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한 남자가 내쉬는 거친 숨소리가 이어 들린다.
“하.. 힘들어 뒤지는 줄 알았네”
“까딱 잘 못했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뻔 했네”
나는 23살 내 이름은 남 천 이름 뜻을 풀이해 보자면 하늘의 임금이라는 뜻이다. 참으로 어이없지 않나? 지금 도둑질을 하고 있는 내가 하늘의 임금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이야기다. 지금 들리는 이 사이렌 소리는 바로 나를 잡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경찰차 소리이다. 나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다. 내가 허세 떠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물론 믿을 만한 빽 정도는 있으니까. 내 능력을 간단히 말하면 나는 시간 능력자라고 말할 수 있지.
“하....씨발 존나 힘드네 (돈이 든 가방을 보며) 그래도 힘들게 도망쳐온 보람은 있네”
“(하품을 하며) 아 피곤하다. 얼른 집고 싶다.”
남천은 지금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샤워를 하고 있는데 화장실 문 밖으로 부스럭대는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뭐지?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연주가 왔나?
“연주야? 연주야 너야?”
남천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황급히 옷을 입고는 화장실 문 밖으로 나와 본다. 밖으로 나와 보니 사람은 없고 침대 위에 수상한 종이가 있다.
그 때 마침 연주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때 류연주는 남천인 나와 태어날 때부터 친구였고 나이는 동갑이다. 지금 서울대학교 간호학과를 다니고 있다. 연주는 나름 공부도 잘해 4학년 학생부회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외모도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연주야 내가 그렇게 불렀는데 왜 이렇게 대답이 없어. 사람 간 쫄리게 하는 데는 재주 있다니까”
“응? 나한테?”
“그래 너한테 아니면 누구한테 얘기를 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너도 봤잖아 나 방금 온 거”
“너 들어왔을 때 나는 나와 있었어?”
“응 나 들어올 때 나랑 눈 마주쳤잖아”
그럼..뭐지 그 소리는?
“그럼 연주야 너 들어오기 전에 누구 문으로 나가는 사람 봤어?”
“아니 전혀 아무도 못 봤는데? 왜? 무슨 일 있어?”
“어? 아니야 그냥 잠깐 이상한 소리를 들은 거 같아서”
“야..그러지마 너 지금 장난치는 거 알아 장난 맞지?”
“아 몰라 샤워하다 잘 못 들은 거 같아 신경 쓰지 마. 근데 여기는 어쩐 일이야?”
“어? 그게 좋은 일이 있어서”
“무슨 일?”
“나 장학금 받아”
방금 들었다시피 연주는 공부를 정말 잘 한다. 가끔 보면 이렇게 잘난 애가 나랑 친구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애가 이렇게 까지 공부를 잘하지는 않는 걸로 아는데..
“진짜? 쩌는 데? 그럼 네가 1등 한 거야?”
“아니..3등했어..”
역시 연주가 공부를 잘해도 1등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애다.
“원래 1등만 주는 거 아니야?”
“원래는 그런 건데... 혹시 너 창당 회사 알아?”
“아 그 세계 100대 회사 안에서 9등인가? 거기 들었던데 아니야?”
“어 맞아 거기서 나를 후원해 준대”
“굳이 너를? 깔리고 깔린 게 인잰데 굳이 너를?”
“야..배 안 고픈가 보지? 오늘 네가 좋아하는 치킨 해주려고 했는데”
“에이 장난이지 그래서 왜 굳이 너를?”
“그게...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지?”
“혹시 얘기하기 곤란 한 거면 괜찮아”
“어?...음...아니야 그렇게 곤란 한 거는 아니야”
“그래? 그럼 얘기나 들어보자 굳이 2등도 아니고 3등인 너를 후원해준 이유가 뭐야?”
연주는 곤란한 듯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 창당회사 회장 아들이 우리랑 같은 대학에 다녀 근데 걔가 나를 좋아하는 거 같아 그래서..그걸 자기 아빠한테 얘기를 해서 내가 장학금을 받은 거야”
뭔가 기분이 되게 묘했다. 뭔가 짜증이 나고 화도 치밀어 오르고 심지어는 슬프기까지 했다. 한 마디로 그냥 기분이 나빴다.
“걔가 널 좋아해서 후원한 거 맞아?”
“어? 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교수님들이 나한테 말해주셨어”
“뭐라고”
“아니 그냥 너는 민수한테 무슨 도움을 준거냐고 그래서 내가 무슨 소리냐고 물어봤지 그랬더니 내가 장학금 받은 거 다 민수 덕이라면서 그러시더라고”
“그럼 널 좋아한다는 건 너 혼자만의 착각이네”
“걔가 나한테 와서 나 좋아한다고 고백 했어 오늘”
“그래서 받아줬어?”
“너는 내가 걔랑 사귀었으면 좋겠어?”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그렇게 나는 한참동안 대답을 안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대답이 없어?”
나는 고민 끝에 말했다.
“사귀지마”
“어? 왜?”
“걔 내가 예상하기로 백퍼 찐따 그니까 그런 애들 꼬이면 너만 힘들어져 사귀지 말라 했다.”
“단지 그거 때문이야?”
“그럼 뭐가 더 있어야 해?”
“아니야 치킨 다됐다”
“오 비주얼 괜찮은데?”
“내가 엄청 연습한 거야 나름 요리학원도 다니고”
“너 요리학원 다녀?”
