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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단편
작가 : 마이랑
작품등록일 : 2017.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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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
작성일 : 17-07-20     조회 : 319     추천 : 0     분량 : 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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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세요, 여보세요!”

 

  정민이 서서히 정신을 차린 곳은 광성역에 안에 위치한 직원용 휴게실이었다. 정민의 옆에는 정민을 계속 지켜보던 승무원이 있었고, 깨어난 정민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열차에서 쓰러지셔서 여기로 데려왔어요. 지금 몸 상태는 괜찮으세요?”

 

  정민은 답을 함과 동시에 질문을 했다.

 

  “네 저는 괜찮습니다. 제가 심폐소생술을 했던 할아버지는 어떻게 되셨나요? 지금 괜찮으신가요? 병원에는 잘 가셨나요?”

 

  승무원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넸다.

 

  “안타깝게도, 그분은 결국 살아나지 못하셨어요. 소방대원분들이 시신을 거두어 가셨어요.”

 

  그 말을 들은 정민은 마음속이 쿵 내려앉는 듯한 느낌과 함께 의식이 다시 흐려지며 몸이 순간 아래로 기울어졌다.

 

  “괜찮으세요? 정말 괜찮으신 거죠?”

 

  승무원이 정민을 붙잡으며 다시 몸을 일으켜 주었다.

 

  “제가 앞으로 갔더라면… 제가 앞으로 갔더라면…”

 

  정민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같은 말을 계속 되뇌었다.

 

  “제가 앞으로 먼저 갔더라면… 흑흑.”

 

  정민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며 울먹였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한참 후에야 기운을 다 차릴 수 있었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정민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라타서도 눈가에서 마르지 않는 눈물과 함께 슬픔에 잠겨 있었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차 안에서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였다. 운전 중이었기에 블루투스 핸즈프리로 전화를 받았다.

 

 정민이 전화를 받은 처지었지만 하고 싶은 말을 먼저 꺼냈다.

 

 “말 걸지 말아요.”

 

 “알았어, 알았다고. 네가 죽음을 가까이 한 게 이번이 처음이니까 네 말을 들을게.”

 

  한참 동안 차 안에는 엔진 소리만 울려 퍼졌다. 서로 통화를 끊지 않고 있는 것을 알았는지 목소리가 계속 이야기를 해 나갔다.

 

 “하지만 그거 알아? 사람은 지금도 태어나고 죽어가고 있어. 이 세상 어딘가에서는 말이야. 생명이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죽음은 마침표로 남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었지. 이번에 네가 목격한 죽음도 그 수많은 죽음 중의 하나일 뿐이야.”

 

 “알아요. 죽음이란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걸. 누구든지 언젠가는 죽는다는 걸. 하지만 막을 수 있는 죽음을 막지 못한 내 마음이 어떤지 알아요?”

 

 정민이 갑자기 핸들을 꺾으며 급격하게 차로변경을 했다. 뒤에 있던 차가 놀라서 경적을 심하게 울려댔다.

 

 “워워 진정해. 네가 제시간에 갔더라도 그 사람은 살아남지 못했을 수도 있었어. 질병으로 사람이 죽는다는 게 한 사람의 힘으로 돌이키기 쉬운 일인 줄 알아? 죽음의 원인이 심장마비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지.”

 

 “앞으로 네 앱의 사건 메뉴에 뜨는 모든 사건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을 거야.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아무도 하지 못한다고.”

 

 “알고 있었어요, 저번에도 정말 아슬아슬했죠. 한순간의 차이가 생명의 유무를 가를 수 있다는 것, 그 순간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느낄 수 없는 경험일 거예요. 지금 느끼는 기분도 처음 겪는 기분이에요. 이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기분은요.”

 

  “이만 끊을게요. 오늘은 제가 길게 이야기할 몸 상태나 기분이 모두 아니에요.”

 

  정민은 전화를 먼저 끊었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 혼자 거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정민은 지독하게 올라오는 고독을 느끼며 죽음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과연 사람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죽음이 다가올 때 무조건 피하며 살아야 하는가?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의 차이는 무엇인가. 몸의 온기? 얼굴의 표정? 아니면 의사소통?

 

  나의 죽음은 언제 다가올까. 그게 내일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죽음을 생각할수록 두려움이 앞서 다가와. 난 죽고 싶지 않아.

 

  죽음에 대하여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파와. 가슴이 시려와. 불안함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그렇게 정민은 한참 동안 힘든 생각과 싸우며 밤을 보내야 했다.

 

  이것은 정민의 관심사가 삶에서 죽음으로 옮겨져 가는 첫 발자국이었다.

