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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작가 : 호갈
작품등록일 : 201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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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필연적 채용 - 3화
작성일 : 17-07-20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7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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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1. 필연적 채용

 

 3화

 

 

  벨은 귓속말로 남자에게 사건의 정황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중년 남성은 처음엔 입가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벨의 말이 계속 될수록 올라간 입꼬리는 점점 내려왔다. 그리고 종국엔, 경악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엘리엇은 짜증스런 얼굴로 의자에 앉아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참가자에게서 사건의 정황을 듣고 있었다. 여태까지 들어온 참가자 중에 정확하게 사건의 진상에 도달한 사람이 없었다. 다들 피해자가 약을 먹고 질식했다고 한다. 지금 앞에서 떠들고 있는 이 녀석도 마찬가지. 피해자의 입안만 살펴봐도 그게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텐데. 멍청하긴. 그는 참가자들이 수사에 있어 전문 인력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하기 시작했다.

 

  “…그만.”

 

  그는 결국 참가자의 이야기를 중간에 멈추게 했다. 참가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아직-”

 

  엘리엇이 호위기사에게 고갯짓을 했다. 호위기사는 엘리엇을 마주보고 앉아있던 참가자를 억지로 일으켜 내쫓았다.

 

  “후…이제 다음은 누구지.”

  “벨 오웬, 가장 나이가 어린 참자가 입니다.”

 

  시종의 말에 엘리엇이 눈을 빛냈다. 형이 언질을 하지 않았더라도 아마 가장 관심 있게 지켜봤을 것이다. 시신의 곁에서 모래를 살펴본 유일한 참가자였다. 분명 혈흔을 찾기 위함이었으리라. 어느 정도 범행방법에 대해서 머릿속에 가닥을 잡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행동이었다. 노크소리가 한 번 들리고, 드디어 벨이 들어왔다.

 

  “앉지.”

 

  벨은 엘리엇의 지시에 따라 그와 책상을 사이로 마주보고 앉았다.

 

  “사건의 진상은?”

 

  그는 벨이 앉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벨은 다짜고짜 답을 요구하는 엘리엇의 말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건 자체는 아주 단순합니다. 알약이 떨어져 있던 곳에서 범인은 피해자를 살해했습니다. 그곳에 눕힌 상태에서 반항하지 못하도록 피해자 위에 올라탄 뒤 목을 졸라 질식시켰습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했던 칼로 피해자에게 상처 입히고 배에 표식을 새긴 겁니다.”

  “주변에 떨어져있던 알약은?”

  “그건 범인이 설치해놓은 교란 장치입니다. 그 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받게끔 꾸민 거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엘리엇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이 사건의 범인은 그와 엇비슷하게 진술했다. 이 황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벨은 다시 말을 시작했다.

 

  “범인은 피해자를 죽인 뒤 시신을 끌고나와 놀이터 한 가운데에 눕혔습니다. 그리고 미리 챙겨온 칼을 등에다 꽂았죠. 놀이기구 밑에 있는 모래를 잘 살펴보면 막 뒤집은 것처럼 축축합니다. 시신을 끌고 온 자국을 없애기 위함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범인은 왜 굳이 놀이터 한 가운데에 시신을 가져다 놓은 거지.”

 

  엘리엇이 묻는 말에 벨은 거침없이 바로 답을 시작했다.

 

  “주목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시신에 필요 없는 상처를 낸 것을 보면 범인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인물입니다. 자신보다 약한 동물을 죽이거나 다른 어린아이들을 괴롭힌 전적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자랑삼아 말한 적이 분명 있을 겁니다. 등에 칼을 꽂아 넣은 이유는 사람들이 그 시신을 보고 바로 시신임을 눈치 채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범인은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며 과시욕이 강한 인물입니다. 피해자의 배에 M을 새긴 것도 같은 맥락이죠. 아마 자신이 범인임을 나타내는 표식일 겁니다. 이런 범인의 성격을 미루어 봤을 때…”

 

  엘리엇이 흥미로운 얼굴로 벨을 바라봤다.

 

  “범인은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기 위해 사건 현장에 나타났거나, 목격자행세를 하며 사건에 참여하려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엘리엇이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범인의 성격과 행동에 관해서 꽤 날카로운 분석을 보여주는군. 하지만 압흔에 관한 설명은 빠져있다. 범인이 손으로 질식사 시켰다면 당연히 압흔이 남아있어야지.”

