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완벽한 유물 독식
작가 : 범고
작품등록일 : 2017.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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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첫 번째 유물
작성일 : 17-07-16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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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이 고르지 못한지 마차가 요란스레 덜컹거렸고, 그 진동이 건초에 기대어 나른하게 졸고 있던 레이를 깨웠다.

 테츠 마을에서 라쿤영지까지는 마차를 타면 하룻낮 거리였다.

 레이는 하늘 높은 곳에 걸려있는 해를 보고 도착까지는 시간이 남았음을 인식했다.

 

 ‘라쿤영지에 가는 것도 오랜만이네.’

 

 예전에도 들리기는 했었다.

 말 그대로 다른 곳에 가는 도중에 들린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마을을 떠나고 싶었던 전생의 그에게 라쿤영지는 눈에 차지 않았다.

 집과 가까운 곳이라서 떠난다는 느낌도 없었고, 더 큰 곳에서 가서 크게 성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레이가 간 곳이 시온 후작 영지였다.

 생각해보면 자신은 참 겁없는 철부지였다.

 상단에 빌붙어서 운이 좋게 그곳까지 가기는 했지만, 그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먹었으면 어찌 될지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는 레이의 코에 희미한 술의 향기가 느껴졌다.

 그의 옆에 있는 비어있는 술통에서 나는 향이었다.

 아마 마을 중앙에 있는 주점에서 소비한 것이리라.

 

 회귀 전의 그도 술을 좋아했다.

 용병이 된 초반에는 금전적으로 부족해서 자주 마시지 않았다.

 바닥을 기며 사는 인생이라 가끔 식사를 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쩌다 짭짤한 수입을 거둘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는 주점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창녀의 몸을 주무르며 마시지는 못했지만, 닭요리에 맥주 한 잔을 마시면 속도 뚫리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마나 호흡법을 익혀서 이름을 날리고서는 양옆에 여자를 끼고 비싼 술을 마셨다.

 틀림없이 술은 맛있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 혼자 마시던 싸구려 맥주를 먹을 때 만큼의 감격은 느껴지지 않았다.

 레이가 술통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며 추억을 회상하는데 덜컹거리며 가던 마차가 멈춰 섰다.

 

 “어이, 식사하고 갈 거니 내려”

 “알겠습니다.”

 

 마부석에 앉아있던 텁석부리가 레이를 향해 외쳤다.

 짐칸의 건초를 조금 가져가 말의 앞에 놔두고 그들은 근처 평평한 바위에 가서 앉았다.

 

 “2인분으로 준비했으니 같이 드시죠”

 

 레이가 따로 챙겨온 작은 짐을 풀었다.

 구운 토끼고기와 채소가 빵 사이에 끼워진 음식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차를 얻어타고 가기로 하였기에 미리 마부의 것까지 준비해온 것이다.

 

 “흠. 고맙군.”

 

 레이의 배려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희미하게 미소를 보였다.

 꽤 많은 양을 준비해 왔기에 둘 다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식사를 끝낸 후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이는 다시 술통 옆에 앉아 이번 여행의 목적인 [신속의 반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은 전생에서는 클리앙 공작가에서 가지고 있던 물건이었다.

 

 새로운 황제는 즉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물 관련법을 시행하였다.

 유물을 황실에서 모두 관리 하려는 게 그 목적이었다.

 하지만 귀족들에게까지 적용하기에는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황제에게도 위험부담이 컸기에, 귀족 가문이 기존에 들고 있는 것은 예외적으로 인정한다고 하였다.

 

 클리앙 공작가는 제국에서 셋뿐인 공작가중 하나라 그런지 유물도 여러 개 있었다.

 [신속의 반지]는 3 공자가 사용했었는데, 그는 그것을 얻고 나서 상당한 강자가 되었다고 전해졌다.

 3 공자는 마나 친화력은 부족하였지만 형제들 중 검술은 제일 뛰어났다고 한다.

 다 같이 고급검술을 수련했을 가문의 형제들 중 검술이 가장 뛰어난 자가 유물도 가졌으니 강해지는 건 당연하였다.

 전장에서 그가 싸우는 것을 본 사람이 하는 말에 따르면, 공자가 시동어를 외치자 그의 몸이 갑자기 2배는 빨라져서 상대를 무참히 도륙 냈다고 했다.

