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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마스터
작가 : 아범
작품등록일 : 2017.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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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작성일 : 17-07-20     조회 : 373     추천 : 0     분량 : 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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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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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게실에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말한 사람이나 들은 사람이나 둘 다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도 서희의 머릿속에서는 길동이의 밝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딩동댕]

 [축하합니다]

 

 ['거절하기' 미션을 완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당신의 잠재력 '자신감'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보상으로 자동 스킬 '카리스마'가 생성되었습니다]

 [보상으로 당신의 행운 포인트가 +1 만큼 증가하였습니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알 수 없는 보상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하지만 서희는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맙소사! 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한 거야?!'

 

 본인도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 어쩌지?!'

 

 처음 겪어보는 낯선 상황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을 쳤다.

 하지만 애써 태연한 얼굴을 유지했다.

 여기서 애매하게 물러섰다간 오히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게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 더는 물러설 곳도 없어!'

 

 서희가 스스로에게 기운을 불어넣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서희를 가연이 사정없이 노려보았다.

 

 '이게 뭘 잘못 먹었나!'

 

 마치 모욕을 당한 사람처럼 그녀가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뭐라고? 방금, 뭐라 그랬어?!"

 

 "오늘은 저도 할 일이 많아서 도와드릴 수가 없어요. 미안해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긴 것인지 서희가 고개를 똑바로 세운 채 또박또박 대답했다.

 그러자 가연이 당장에라도 달려들어 머리채를 잡을 듯 사납게 눈을 부라렸다.

 

 그러나 이번엔 서희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한 얼굴로 마주 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때 갑자기 길동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동 스킬 '카리스마'가 발동되었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희의 눈빛이 강렬하게 번뜩였다.

 순간, 가연이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순식간에 그녀를 덮쳐왔다.

 

 결국, 그녀가 서희의 시선을 황급히 피하더니 그대로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휴게실 문이 닫혔다.

 문 앞에 서 있는 가연의 이마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뭐야, 방금 저 눈빛은?!'

 

 가연이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다.

 조금 전 자신이 보았던 사람은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윤서희가 아니었다.

 

 바보처럼 순진해 빠진 그 윤서희가 갑자기 돌변했다.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말이다.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도망치듯 뛰쳐나오고 말았다.

 

 그제야 자신이 서희 앞에서 겁먹은 얼굴로 도망쳐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뒤늦게 충격을 받은 가연이 이를 부드득 갈았다.

 생각하니 분하고 괘씸했다.

 

 '니가 감히 나한테 덤벼?! 두고 봐.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휴게실 문을 사정없이 노려보던 가연이 씩씩대며 사라졌다.

 

 한편.

 

 가연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그제야 휴게실에 있던 서희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휴우, 살았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

 어디서 갑자기 그런 용기가 솟은 것인지.

 본인이 생각해봐도 정말 아리송한 일이었다.

 

 그래도 말 한 번 더듬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말했을 때는 속이 다 후련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대견했다.

 

 '잘했어, 윤서희!'

 

 물론 가연의 입장에선 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처럼 계속 끌려다닐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중에 좀 더 차분해진 상태에서 서로 대화를 한다면 그녀도 이해해 주지 않을까.

 

 서희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늘 지레 겁먹고 움츠리기만 하다가 이렇게 속마음을 드러내 보니 마음이 훨씬 편하다는 걸 느꼈다.

 

 진작에 이렇게 할 걸 그랬구나.

 

 홀가분한 기분에 의욕이 절로 솟았다

 

 "좋아. 이 분위기를 살려서 아자, 아자, 아자!"

 

 서희가 기운차게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

 

 

 어느덧 해가 기울고 어둑어둑해졌다.

 하지만 창문도 없이 사방이 꽉 막힌 좁은 공간에 있다 보면 가끔 이런 세상의 시간과 단절된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지금 서희가 딱 그랬다.

 

 마치 당장에라도 화면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 몰입해서 일하고 있는 그녀.

 

 그 모습이 흡사 시간 이탈자의 모습처럼 보였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시간은 세상의 그것과는 다르게 흘렀다.

 완전히 정지한 듯 시간은 그녀를 간섭할 수 없었다.

