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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단편
작가 : 마이랑
작품등록일 : 2017.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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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
작성일 : 17-07-20     조회 : 345     추천 : 0     분량 : 3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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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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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키퍼까지 경기장 가운데로 오자 주심이 선수들을 둥글게 세우고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이제 일이 잘 풀렸어, 이제 대피만 하면…’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땅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 어, 어? 이게 뭐야?

 

  흔들림은 경기장을 마구 뒤흔들었고, 순간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경기장을 집어삼켰다.

 

  “쾅! 우르르…”

 

  정민은 본능적으로 몸을 숙이고 얼굴을 팔로 가렸다. 경기장이 갑자기 먼지로 뒤덮였고, 사람들은 모두 놀라 아수라장이 되었다.

 

  “선수, 선수들은 어떻게 된 거지?”

 

  먼지가 가라앉은 이후 경기장 안을 바라보니 당연히 있어야 할 선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에 경기장 한가운데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저… 저건, 인터넷에서나 봤던 싱크홀인데… 저렇게 큰 싱크홀이 왜 경기장에 갑자기 생겨난 거지?”

 

  순간 귀속의 두근거림이 약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서로 먼저 빠져나가려고 아수라장을 이루는 다른 관중들과 반대로, 정민은 귀를 막고 관중석 앞자리로 계속 나아갔다.

 

  ‘두근거림이 약해지다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어, 하나, 둘, 셋, 넷…’

 

  두근거림이 계속 끊어지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한 정민은 이만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흐느끼며 외쳤다.

 

  “제발, 끊어지지 말아 줘, 두근거림아… 안돼…‘

 

  정민의 마지막 기대에도 불구하고, 두근거림은 이윽고, 완전한 침묵으로 바뀌었다.

 

  “이번 일은… 이번 일은… 내가 만든 거야, 내가 만든 거야.”

 

  경기장 안으로 경찰특공대와 소방대원들이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그리고 주저앉아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정민을 붙잡고 이야기했다.

 

  “여기는 위험하니 밖으로 나가셔야 해요!”

 

  그리고 소방대원의 손에 이끌려 경기장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집으로 겨우 돌아온 정민은 도착하자마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길에 겨우겨우 참아낸 눈물이었다.

 

  “나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마저 죽음으로 내몰았어.”

 

  “내 행동이 사람을 죽인거야, 사실상 내가 죽인 거야.”

 

  “너무나 비참해, 난 사람을 구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이렇게 울면서 혼잣말을 하며, 정민은 끔찍하고 비참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번 사건은 정민 혼자만이 알고 있는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날 뉴스 속보로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정규방송은 중단된 채 온종일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모든 매체가 동시에 채워졌다.

 

  테러 협박에 대한 내용도 전파를 탔고, 추적이 불가능한 발신자의 목소리였다는 것으로 알려진 채, 정민의 능력으로 변조된 음성은 전 국민이 다 듣게 되었다.

 

  모든 언론과 매체가 가지는 궁금증은 바로 싱크홀은 자연현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한데, 왜 테러범은 선수들이 모두 싱크홀로 빠지도록 유도한 것처럼 전화를 걸었을까, 그것은 우연이었나 의도된 일이었느냐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을 것 같다는 것이 모든 전문가의 예측이었다.

 

  정민은 이런 상황을 버텨내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고통이었다. 사건을 막겠다고 한 행위가 범죄였고, 그 범죄행위를 누가 저지른 것인지만을 모를 뿐이지 전 국민이 알게 되었고, 그 행동의 결과는 경기장에 있던 선수들과 심판이 모두 사망하는 비참한 결말로 마무리가 되었으니, 때문에 정민은 뉴스를 보는 것조차 겁이 나고 인터넷에도 쉽게 접속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 이번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온갖 음모론과 소문이 돌아다니는 것을 직접 목격했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단 한 사람으로서 이것을 입 밖에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또 하나의 고통으로 정민을 옥죄어 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퇴근하고 TV를 켜지 않은 채로 거실에 멍하게 앉아있는 정민에게 연락이 왔다. 목소리였다.

 

  “이번 능력은 네가 쓰는 모습을 전 국민이 다 보게 되었네, 온 나라가 달라붙어도 진짜로 추적이 불가능한지는 나도 몰랐는걸.”

 

  “비꼬려고 연락한 거면 끊을 거에요.”

 

  “그건 아니야. 이런 결말로 사건이 끝날 거라고는 나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걸.”

 

  “그 말도 믿지 못하겠어요.”

