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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단편
작가 : 마이랑
작품등록일 : 2017.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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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
작성일 : 17-07-20     조회 : 326     추천 : 0     분량 : 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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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일. 다른 사람들에게는 대개 그저 그런 날이었겠지만 이정민, 그 사람에게는 결코 잊힐 수 없을 하루였다. 하지만 하루의 시작만큼은 지극히 평범했다.

 

  “삐이이. 삐이이.”

 

  오전 7시 20분, 알람 소리가 새로운 하루,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정민은 침대에서 겨우 빠져나와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눈빛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아. 이제 새 학년의 시작이구나아, 아함.”

 

  하품하며 겨우 세면을 하고, 아침 식사는 건너뛰고 새로 산 옷으로 단장을 하며 출근할 채비를 마쳤다. 차에 올라타서야 피로가 가신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로 자신감을 채우며 핸들을 잡았다.

 

  정민은 마치 첫 출근을 하는 직장인처럼 혼잣말로 자신의 각오를 말했다.

 

  “몇 번 겪는 새 학년이지만, 언제나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야, 정민아, 오늘 첫날이니까 중요한 건 너 자신이 가장 잘 알 거야. 오늘 하루는 계획한 대로 잘 보내고 퇴근하면 맥주 한 잔으로 피로를 풀자고.”

 

  출근길은 다른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에 비하면 매우 짧았다. 집에서 약 10분 거리였다. 어느 새 학교에 도착한 정민은 6학년 협의실에 들어가서 8시 40분이 되기를 기다렸다.

 

  “아이들에게 첫인상은 놀라움으로 시작해 줘야 하지 않겠어?”

 

  그사이에 출근한 동학년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티타임을 가졌다. 모든 선생님의 관심사는 비슷한 편이라 대화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1년간 아이들이 말썽을 피우면 안 될 텐데요.”

 

  “6학년이니까 무사히 졸업을 시켜야죠.”

 

  “6학년 선생님들 사이에는 특유의 끈끈함이 있으니 모든 일이 잘 풀릴 거예요.”

 

  “하하하.”

 

  긴장을 풀게 만드는 웃음소리와 함께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에 마침내 교실로 들어갈 시간이 되었다. 정민은 자신감을 다시 한번 다지면서 교실로 향했다.

 

  ‘자 이제 시작이야. 오늘 하루는 계획대로!’

 

  이 시간부터 퇴근 시간이 될 때까지는 모든 것이 좋았다. 첫 만남도, 자기소개도, 아이들의 모습도, 그리고 점심까지도.

 

  정신없는 첫날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오후 4시 40분, 퇴근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들이 한둘씩 퇴근하고, 정민도 퇴근할 채비를 하며 즐거운 목소리를 내었다.

 

  “오늘 하루 좋았고, 아침에 약속한대로 병맥에 치킨으로 가자고!”

 

  5층 교실에서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는 순간,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며 번개가 학교 건물을 때리는 듯했다. 비를 다 맞고 겨우 차에 탔는데, 출발하려는 순간 깜박하고 교실에 두고 온 물건이 생각났다.

 

  “아! 실수로 스마트폰을 놓고 왔네!”

 

  다시 교실로 올라가는데 번개 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주 가까운 곳에 번개가 친 듯 섬광과 쩌렁쩌렁한 소리가 거의 동시에 보이고 들렸다. 살짝 긴장하며 교실로 돌아와서 정민은 책상 위에 있는 스마트폰을 발견했고, 그것을 잡았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스마트폰을 잡은 손에서 마치 번개에 감전이 되는 듯 저릿한 감각이 온몸을 뚫고 지나갔고, 정민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갔을까. 정민이 겨우 의식을 되찾고 일어났을 때 시계는 오후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가득했고, 팔다리에서는 김이 나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나는 여기에 쓰러져 있었던 거야? 혹시 내가 벼락에 맞은 것은 아니겠지?”

