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신마귀환
작가 : 서경
작품등록일 : 2017.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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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화
작성일 : 17-07-21     조회 : 592     추천 : 0     분량 : 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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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사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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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송이가 분명한데…….’

 희한하게 더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를 향한 애정 가득한 시선, 얼굴에 하나 가득한 미소, 절대적인 믿음이 깃든 손길의 뜨거움까지…….

 툭툭.

 용대명의 손이 내 등을 두어 번 두들길 때야 비로소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 이것이 아버지의 정인가.’

 너무나 새삼스럽고 당연한 사실을 그제야 불현듯 깨달은 기분이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고아였던 내게 아버지라니!

 언제 죽을지 몰라 한평생 혼인을 하지도 자식이나 제자를 둘 생각도 하지 않았던 내게 지금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생긴 것이다.

 “아비는 그만 일어나 보겠다.”

 “……!”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으로는 이해를 했지만 가슴은 받아들이지 못해 조금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주오가는 절대검신 독고황 조사로부터 비롯된 한 집안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너는 엄연히 용무린, 나 용대명의 아들이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입은 저절로 반쯤 벌어졌고,

 “운적풍, 그 아해와 운룡장은 감히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든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생각이다.

 보나 마나 복수다.

 ‘복수, 나를 위한 복수…….’

 신교의 교주이자 신마라 불리며 살았던 70년 한 평생, 그 누구도 나를 위해 진심으로 무엇인가를 해 주었던 것을 느껴보지 못했었다.

 ‘그저 마음에 들면 내가 빼앗았을 뿐이지.’

 복수는 보통의 경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녀석들에게 내가 했던 행위였다. 내가 크게 당하거나 부당한 일을 맞아 나보다 월등한 누군가가 나를 위해 복수를 해 줬던 적은 단언컨대 한 번도 없다.

 ‘거 참 기분 정말 묘하네.’

 새삼스레 두 사람의 관계가 재정립되었다.

 너무나도 확고하고 명료한 용대명의 의지 앞에 내 입에서는 자연스레 이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 아버지……!”

 아주 단순하기 짝이 없는 말!

 아버지!

 하지만 그 말을 한 번 뱉어낸 순간 내 의식은 전과는 완전히 바뀌어져 버렸다.

 ‘그래, 어찌되었든 이번 생에서는 용대명 저 분이 내 아버지인 것이야.’

 용대명을 내 아버지로 인정했다.

 ‘지금부터는 비룡문이 바로 내 가문인 것이지.’

 용대명이 내 의지에 호응했다. 뜨겁게 내 손을 잡는다.

 “오냐, 내 아들아.”

 사람 참 간사하기도 하지?

 전생이었다면 틀림없이 비웃어 버리고 말았을 말이 어쩌면 이렇게 귀에 착착 감길까?

 오냐, 내 아들아.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었지만 무의식 속에서는 그만큼 바랐던 것인지 용대명의 한마디 한마디가 심장에 콱콱 틀어박힌다.

 “너무 분해할 것 없다. 그저 잠시만 기다리려무나.”

 “……!”

 “평생 글만 읽어온 사람이긴 하나 운룡장의 가업 중 삼 할 정도는 달포 내에 문을 닫게 만들어 버릴 능력이 이 아비에겐 있느니라.”

 무력과는 또 다른 종류의 힘을 말함이다.

 용대명은 그 힘을 십분 발휘하여 운적풍에게 당한 내 복수를 운룡장에 대신 하겠다는 것이었다.

 ‘돈과 사람을 움직여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겠지?’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다.

 저렇게 지혜롭게 반짝이는 눈으로 내뱉은 말이 우습게 되는 것을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까.

 ‘달포 내에 삼 할이라!’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종류의 해결책은 아니었다.

 “석 달!”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으리라.

 “기필코 운가 애송이 놈을 짓밟아 버리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아버지.”

 내 말이 믿어지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아직 입에 잘 붙지 않는 아버지란 말이 어색했기 때문이었을까? 용대명의 눈이 살짝 동그래졌다.

 “그렇게 거친 말을 입에 담다니……. 시련이 너를 조금은 변모시킨 모양이로구나.”

 아, 그 정도가 거친 거였어? 그래서 살짝 놀랐던 거야?

