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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단편
작가 : 마이랑
작품등록일 : 2017.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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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
작성일 : 17-07-20     조회 : 312     추천 : 0     분량 : 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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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0일 월요일.

 

  “짠! 동영상이 다 만들어졌다네!”

 

  방과 후가 되자마자 정민은 지혜에게 자신이 만든 동영상을 건넸고, 함께 감상했다.

 

  “와! 이렇게까지 만들 줄은 나도 몰랐어. 정말 고마워!”

 

  지혜는 기뻐하는 표정으로 정민에게 감사를 건넸다.

 

  “딱히 많이 노력한 것도 아니야.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해.”

 

  정민은 별일 아니라는 듯 감사를 받아 주었다.

 

  “이제 수업안과 자료도 완성되었고 수업을 연습하는 과정만 남았어.”

 

  “지금껏 만드느라 고생 많았어. 연습도 교실에서 해 볼 거야?”

 

  “응. 허공에 대고 연습하는 게 아직도 어색한 때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봐야지.”

 

  정민은 연습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싶은 욕심을 가지기도 했으나, 지혜가 제대로 공개수업을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수요일까지의 시간은 필요한 시간에만 도움을 주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힘내,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면 도와줄게.”

 

  “응, 고마워.”

 

  정민은 지혜가 연습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오늘은 조용히 먼저 퇴근을 했다.

 

  7월 11일 화요일.

 

  “드디어 내일이 수업이구나. 그동안의 노력의 결실을 내일이면 보여 줄 시간이 온 거야.”

 

  “정민아, 나 벌써 긴장되는 거 있지.”

 

  방과 후 두 사람은 학년 협의실에서 커피를 한 잔씩 나누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일 수업 끝나면 동학년 회식이야. 부장님이 찍어 둔 식당이니 분명히 맛있을 거야.”

 

  “그리고 맥주가 따라오겠지. 백 퍼센트.”

 

  “하하. 그러게.”

 

  “오늘 연습 일찍 마무리하고 컨디션 관리 잘해, 당일 컨디션도 수업에 주는 영향이 상당히 크더라고.”

 

  “고마워. 준비도 잘 마치고 내일이 어서 왔으면 좋겠네.”

 

  이번에도 정민은 지혜의 연습에 따로 도움 주는 일은 하지 않았다.

 

  7월 12일 수요일.

 

  아침에 조금 일찍 출근한 두 사람은 학년 협의실에서 다시 마주쳤다.

 

  “오늘 옷이 지금껏 입고 온 옷 중에 제일인 것 같아! 패션 감각 최고!”

 

  “고마워~! 이제 두 시간도 안 남았어.”

 

  “잘 할 수 있을 거야. 집중하고. 오늘 수업 빠샤!”

 

  “빠샤!”

 

  정민은 수업을 참관할 수 없었지만, 오후에 실시한 수업 협의에는 참여할 수 있었다. 참관한 선생님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오늘 수업의 진행이 아주 매끄러워서 좋았어요.”

 

  “차분한 목소리에 적절한 발문이 수업을 풍성하게 만든 것 같아요.”

 

  “전 동기유발이 제일 기억이 나네요. 특히 그 동영상, 어떻게 만든 거예요? 저도 배워보게.”

 

  여기서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의 웃음이 터졌다.

 

  수업 협의까지 끝나서, 지혜의 공개수업은 이제야 마무리가 된 셈이었다. 협의하느라 바꾼 책상을 원위치시키는 일을 도와주며, 정민은 지혜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오늘 참 바쁜 하루였는데 정말 수고 많았어. 이제 회식이 남았네.”

 

  “고마워,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다! 그러니 끝까지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

 

  학년 부장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지혜가 재치있게 답했다.

 

  “교실 정리도 잘 된 것 같은데, 이제 회식 자리에서 못한 이야기를 마저 해 보자구.”

 

  “그래 좋아. 회식에서 과묵하지 않은 이 선생님을 볼 수 있겠어!”

 

  “막상 전체 자리에서는 안 그럴 거야. 아직은 부끄럽거든.”

 

  “그건 가 봐야 아는 거지요~”

 

  서로 커다란 짐을 내려놓은 기분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동학년 회식 자리에 함께 참여했다. 어쩌다 보니 서로 마주 보는 자리에 앉게 되었다.