 

  정민은 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온몸을 문질러 보며 다친 부위가 없는지 점검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켜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황급히 교실을 빠져나가 퇴근길에 나섰다.

 

  “마지막이 이상했단 말이야, 마지막이. 번개라면 이렇게 괜찮을 리가…”

 

  정민은 자신의 집에 들어서서도 자신이 왜 쓰러졌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해가 어려운 고민은 뒤로 넘겨 놓아도 된다는 생각과 함께 해야 할 일부터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샤워를 하고, 식은땀으로 가득한 옷은 세탁기 통 안으로 던져 넣었다.

 

  어느 정도 해야 할 일들을 마쳤다고 생각한 정민은 아침에 했던 생각을 떠올렸다.

 

  “오늘 이상한 일도 있었지만, 약속은 지켜야지, 치킨을 시켜 볼까?”

 

  치킨을 주문하려 스마트폰에서 배달 앱을 찾다가 정민은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D.C.I. 이 앱은 무슨 앱이지? 내가 설치한 적이 있었나?”

 

  자신이 설치한 적이 없는 앱이 설치된 것을 보고, 요즘 유행하는 스미싱의 일종이 아닌가 생각하고 앱을 지우려고 시도를 했다.

 

  “어라? 앱을 삭제하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잖아? 그럴 리가 없는데.”

 

  아무리 앱을 삭제하려 해도, 앱은 꿈쩍 않고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 번호 표시제한으로.

 

  “여보세요.”

 

  오늘 하루가 이상한 일의 연속이라 생각한 정민은 이 전화도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에 전화를 받았다.

 

  “반가워, 이정민, 오늘 이상한 일들이 많았지?”

 

  낯선 목소리면서 차갑고 냉정한 기운이 가득한 목소리였지만 그것을 생각하기 이전에 정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내가 오늘 겪은 일들을 알고 있는 걸까?

 

  “아니 어떻게 제 이름과 오늘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가요?”

 

  조심스럽게 한 질문에 차가운 목소리가 돌아왔다.

 

  “오늘 겪은 일들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해, 새로 설치된 앱은 확인해봤어?”

 

  “어떤 앱인지 알 수 없어서 아직 실행 안 했어요.”

 

  “그럼 실행해봐, 그런다고 네 스마트폰이 고장 나지는 않을 거야. 그건 내가 장담하지. 하지만 조금 놀랄 수는 있어, 기대해도 좋아.”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하… 오늘 하루 왜 이렇게 이상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걸까?”

 

  정민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래, 이상한 일들의 연속인 하루니까 조금 더 이상해도 나쁘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 마음먹고 앱을 찾아 꾹 눌러 실행했다.

 

  “‘D.C.I.’ 이건 도대체 무슨 단어들의 약자지?“

 

  앱의 제목이 뜨는 로딩 화면은 붉은색 위주로 이루어진 다른 앱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메인 메뉴가 뜨자 나는 각 메뉴의 항목부터 살펴보았다.

 

  “가장 큰 카테고리가 설명서, 능력, 사건, 그리고 마지막 메뉴는 자물쇠 모양으로 잠겨 있네?”

 

  우선 설명서가 무엇인지 궁금해져서 설명서 버튼을 눌렀다. 설명서 화면의 대부분은 비어 있었고 맨 위 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0 : 설명서의 내용은 필요할 때마다 추가됩니다.]

 

  그리고 바로 아래 줄에 다음과 같은 글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1 : 이 앱의 존재를 타인에게 알리면 당신은 죽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글도 서서히 나타났다.

 

  [2 : 이 앱의 존재를 타인에게 들키면 당신은 죽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타난 글은 다음과 같았다.

 

  [3 : 이 앱이 담긴 스마트폰과 100미터 이상 떨어지면 당신은 죽습니다.]

 

  “뭐야, 이건…”

 

  정민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화면을 바라보았고,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이 앱에 대해 알리거나, 들키거나, 혹은 앱을 버리면 바로 죽는다는 건가?’