 

 레이는 이 부분에서 의문점이 들었다.

 유물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나가 많이 필요하다.

 이것은 자신이 경험해본 거라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아공간주머니] 같은 경우에는 물건을 넣고 뺄 때만 마나가 들어서 어느 정도만 마나가 있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신속의 반지]는 [불의 힘이 깃든 검]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마나를 주입해야 능력이 유지가 될 것이었다.

 그런 유물인데 검술은 형제 중 제일이지만, 마나가 부족해 낮게 평가받던 3공자가 사용을 하다니.

 전장에서 그는 꽤 오랜 시간을 가속상태로 있었다고 들었었다.

 

 ‘전설로 전해지는 비전의 물약이라도 먹은 건가?’

 ‘뭐... 무려 제국의 공작가니까 특별한 방식으로 해결했겠지.’

 

 의아한 점이 있기는 했지만, 진상을 알 도리가 없는 레이는 생각을 대충 넘기고 마나 호흡법을 수련했다.

 마차는 그사이에도 계속 달려 해가 저물 무렵 라쿤영지에 도착하였다.

 

 “덕분에 감사히 타고 왔습니다.”

 “그래, 다음에 볼일 있으면 보자”

 

 텁석 수염의 마부와 작별의 인사를 나눈 레이는 여관부터 찾아 들어갔다.

 간단한 식사를 방으로 올려달라고 주문을 하고 배정받은 방의 문을 열었다.

 

 문의 안쪽은 적당히 더러운 평범한 방이었다.

 쿰쿰한 냄새가 나고 바닥에 벌레가 몇 마리 기어 다니는 것 정도야 특이할 것도 없었다.

 레이가 신발을 벗고 침대에 누우니, 침대보 아래에서 지푸라기가 눌려 버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일은 용병 길드에 가 봐야겠어’

 

 잠시 후 올라온 식사를 먹어치운 레이는 마나 호흡법을 수련했다.

 적당히 했다 싶을 때, 밤에 도둑이 들 수 있으니 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을 하고 검을 베게 밑에 놔둔 후 잠을 청하였다.

 

 

 ******

 

 

 전날 밤의 왁자지껄함이 사라진 여관 1층으로 레이가 내려왔다.

 푹 쉬었는지 얼굴에 피곤함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가 여관 문을 나서니 부지런히 움직이는 영지민들이 보였다.

 레이는 분주하게 이동하는 사람들의 사이를 지나 미리 위치를 알아둔 용병 길드로 발걸음을 향했다.

 

 2층짜리 목조건물의 문이 삐걱거리며 기름칠을 원한다고 소리를 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소년은 고개를 움직여 잠시 실내를 둘러보더니 한쪽에 위치한 접수대로 향했다.

 접수대에는 왼쪽 뺨에 절상의 자국이 있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 남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년을 향해 재미있다는 눈빛을 보였다.

 

 “용병 등록을 하고 싶은데요”

 “등록비는 동화 30개야. 돈은 있냐?”

 “여기 동화 30개. 맞죠?”

 

 레이가 전생에 시온 후작 영지에서 용병 등록을 할 때는 동화 32개를 내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시기도 6년 전이고, 등록하는 곳도 달라서 그런지 비용이 저렴했다.

 용병패 발급을 위한 이름이나 다른 정보를 남자에게 말해주던 중이었다.

 

 “내 막냇동생이랑 비슷한 나이로 보여서 해주는 말인데, 용병이라는 거 위험한 직업이야. 항상 조심 해야 해.”

 “충고 고마워요.”

 

 이미 등록비까지 다 받아놓고 해주는 충고였지만 고깝게 들리지는 않았다.

 나름 신경을 썼기에 저렇게라도 해주는 말일 터였다.

 

 처음 등록하는 용병이라면 모두가 D급부터 시작하기에 레이 역시 D급으로 등록하였다.

 실력이 좋다고 바로 높은 등급을 받는 게 아니라 바닥부터 똑같이 올라가는 것이었다.

 의뢰의 성공 여부와 기간을 초과하였는지, 얼마나 어려운 의뢰였는지 등을 자체 점수화해서 일정한 점수 이상이 되면 다음 등급을 신청할 수 있었다.

 등급을 높이면 용병패를 새로 발급받아야 해서 발급비용을 다시 내야 했다.