 학년에 대한 공통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며, 정민과 지혜 모두 꽤 많은 양의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그리고 회식을 마무리하는 자리.

 

  “자 오늘 자리는 여기까지입니다. 다들 조심히 들어가시고, 방향이 같은 사람끼리 택시 잡아타고 가세요.”

 

  “지혜야, 집 가는 방향이 어느 쪽이야?”

 

  “난 버스 타고 갈 건데, 정류장이 저기 있어.”

 

  “저기까지는 같은 방향인데, 버스 타는 거 보고 가야겠다.”

 

  “안 그래도 되는데, 일단은 걷자 걸어”

 

  두 사람은 걸어가며 지난주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정민아, 네가 이런 사람인 줄 알았으면 좀 더 가까이할 걸 그랬나 봐.”

  “나도 그래. 바로 옆 반인데 좀 더 친하게 지낼걸.”

 

  “수업도 끝났겠다, 저번에 달아 둔 부탁 하나 들어줄게. 필요한 거 있으면 이야기해봐.”

 

  정민은 흐릿한 의식 와중에도 가장 필요로 하는 상황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떠올렸다.

 

  “주말에 내가 점찍어두었던 영화가 개봉하는데, 우리 함께 보러 갈래?”

 

  “함께 놀자는 제안이야? 그래 콜~!”

 

  “날짜는 어느 날이 편해? 토요일? 일요일?”

 

  “토요일로 잡자. 이번 토요일 쏴리질러~!”

 

  “좋아! 쏴리질러~!”

 

  취한 상태에서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 조금씩 감정이 터지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제 정류장에 도착했네. 저기 저 버스 타고 가는 것 맞지?”

 

  “응, 이제 들어갈게, 정민아 너도 조심히 들어가.”

 

  “고마워, 술 많이 먹었다고 내일 지각하지 말고 제시간에 봅시다.”

 

  “내가 먼저 꺼낼 말이었네, 내일 봐!”

 

  취기가 가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정민은 가장 해내고 싶었던 약속을 하나 얻어냈다는 것에 만족해하며 집에 들어갔다.

  7월 13일 목요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복도에서 하는 의례적인 인사에도 이제 서로가 바라보는 눈빛이 많이 바뀌었다. 학기 말 업무가 쏟아지는 시기였기에. 오늘은 서로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이 없었고, 정민의 초점도 토요일에 맞춰져 있어서 각자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는 하루가 되었다.

 

  7월 14일 금요일.

 

  서로에 대한 대화가 시작된 것은 서로가 퇴근한 이후였다. 메신저로 나눈 대화는 내일 언제 어디서 만날지와, 대략적인 이동 경로를 정하는 대화였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날은 내일이었기에, 간단히 이야기하고 각자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7월 15일 토요일.

 

  “여기야 여기!”

 

  “밖에서 만나니까 또 다른 기분이네. 제시간에 잘 왔지?”

 

  “딱 맞춰서 잘 왔어요. 조금 늦어도 괜찮았을 거야. 너무 급하게 오지는 않아도 돼.”

 

  두 사람이 만난 시각은 정오였다. 시내에 맛있는 파스타를 만드는 레스토랑이 있다는 지혜의 정보에 따라서, 점심식사 장소는 그곳으로 결정이 되었다.

 

  “무슨 파스타가 먹고 싶어?”

  “난 카르보나라.”

 

  “난 토마토소스 스파게티.”

 

  “나오면 조금씩 나눠 먹을까?”

 

  “응, 괜찮아.”

 

  “지혜야, 이번 주는 정말 폭풍 같은 하루였어. 그렇지?”

 

  “응. 정민아. 태풍 한가운데 있다가 겨우 탈출한 기분이야.”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주말을 만끽하는거 아니겠어?”

 

  “그렇네, 힘든 날이 있었으니 주말이 더 가치가 있는 걸지도.”

 

  이어지는 수다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이에 파스타가 나왔다.

 

  “맛있게 먹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어.”

 

  “그래 정민아 맛있게 먹어.”

 

  두 사람 모두 먹는 동안에는 음식에 집중하고 별 이야기를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식사 중에는 서로의 눈빛과 웃음이 주로 오갔고, 나온 음식은 금세 비워졌다.

 

  “맛있게 먹었어. 배가 꽤 부르네.”

