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호승아
"왜(또 무슨 쓸데없는 말일까)"
-아니, 연락 안 하는 게 아까워서, 인마.
함승훈 아까부터 그 소리다. 독사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받은 그 하트..뿅뿅? 초콜릿은 2교시가 끝난 이후에도 함승훈의 화재로 이어졌다. (염병 안 그래도 수업 시간 내내 그 소리만 듣고 왔는데) 국어 시간 내내 뒤에서 수근대는 목소리(쟤, 초콜릿 받았대)(아 씨발 저년은 뭔데)랑, 이제 먹이를 바라는 새끼 새처럼 순진함이 가득하지만 욕심이 많아보이는 그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그 여자애의 눈빛도 부담스럽다. 뭘 어쩌란 말인가, 나보고. (울상)
"좀, 너네반 3교시 뭔데. 안 가냐?"
-새끼, 왜 그러냐. 정 없게시리.
답지도 않게 침착한 놈이 울상 짓고 애교나 떨어재끼고 있다. (여간 심심한가 보네) 정호승 그 모습에 또 픽 웃고 만다. (마냥 또 활짝 웃고 있지는 않고) 사실 아까부터 저를 빤히 쳐다보는 저 시선이 부담스럽다. 아까 수업시간부터 저렇게 뚫어지게 쳐다본다. (초콜릿 존나 열심히 만들었나) 지는 걸 싫어하는 멋진 인간 정호승. 또 안 지고 아까 수업 받을 때부터 그 시선 피하지 않고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근데 왜, 내가 마주치면 샥 피해버리는 거냐. (초콜릿 잘못 줘서 가져가야 되나?)(에이, 설마)
#여어-, 인기쟁이!
(?) 정호승 함승훈 둘이 동시에 뒤 돌아본다. (뭐지, 뭐냐) 개쩌는 반사신경으로 돌린 뒤에는 정호승네 반 애 하나가 서있다. 왜, 반에서 그런 애들 한 명씩 있지 않나. 항상 깝죽거리고 나대는 거 좋아해서 수업시간 지루할 때마다 드립 하나씩 쳐서 웃기는 애들. (근데 왜 저런 애가 나한테 말을 걸지) 또 그 (일단 이름을 모르니 깝죽이라고 치자) 깝죽이가 앞에서 저만 신난 듯 얘기 막 떠벌린다. (와, 야 너 그렇게 안 봤는데 개 인기쟁이더만? 나도 초콜릿 하나만 받아 보면 소원이 없겠다, 야) 정호승 슬슬 함승훈 눈치 본다. 안 그래도 그렇게 시끌벅적한 걸 좋아하는 애는 아닌데. 어쩌냐 이걸.. 일단 정호승 정신 차리고 그 애 말 천천히 다 들어준다. (쓸데없이 침착한 놈)
뭐, 결론은 다 쓰잘데기 없는 소리다. 그냥 오늘 급식 맛있다는 얘기, 아까 독사 미친 거 아니냐는 소리.. (언제까지 들어줘야 하나 이걸)
-야,
#응, 응?
결국 듣기 싫어서 폭발한 함승훈 인상 팍 쓰고 걔 노려본다. 안 그래도 찢어진 눈은 '나 좀 성깔 있어요'를 보여주기에 충분했고, 그 나불거리던 애는 한참 정호승한테 얘기하다가 북극여우같이 펄쩍 뛰어올라서(조금 과장하면) 함승훈 쳐다본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아) 그 남자애 눈 끔뻑거리면서 능글맞게 하하 웃더니 함승훈 쳐다본다.
#자기야,
자기야? (??)
#급하네, 우리 자기는. 그건 천천히 알고. (여전히 능글맞게 웃고 있고) 점심 맛있는데 같이 먹자고. 싫어?
자기라니, 여자애들끼리 장난으로 쓰는 건 들어봤어도 남자애가 쓰는 건 또 처음 본다. (뭐, 그럴 수도 있긴 하지. 남자가 자기라고 하는 게 뭐 어때서) 정호승 넓은 마음으로 다 이해한다. 함승훈 슥 보고. 아직 이해 덜 된 채로 충격 받은 것 같은 함승훈 보고 실소 터트린다. (저런 멍청한 표정으로 있으면 별론데) 처신이나 잘 하자, 생각하더니 그 남자애한테 고개 돌려서 얘기한다. (알았어. 같이 먹자)
그 말에 더 충격 받은 함승훈은 고개 돌려서 정호승 쳐다봤고.
