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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단편
작가 : 마이랑
작품등록일 : 2017.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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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12월 어느 날의 독백-
작성일 : 17-07-20     조회 : 511     추천 : 1     분량 :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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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인간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

 

  죽음이라는 존재는 앞으로 달려가는 자에게도, 제자리에 서 있는 자에게도, 뒷걸음치는 자에게도 공평하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 어떤 차가운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몸서리쳐지는 숨결로 그 인간이 살아가며 만들어 놓은 모든 것들을 무너뜨리고 새하얀 잿더미로 만들어버린다.

 

  죽음에 대하여 끊임없이 생각하면 실제로 죽음과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지금 나는 죽음 바로 옆에서 위태롭게 서 있고, 언제든지 죽음의 품에 안길 준비가 되어있다. 단지 마음속의 망설임이 겨우 나를 벼랑 바로 앞에서 붙잡을 뿐이다.

 

  이렇게 약하고 죽음을 바라는 나인데, 과연 나에게 그런 죽음이라는 존재에 맞서 싸울 힘이 있다는 게 진실일까? 내게 그럴 자격이 주어지기는 한 것인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경험’은 그 누구도 겪지 못한 경험이었으며,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은 그 어떤 과학적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분명히 이것들은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비록 그것이 너무나도 쉽게 얻은 우연의 결과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이런 경험을 겪어내고 능력들을 가졌다면 마땅히 기뻐해야 하고, 행복해해야 하고, 자랑스러워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난 무슨 잘못을 해서 지금껏 주어진 감정들은 이와 반대로 이리도 메말라 있는 것일까.

 

  단지 부정적인 감정이 남아있는 정도가 아니다. 모든 감정이 사라지고 허무함만이 남아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들은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들이었을까? 이렇게 후회와 회한만이 생각나는데도?

 

  과연 내가 앞으로 할 일들은 옳은 것인가 옳지 않은 것인가? 과연 나는 살아갈 자격이 있기는 한 건가?

 

  그리고 내 옆에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고 지금은 왜 나 혼자 남아있지?

 

  내게 마땅히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 사람들은 실제로 그러했었나? 왜 모든 사람이 나를 미워한다는 기분밖에 들지 않는 걸까?

 

  그냥 죽어버리자. 말 몇 마디면 죽어버릴 수 있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놓고 몇 걸음만 움직여도 죽어버릴 수 있다.

 

  그런데 왜 생각은 끊임없이 하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거지? 나는 진심으로 죽고 싶어 하는 것일까? 나는 과연 나 자신에게는 진실한 것일까?

 

  가야 할 길을 완전히 잃어버린 나에게는 오로지 죽음만이 가까이 와서 내게 속삭인다. 함께하자고,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끝내자고.

 

  하지만 내게는 함께할 용기도, 능력도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금은 이제껏 내 귓속에 그리도 깊게 울려 퍼지던 심장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오랜만에 겪는 완전한 고요함이 나를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

 

  괴롭다. 내 심장이 짓이겨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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