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무협물
풍운협(風雲俠)
작가 : 오월성
작품등록일 : 2016.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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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작성일 : 16-03-30     조회 : 879     추천 : 0     분량 : 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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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호(江湖)는 넓다. 하지만 이제부터 너와 내가 살아가야 할 강호는 우리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넓지 않을 거다. 그리고 우리가 상대해야 할 자들은 이미 세상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바라보듯 살아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자. 살아서, 이 따위 세상이 오래 가도록 두지 말자.

 

 

 형은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말없이 행했고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전할 줄 알았다. 형이 제법 많은 말을 한 것은 우리가 헤어져야만 했던 십 년 전 그날뿐일 것이다. 화살이 몰아치고 창검이 달려드는 전장의 뒷전에서였다. 당시 형의 표정은 진중했다. 말투는 엄숙했다. 돌이켜 보건대, 소녀처럼 희고 곱던 형의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정과 말투였었다. 크크큭, 공연히 웃음이 나왔다.

 

 “웃었어?”

 

 죽은 송장의 입도 벌리게 만든다는 고문 기술자가 흰자위를 굴리며 말했다.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고문 기술자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쇠꼬챙이로 나의 턱을 들어올렸다.

 

 “웃는단 말이지.”

 

 고문 기술자에게 하달된 명령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땅딸만한 체구에 다부진 어깨를 가진 저 난장이가, 숨기고 있는 사실을 알아내거나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는 데에 천부적인 기술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가 두렵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기술은 두렵다.

 

 “웃는 것도 죄가 되나?”

 

 내가 말했다.

 

 “여기서는.”

 

 고문 기술자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리고 내가 죄라면 죄가 되지.”

 “내가 지은 죄는?”

 “어떤 걸로 해줄까? 반역죄, 살인죄…… 이봐, 죄는 널렸어.”

 

 고문 기술자는 키득거리며 쇠꼬챙이를 화로에 쑤셔 넣었다. 쇠꼬챙이는 금세 달아올랐다. 그가 쇠꼬챙이를 나의 명치에 서서히 밀어 넣었다. 살이 타는 냄새와 함께 엄청난 고통이 밀려 왔다.

 

 ‘형, 살아 있지? 나는 아직 살아 있어.’

담적산 16-04-01 08:16
 
오 시작 괜차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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