 그 돈이 아까우면 등급을 높이지 않아도 상관없기는 했다.

 대신 등급제한에 걸린 의뢰일 때 요구 등급을 만족하지 못해서 참가가 불가능할 뿐이었다.

 어려울수록 많은 의뢰금이 걸리는 만큼,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높은 등급을 달성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전생의 레이는 B등급 이었는데 등급별 인원이 피라미드 형식이고 A등급이 그리 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꽤 높은 편이었다.

 

 “D급 용병 패는 수량이 충분하니 금방 발급될 거야. 저녁쯤에 다시 와라”

 “알겠어요. 이따가 다시 오죠”

 

 ******

 

 용병패를 발급해주기로 한 저녁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기에 레이는 영지를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제국에서도 구석에 위치한 영지라 그런지 사람들의 외관이 수수하였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살이 붙어있고 길거리에 구걸하는 거지도 보이지 않는 게 라쿤영지의 주인이 잘 다스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동안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특별히 볼 만한 것은 없었다.

 상업적으로 발달한 곳도 아니고 딱히 유명한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레이가 영지민들에게 구경할 만 한곳을 물어보니 영주성을 추천해줬다.

 하지만 레이는 전생에 수도에 들린 적도 있기에 영주성은 그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위치할 때까지 돌아다니다 보니 레이의 배가 고파졌다.

 별로 맛있는 것도 안 보여서 그는 여관으로 다시 돌아갔다.

 여관의 1층에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있었다.

 레이는 주문대에 서 있는 주인에게 식사를 주문하고선 구석 자리에 앉았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식사를 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레이는 귀를 기울였다.

 혹시 자기가 알지 못하는 유물의 이야기나 검은 머리의 이방인의 소문이 있나 싶어서였지만, 그저 자기네들의 일상생활 이야기였다.

 

 전생에 레이를 죽인 호영은 특이하게도 검은 머리를 지니고 있었다.

 과거를 알 수 없는 그에 대한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앞으로 13년 정도 뒤였다.

 사람이라면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어릴 적의 이야기가 그에게는 없었다.

 

 제국의 영웅이라는 별명이 말해 주듯이 그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사람들은 그에 대한 모든 것에 관심을 보였는데 그의 수상한 과거를 가지고 온갖 소문이 돌았다.

 바다 건너에 있다는 다른 대륙에서 넘어온 것이 다부터 시작하여 신이 제국을 위해 내려준 영웅이다, 전설 속의 드래곤이 유희 중이다, 아주 오래전 있었다는 마왕의 부하일 것이 다까지.

 

 가장 유력한 이야기는 다른 대륙의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레이는 호영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그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신경을 쓰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레이는 방 안에 들어가 마나를 모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석양이 질 무렵 여관을 나섰다.

 용병 길드에 도착하니 한산하던 아침에 비하여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레이, 이쪽으로 와”

 

 아침에 등록을 받고 충고를 해 주던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선 레이를 불렀다.

 순간적으로 실내의 모든 사람이 레이를 주목하였다.

 눈빛만 봐도 느낄 수 있었다.

 웬 어린 녀석이 이곳에 온 거지 하는 그들의 생각.

 레이가 그를 부른 남자의 앞까지 가서 서 있는 순간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었다.

 

 “자, 여기 용병패. 담당 마법사가 바쁘지 않아서 금방 만들어졌어.”

 

 용병패는 철로 만들어져 있었다.

 앞면에는 그의 간단한 신상과 D급 용병임을 증명하는 표식이 있고, 뒷면은 알 수 없는 무늬 같은 것이 있었다.

 레이가 회귀 전에 듣기로는 이 뒷면의 무늬가 마법에 관련된 것이라고 하였다.

 그가 다른 지역의 용병 길드에 가더라도 어떤 임무를 하는 중인지 와 그동안 누적된 기록 같은 걸 알 수 있도록 하는 거라고 들었다,

 그러나 어떻게 그게 되는지는 마법을 사용할 줄 모르는 그는 알 수 없었다.

 

 “C등급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의뢰를 꾸준히, 많이, 잘해야 해. 실력만 있다고 높은 등급을 주기에는 용병 길드의 신용이 달려서 말이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생에 B등급까지 가본 레이다.

