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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군림보로 한 걸음에 간격을 좁힌 후 천마진결의 힘을 휘몰아 천마진천장을 터뜨린다. 그 한 수로 저 다섯 애송이는 한 줌 핏덩어리가 되리라.
‘젠장. 마음만 굴뚝같지 이 몸뚱이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구나.’
거의 다 부러지다시피 했던 뼈마디가 아직 완전히 붙지도 않았다. 거기에 더해 내공조차 병아리 눈물만큼 겨우 남아 있을 뿐이다. 그만큼의 속도와 파괴력은 지금 이 육체로는 도저히 이끌어낼 수 없다.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끌어들인다. 살을 주고 뼈를 꺾는다.
그런데…….
움찔!
‘뭐, 뭐야! 분명히 백면서생인데 어떻게……?’
‘겁을 집어 먹었다고? 내가?’
‘저런 기세라니! 말도 안 돼!’
다섯 애송이들이 동시에 흠칫 놀랐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본능이다.
아무리 팔팔한 상태라 한들 포식자인 호랑이에게 토끼가 함부로 덤벼들 수는 없는 법 아니겠나? 다섯 애송이들은 하찮게만 보던 내게서 풍기는 포식자의 향기를 맡아 버린 것이다.
‘이,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
아득.
다섯 애송이들 중 그래도 가장 낫던 이류 완숙경지의 녀석이 이를 갈며 앞으로 나섰다.
“감히 소장주님께 무례를 범한 것으로도 모자라 본 장의 무공을 훔쳐본 놈이 사죄는 하지 못할망정…….”
용무린은 상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안 훔쳐봤다, 인마. 너희들끼리 찧고 까불고 떠들던 목소리 들은 게 다야.”
“……적반하장으로 만용을 부리다……. 뭐, 뭐라고? 이놈! 찧고 까불다니! 네가 정녕…….”
“아, 그 자식 정말 말 많네.”
점점 더 신마 시절의 본성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자꾸만 말이 거칠어지고 짧아진다. 입을 열 때마다 상대의 속을 박박 긁어댄다.
“너는 주둥이로만 싸우나?”
“……죽고 싶어서…….”
“오기 싫어? 그러면 내가 갈까?”
“환장을……. 이 빌어먹을 자식이 정말!”
스슥. 처억.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녀석이 마보를 취하며 앙칼지게 외쳤다.
“오냐, 좋다. 내 너에게 산화장법의 무서움을 똑똑히 보여주도록 하겠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형님.”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형님.”
쭉 늘어서 있던 애송이들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났다.
요란하게 비슷한 자세들을 취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그러면서도 바로 짓쳐들어오지는 못했다는 거다.
“아니다!”
산화장법의 무서움이 어쩌고 운운했던 녀석이 고개를 슬쩍 가로저었기 때문이었다.
‘아, 답답해.’
현재의 몸 상태로는 선제공격은 무리다.
방심과 빈틈을 노린 반격만이 녀석들에게 단숨에 치명타를 먹일 수 있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 것인데…….’
지켜만 보려니 정말 한숨이 나와 미칠 지경이다.
‘하여간 이런 것들이 소위 정파라는 것들의 한계라니까!’
사파 혹은 마도 소속의 무리였다면 벌써 한꺼번에 짓쳐들고도 남았다.
“그래서는 아니 된다.”
애송이들 중 그래도 맏이라 이건가?
‘그나마 사태파악이 조금은 되는 녀석인 모양이네.’
확실히 그러했다.
“저 따위 백면서생 놈에게 어찌 본 장의 정예 다섯이 협공을 할 수가 있겠느냐?”
정예는 개뿔!
정작 다른 가문들의 후예들이 모여 안면을 트는 자리에는 함께 나가지도 못할 만큼 덜떨어진 방계 주제에 말은 청산유수다.
“아! 그것까지는…….”
“역시 형님이십니다.”
“그것은 되레 운룡장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다. 너희들은 지켜만 보거라.”
“예, 형님.”
“알겠습니다.”
“……!”
애송이 동생들이 모두 물러났다.
‘대체 언제 들어올 거냐고!’
말은 그럴싸하게 했으면서도 녀석은 들어올 생각을 아직도 하지 않는다. 마치 생사대적을 만나기라도 한 듯 침착한 시선으로 내 자세를 훑고만 있었다.
‘이, 이럴 수가!’
녀석은 또 한 번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틈이 없다.’
처음에는 아우들이 물러나기가 무섭게 바로 짓쳐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전신 곳곳이 온통 허점투성이였는데 막상 치고 들어가려 하자 도저히 만만한 곳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하지?’
나는 경험과 실력 부족으로 막막해 하는 애송이의 자존심을 다시 한 번 쿡 찔렀다. 사정없이 이죽거렸다.
“왜? 차륜전 하려니 창피하냐? 괜찮아. 사양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니까?”
저만큼 뒤에 쭉 늘어서 있던 오십보백보인 놈들이 더 난리를 쳤다.
“이놈!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
“너 따위를 상대로 차륜전이라니!”
“상대해 주는 것만으로도 창피한 노릇이거늘…….”
덕분에 애송이가 마음을 굳혔다.
‘그래, 창피한 노릇이지.’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애송이가 커다란 고함소리와 함께 짓쳐들었다.
타닷. 휘익.
“하아아! 산화무여-엉!”
그놈의 장법, 이름 한번 그럴 듯하다.
파앙. 파파파파팡.
