이어다.

 

 

 

 *

 

 

 

 사은은 모든 수업이 끝난 후,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 30분. 아르바이트가 시작되기 1시간 30분 전이다. 시간이 애매했다. 어디, 카페라도 들어가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는 사이 고개를 들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햇빛에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어두운 곳에서 6시간 정도를 일하다 보니, 어두운 곳이 조금 익숙해졌다. 이런 햇빛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이거, 위험한 건 아닐까. 사은은 잠시 그렇게 생각했다.

 

 레스토랑 블러디 나이트는 사람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있는 편에 속했다. 아마도 입소문을 타고 온 모양이다. 중세시대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하는 건물 분위기와 더불어 뱀파이어 콘셉트를 내세운 실내 인테리어는 확실히 오컬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좋았다.

 

 그런 콘셉트도 환영회 자리에서 들었다.

 

 “하아…….”

 

 혼혈로 보이는 금발의 사장은 사실상 잘 보이지 않고, 주방에는 키나즈가 들어가고, 케이와 둘이서 서빙을 본다.

 

 그곳에서 일을 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중 하루는 쉬는, 주 6일제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쉬는 날은 토요일. 쉬고 싶은 날은 알아서 정하라기에 마음대로 주말을 불렀다. 그래도 상관은 없는지 그러라고 했다.

 

 ‘참 이상한 사람들이지.’

 

 하지만 사은은 거기까지만 생각하고서 잘라버렸다. 더 이상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깊게 파고드는 순간, 카인이 내밀었던 세 가지 중요사항 중 하나를 어겨버리게 된다.

 

 어차피 자신은 좋은 페이를 받고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에 불과했다. 그리고 사은은 별 생각 없었다. 그저 만족스러운 아르바이트를 찾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카페를 가야겠군.’

 

 과제를 해야겠다 싶어서 주변 카페를 찾던 도중,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머니 속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냈다. 동생인 지호인가 싶어서 확인했지만 모르는 번호였다. 가만히 번호를 바라보다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왠지 받아야 할 것 같아서 결국 전화를 받았다.

 

 “네.”

 

 -평범하게 전화를 받지 않는군?

 

 “누구십니까.”

 

 처음 듣는 것 같은 목소리, 하지만 어떻게 들으면 낯익은 목소리다. 잠시 눈을 깜빡이던 사은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다시 집중해서 들었다.

 

 -누구일 것 같아?

 

 약 올리는 것 같은 목소리다. 하지만 낮으면서도, 어쩐지 귓속을 꽉 채우는 것 같은 목소리. 장난이 섞인, 어떻게 들으면 능글맞은 것 같은 그런…….

 

 “사장님이군요.”

 

 -뭐야. 왠지 별로 안 반가운 것 같은 목소리다?

 

 “제가 사장님을 반가워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서요.”

 

 -냉정해!

 

 “어째서입니까.”

 

 이런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를 건 걸까.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물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자신의 고용주에게 버르장머리 없는 태도를 취할 순 없었다. 사은은 대답을 해 주면서 묵묵히 카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당연한 거니까?

 

 “…….”

 

 하지만 곧 할 말을 잃었다. 당연하다니. 이 사람은 대체…….

 

 -사은아. 어디야?

 

 친근하니 불러오는 목소리는 마치 1년이라도 본 것 같은 목소리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전에 만난 사이다. 심지어 친하다고 하는 친구에게서도 저런 걸 들어본 적은 없었다. 사은아, 라니. 사람을 부르는 것에는 각자 방법이 따로 있다지만 카인과 키나즈는 아닌 것 같았다. 둘 다 자신에게 첫날부터 ‘사은’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불렀으니까.

 

 “카페 갈 참입니다만.”

 

 -카페는 왜? 가게로 와. 커피 줄게.

 

 “커피 때문에 가는 건 아니라서요.”

 

 이제 슬슬 목적이 무엇인지 들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은은 카인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재빨리 말을 다시 이었다.

 

 “전화 하신 용건은 뭔가요?”

 

 -그냥?

 

 “……용건이 없으시다면 이만 끊겠습니다.”

 

 -어? 잠깐!

 

 사은은 정말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액정을 바라보던 그녀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고서 카페로 향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걸 들었다.

 

 금발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

 

 카인의 첫 인상은 그랬지만 지금은 좀 달라졌다. 쓸 데 없는 말을 잘 하는 사람.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사은은 세 사람을 제대로 파악했다.

 

 먼저, 키나즈. 본명인지 가명인지 그건 모른다. 그는 짧은 오렌지 빛 머리를 하고 있었다. 장난스러운 눈매와 시원한 목소리. 거기다 사교성은 아주 끝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의외로 친절했다. 장난을 자주 걸 줄 알았지만 친절하기도 했다.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은 케이. 역시나 본명인지 가명인지 모른다. 케이는 연한 갈색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다. 키나즈보다는 좀 긴 머리카락이고, 왁스로 고정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머리카락이 양쪽으로 휙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잘 어울렸다. 거기다 예쁘게 생긴 얼굴. 하지만 남자라는 건 알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예쁜 얼굴이다. 야무진 성격인 것 같았고, 얼굴로 판단해서는 안 될 정도로 남자다웠다. 그것 역시 의외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장인 카인. 그는 금발을 가지고 있었고 꿀처럼 보이는 노란색 눈동자를 가져서 혼혈인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순간, 이상하게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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