결국 진짜지? 진짜지?를 왜치고 반으로 쏘옥 들어가는 남자애를 뒤로 한 채로 또 복도 같이 걷는다. 오늘따라 사람 별로 없는 복도를 둘이서 가만히 걷고 있었고. (서로 한 마디도 없었다)
-야,
"야"
(젠장) 말 겹치니까 둘 다 한숨 포옥 쉰다. (너부터 말해)(아냐 새끼야 너부터 해) (하라고 함승훈)(새끼가)
-좋아, 그럼 나 말한다. (후) 너 뭔 생각으로 걔 말하는 거 받아줬냐? (쟤랑 한 마디도 안 해봤잖아)
"그거 물어볼 줄 알았어"
-알면 새끼야, 왜냐고.
"그냥"
-뭐?
"그냥"
함승훈 눈알이 놀라 튀어나올 만큼 커졌다. 또 그거 보고 킥킥 웃는 정호승이였고. (뭐? 그냥?) 어이 없다는 듯 팔 높게 들어서 퍽 소리나게 정호승 등 후려친다. (장난 말고 진짜로 말하라고 인마!) 아침부터 되게 재수없게 많이 후려쳐짐 당하는 정호승. 뭐가 또 즐거운지 그냥 히죽히죽 웃고 있는다. (웃을 때는 입이 양쪽으로 올라가 하트 입이 되는 건 참 인상적이였고) 이유라도 말해야겠다, 싶어서 전두엽 열심히 움직인다. 뭐라도 대답 안 하면 함승훈한테 맞아 뒤질 것 같은데.
"아니, 나도 슬슬 같은 반 애들이랑 친해져야 될 거 아냐, 새끼야'
스을쩍 함승훈 말 따라하면서 함승훈 어깨에 팔 거는 정호승이다. 커다란 함승훈 어깨에 팔 거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그도 그럴게, 함승훈은 180대 후반은 되어 보이고, 정호승은 180대 초중반이니까)(둘 다 크긴 크다)
-이게 스을쩍 넘어가려 하네
도리어 헤드락 걸려버린 정호승이다. 요즘 어른들이 애들 장난 치는 거 위험하다, 그러다 목 뼈 나가. 그러다 다쳐! 이러지만 이 시기에 들리는 게 있나. 혼낼 때 그때 잠깐 반성하는 척 하다가 다시 장난쳐서 다쳐 오는 게 일상인 시기다. (얘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머리 팔 안쪽으로 꽈악 잡더니 목 그대로 조른다. (야, 이씨 야) 정호승 숨 슬슬 막혀온다. 인상 팍 찌푸려졌고, 어떻게든 살아야겠다 해서 함승훈 팔 물었다.
-와, 야 미친놈아!
"네가 먼저 졸랐잖아"
풀려난 머리는 흐트러졌고, 그대로 지 목 잡고 켁켁 댔다. 그러게 싸맞고 뭐가 즐거운지 함승훈 쳐다보면서 꽤 비열하게 웃는 정호승이였고. 그때 또 야속한 종소리가 울린다. (아, 좀. 놀라고 하면 이놈의 종소리는 울려) 함승훈 그대로 냅다 계단으로 뛰면서 소리친다. (너 이따가 뒤졌어 이새끼야!!) 정호승 피식 웃는다. 참 잘도 뒤지겠다.
반으로 돌아가니까 또 책상 위에는 쪽찌 하나가 놓여있다. (이게 뭐지) 정호승 망설임 없이 슥슥 열어서 펼쳐보더니 또 소스라치게 놀란다. 괜히 주위 휙휙 둘러보고 자리에 착석한다. 눈 끔뻑거리더니 다시 편지 본다.
{ 있잖아, 호승아
이따가 점심시간에
학교 뒤쪽에
텃밭 있는 데로
나와주라 }
정호승 심장 쿵쾅쿵쾅 뛴다. 글씨체 보니까 아까 받은 초콜릿이랑 글씨체가 비슷하다. (아니, 얘가 이렇게 대담한 애였나)(미친 거 아냐?)(야이씨 이럴 줄 알았으면 함승훈 연애조언 잘 들어놓을걸) 멘붕에 빠진 상태로 정호승 급하게 편지 꼭꼭 접어서 필통 안에 넣어놓는다. 저도 모르게 발그레 해져 이미 열기가 자리한 두 뺨에 남들보다 차가운 제 손을 대고 있는다. 시원하다.
