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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단편
작가 : 마이랑
작품등록일 : 2017.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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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
작성일 : 17-07-20     조회 : 335     추천 : 0     분량 : 3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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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근거림들이 모인 장소는 상도신도시의 한 식당이었다. 정민은 그들의 모임 차의 라이트도 끈 채로 멀리서 그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며 그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고 다섯 명 모두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서로가 가까운 사이임을 증명하려 듯이 친밀감을 나타내는 행동을 계속했다.

 

  정민은 저 광경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로 악수하고 얼싸안고 신이 났네! 신이 났어!’

 

  그 순간 다섯 명 중 한 명이 밖으로 나가더니 금세 자신의 차를 자랑스럽게 몰고 일행이 모여 있는 곳 가운데로 왔다.

 

  정민은 이번에는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차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우와, 저 차 내가 가지고 싶은 수입 SUV인데, 가격이 아주 비쌀 건데 누가 가져온 거지?”

 

  그리고 나머지 4명이 우르르 차에 타더니, 차가 도로로 천천히 나갔다. 정민도 시동을 걸고 그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얼마 안 가서 한적한 도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도로를 만나자마자 갑자기 SUV가 굉음을 내면서 급발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도로를 거침없이 내달렸다. 그리고 어느새 정민의 시야에서 SUV는 사라졌다.

 

 정민은 저 광경을 모두 지켜본 다음 한 가지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저들이 모여서 무엇을 하는지 이제야 알겠네, 그리고 저들이 왜 죽는 것인지 그 이유까지도.”

 

  커다란 깨달음을 얻은 정민은 조용히 차를 집으로 몰고 갔다.

 

  며칠 후, 정민은 이번 사건의 해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목소리를 부른 채로 마치 대화하듯 해결 방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들은 5월 28일 밤에 단체로 수입 SUV를 몰고 폭주하다가 교통사고로 동시에 사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것 외의 다른 시나리오는 아무리 고민해 보았지만 전부 기각이에요.”

 

  “흠. 이번에는 사건의 결말까지도 완전히 추측해 내는구나?”

 

  “그렇죠, 제가 가만히 있을 때의 사건의 끝이 확실히 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요소들이 저를 방해하고 있어요. 일단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고 있고요. 그리고 막으러 간다고 하더라도 저들을 막을 방법이 딱 하나 떠오르기는 하는데 제가 자신이 없어요.”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는 것은 이해해. 저런 인간들을 너희들은 ‘밥맛’이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막을 방법이 왜 자신이 없는 거야?”

 

  “제가 직접 차를 몰아서 폭주하는 차를 가로막는 게 딱 하나 떠오르는 방법이거든요.”

 

  “문제는 제 차는 준중형이고 저들의 차는 수입 SUV에요. 나가는 속도 자체가 다르기에 제 차가 저 차를 쫓아갔다가는 다음 날 무조건 정비소 신세를 지게 될 거에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자동차 보험 아니야?”

 

  “보험료 할증은 전혀 생각 안 하고 있으시죠?”

 

  “역시 동기부여가 전혀 안 되기에, 제 금전적 손해와 저들의 생명을 저울에 재고 비교하는 게 가능할 지경이에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거 참 끔찍한 생각 아닌가요?”

 

  “흠. 아무래도 그렇지. 생명을 저울에 매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어.”

 

  “거기에 저 자신의 안전도 걸어야 해요. 저도 폭주를 해야 한다는 의미니까요.”

 

  “운전 잘 하지 않아? 무사고 경력 몇 년째야?”

 

  “부모님 차 앞뒤로 다 해 먹고 제 차는 4개월 전에 사고가 한 번 났어요”

 

  “어이쿠, 잘못 물어봤네.”

 

  그렇게 해결 방법에 대한 정리를 마치고 이제 정민의 결정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지는 당일인 5월 28일 오후 9시 무렵.

 

  정민은 자신의 차 안에서 시동을 끈 채로 앉아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혼잣말로 한탄했다.

 

  “하.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리다니 나 자신도 믿을 수 없어.”

 

  정민은 자신이 5명의 인간쓰레기의 그 잘난 SUV의 건너편에 주차해 두고 SUV가 출발하기를 기다린다는 사실에 또다시 실소를 내뱉었다.

 

  “내가 지금 제정신인 건가? 아니면 무언가에 홀려서 여기에 온 건가?”

 

  그렇게 한탄하는 동안 다섯 명의 희생자들이 모임을 마치고 SUV에 올라탔다.

 

  “드디어 다섯 명이 전부 타고, 어디로 가나 쫓아가 볼까.”

 

  그래도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서, 저 SUV를 끝까지 쫓아가기로 마음먹은 정민이었다.