 

  정민은 꽤 빠르게 설명서에 나타난 글의 의미를 파악했다. 그리고 눈을 한 번 비비고 정신을 차린 다음 추가되는 글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뭔가 다음 메뉴에는 좋은 내용이 있겠지.”

 

  약간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하며 이번에는 능력 버튼을 눌렀다.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말 그대로 빈칸이었다. 바로 이어서 사건 버튼을 눌렀다.

 

  “여기도 또 빈칸이네?”

 

  여기도 마찬가지로 빈칸이었다. 마지막 자물쇠 버튼은 눌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그때 즈음 설명서의 맨 위 글귀가 떠올랐다.

 

  “설명서의 내용이 필요할 때마다 추가된다면 지금 추가된 내용이 분명히 있을 거야. 다시 한번 살펴보자.”

 

  다시 설명서 버튼을 눌렀고, 설명서 화면에 서서히 새로운 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4 : ’능력’은 가질 때가 오면 설명이 추가됩니다. ]

 

  그리고 또 새로운 글이 나타났다.

 

  [ 5 : ‘사건’은 매월 5일 0시에 나타납니다. ]

 

  “도대체 능력은 뭐고 사건은 또 뭐지?”

 

  정민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고민에 빠졌다.

 

  ‘사건이 5일 0시에 나타난 다라. 그러면 그 날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생각을 마칠 때 즈음, 또다시 발신 번호 표시제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또 그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이야기를 건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이 놀란 것 같지는 않아 보여, 넌 어떻게 생각해? 저 설명서의 글들이 사실인 것 같아 거짓인 것 같아?”

 

  정민은 솔직하게 답을 했다.

 

  “알 수는 없지만 실험할 수는 없는 글들이네요.”

 

  실험했다가 잘못되면 죽는다는데, 당연한 대답이었다.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를 안 했네, 내 이름은 딱히 없어. 시시하지? 내가 누구인지, 왜 너에게 전화를 했는지, 왜 이런 일이 있었는지는 네가 밝혀내야 할 일들이야.”

 

  정민은 궁금한 점들을 알려주지 않겠다는 말에 실망하면서도, 그래도 저 목소리에 대한 이름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단순하게.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확인할 때까지는 ‘목소리’라고 부를게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목소리’라. 단순하면서도 나쁘지 않네. 아직은 궁금한 것 투성이일거야, 이 앱은 무슨 앱이며, 난 누구이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까지도. 때가 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고, 부탁하면 설명을 해 줄 수도 있어, 그게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알려주지 않겠지만.”

 

  정민은 오늘은 더 질문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화를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말을 이어 나갔다.

 

  “목소리님, 안 알려줄 건 안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친절한 설명 감사해요.”

 

  “놀랍네, 고맙다는 이야기를 할 줄이야. 이제 내 연락처가 주소록과 메신저에 추가될 거야. 내가 연락을 걸어올 수도 있고, 네가 연락을 해도 돼. 하지만 아무리 오랫동안 물어봐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을 거야. 때가 되면,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도와주거나 방해하는 게 내가 지금부터 할 일이야. 하하하!”

 

  목소리가 의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지 놀랍다는 표현과 함께 답을 했다. 대답의 맨 마지막에 지은 웃음이 섬뜩하게 다가왔다.

 

  “그러면 다음에 연락하자고, 설명서를 한 번 더 보는 걸 추천하지. 그럼.”

 

  전화가 끊겼다.

 

  정민은 다시 한번 설명서 버튼을 눌러 내용을 확인했다. 서서히 나타나는 글들을 확인하며 정민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대화한 내용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거지?”

 

 [ 6 : 때로 ‘목소리’가 연락을 할 때도 있고, 당신이 언제든지 연락을 할 수도 있습니다.]

 

 [ 7 : ‘목소리’와의 대화는 통화 또는 메신저로 할 수 있습니다. ]

 

 특히 마지막 글이 정민의 가슴을 강하게 때렸다.

 

 [ 8 : ‘목소리‘와의 대화는 유용하면서도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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