 

  슬픔으로 가득 찬 하루를 마무리하고, 그다음 날부터가 정민이 밖에서는 얼굴의 표정과 마음의 표정을 서로 다르게 해서 지내기 시작한 때가 이때부터였다.

 

  정민의 학교에서의 일상만큼은 괜찮아 보였고, 수업과 업무를 하는 데 큰 변화도 없었고, 다른 사람들이 겉에서 보기에 표정이나 느낌에 큰 변화가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혼자가 되거나 퇴근하고 나서 집에 틀어박히게 될 때면 그동안 쌓아둔 고독과 무기력함을 마구 내보내기 시작했다. 때로는 울기도 하면서.

 

  그런 일상이 며칠이나 계속되었을까. 4월 중순의 어느 저녁 무렵에 목소리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요즘 안 좋아 보이는데, 몸은 좀 어때?”

 

  “괜찮아요. 그냥 조금 피곤한 것뿐이에요.”

 

  “그렇다면 다행이네. 이번에도 앱을 실행해 봐. 너에게 또 선물을 줄 때가 왔어”

 

  “앱이 주는 능력이지 목소리님이 주는 능력 아니잖아요.”

 

  “에이 그건. 편하게 생각해 나도 편하게 생각할 테니.”

 

  정민은 예전에 해 본 대로 능력 메뉴에 들어가서 새 능력을 살펴보았다. 새로이 나타난 아이콘 가운데에는 하트가 있고 배경에는 귀가 있는 특이한 아이콘이었고, 능력의 이름은 ‘신령의 귀’였으며 이번에는 귀가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 기분은 언제 받아도 이상한 건 마찬가지예요.”

 

 빛이 잦아들자 목소리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번에 주어진 능력은 ‘신령의 귀’라는 능력이야. 이 능력은 오직 희생자들을 돕기 위한 능력이지. 저번처럼 대중교통을 무료로 쓰거나 하는 기능은 딱히 없지만 그걸로 실망하지는 말렴. 다음 달부터 사건이 발생하면, 희생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심장박동이 귀에 들리기 시작할 거야. 들리는 방향이 그 사람이 있는 방향, 들리는 크기가 그 사람과의 거리야. 그리고 24시간 듣는 건 불편할 테니 켜고 끄는 기능도 있으니 걱정하지 마.

 

  설명을 듣자 정민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그리고 혼잣말을 하듯이 이야기했다.

 

  “차라리 이 능력을 먼저 받았다면…”

 

  그 순간 목소리가 말을 끊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어허, 과거에 만약을 붙이면 되는 것도 안 되게 만들 수 있고 안 되는 것은 되게 만들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건 너도 잘 알잖아?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고 순리라는 게 그래. 능력을 받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받는 거고, 네가 지금 받는 게 모든 일에 걸맞은 순리이기에 능력을 인제야 받은 거야.“

 

  “그래도 잘 모르겠어요. 무엇이 순리이고 진리 인지가요. 지금은 제 마음이 그 이야기를 다 받아들일 힘이 없어요. 그러니 제가 편한 대로 생각할게요. 아무튼, 고마워요.”

 

  “이봐. 이번에는 먼저 끊지 마. 내가 끊기 전에 너에게 할 말이 있으니까. 내가 정말 오랜만에 경고라는 것을 하는데, 네 얼굴에 쓰여 있는 가면이 다 보이거든? 내 앞에서는 아주 속까지 훤히 다 보이니까 그걸 오래 쓰려고 하지 마. 가면을 오래 쓰면 쓸수록 그 대가는 크다 못해 참혹할 거야.”

 

 “아니 목소리님이 이런 이야기도 할 줄 아는 분이셨어요? 잘 새겨들을게요.”

 

  정민의 이번의 대답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대답은 아니었다.

 

  “꼭 명심해, 안 그러면 정말로 다쳐.”

 

  전화가 끊어졌다.

 

  다시 고독이 밀려오고, 풀어내지 못한 무기력함이 온몸을 다시 휘감기 시작했다. 정민은 그것을 막으려 노력하기보다 오히려 내버려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민의 봄은 이리도 쓸쓸하고, 이리도 잔혹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4월이 이리도 잔혹한 달이 될 수 있는가를 정민은 몸소 깨달아가고 있었다.

 

  정민의 이 고독과 무기력함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나중에 괜찮아져 보이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 언제나 자리 잡고 있을 듯한 아픔이었다.

 

  “난 아파도 돼, 난 아파도 돼.”

 

  정민이 고독에 휩싸일 때마다 혼자 읊조리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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