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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브레이커
작가 : 스테인리스
작품등록일 : 2017.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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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짙은 잔상 (2)
작성일 : 17-07-23     조회 : 338     추천 : 0     분량 : 6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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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분도 되지 않아 마친 첫 수업에서 나오는 길.

 

  지연은 자꾸만 인상이 쓰이려 하는 걸 가방끈을 힘주어 잡듯 얼굴을 다잡았다.

 

  무시하면 그만이었는데 지금까지도 떠오르고 있었다. 아까 그 남자의 얼굴이며 그 남자가 쓴 말이며.

 

  후우……. 차가운 인상 때문인 건지 뭔지,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치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움츠러들었다. 아까도 그랬고. 한 학기동안 옆자리에 앉아서 같이 영어 말하기를 하려면 그 사람 눈빛에 익숙해져야 했다.

 

 

  ‘마주치고 싶지 않다 정말…….’

 

  같은 과라고 해도 1학년까지는 수업에서 한 번도 겹치지 않을 수 있다고 그랬으니까, 제발 제발 아까 그 수업만 같은 수업이기를……! 내년부터는 부전공수업때만 보고 나머진 다 다른 수업이기를!

 

  그렇게 지연은 기름한 속눈썹을 쥐어짜듯 눈꺼풀을 세게 눌러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현재 시각 9시 17분.

 

  다음 수업까지 족히 5시간도 더 남은 상황.

 

  지연은 필수적으로 작성해야한다는 학생 지도카드를 받으러 과사무실이 있다는 건물 쪽으로 향했다.

 

 

 

  <초등교육과 사무실>

 

  지연은 문 위에 부착된 초록색 명패를 보더니 눈에 힘을 주며 숨을 골랐다.

 

  닫힌 문 안쪽에서 언뜻 여러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소리가 들렸던 상황.

 

  ‘같은 과 사람들이겠지…….’

 

  똑똑.

 

  “네 들어오세요.”

 

  지연은 조심스레 문고리를 잡고 돌려 앞으로 밀었고.

 

  그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일순 시끄러웠던 공간은 촤악, 하고 가라앉았다.

 

  지연이 열고 들어온 문을 조용하게 다시 닫더니 말했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지도카드 받으러 왔어?”

 

  “네.”

 

  지연은 가방끈을 되잡으며 걸음을 더했다.

 

  갑자기 조용해진 분위기에서 유독 큰소리로 저를 반겨준 저 여자. 창문을 뒤로 한채 책상에 앉아있는 저분이 아무래도 과조교라는 분 같았다.

 

 

  “이름이… 유희? 유희인가 그러면?”

 

  지연은 얼굴을 작게 끄덕였다.

 

  어떻게 이름을 바로 알았나 싶었던 것도 잠시, 조교 책상 옆 캐비닛엔 학년별 과학생들의 이름과 증명사진이 인쇄돼 부착되어 있었는데.

 

  “여자중엔 유희 너만 오티새터 다 안왔다길래 궁금했는데, 오늘 개강총회하는 건 알지?”

 

  “네.”

 

  “이거 작성해서 이따 개강총회때 나한테 주면 돼.”

 

  조교로부터 A4크기의 빳빳한 미색의 종이 하나를 건네받은 지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안녕히 계세요.”

 

  “응 이따보자!”

 

  “네.”

 

  그녀는 조교에게 살짝 미소를 짓더니 다시 몸을 돌아 방 정가운데에 있던 큰 테이블을 그대로 지나쳤다. 그 과정에서 아까처럼 떠들썩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뭐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저를 보는 시선들이 느껴졌음에도 지연은 그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때. 다분히 대충 두들겼다 느껴지는 노크소리가 뚝뚝, 하고 울렸다.

 

  문 거의 앞에 와있던 지연은 일단 비켜섰고.

 

  “네 들어오세요.”

 

  라는 조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열린 문.

 

  그리고 이내 보인 건.

 

  “…….”

 

  태열의 코끝으로 가벼운 웃음이 희미하게 새나왔다.

 

  설마, 같은 과인 건가 싶어서.

 

  지연은 가방끈을 힘주어 되잡았다.

 

  “……. 비켜주시겠어요.”