 

  벨이 엘리엇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엘리엇은 잘못 봤나 싶어 눈을 깜박였다. 어느새 벨의 얼굴엔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시신에 압흔이 거의 보이지 않은 것은 범인의 힘이 약했기 때문입니다. 시신에 나 있는 상처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시신의 상처들은 이미 피해자가 사망한 뒤 난 상처입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피해자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죽인 뒤 상처를 낸 겁니다. 이미 움직이지 않는 피해자를 상대로 만든 상처들이 얕은 것만 봐도 힘이 약한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범인에 관한 정보는 그게 다 인가? 용의자를 특정 할 수 있는 정보들을 알아내라 했을 텐데.”

 

  벨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곤 엘리엇의 모습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책상을 톡톡 두드리고 있는 엘리엇의 손에서 시선을 멈췄다. 엘리엇은 손을 멈추고 팔짱을 꼈다. 관찰당하는 기분이 아주 뭣 같았다. 그가 팔짱을 꼈을 떄, 벨이 아주 짧게 보였던 미소를 다시 한 번 보였다. 엘리엇은 그 모습에 움찔했다. 하지만 또다시 벨의 얼굴엔 언제 미소를 띠었냐는 듯, 무표정으로 돌아가 있었다. 뭐지? 대체 왜…

 

  “피해자가 살해당한 장소인 놀이기구 밑은 어른 키의 반도 되지 않는 협소한 공간입니다. 그곳에서 모래판으로 시신을 옮기기 위해 범인은 피해자의 양쪽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고 끌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신고 있는 신발의 발꿈치 부분 위쪽까지 신발이 닳아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서너 살짜리 아이를 끌고 가야할 만큼 키가 작고 힘이 약한 인물, 범인을 교란시키려 약을 뿌려놓고 모래를 헤집어 놓는 등 영악하면서도 어설픈 수법. 구하기 쉽지 않은 강력한 진통제를 구해온 것.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범인은 피해자보다 머리 하나정도가 더 큰, 가족 중에 한 명이 중환자 이거나 그런 환자와 알고 지내는 ‘어린아이’일 거라 생각합니다.”

 

  엘리엇은 감탄했다. 실제 수사 때도 이렇게 빨리 진상에 도달하진 못했다. 어느 누구도 ‘어린이’가 살인사건의 범인일 거란 생각은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격자인척 접근한 꼬마의 행동이 아니었다면 아마 용의선상에 올려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실제 범인은 11살짜리 꼬마였다. 꼬마의 이름은 마리아 벌스트로. 시신의 M은 벨의 말대로 자신을 가리키는 표식이었다. 잘 먹지 못해 또래보다 키도 작고 볼품없는 어린아이였다. 소녀의 어머니는 창녀, 아버지는 뒷골목 깡패였다. 두 사람은 양육에 그리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니, 관심이 없어 방치했더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아이는 학대받았으며 각종 마약에 노출된 상태였고 그런 환경에서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갔다.

 

  소녀는 고작 5~6살 무렵부터 자신이 동물을 죽였다며 자랑하듯이 말해왔었다. 실제로 몇몇 작은 동물들의 사체가 발견되었지만 아무도 소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소녀가 동물의 시체를 보고 거짓말을 지어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소녀가 11살이 되고 그녀의 옆집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오게 됐다. 이 집의 가장이 바로 중병에 걸린 환자로, 다량의 강력한 진통제를 지니고 있었다.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안이 좋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피해자는, 바로 이 집의 막내아들이었다. 피해자의 부모들은 마리아가 자신의 아들과 곧잘 어울리며 돌봐줬다고 했다.

 

  왜 아이를 죽였느냐고 소녀에게 물었다. 죽은 아이의 부모님들이 우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피해자 아버지의 진통제를 훔쳐서 범행에 이용했다고. 자신의 부주의로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한다면 부모들이 더 많이 울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이에게 있어서 살인은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과 동일선상에 있는 재미있는 놀이였다. 진술을 마치고 심문실에서 나가려 했을 때, 아이가 해맑게 엘리엇에게 질문을 던졌다.

 

  ‘죽이는 게 나쁜 거예요? 어차피 모든 동물은 죽잖아요?’