 기가 막혀서 원.

 ‘용무린 이 녀석은 대체 얼마나 샌님이었던 거야?’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에잇, 상관없어. 과거야 어쨌든 지금의 나 용무린은 이런 놈이란 말이야.’

 신마의 본성이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있다.

 시간만 내게 넉넉히 주어진다면, 물론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만, 세상은 다시 한 번 절대고수의 강림을 맞이하게 되리라.

 “대장부에게 이 정도는 시련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 정도로 변모될 저도 아닙니다. 그저 까맣게 잊고 있던 본성을 조금 깨달았을 뿐입니다.”

 “……!”

 용대명의 눈이 다시 한 번 동그래졌다.

 하지만 이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부라……. 좋구나. 그렇다면 이 아비 역시 움직여야 하겠구나.”

 움직여? 비룡문으로 돌아간다는 뜻인가?

 아니면 아까 말했던 그 조치를 취한다는 뜻인가?

 ‘후자 쪽이면 싫은데?’

 그놈들의 가업 따위야 내게 시간만 주어진다면 아예 풍비박산을 내 버릴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며 아버지가 빙그레 웃으셨다.

 “네게 어떤 복안이 있는 것인지 이 아비는 짐작조차 가지 않는구나.”

 알면 귀신인 겁니다, 아버지. 흐흐흐.

 ‘어이구 낯간지러워라…….’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직 신마로서의 기억이 서슬파란데 용대명에게 자꾸만 아버지라고 하려니 온몸이 배배 꼬이는 느낌이다.

 그런데 정말 희한하기도 하지?

 배배 꼬이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인 까닭 모를 행복함과 따듯함 그리고 흡족함이 심장 저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른다는 것이다.

 ‘아버지, 가문, 내 가족…….’

 평생 혼자였던 내게 그런 의미를 지닌 존재들이 생긴 것이 그제야 실감이 났다.

 ‘킁, 누가 이런 걸 바랐다고…….’

 애써 의미를 폄훼했지만 내 콧날은 이미 시큰해졌다.

 거침없는 삶을 살아왔긴 했지만 내 심장 깊은 곳 한쪽에서는 외로웠었던 것이 틀림없는 거다.

 아버지, 가문, 내 가족과 같은 의미에 독고황과 혈연으로 엮이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합쳐지니 내 심장은 용대명과 비룡문을 완전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운적풍 같이 앞선 아이와 대적하기 위해서는 작은 발판 정도는 있어야 할 터…….”

 작은 발판? 혹시?

 “몸조리 잘 하고 있거라. 곧 네게 작은 선물 하나 정도 건네주도록 하마.”

 만세! 역시 기대하던 대로 선물이다.

 ‘뭐지?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만년삼왕 같은 것이라도 있어서 한 뿌리 턱 내주시려나? 아니면 천 년에 한번 겨우 꽃을 피운다는 천지구엽과?’

 뭐가 됐든 다 좋다.

 만년삼왕이나 천지구엽과처럼 끝내주는 물건들이 있다면 정말 금상첨화이겠지만, 솔직히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백년설삼이나 백년 갓 넘어 사람 형상 조금 닮아가는 인형하수오 정도만 있어도 좋겠다, 싶다.

 “그럼 다녀오겠다.”

 그 말을 끝으로 용대명은 밖으로 휭하니 나가 버렸다.

 모처럼 만에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진 나는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주신다는 선물이 딱히 영약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결정을 해야만 해.”

 신교의 마공은 일단 뒤로 미룬다.

 궁극의 마공이라 할 수 있는 규천마력을 마선지경 코앞이 되도록 익혔음에도 절대검신 독고황에게 그토록 허무하게 졌는데 또 익힐 수는 없는 일이다.

 ‘마공을 익힌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신교로 복귀한 후 패권을 장악한다는 것을 뜻하는데…….’

 신마라 불린 내가 죽은 지 벌써 70년이나 지났다.

 누군가 그 자리 이미 차지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틀림없이 매력적인 자리이기는 한데, 이미 한 번 겪어 봤단 말이지.’

 신교의 교주라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막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규율도 엄격하거니와 허구한 날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쥐락펴락해야만 한다.