 

 눈으로는 화면을 바라보고 손으로는 재빠르게 자판을 두드리는.

 대단히 단순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또한 대단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이기도 했다.

 

 물론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희는 이 시간이 괴롭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집중하는 동안은 마음이 편했다.

 또한,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게 그녀는 좋았다.

 

 뭐든 열심히 하고 후회하는 게 그 반대의 경우보다는 나으니까.

 

 꽤 오랫동안 꼼짝없이 일했더니 작업실 공기가 제법 후끈해져 있었다.

 그녀의 이마에도 어느새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으아, 드디어 끝났다!"

 

 마침내 서희가 몸을 뒤로 젖히며 외쳤다.

 저녁도 거른 채 열중했더니 정말로 일이 끝났다.

 

 원래 이 정도 양이라면 야근은 필수였다.

 그녀가 얼마나 집중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작업을 마친 서희가 서둘러 책상 위에 놓인 달력을 옆으로 치웠다.

 그러자 오전에 휴대폰 분실남에게 받은 식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많이 심심했지, 주인님아."

 

 벌써 이름까지 붙이다니.

 그런데 다소 의외의 이름이었다.

 

 '휴대폰 주인입니다.'

 

 그 남자를 생각하면 자꾸 이 목소리가 덩달아 떠올랐다.

 휴대폰 분실남이 선물했으니 덩달아 이름도 '주인님'으로 정했다.

 막상 그렇게 정하고 보니 의외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어쩐지 꼿꼿하게 서 있는 식물의 모양이 그 남자와 닮은 것 같기도 했다.

 

 남자를 떠올리자 금세 서희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마네킹보다도 더 비현실적인 사람.

 

 살면서 그렇게 멋진 남자를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정말 근사한 매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목소리는 또 얼마나 묵직한지.

 시키면 뭐든 해야만 할 것 같은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서희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식물을 바라보았다.

 

 "덕분에 일찍 끝났어. 잘 참고 기다려줘서 고마워."

 

 일하면서 자꾸 화분에 눈길이 가다 보니 집중할 수가 없었다.

 급한 대로 달력으로 가려놨다.

 

 비록 일 할 때는 방해가 되지만 이렇게 보고 있으면 힐링이 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물론 덩달아 그 남자가 생각나 얼굴이 붉어져서 탈이지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얼른 가서 씻고 올게."

 

 같이 퇴근할 친구가 생긴 것 같아 어쩐지 기분이 설렜다.

 서희가 서둘러 작업실을 빠져나갔다.

 

 휴게실에서 세면도구를 챙겨 든 서희가 화장실로 향했다.

 몇 시간 동안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몰골이 후줄근했다.

 

 얼른 씻고 주인님이랑 김떡순 먹으러 가야지.

 

 마음은 이미 집 앞 포장마차에 가 있었다.

 행복한 마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막 화장실에 들어서던 순간.

 

 갑자기 서희의 얼굴이 굳어졌다.

 마침 거울 앞에 서 있던 가연과 딱 마주친 것이다.

 

 뜻밖의 상황에 서희가 크게 당황했다.

 그러자 가연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 봐? 실실 쪼개고 다니는 걸 보니."

 

 그녀의 말투가 상당히 거칠었다.

 서희가 금세 질린 얼굴을 하더니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런 서희를 가소롭다는 듯 가연이 쏘아보았다.

 

 "누구 덕분에 야근을 다 해보네. 진짜, 어이가 없어서!"

 

 "……."

 

 화장을 고치는 척 거울로 서희를 노려보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괜히 말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간 큰 봉변이라도 당할 수 있었다.

 

 서희가 못 들은 척 일부러 태연한 얼굴로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서둘러 안경을 벗고 씻기 시작했다.

 빨리 씻고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서희의 그런 행동이 가연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었다.

 곧장 그녀의 눈에 사나운 불길이 치솟았다.

 

 '이게 이제는 사람을 완전히 개무시 하네?!'

 

 그런 가연의 눈에 때마침 서희가 벗어 둔 안경이 들어왔다.

 곧이어 그녀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그려졌다.

 

 어쩐지,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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