 

  부러 멈춰서 있던 태열의 눈썹끝이 설핏 구부러졌다. 고저 없이 차분한 말소리. 그 말을 조용히도 내뱉은 그녀의 시선이 제 목 아래쯤 머물러 있었다. 그 어떤 미동도 없는 얼굴이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까딱이더니 그대로 앞으로 향했다. 별 다른 생각 없는 사람처럼.

 

 

  지연이 나간 과 사무실 안.

 

  “학생 지도카드 받으러 왔는데.”

 

  태열이 조교를 내려 보며 무심히 말했다. 지금 이렇게, 저를 멍하니 보는 여자의 표정. 그에겐 몹시도 익숙한 일이었다.

 

  “그 그래요 잠깐만.”

 

  증명사진만으로도 조교들사이에서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켰었는데. 조교생활 5년차, 인생 30년차. 이런 실물은 본 적이 없었다. 이 피지컬이랑 보이스는 어떻고.

 

  조교가 정신을 차리려는 듯 황급하게 안경테를 치켜올린 때. 태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눈에 들어온 사진들, 그 안에서 단번에 찾은 지연의 얼굴.

 

 

  차유희……. 맞네 같은 과.

 

 

  “개강총회, 오늘 개강총회있는 건 알죠?”

 

  “다섯 시 맞나요.”

 

  “어어 그때 주면 돼요!”

 

  학생지도카드를 받아든 태열은 유유히 과사를 벗어났다. 같은 공간에 있던 몇몇의 학생들의 존재는 애초부터 그에게 신경 쓸 대상이 아니었다는 듯.

 

  차유희, 이름 세 글자만 되뇌일 뿐이었다.

 

 

 

 

 *

 

 

  지연은 교정을 벗어나 혜민이 알려준 브런치 전문 카페로 향했다.

 

  ‘아… 편하다.’

 

  구석진 소파 자리에 편히 앉은 지연의 입가로 찰나였지만, 오늘 처음으로 편한 미소가 걸렸다. 학교랑은 조금 떨어진 여기까지 찾아오는 동안 자신이 학교에서 어떻게 있었는지를 떠올려보느라 얼마나 마음을 썼는지 모른다. 그 중 대부분이 태열 때문에 당황했던 것, 그를 보고 당황하지 않고자 애썼던 것이었지만. 그렇게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해본 결과 크게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었던 것 같았다.

 

 

  ‘내가 첫손님인가……?’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도 아니고, 혜민 또래의 젊은 여자가 홀로 계산도 하고 음료도 제조한 카페. 샌드위치는 조금 있다가 시켜야지, 하며 아늑한 분위기에 조였던 마음을 다독이며 자리했던 이곳. 지연은 유자차를 홀짝이며 가방에서 학생지도카드와 필통을 꺼냈다.

 

  그리고는 긴 머리를 왼쪽어깨로 모두 넘기며 고개를 숙여 펜을 든 순간, 휴대폰에선 짧은 진동이 울렸다.

 

  <오늘 개강했죠? 하루 무사히 보내요, 하루만 잘 넘기면 그 다음부턴 쉬울 거니까^^>

 

  “아…….”

 

  양 볼이 살짝 붉어진 지연의 마음은 조금 따뜻해졌다.

 

  ‘바쁘신데 답장안하는 게 좋겠지…….’

 

  이런 사람이 친오빠면 어떤 기분일까…….

 

  그녀는 유한의 메시지에 문득, 아주 작게 입을 열어봤다.

 

  “오빠…….”

 

  상상만해도 정말 좋을 것 같은데, 그 아이는 본부장님같은 사람이 오빠라서 얼마나 좋을까.

 

  이내 지연은 숨을 정돈하듯 심호흡을 하고는 기계처럼 수신된 메시지를 삭제했다.

 

  수신된 문자 메시지는 보는 즉시 삭제하라고 했던 혜민의 말을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로 턱을 괴더니 찻잔 손잡이를 손끝으로 긁적였다.

 

  그동안 정말 궁금했지만 그 누구한테도 쉽게 물어볼 수 없었던 것.

 

  내가 대신 대학을 다녀주는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왜,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대학을 다니게 한 걸까. 그 아이가 바랐던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시켰을까. 시킨 거면, 그 아이는 좋다고 했을까…….