 

  이때 엘리엇은 진심으로, 이 아이가 잡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제 답이 틀렸습니까?”

 

  벨이 엘리엇에게 물었다. 엘리엇은 상념에 빠졌다가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니. 정확하다. 결과는 모든 참가자들의 답변을 들은 뒤 바로 알려주지.”

 

  벨이 역시 특유의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었다. 합격여부를 나중에 알려준다고는 했지만 사실 확정이나 마찬가지였다.

 

 ****

 

  모든 참가자들이 연무장에 다시 모였다. 엘리엇이 역시 호위기사와 시종 두 사람을 대동하고 그 앞에 섰다.

 

  “다들 수고했다. 이번에 수사단에 들어오게 된 인원은 세 사람이다. 그 첫 번째는 벨 오웬. 앞으로.”

 

  벨이 앞으로 나갔다. 그러자 황자가 자신의 옆으로 손을 뻗었다. 시종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오며 엘리엇의 손 위에 목걸이를 하나 올려 두었다. 목걸이는 ‘LIE’라는 세 개의 글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는 벨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며 말했다.

 

  “수사관은 거짓을 꿰뚫고 진실을 파헤쳐야한다. 이 목걸이는 겉으로 보기에 거짓이라는 뜻이지만, 돋보기로 이 글자를 잘 살펴본다면”

 

  황자가 옆으로 다시 손을 뻗자 시종이 그 위에 돋보기를 올려주었다. 그는 돋보기를 벨에게 건네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TRUTH라는 글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벨이 돋보기를 들고 목걸이를 면밀히 살폈다. LIE 각각의 알파벳 위에 빼곡하게 TRUTH라는 글자가 반복되며 꽉 차있었다.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는 이렇게 작은 글자를 어떻게 새긴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마법인가? 그리 생각하며 벨은 돋보기를 다시 황태자에게 건넸다.

 

  “수사관은 중립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언제 어느 때나 흔들리지 말고 진실을 추구하도록.”

 

  그 말에 벨의 새카만 눈동자가 엘리엇의 짙은 녹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황자는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겠지만 그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말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수사단을 지원한 겁니다.”

 

  엘리엇은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무슨 의미냐 묻는 표정이었지만 벨은 답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인형이 따로 없군. 웃었을 땐 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달은 앨리엇은 다음 합격자를 소리 높여 불렀다.

 

  “다음 합격자는 도트 덴버.”

  “워메! 꿈이여 생시여!”

 

  육안으로 하는 검시에 뛰어난 모습을 보인 참가자였다. 도트가 기뻐하며 앞으로 펄쩍펄쩍 뛰어나왔다. 뛸 때마가 바닥이 쿵쿵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가 앞으로 나오는 와중에 엘리엇의 시선이 다시 벨에게 향했다.

 

  그는 벨이 사건 진상 보고를 마치고 방에서 막 나가려는 찰나를 다시 떠올렸다.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나가려던 벨이 걸음을 멈추며 엘리엇을 돌아봤다. 의아하게 쳐다보자 그가 입을 열었다.

 

  “현장에 있던 약이 진통제인건 어떻게 알았지? 약품 쪽에 지식이 있는 건가?”

 

  벨은 한참을 답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무표정임에도 어쩐지 난처하고 당황해 하는 것이 느껴졌다. 뭐지? 별 것 아닌 질문인데? 그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 벨이 답했다.

 

  “복용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엘리엇이 눈을 크게 떴다. 현장에서 발견된 알약은 마법적 처리가 된 굉장히 강력한 진통제다. 그 진통제는 치료를 위한 약이 아니라, 죽음을 목전 앞에 둔 사람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여생을 보내기 위해 먹는 약이다.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고 뜻하지 않게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어버린 엘리엇은 당황했다. 자세히 보니 남자치곤 키도 작고 빼짝 마른데다, 피부도 하얗다 못해 창백한 편이었다. 엘리엇의 얼굴이 순식간에 동정으로 물들었다.

 

  “오해입니다.”

  “뭐가?”

  “지금 생각하시는 거, 오해입니다.”

 

  벨이 엘리엇의 표정을 보고 다시 말했으나 엘리엇은 믿지 않았다.

 

  “그래. 알겠다.”

  “……정말 오해십니다. 제가 먹었던 진통제는 평범한-”

  “그래그래. 알겠다고.”