 

  “나도. 헤헤.”

 

  정민이 시계를 보더니 약간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화 예매해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안 남아있네. 우리 서둘러 가야겠어.”

 

  “알았어, 총총걸음으로 가면 괜찮겠지?”

 

  “그 정도면 충분해.”

 

  두 사람은 영화관까지의 걸음을 조금 빨리 해서 걸어갔다. 이 와중에도 정민은 장난스러운 걸음걸이를 보여주는 장난을 쳤고, 지혜는 그 장면에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관에서의 행동은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티켓을 발급받고, 팝콘을 사고, 영화관에 들어가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전형적인 행동. 하지만 두 사람은 눈빛으로 함께 보고 있다는 점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듯 반짝이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 영화 고르는 눈이 있구나. 참 재미있었어.”

 

  “내가 영화를 조금 많이 좋아하거든. 잘 보았다니 다행이야.”

 

  “이다음으로 우리가 하기로 한 행동이 뭐였지?”

 

  “내 차로 하는 드라이브지!”

 

  두 사람은 정민의 차를 타고 근교에 있는 바다 전망대로 차를 몰고 달려갔다. 차가 막힐까 봐 걱정을 했지만 생각보다 도로 상황은 괜찮았고, 너무 늦지 않은 시각에 도착해서 전망대로 올라갔다.

 

  두 사람은 전망대에 달린 카페에서 커피를 산 다음 전망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오늘 날씨가 좋아서 저 멀리까지 잘 보여”

 

  “그러게, 저쯤이 우리 집인가? 확실치는 않지만.”

 

  “조금 멀리까지 나오니까 기분이 좋다. 정민아, 그렇지 않아?”

 

  “그래 기분이 좋아. 오늘이라 특히 더 그런 것 같아.”

 

  이어서 커피를 마시며 계속 나눈 수다 이후에, 두 사람은 더운 날씨에 산책은 포기하고, 다시 차에 올라 드라이브를 계속했다.

 

  바닷가를 빙글 돈 다음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 다시 시가지로. 꽤 볼 것이 많은 드라이브 코스였다.

 

  차는 어느새 지혜의 집 앞까지 도착했다. 오늘 만남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정민은 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했다.

 

  ‘여기서 내가 해야 할 말은 무엇이지? 진지하게 만나보자? 고백? 아니면 그냥 오늘 즐거웠다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능력을 쓸 각오로 정민은 말을 떼기 시작했다.

 

 “지혜야 할 말이 있어.”

 

 “지혜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정민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말하는 게 이상하거나 어색할 수도 있어 분명히, 하지만 난 네가 지금 단순한 친구 이상으로 느껴져”

 

  말 하는 데만 10초가 넘게 지났다. 여기서 실수하면 얼마나 심한 편두통을 안고 돌아가야 할지!

  지혜의 대답은 나쁘지 않았다.

 

  “계속 들을게.”

 

  정민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 진지하게 만나보지 않을래? 친구 이상의 관계로.”

 

  말은 이미 떨어졌고 되돌리는 대가는 크겠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무엇이냐에 따라 할 행동을 생각하느라 정민의 머릿속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 좋아. 나도 너에 대한 감정이 단순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내 마음이 정말 어떤 것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정민은 속으로 그래! 를 외쳤다. 그리고 바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받아줘서 고마워. 우리, 다음 주에도 이렇게 만나서 놀아 볼래? 시간 괜찮지?”

 

  “그것도 좋아. 주말 모두 시간이 비어. 원하는 날짜 있어?”

 

  “오늘 예감이 그대로 잘 통했던 걸 생각하면 토요일이 좋을 것 같아. 괜찮지?”

 

  “좋아. 토요일에 만나자. 오늘 날씨를 보아하니 다음 주에는 저녁을 먹고 뭔가를 해야 할 것 같네.”

 

  정민에게는 이것이 세 번째 행운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가장 원하는 시간대 바로 직전에 함께 있을 수 있게 되다니.

 

  “알았어, 오늘 정말 즐거웠어 다음 주에 학교에서 봐.”

  “나도 정말 즐거웠어, 즐거운 주말 보내.”

 

  이 말을 끝으로 지혜는 차에서 내려 집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갔다.

 

  정민은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음 주에 지혜를 반드시 살리고 말 거야.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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