 

  지연은 힘빠진 미소를 지으며 괸 턱을 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지금 이런 필요 없는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할 일이, 해야 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녀는 눈썹을 치즈올리듯 이마 위로 쭈욱 올리더니 입술을 힘있게 앙 다물었다.

 

  그리고는 미리 챙겨왔던 증명사진을 꺼내 그 뒷면의 스티커를 떼어내 ‘사진’란에 부착했고. ‘이름’란부터 시작해 마치 모든 개인정보가 제 것인냥, 혜민으로부터 지시받았던 내용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적기 시작했다.

 

 

  그 시각. 학교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에 와있던 태열은 삐딱하게 앉아 학생지도카드를 훑고 있었다.

 

  시대가 어느 땐데 그것도 대학에서. 학생 부모는 물론 형제의 학력과 직업까지.

 

  쓰고자 꺼냈던 펜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고 있던 그는 단 한글자도 쓰지 않은 채, 콜드브루를 들이키더니 입을 텁텁하게 다셨다.

 

  애초부터 기대도 없이 들어온 카페였지만 이건 마시라고 파는 더치커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그는 안되겠는지 인상을 쓰며 가방을 열었다. 이후 걸치고 있던 검은색 가죽재킷을 벗어둔 그는 카페 내 흡연실로 향했고. 그의 움직임은 카페 내에 있던 여자들의 눈동자 안으로 슬금슬금 담기고 있었는데.

 

  길고도 부드럽게, 그러나 남성미를 느끼게 뻗어있던 그의 손가락 사이로 들어온 새하얀 담배. 이내 그의 붉은 빛 입술은 담배를 무는가 싶더니 얼마못가 흩뿌연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그는 입에서 담배를 떼어낼 때마다 왼손으로 쥐고 있던 금장의 지포라이터를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기 시작한 횡단보도 건너편의 학생들의 모습.

 

  누가 새내기이고 아닌지를 한눈에도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지금 그의 눈이 무의식적으로 찾고 있던 건, 혹여나 있을지 모르는 지연의 모습이었다.

 

 

 

 

 *

 

  “1학년분들은 여기 앞에 계신 조교분께 학생지도카드 제출해주시고 좌석 제일 뒤에서부터 앉아주세요!”

 

  지연은 가방끈을 꽉 잡고 몸을 움직였다. 엘리베이터문이 열리자마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이곳은 번잡하다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전부, 교육과 사람들일 것이었다.

 

 

  “다시 한번 공지합니다! 새내기분들은 제일 뒤좌석부터 앉아주세요,”

 

  오늘 수업을 들어갔던 두 개의 강의실에 비해선 큰 강의실이었음에도 어쩐지 이 많은 학생들이 다 앉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극장형태의 완만한 경사가 있는 이곳에서, 가장 뒤편으로 가려면 양쪽 가장자리 복도를 이용해 계속 올라가야했다.

 

  ‘후…….’

 

  오르락내리락거리는 학생들 틈에서 지연은 몇 번이고 어깨를 살짝 살짝 부딪혀야 했지만 모두가 정신없던 상황. 그녀 또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자리로 가 앉아야 했다.

 

  지연은 어깨에서 가방을 빼내며 자리에 앉았다. 무릎 위로 가방을 올려둔 그녀는 애써 저 앞의 단상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맨 뒷줄에서 출입문 방향으로 아무것도 올라가 있지 않았던 두 자리. 그 중 가장 끄트머리에 앉았던 건데 오른편에서 느껴진 흘끔대며 속삭이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지금 교수님들 오시는 중이랍니다. 5분 후에 개강총회 시작할 테니 이제 다들 자리에 착석해주세요!”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과대? 학회장? 대학에도 반장같은 게 있다더니…….

 

  지연은 오른편에서 느껴지는 무언의 기척을 무시하며 단상앞의 마이크를 통해 공지하는 남학생만을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안녕!”

 

  오른팔에서 느껴진 인기척. 그 손끝에 지연은 빠르게 침을 삼키더니 침착하게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녕.”

 

  “이름이 뭐야?”

 

  “차유희.”

 

  “스무살이지?

 

  지연은 별 다른 표정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저를 샅샅이 보고 있는 건 세 명의 여자였는데, 제게 말을 걸고 있는 건 가장 가까이에 앉아있는 단발머리 여자애 한명 뿐이었다.