 

  “알아서 편한 대로 생각해, 한 가지만 이야기해줄게, 이번에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네 전화가 아니라 무너진 땅과 흙이야. 자연재해라고. 거기에 휘말리는 사람이 누가 될지는 인간은 절대로 알 수 없는 거야. 이번 일도 의도한 게 아니잖아? 그저 우연의 결과지.”

 

  “그렇지만 저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 우연이라니, 그 우연조차 제 탓으로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이제 선물이라고 새 능력을 주겠다고 말할 차례죠? 항상 이때쯤 이야기했잖아요. 저도 이제 다 알아요. 연락한 진짜 이유를.”

 

  “반복 학습의 무서움인가. 이제 익숙해졌다 이거지..”

 

  정민은 이때 목소리의 말끝이 유난히 서늘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선물은 선물이니까. 알아서 열어봐 이제는.”

 

  “톱니바퀴에 발 모양이라니, 이것은 뒷걸음질 같은데요?”

 

  자신의 발이 빛나는 것에는 이제는 무신경한 정민이었다.

 

  “이번 능력의 이름은 ‘선지자의 발’ 이야. 지금껏 주어진 능력 중에 가장 자연법칙을 많이 어기는 능력일 거야. 바로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능력이지. 딱 10초만 돌릴 수 있지만 말이야. 그냥 생각으로 시간을 돌리겠다고 생각하면 바로 능력이 발휘돼. 단순한 생각이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욕망이 필요하긴 하지만.”

 

 “시간을 계속 뒤로 반복해서 돌리면 10초 이상 돌릴 수 있지 않아요?”

 

 “그렇게 써도 되지만 그러면 대가가 따르게 되지.”

 

 “어떤 대가인데요?”

 

 “하루에 한 번 정도 쓰면 아무 느낌도 없을 거야. 하지만 짧은 기간에 반복해서 쓸수록 편두통이 오게 돼. 반복할수록 통증은 심해지고, 그걸 견딜 수 있으면 능력을 반복해서 쓰는 거고, 아니면 못 쓰는 거고. 선택은 자유야.”

 

 “그렇군요…”

 

  정민은 감탄하면서도 두려워했다. 시간을 돌리는 능력이라니. 이렇게 강력한 능력을 준다는 건 바로 다음 사건이 주는 고통이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그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이어진 의례적인 대화가 이어진 다음 목소리는 연락을 끊었고, 정민은 다시 고독의 틈바구니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다 이번 약이 마지막 약이라는 걸 깨닫고 생각했다.

 

 ‘내일 병원에 가야겠는걸.’

 

  다음날 퇴근길. 정민은 병원에 들렀다. 의사 선생님의 친절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안녕하세요. 최근에는 간단히 증상만 이야기하면서 약만 타 가셨네요.”

 

  “네, 제가 워낙 바빠서 잠깐 이야기할 시간도 없었어요.”

 

  사실 사건을 해결하는 중에는 병원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렵다. 머릿속에 다른 생각들이 워낙 많이 채워져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힘든 일이나 스트레스 조절을 잘하고 계시나요?”

 

  “그래야 하는데 잘 안되네요. 최근에 저를 크게 힘들게 한 일이 있었어요.”

 

  “그렇군요… 직장에서의 일이었나요?”

 

  “직장이라… 그렇다고 봐도 좋을 것 같네요. 저는 분명히 일을 잘 하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준비를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실제 능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제 능력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우연이라는 갑자기 나타난 존재가 제가 쌓아놓은 모든 것들을 무너뜨리는 거예요.”

 

  “열심히 한 만큼 성과를 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으로 들리네요.”

 

  “앞으로의 일들도 그래서 걱정으로 다가와요. 똑같은 일을 반복하거나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될까 봐요.”

 

  “미리 그렇게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은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는 그때 가서 걱정해도 괜찮은 거예요.”

  “그렇겠죠?”

 

  “요즘 불면 증상은 어떠신가요?”

 

  “악몽을 꾸고 자주 깨는 건 똑같아요.”

 

  “그럼 이번에는 약을 조금 조정해 드릴게요. 미르타자핀이라는 약을 추가해서 드릴 텐데, 이 약이 부작용 때문에 수면제로도 쓰이는 약이니까 잠을 자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에요.”

 

  “네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면서도 먹는 약이 늘어난다는 소식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정민이었다.

 

  사건이 없는 기간의 집에서의 상황은 많이 변하지 않았다. 무기력하고, 고독을 삼켜내고,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고, 식사를 제대로 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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