 ‘아후라마즈다에 대한 신심도 별로 없었는데 뭐 하러 또 기어들어가서 믿는 흉내를 내며 살겠어?’

 어차피 신교의 무공을 극의에 달하도록 익혀 봤자 절대검신 독고황의 후인을 만나면 죽는다. 그만큼 독고황의 무공은 신교의 무공과는 상극이었다.

 “크크큭. 절대검신 독고황의 무공을 내가 몽땅 빼앗아 익힌 후 우리 비룡문을 제외한 나머지 가문 전부와 정파 놈들을 때려 부수고 다니게 된다면 그것 또한 통쾌한 복수가 되지 않겠어?”

 그래서 마공을 일단 뒤로 미루는 것인데, 문제는 내 가문인 비룡문에 독문 무공이라고 해 봐야 동전 몇 문만 내면 알려 줄 사람 천지인 십팔반무예가 전부라는 거다.

 “하다못해 인형하수오 정도만 되어도 그걸 내 것으로 소화시킬 내공심법이 있어야 한단 말이지.”

 편하게 익힐 수 있는 것을 들자면 당연히 마공이 일 순위다. 신교 삼대 지존신공 중 하나인 천마진결로 시작해 대천자마공을 거쳐 다시금 규천마력을 익혀 내기만 한다면 며칠 전에 생각했듯 10년 내에 다시금 예전의 무위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십중팔구 독고황의 무공을 빼앗는다고 해도 익힐 수는 없게 될 거야.”

 내공심법은 함부로 익힐 수 없다.

 대충 하나 골라잡아 익혔다가 나중에 독고황의 독문내공심법과 상성이 맞지 않는다면 그대로 끝이다. 내공의 부조화로 인해 바로 주화입마 신세가 된다.

 “가만, 이 기회에 그 무공이나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건이나 조건이 지금 내 처지와 딱인데 말이야.”

 순간적으로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특이한 이름 하나가 있었다.

 불사신기(不死身氣)!

 신교의 삼대 지존신공인 천마진결, 대천자마공, 규천마력과 함께 보관되어 오던 무공으로 익혀내기만 한다면 삼대 지존신공 모두를 발아래 두게 될 것이라는 전설이 함께 전해져 내려오는 녀석이다.

 “근원조차 알 수 없을뿐더러 신교의 역대 교주들 중 그 누구도 익혀낸 사람이 없다는 불가사의한 무공…….”

 이번에야말로 그 무공을 익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어째서 그런 허무맹랑한 무공이 조사동에 삼대 지존신공과 함께 들어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불사신기에 대한 설명을 달아둔 장본인이 바로 마선이 되셨다던 전설의 천마조사라는 거다.

 “일단 나는 그걸 시작해도 불사신기에 도전했다가 터져죽어 버린 멍청이들과는 달리 죽지는 않을 거야.”

 불사신기를 익히다 주화입마로 죽어버린 놈들은 하나같이 삼대 지존신공 중 하나 혹은 두 가지를 이미 먼저 배웠다는 사실이다.

 “생뚱맞은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불사신기는 독고황의 내공과 상성이 맞을 가능성이 농후해.”

 주화입마를 예로 들었듯 불사신기는 신교의 삼대 지존신공과의 상성이 전혀 맞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그 반대의 경우에는 상성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하지 않을까?

 “좋아! 어차피 부러진 뼈마디도 다 붙지 않았으니 살짝 입문 정도만 맛이라도 볼까?”

 불사신기가 극악무도한 이유는 그 수련법의 무식함도 한 몫 단단히 한다.

 세상에, 허구한 날 수련자가 직접 자신의 뼈를 모두 부러뜨려야 한다니!

 오로지 불사신기만 믿으면 저절로 알아서 뼈가 붙을 것이고 죽지도 않을 것이다.

 하니 걱정 말고 절벽에서 그냥 몸을 날리거나 바위산을 굴러 내려오라는 식이니 그 누가 함부로 수련해볼 엄두라도 낼 수 있을까?

 “흐흐흐. 나는 그런 모험을 할 걱정이 없단 말이지.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뼈를 몽땅 부러뜨려 준 운적풍이란 놈이 슬쩍 고마워지는데?

 음, 그러니 나중에 모가지까지 뽑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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