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완벽한 유물 독식
작가 : 범고
작품등록일 : 2017.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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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검술 교습소
작성일 : 17-07-18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4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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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리앙 영지를 떠나서 가족이 기다리는 테츠마을까지 가는 데는 약 3주가 걸렸다.

 유물을 획득한다는 목적을 달성했기에 레이는 여유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었다.

 그전과 마찬가지로 의뢰를 받으며 이동을 했고, 몇 번의 전투가 발생했다.

 

 가속을 사용했으면 적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인간이 내기 힘든 속도로 움직이는 레이를 다른 사람들이 아 그렇구나~ 하면서 이해할 리가 없었다.

 당연히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유물이든 아니든 좋은 상황으로 갈 것 같지는 않았다.

 

 겉은 어려 보여도 속은 세상에 찌든 레이였기에 그런 정도의 생각은 할 수 있었다.

 가속능력은 목숨이 간당간당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면 당분간은 사람들 앞에서 쓸 일은 없을 터였다.

 

 테츠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라쿤영지를 거쳐야 갈 수 있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마티프 영지로 향할 때 같이 의뢰를 했던 제프리를 찾아보았다.

 용병 길드에서 그를 발견하였는데, 과묵한 남자 일런과 죽이 잘 맞았는지 그동안 같이 의뢰를 더 했다고 했다.

 

 그리고 레이에게도 같이 하지 않을 테냐고 제의를 해왔다.

 하지만 당분간은 마나 호흡법과 검술수련에 매진할 예정이기에 제프리에게 거절의 뜻을 전했다.

 그도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었는지 열심히 하라며 레이에게 격려의 말을 해 주었다.

 

 테츠 마을로 들어서니 반가운 느낌과 묘한 느낌이 반씩 느껴졌다.

 아마도 회귀 전에 마을에 돌아왔을 때의 기억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았다.

 

 “레이 형~”

 “롭, 그동안 잘 있었어?”

 “당연하지. 토끼도 잡았어!”

 

 집에 도착하니 롭이 반겨 주었다.

 롭과 헤어진 지 한 달하고도 반밖에 안 지났지만, 혼자 토끼 사냥을 했다 하니 많이 자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레이는 대견스러운 마음에 롭의 갈색빛 곱슬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숲에는 안 들어갔지?”

 “안 들어갔으니 걱정은 그만 하라구.”

 

 눈을 피하지도 않고 당당한 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아직 해가 지기에는 시간이 약간 남은 터라 레이의 부모님은 집에 보이지 않았다.

 

 레이는 가방을 열어 손을 집어넣었다 뺀 뒤 뭔가를 책상 위에 놔두었다.

 책상에는 종이로 감싸진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물건들이 6개 보였다.

 

 그중 하나를 집어 종이 포장을 풀었다.

 그러자 노란색의 동그란 구형 물체가 나타났다.

 

 “이거 먹어봐.”

 “그게 뭐야?”

 “클리앙 영지에서 사 온 사탕이라는 거야. 빨리 먹어봐”

 

 레이는 롭에게 사탕이라 불리는 것을 빨리 맛보여주고 싶었다.

 사탕을 회귀 전에도 먹어 본 적은 있었지만, 최근에 맛보았을 때 유난히 더 맛있었다.

 그것을 먹다 보니 가족들도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10개를 조금 넘게 사두었다.

 

 그렇게 클리앙 영지에서 사 올 때는 10개가 조금 넘던 게 중간에 몇 개를 먹어서, 남은 게 지금 책상에 있는 것들이었다.

 혹시 라쿤영지에도 팔까 싶어 상점에 들려보았지만, 아직 이쪽까지는 들어오지 않은 것 같았다.

 

 입을 아 하고 벌린 롭이 노란색 사탕을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입안에서 사탕을 한 번 굴릴 시간이 지났을 때, 롭의 눈이 보름달처럼 동그랗게 변했다.

 오물거리며 정신없이 사탕을 먹으면서도 눈으로는 책상 위에 있는 다른 사탕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 개는 부모님 드릴꺼니까 손대면 안 된다.”

 

 롭은 그 소리에 고개를 열심히 위아래로 흔들었다.

 잠시 후 사탕을 다 먹었는지 책상 위로 손을 뻗어 종이로 감싸진 다른 사탕을 집었다.

 하나를 더 먹으려던 롭이 갑자기 몸을 멈칫하고 정지했다.

 그리고서는 고개를 돌려 레이를 쳐다보았다.

 

 “형은 안 먹어...?”

 “오면서 몇 개 먹었으니 걱정하지 마. 너 먹어.”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던 형이 신경 쓰였었나 보다.

 사탕을 하나 더 맛있게 먹더니 남은 것은 더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 모습에 레이가 왜 더 안 먹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롭이 지금 먹으면 다음에 못 먹을 테니 아껴둔다고 하였다.

 그것을 보고 레이는 자신의 동생이 참을성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저녁이 되어 부모님이 돌아왔다.

 가족은 레이가 라쿤영지에서 사온 고기와 식재료로 행복한 만찬을 만끽했다.

 

 그 후로 한 달 정도 레이는 집에서 지냈다.

 중간중간 롭과 함께 토끼사냥을 나서는 걸 빼고는 계속 집에 있었다.

 그 동안 마나 호흡법을 집중적으로 수련하였고 롭의 수련도 도와주었다.

 

 형인 레이와는 다르게 롭은 마나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지 못했다.

 마나를 느낀 것만으로도 재능이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레이와 비교하자니 차이가 크게 났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 레이는 숲으로 다시 사냥을 나섰다.