 당연히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호의를 보이며 친절을 베푸는 남자의 마음이 고마웠다.

 

 레이는 한쪽에 있는 의뢰 게시판 앞으로 몸을 옮겼다.

 [신속의 반지]를 얻기 위해서는 클리앙 영지로 가야 했다,

 의뢰 중에 그쪽으로 가는 게 있으면 같이 끼여서 가려는 생각이었다.

 

 “이봐. 찾는 거라도 있나? 흐흐흐”

 

 게시판을 보는 레이의 옆으로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다가왔다.

 들창코에 광대가 발달하고 가죽 갑옷을 입은 그는 산적 같은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와 레이를 실내의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레이는 오랜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방금 용병패를 발급받았고 외모까지 어리니 자신을 데리고 놀려는 것이다.

 무료하던 찰나에 나타난 햇병아리는 좋은 장난감으로 보였을 거다.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남자도 레이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한 표정이었다.

 

 “관심은 고맙지만 제가 알아서 할게요.”

 “사람을 호의를 그렇게 거절하면 못 쓴다고.”

 “저 혼자 알아서 할 테니까 안 도와줘도 괜찮아요.”

 “혼자 알아서 할 실력은 있는지 모르겠네.”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어오는 사내의 수작에 맞장구치는 건 싫었다.

 하지만 이렇게 우습게 보이고서 고개 숙이고 들어가 줄 생각은 없었다.

 외관만 보았을 때는 레이보다 시비를 건 덩치가 이길게 분명해보였다.

 레이가 회귀하고서 2년 동안 부지런히 단련하긴 하였다.

 하지만 아직 신체적인 성장이 덜 이루어졌기에 겉보기에는 위협적이지 못했다.

 

 “제 실력이 보고 싶은 거 같은데, 맞춰드리죠.”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네가 원한 거야.”

 

 레이는 용병패를 발급해준 남자에게 다가가 칼을 맡겼다.

 손목을 푸는 레이를 향해 칼을 받아든 그가 말을 걸었다.

 

 “신입들 상대로 흔하게 있는 일이야. 실력 보여주라고.”

 

 남자의 말대로 모든 신입이 겪는 건 아니지만, 다수의 용병 신입이 겪는 일이었다.

 레이가 생각하기에는 좋은 전통이 아니었지만, 용병들 사이에서는 이어져 내려오는 관습이었다.

 

 산적 외모의 덩치가 건들거리며 레이를 향해 히죽 웃었다.

 레이가 덩치와 3미터정도 간격에서 자리를 잡았다.

 

 “살살 할 테니까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어. 흐흐”

 

 어디서 소문이 났는지 용병 길드 안에는 처음보다 사람이 많이 늘어나 있었다.

 그들은 레이와 덩치의 주변을 둘러싸고 자기네들끼리 내기를 하며 신을 내고 있었다.

 

 레이는 덩치를 향해 잰걸음으로 접근하였다.

 자신을 향해 훅 들어오는 레이를 덩치가 양손으로 잡으려 했다.

 하지만 레이는 허리를 숙이며 손을 피하고 오른 주먹으로 덩치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크억!”

 

 덩치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벌려 고통을 토했다.

 그 와중에도 내민 팔을 휘둘러 레이를 맞추려 했으나, 레이는 재빠르게 회피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주먹의 연타.

 

 “아악- 아파. 존나 아파. 씨팔.”

 

 덩치가 바닥에 쓰러져 몸을 웅크리고 울부짖었다.

 서로 죽이자고 싸우는 게 아니었기에 이쯤에서 레이는 그만하기로 마음먹었다.

 마나를 가지고 있다고 고통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었기에 덩치에게 잡혔으면 어찌 될지는 몰랐다.

 

 그러나 레이는 상당히 민첩했고 싸움경험도 많았다.

 게다가 마나를 축적한 레이의 주먹은 맞으면 꺽 소리가 나올 만큼 아팠다.

 레이가 주변을 보니 싸움을 구경하던 관객들이 놀란 얼굴이었다.

 그 와중에 신이 나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도 몇 명 보였는데, 아마 레이가 이긴다는 거에 돈을 건 것으로 보였다.

 

 다들 자기를 쳐다보는 게 머쓱해진 레이는 맡겨둔 검을 찾으러 갔다.

 남자가 검을 돌려주며 레이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마나 호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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