 

  “너 근데 왜 오티 안왔어?”

 

  “몸이 안 좋아서.”

 

  “어디가? 어디 아파?”

 

  “어렸을 때부터 몸이 좀 안 좋았어.”

 

  “아…….”

 

  단발머리가 뭘 알아듣기나 한 건지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제게서 얼굴을 돌리자, 이렇게 대화가 끝나겠지 싶었던 지연이 다시 단상쪽을 바라봤을 때.

 

  “근데 넌…….”

 

  또다시 지연의 오른쪽 팔을 살짝 두드렸던 단발머리의 말이 빠르게 멎었다.

 

  지연이 단발머리의 입이 쩍벌어져 있자 의아한 듯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지연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다시 단상쪽을 바라봤다. 그러고보니 오른편에 있던 단발머리 여학생뿐만 아니라 이곳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사뭇 좀 전과는 달리 느껴졌다.

 

  저 송태열이라는 남자 때문인 것 같았다.

 

  지연도 알고 있었다. 태열의 외모와 체격이 보통 남자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그럼에도 어쩐지 지연은 태열이 풍기는 사나운 느낌과 찬바람 쌩쌩 부는 것 같은 분위기가 그저 불편하고 조금 무섭기까지 했다.

 

  “야 온다 온다…….”

 

  지연은 옆에서 들린 단발머리의 호들갑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는 듯 계속 단상쪽만 봤다.

 

  마이크 앞에 있던 남학생은 다시 한 번 마이크를 잡았다.

 

  “개강총회는 교수님들 오시면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새내기분들은 가장 뒷줄 좌석부터 앉아주세요. 나머지 학생 여러분들도 모두들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학생지도카드를 제출하고서는 앉을 자리를 훑어보던 태열의 입꼬리가 슬며시 들렸다.

 

  가장 뒷줄 좌석부터 앉으라고.

 

  “어떡해 이쪽 봤어!”

 

  지연은 검지손톱으로 엄지를 세게 짓눌렀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괜히 촉각이 곤두섰다. 설마 여기 앉는 건 아니겠지 싶어서.

 

  ‘저쪽에 앉을 걸…….’

 

  지연은 괜히 여기에 앉았나 싶었다. 출입문과는 가장 멀리 떨어진 쪽으로 가서 앉았으면 어땠을까.

 

  ‘아냐, 신경쓰지마. 이쪽에 앉으면 뭐 어때 신경꺼.’

 

  지연은 앙다문 입가에 힘을 줬다. 여전히 그녀의 시선은 계속 단상쪽에 있던 상황.

 

  “저기 유희, 유희야?”

 

  지연은 살며시 잡힌 팔에 오른편을 봤다. 아까도 이 애의 얼굴이 이렇게 빨갰었나. 지연이 왜 불렀나 싶어 의문스럽게 입을 열려던 때.

 

 

  “앉아야 될 거 같은데.”

 

  태열은 지연이 저를 올려다보자 가볍게 오른쪽으로 턱짓했다. 지연과 단발머리 사이에 비어있던 자리 하나.

 

 소리 낮춰 말한 그의 낮은 목소리에 지연은 무릎위의 가방을 내려 봤고.

 

  “……. 네.”

 

  태열은 그녀가 조용히 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자 피식 웃었다.

 

  누구 사이에 껴 앉을 마음은 없었지만 이 애의 옆이라 앉아볼까 싶었더니.

 

  아무래도 자리를 비켜달란 뜻으로 받아들였나 보다.

 

  그렇게 지연이 오른쪽으로 한 칸 옮겨 앉자마자 백팩을 어깨에서 빼낸 송태열.

 

  그는 자연스럽게 지연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 긴 다리를 익숙하게 왼편으로 꼬았고.

 

  ‘후우…….’

 

  지연은 가방끈을 비틀었다.

 

  어쩐지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왼편의 시선.

 

  불안했다. 자신을 기억하냐고 다시 물어볼까봐.

 

  ‘신경끄자니까……. 후!’

 

  앞으로 영어 말하기 시간에 옆에 앉으려면 익숙해져야 하는 걸 알면서도, 지연은 빨리 오늘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가고 싶어졌다.

 

  그런 그녀는 20여분 뒤, 제 혀끝을 깨물며 울상이 될 것만 같은 얼굴을 정돈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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