#자기야, 뭐해?
"워!!!!"
아!!! 정호승 개 놀랬다. 원체 함승훈한테 말고는 표현도 별로 안 하는 앤데 소리 질러서 또 시선집중 됐다. (하루에 두 번이나)
#아니 뭘 그렇게 놀래?
"아니, 네가..!"
억울하다는 듯이 아까 급식 같이 먹자고 한 애 쳐다본다. (네가 갑자기 말 걸었잖아) 그 빠른 시간에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고, 입술의 침이 다 이마로 간 듯이 입은 바싹바싹 말라갔다.
#왜, 야한 거 보고 있었어?
언제 또 자리는 바꿨는지 옆에 이 놈이 천연덕스럽게 앉아서 말을 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도 얼마 안 됐는데 또 정호승 심장을 벌렁거리게 할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난 얘 이름도 모르는데) 정호승 스을 눈 내려서 이름표 본다. 정..철원? (이름이 왜이래)(우리 아빠 졸업사진에 있을 것 같다)
#아, 내 이름은 보지 말고!
서둘러 이름 가리는 정철원이다. (푸핫) 정호승 결국에 웃음 못 참고 입꼬리만 실룩샐룩 웃는다. (나랑 성은 같네) 정호승 웃음 간신히 참고 있는 거 정철원이 보더니 안 그래도 째져 있는 눈 더 째서 정호승 노려본다.
#야, 웃지 말라니까!! 브라이언이라 불러. 브라이언.
이건 또 뭔 소린가 해서 정ㅊ.. 브라이언 빤히 보는 정호승이다. (더위 먹었나, 얘) 한국에서 태어나서 온통 한국에서 산 것 같은 애가 무슨 브라이언인가. 진짜 빵 터져버리고 말았다.
"(여전히 빵 터져서 웃는다) 아니,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자기야 난 진심이 아닌 적은 없었어..
옆에서 시무룩해져서 입 내밀더니 다시 진지하게 말하는 애다. (생각보다 재밌는 애네)(생긴 것도 멀쩡한 게 왜이래) 그도 그럴게, 눈은 얇아서 조금 작지만, 대체로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게 생겨먹었다. 피부는 조오금 까만 편으로. 머리는 그냥 남자애들 하고 다니는 특유의 머리로. (반에서 어, 보다보면 잘 생겼네. 싶을 상이였다)
브라이언 수업시간인 것도 잊고 정호승 옆에서 떠벌떠벌 거린다. 정호승 흥미가 생겼는지 또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 짓더니 바라본다. 브라이언은 또 그 시선에 신났는지 더 큰 목소리로 떠들어재낀다.
#...아, 아니 그래서. 그 미친놈이 진짜로 내 머리 밀라고 존나 빠르게 뛰어왔다니까?
"네가 잘못했었잖아, 근데"
#닥쳐 자기야, 원래 이런 건 내 편 들어줘야해. 아, 빨리 들어줘봐봐!
"..걔가 심했네"
#잘하네, (씨익 웃었고)
같이 히히 거리면서 웃더니 점심시간 종이 땡-, 쳤다. 자연스레 정철원(브라이언)이랑 같이 일어서서 다른 미친듯이 급식실로 뛰어가는 애들과 달리 느긋하게 천천히 걸어갔다. (덕분에 함승훈 속은 맨날 터지고)
급식실에 거의 다 왔다-, 싶으니 먼저 받아서 앉아있는 함승훈이 보인다. 함승훈 시선은 정호승 말고 정철원(브라이언)한테 꽂혀있었고, (별로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다)
-빨리 오라고, 새끼들아.
정호승 실실 웃고 옆에 정철원(브라이언)은 여전히 능글대게 웃으면서 정호승보다 먼저 함승훈한테 뛰어가서 뭐라뭐라 말 건다. 함승훈은 간절한 눈빛으로 조용히 정호승한테 도와달라는 눈빛 보냈고, (호승아 제발) 정호승 실실 웃다가 고개 돌리니,
아까부터 저를 빠안 보는 시선과 마주쳤다.
아, 헐. 이따가 점심시간에 보자고 했는데..!!
-사랑이 뭔지 알까, 3화입니다. 분량을 어째야할 지 몰라서 애매하게 왔다갔다 거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내용조절이 잘 안되네..(시무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