“엉 다닌 지 한...3달? 그 정도 됐어”
“오 그럼 맛있겠네”
“그럼 나부터 먹는다”
“야야 멈춰”
“응? 왜?”
“사진! 아직 안 찍었단 말이야”
“하...어떻게 사람보다 사진이냐...”
연주는 사진을 한 7장은 찍은 후 그제야 먹으란 소리를 했다.
“먹어”
“오 기대된다”
나는 한입 베어 물었는데 마치 시중에서 파는 듯한 맛이 났다.
“우와 진짜 맛있다.”
“그래? 나쁘지는 않아?”
“어 완전 대박 맛있어 너도 먹어”
“아니야 난 괜찮아”
“왜 안 먹어 다이어트 하냐?”
“응 그래서 지금 먹으면 안 돼”
“아오 그냥 좀 먹지 참”
나는 닭다리 하나를 뜯어 연주 입에다 쑤셔 넣었다.
“야 너 진짜”
“살 빼지마 지금도 괜찮아 어차피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냐?”
“아오 진짜 그냥 오늘만 먹고 내일 더 빡세게 운동 하지 뭐”
“그래 진작 좀 그럴 것이지 맛있지?”
“하..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맛있다.”
“그래 맛있으니까 뭐든 물어봐 내가 답해줄게”
“음...그래 너 대학 어때?”
참고로 나는 대학 따위 다니지 않지만 연주에게는 거짓말을 해놓은 상태이다.
“야..행복하게 밥 먹고 있는데 갑자기 슬프게 그런 얘기는 왜하냐..”
“아니 네가 아무거나 물어보라면서”
“에이 그래도 이건 좀 아닌 듯”
“진짜 너무하네 자기가 아무얘기나 해도 된다면서..”
“연주야 너 학교생활은 잘해?”
“항상 그래 너는 항상 네 대학 얘기만 나오면 너는 학교생활 어떻게 지내냐 묻고 나만 항상 얘기하고 난 정작 너의 대해서 아는 게 없잖아.”
“너 요즘 짜증나는 얘 있어?”
“헐..어떻게 알았어?”
다..다행이다..연주는 단순해서
“아니 요즘 네 얼굴 낯빛이 어두워졌거든”
“진짜? 헐..어떡해..”
“이름이 뭐야! 내가 찾아가서 혼을 좀 내야겠네”
“아니 진짜 애가 나한테 나 정말 못생겼지 이러고 그래서 내가 화나서 응 너 못생겼어 라고 하면 실망이다 거울이나 좀 보고 살아 이런다니까?”
“그런 걸 답정너라고 하지”
“응 맞아 걔 진짜 재수 없어”
“그래서 애들은 걔 좋아해?”
“전혀 아니지”
그때 연주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누구야?”
“나 가야 될 거 같아”
“누군데?”
“교수님”
“이 늦은 시간에 교수가 전화를 해?”
“그런 거 아니야 내가 교수님이랑 수업보충을 하는 데 내가 너 보려고 몰래 빠지고 온 거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얼른 가”
“나중에 보자”
“그래 신발 잘 신고 잘 가라 교수가 너한테 이상한 짓 하려면 가방으로 때리고 알겠지?”
“여자야”
“누가? 너가?”
“아니 교수님 그리고 나도 여자거든 이 멍충아”
“아..교수님이 여자인 거 보다 네가 여자라는 게 더 놀라운데?”
“너 그러다 나중에 칼빵 맞는다 조심해라 칼빵 맞으면 난 줄 알고 죽어라”
“잘 가 나 안 바래다준다 혼자가라”
“어차피 기대도 안했어 나 간다”
나는 침대로 향하는 데 침대위에 수상한 종이가 놓여있었다 나는 그게 연주의 물건인 줄 알고 그 물건을 들고 연주에게 달려갔다.
“연주야 연주야”
“응? 왜 갑자기 바래다줄 마음이 생겼어?”
“내가 미쳤냐?”
“그럼 왜 온 건데”
수상한 종이를 연주에게 건넸다.
“연주야 이거”
“어? 이거 내꺼-”
“뭐라고?”
“아니야 네가 정성스럽게 써준 편진데 어찌 내께 아니겠어”
“편지? 어디?”
“너 은근 생긴 거 하고는 다르게 부끄럼 많이 타네?”
"아니 무슨 소리하는 건데 편지? 그리고 내가 부끄러움을 탄다고? 뭔 소린지 자세히 얘기 좀 해봐"
“네가 들고 있는 거 편지 아니야?”
“이거 편지야?”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썼으니까 네가 알겠지”
“이거 내가 쓴 거야?”
“아니 그걸 왜 자꾸 나한테 물어? 네가 쓴 거 아니야?”
“내가 언제 쓴 건데?”
“그거야 방금 써 온 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전에 쓴 걸지도 모르지”
“나 이거 오늘 처음 보는데?”
“뭐야 그럼 나 그거 지금 처음 봐”
그럼 누가 갖다놓은 거지? 혹시 청소해 주시는 분께서 오셔서 놓고 가셨나?
참고로 여기는 호텔이다. 잠시 임시거처로 머물고 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해?”
“너 늦은 거 아니야?”
“아 맞다 까먹고 있었네. 그럼 갈게 나”
“어 어 그래 잘 가”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프런트에 전화를 해 청소를 하였느냐 물었다. 하지만 날아온 답은 청소하지 않았다 였다.
“하..청소아줌마도 아니고 그럼 대체 누구지?”
그때 갑자기 수상한 종이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