 

  벨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엘리엇의 손을 무표정으로 가만히 쳐다봤다. 오해라고 설명했음에도 이 사람은 왜 이러는 걸까. 뭐, 상관없나. 라고 생각한 벨은 엘리엇에게 가보겠다고 말하곤 다시 나가려고 했다.

 

  “아, 잠깐만 한 가지 더.”

 

  벨이 다시 동작을 멈추고 엘리엇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한쪽 고개를 기울이고 엘리엇을 쳐다본 순간, 엘리엇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저 각도는 뭔가…치명적인데? 도대체 뭐가 치명적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는 일단 그렇게 결론 내렸다.

 

  엘리엇이 불러놓고 말을 하지 않자 벨의 미간을 슬쩍 찌푸려졌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찌푸린 건지 아닌지 모를 정도였다. 그 표정을 보곤 엘리엇이 정신을 차려 다시 입을 열었다.

 

  “혹, 황실과 연이 있었던 적이 있나?”

 

  벨이 한쪽으로 다시 고개를 기울이고 천천히 답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말 그대로, 어떤 방식으로든 황실과 접촉이 있었느냐고.”

  “제국민이라면 누구든 황실과 연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 돌리기였다. 엘리엇은 속이 갑갑해졌다. 형도 그러더니 이 녀석도 이런다. 감시하라고 한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도대체 어떤 접점이 있는 것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좋아. 그럼 질문을 바꾸지. 성 내로 들어와 황족을 만난 적 있나?”

 “아니오. 없습니다.”

 

  엘리엇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벨은 덤덤하게 답했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하실 말씀이 없다면 이만 나가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벨이 엘리엇에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그가 나간 뒤 엘리엇은 삐뚜름하게 한쪽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표정이 전혀 변화가 없었지만 어쩐지 알 수 있었다.

 

 거짓말. 이라는 걸.

 

  “황자님, 황자님.”

 

  엘리엇이 삐뚜름하게 웃으며 생각에 빠져있던 그때, 시종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온 그가 주변을 돌아봤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몰려 있었다. 그는 황급히 도트 덴버에게 목걸이를 걸어줬다. 하지만 여전히 시선은 벨을 향한 채였다. 벨은 그를 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있는 상태였다. 엘리엇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건방진 놈.”

 

  감히 제게 거짓을 고하다니. 앨리엇은 이렇게 된 거 뒷조사를 철저히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한편, 목걸이를 받고 기분이 좋았던 도트 덴버는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수사단원이 되자마자 찍힌 건가? 벨 오웬이 범인을 알려준 게 혹시 들킨 걸지도 몰랐다. 그는 울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엘리엇은 도트 덴버는 안중에 없었다. 그는 시종의 재촉에 세 번째 사람에게 목걸이를 걸어주고 있었다. 진통제가 어떤 것이지 확인해준 약사가 그 세 번째 주인공이었다.

 

  엘리엇은 세 명의 합격자에게 이틀 뒤에 임명식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 오늘은 임명식 교육을 받고 돌아가면 된다고 일러주곤 바로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벨 오웬을 빨리 조사해보고 싶었다.

 

  시종이 그런 앨리엇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합격자를 제외한 참가자들을 돌려보냈고, 세 명의 합격자들에게 따라오라며 앞서 걸었다. 그들은 궁내에 따로 지어진 수사단 건물을 들어섰다.

 

  “이름이 벨이었던가? 오늘 끝나고 맥주 한잔 어뗘?”

  “전 괜찮습니다.”

 

  도트가 벨에게 치근덕댔다. 벨은 답도 하지 않고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된 채 떠나질 않았다. 도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니 대체 뭘 그렇게 쳐다보는 겨? 이쁜 아가씨라도 있는가?”

 

  도트의 말에 시종까지 뒤를 돌아봤다. 벨은 재빠르게 시선을 거두며 답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도트가 고개를 갸웃하곤 다시 맥주에 관해서 이야길 꺼냈다. 그는 약사인 여성 참가자에게도 함께 뒷풀이를 가자고 종용했다. 시종이 다시 앞을 바라보며 걸었다.

 

  벨은 일행의 가장 뒤 쪽에서 슬쩍 흘기듯이 한 곳에 다시 시선을 줬다. ‘기밀서류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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