 

  처음에는 SUV와 정민의 차 모두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러다 SUV는 자신의 본성을 금방 드러내어, 갑자기 빠른 속도로 시내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아니 여기서부터 폭주를 하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정민은 바짝 SUV의 뒤를 쫓았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고, 눈을 깜박이는 것을 최대한 참고, 침을 삼키는 것조차 잊은 채로.

 

  “이 시내에서 이 속도라니 말도 안 돼!”

 

  SUV의 폭주는 보통의 폭주가 아니었다. 과속에 신호위반에 칼치기, 그리고 위협운전까지. 그렇게 폭주하는 SUV를 따라가려는 정민의 모습도 밖에서 보기에는 함께 폭주하는 차량의 일행으로 보일 정도였다.

 

  “아 이건 아니야! 시간! 시간을 봐야 해!”

 

  현재 시각은 21시 47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5분! 5분만 쫓아가다가 가로막는 거야!“

 

  SUV의 질주는 골목에서도 계속되었고, 정민은 골목에 주차된 차량을 긁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핸들을 밀리미터 단위로 움직이며 운전을 계속했다.

 

  “남의 차 긁을까 봐 심장이 터질 거 같아!”

 

  다시 큰길로 빠져나온 SUV. 그리고 현재 시각은 21시 51분 00초.

 

  “좋아. 이제 가로막기에 들어가는 거야!”

 

  정민은 SUV를 추월하기 위해 더욱 가속페달을 밟았고, SUV도 자신의 추격을 진작 알아챘는지, 더욱 가속하며 추격을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여기서 밀리면 안 돼, 조금만 더 힘을 내렴!”

 

  다행히도 직진 구간에 진입해서, 한계까지 속도를 낸 정민의 차와 SUV가 나란히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정민의 차가 왼쪽, SUV가 오른쪽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시각은 21시 51분 35초.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야. 차를 옆으로 밀쳐서 멈추게 하는 것!”

 

  그렇게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으려고 하는 찰나, 오른쪽 전방 보행자 도로에 아무도 잡고 있지 않은 유모차가 굴러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민은 약 0.5초간 망설였지만, 본능적인 감각을 따라 핸들을 오른쪽으로 과감하게 돌렸다.

 

  “밀치고 나서 이제 브레이크!”

 

  “쿠콰콰쾅! 끼이익! 치이익...”

 

 SUV와 정민의 차는 모두 빙글빙글 돌아가며 교차로 바로 앞에서 천천히 멈추었고. 멈춘 그 자리 바로 앞으로 커다란 덤프트럭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빠른 속도로 교차로로 진입하는 광경을 정민과 5인의 인간쓰레기들이 모두 보았다.

 

 “유모차!”

 

  정민은 차가 완전히 멈추자마자 자신의 몸을 다쳤는가를 신경 쓰지 않고 유모차가 있었던 곳으로 달려갔다. 유모차는 건물 2층 창가에 처박혀 있었고, 유모차 안에서는 폐지가 한 장씩 바람에 날려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정민이 안도하는 사이에 그 5명의 인간쓰레기가 나를 둘러쌌다. 정민은 순간 겁에 휩싸였다.

 

  “당신 운전 이 따위로 할 거야? 왜 우리를 쫓아왔어?”

 

  이세광의 말이었다.

 

  “더…덤프 트럭, 덤프 트럭 때문에…”

 

  정민은 잔뜩 겁 먹은 표정과 말투로 답을 했다.

 

  “덤프트럭이 지나가는 걸 보긴 봤는데,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아무튼 당신이 우리 차를 들이받은 건 사실이잖아. 안 그래?”

  남우철의 말이었다.

 

  “이… 사고가 없었으면… 여기 계신 분들은…”

 

  정민이 먹은 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장수혁이 다른 사람들과 잠시 이야기를 하더니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정민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이 사고는 당신이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라 가만히 안 두고 싶지만, 덕분에 다른 사고가 안 난건 맞으니 이걸로 비긴 걸로 하자고. 오케이?”

 

  “네…”

 

  정민이 아직도 겁을 먹은 채로 답했다.

 

  그 다음의 처리는. 서로가 자기 자동차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사고처리 직원을 불렀고, 그 이후의 서류작업이나 견인 등은 직원들이 알아서 해 주었다. 6명 모두 다친 곳은 없어서 아무도 병원에 가지는 않았고. 거기서 과실 비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부서지고 긁히고 깨진 자동차를 각자 보험사에서 알아서 수리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비긴 거로 하자는 의미가 이런 것이리라.

 

  하지만 결국 정민의 자동차 보험료는, 커다란 할증의 시대를 맞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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