 여전히 그날 돌아올 수 있는 정도로만 사냥하러 다녔지만, 예전보다 빈손으로 오는 날이 많이 줄어들었다.

 

 석 달 전에는 사슴 같은 녀석들에게 접근하던 중 녀석들이 기척을 눈치채고 도망가는 일이 빈번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들켰다 싶은 순간 바로 가속을 사용해서 달려갔다.

 폭발적으로 접근하는 그 속도에 많은 짐승이 쓰러져 그의 주머니 속 돈이 되었다.

 

 석 달 동안 당일치기 사냥만 했는데 고블린을 마주친 적도 한 번 있었다.

 총 3마리의 고블린을 마주하였지만, 예전의 레이가 아니었다.

 상처 하나 없이 그것들을 처치할 수 있었다.

 가속을 사용한다면 2배인 6마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딱 석 달을 사냥했고 많은 돈이 모였다.

 마을 사냥꾼 중에는 레이가 잡아오는 것들을 보고 질투하는 자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아직 성인도 아닌 아이에게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살짝 그런 기미가 보였다.

 레이는 돈이 어느 정도 모였기에 다음 계획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제대로 된 검술을 익히는 것.

 지금의 검술은 실전에서 몸으로 익힌 거라 너무 투박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검술을 익힐 필요성을 느꼈다.

 

 마침 레이에게 딱 맞는 곳이 있었다.

 검술교습소라고 도시에 하나 정도씩은 있는 곳이었다.

 교습료를 내야 하기에 돈이 필요하였는데, 레이의 경우에는 잠을 자는 것과 먹는 것 등도 해결하여야 해서 많은 돈이 요구되었다.

 

 그러기 위해 지난 세 달간 꾸준히 사냥해서 돈을 마련했다.

 어느 곳에 가느냐에 따라 비용이 다르긴 하지만 3개월 정도는 수련에만 매진할 정도는 되었다.

 가족들은 이제 레이가 예전만큼 힘들게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그동안 가족에게 믿음을 주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회귀 전에는 검술교습소에 간 적이 없기에 어디가 좋은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은 가까운 라쿤 영지의 검술 교습소부터 가볼 예정이었다.

 그리고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식으로 마음을 먹었다.

 

 공기가 추운 날씨의 아침.

 15살의 레이는 검술 수련을 위해 다시 떠났다.

 

 ******

 

 라쿤영지는 테츠마을에서 가까웠기에 이동하는데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그곳에 도착하니 저녁 시간이 되어버려서 일단 숙소부터 잡아야 했다.

 따로 아는 곳도 없기에 레이는 예전에 숙박했던 푸른 와이번 으로 다시 찾아갔다.

 

 여관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왁자지껄 신나게 음주를 즐기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익숙한 얼굴도 그의 눈에 잡혔다.

 레이는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남자의 테이블에 다가갔다.

 

 “오랜만이에요 제프리.”

 “어~ 이거 레이 아냐? 여기는 무슨 일이야?”

 “이곳에 숙박하려고요.”

 “잘 생각했네. 푸른 와이번이 이 영지에선 그래도 제일 좋지~”

 

 영지에 여관이라고는 3개밖에 없었지만, 이곳이 제일 좋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제프리였다.

 레이는 방에 짐을 풀고 다시 내려와서 제프리의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예전에 같이 의뢰를 갔던 이야기부터 해서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가까지.

 

 제프리는 푸른와이번 여관에서 장기 투숙 중이라 하였다.

 지난번에 봤을 때 같이 다니던 일런은 어디 갔냐 물으니 따로 움직이는 중이라 했다.

 굳이 자세한 이유까지 알 필요는 없었기에 더는 묻지 않았다.

 

 레이는 제프리에게 좋은 검술교습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라쿤영지에서 오래 생활한 제프리라면 이곳에 대해 잘 알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제프리는 레이의 예상을 비껴가지 못했다.

 

 “라쿤 영지는 별로야.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왜요? 많이 안 좋은가요?”

 “이곳에는 검술교습소가 하나뿐이야. 영지에서 유일하지. 그런데 레이 네가 교습소에 가려는 게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우고 싶은 거라며.”

 “네. 그러려고 마을을 나온 거죠.”

 “그래서 안 된다는 거야.”

 

 제프리의 이어진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라쿤영지에 있는 유일한 검술 교습소의 우두머리가 용병 출신이라는 거였다.

 아마도 돈을 벌어서 은퇴 후 차린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의 실력은 어떨지 모르지만, 확실히 레이와는 맞지 않았다.

 제프리에게도 말했듯이 그는 제대로 된 형식이 있는 검술을 배우고 싶었다.

 

 마나 호흡법과는 다르게 몰락한 귀족 집안의 검술 같은 것은 찾아보면 배울 수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고급검술 축에는 못 들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별다른 기술 없이 단순하게만 칼을 휘두르는 레이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러면 다른 좋은 곳은 없을까요?”

 “으음... 잠시만 기다려봐. 술 때문에 그런가 생각이 잘 안 나네.”

 “천천히 생각해도 괜찮아요.”

 

 그렇게 레이는 제프리의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어느샌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깨를 으쓱한 레이가 제프리를 흔들어 깨웠다.

 그러자 그는 비틀거리며 장기투숙 중인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레이는 제프리가 잠을 자러 가자, 그도 바로 방으로 올라갔다.

 침대에 누워 가만히 생각해보니 궁금증을 물어볼 만한 다른 사람이 생각났다.

 회귀하고 용병이 되려 할 때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

 아침에 해가 뜨고 나면 그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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