손 그림자들이 하늘하늘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꽃잎 마냥 이리저리 흔들리며 잘도 치고 들어왔다.
‘지극히 정파다운 장법이로구나!’
쓸데없는 짓거릴 참 요란하게도 하고 있다.
초식이라는 것이 정말 제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이해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리 펼칠 수 있는 임기응변의 능력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내공을 필요로 한다.
‘그런 것도 없는 놈이 무턱대고 틀에 박힌 방식으로 손만 휘두르면 다냐?’
가소로운 노릇이다.
후우욱.
마지막까지 기다리던 나는 녀석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깊이 들어온 순간을 노려 튀어 나갔다.
“놈! 나의 승리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도 않았는데 녀석은 벌써부터 승자의 미소를 짓고 난리다.
‘어차피 저 요란한 손 그림자 중에 진짜는 많아야 셋.’
나머지는 빈틈을 유도하는 허수와 상대방의 공격을 밀쳐내는 방어가 섞여 있음에 다름 아니다.
‘허리. 단전. 명치.’
녀석의 계제가 더 높았다면 내공 부족인 이 상태로는 알아보기 힘들었겠지. 어쩌면 저 많은 손 그림자 모두가 진짜일 수도 있는 거다. 하지만 고맙게도 이류의 애송이라 한 순간에 모두 알아볼 수 있었다.
‘하나는 피해 버리고…….’
타닷. 멈칫. 휘릭.
진과 퇴 그리고 좌 혹은 우로의 회전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엇박자의 운신.
피슷.
‘어? 왜 맞았지?’
허리를 노리고 사선에서 뚝 떨어지던 녀석의 손 그림자는 허무하게 스쳐 지나야 했건만 내 허리 살점을 한 움큼 떼어내고 멀어졌다.
‘급하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벌어졌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손 그림자 하나가 단전을 향해 쑥 밀려들고 있었다.
‘이건 흘려버려야 해.’
휘릭. 멈칫. 타닷.
마찬가지의 엇박자로 휘돌아 거리를 단축했다. 단전으로 짓쳐드는 손 그림자의 파괴력이 가장 약한 곳에 있을 때를 노려 비스듬히 왼손으로 쳐냈다.
파악. 우두둑.
‘젠장, 거리가 조금 짧았다.’
분명히 정확히 놈의 손을 흘려낼 수 있을 만큼 딱 맞추어 내밀었음에도 불구하고 흘려내지 못했다.
육체가 시원찮은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거리와 각도를 잘못 조절했기에 내민 손은 녀석의 힘을 분산시켜 흘려내는 대신 고스란히 끌어안았던 것이다.
‘손바닥과 팔목이 부러진 건가?’
하지만 나는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타닷. 후우욱.
그저 짓쳐들었다.
‘마지막 하나는 몸으로 받는다.’
처음부터 이 한 수를 염두에 두고 깊이 끌어 들였다. 살을 주고 뼈를 꺾을 차례다.
뻐어어억! 투둑. 투드득.
이제 막 붙으려는 갈비뼈가 한꺼번에 서너 개 가량 우수수 부러져 나갔다.
‘크흐.’
숨이 턱 막혀 왔지만 그대로 무시했다. 마지막 한 발을 성큼 끝까지 내딛었다.
“타아아-하!”
덕분에 고스란히 드러난 녀석의 몸뚱이에 나는 참고 참았던 내 분노를 고스란히 쏟아 부었다.
뻐어억.
작살처럼 뻗어나간 수도가 정확히 녀석의 중완혈을 파고들었다.
“커헉!”
녀석이 입을 쩍 벌렸다.
그래그래, 명치를 맞았으니 너도 숨이 턱 막히겠지.
그런데 나는 더 미치겠다.
‘왜 거리가 또 짧지?’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대로라면 녀석은 이미 절명 혹은 바닥을 나뒹굴어야 했지만 아직 멀쩡하다. 부족한 내공 대신 실으려 했던 몸무게가 전혀 실리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이 희한한 상황에 대해 더는 생각할 시간이 없다.
‘생각보다 피해도 컸는데 이 기회를 헛되이 흘려보낼 수는 없지.’
수도를 거둬들이며 굽혀진 팔꿈치를 쭉 밀어 붙였다. 가슴 어림을 오지게 찍었다.
빠아악. 투둑.
오오! 이번 공격에는 몸무게가 조금 더 실렸다. 확실한 감각이 있었다. 녀석의 갈비뼈가 모르긴 몰라도 두 대는 확실히 부러졌을 거다.
투웅. 후우욱.
녀석의 갈비뼈가 부러지며 만들어낸 탄력에 밀려난 팔꿈치를 가차 없이 위로 긁어 올렸다.
퍼억.
‘환장하겠네, 정말.’
턱을 박살냈어야 할 이번 공격은 살짝 스쳐 올라가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왜 자꾸 삑사리지?’
스슷! 파아아-!
녀석의 몸이 뒤로 슬쩍 밀리며 새롭게 생겨난 공간을 향해 성큼 거리를 좁혔다.
‘거리고 타점이고 혈도고 나발이고 간에 무조건 공격 또 공격이다.’
더는 그런 걸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활짝 열린 녀석의 가슴을 향해 나는 마음껏 손을 휘저었다.
빠박. 푸욱. 푹푹푹.
주먹으로 두 번 후려친 후 엄지손가락을 창처럼 세웠다. 그대로 녀석의 겨드랑이와 목을 연거푸 찍었다.
“허으으…….”
희미한 비명소리와 함께 녀석의 몸이 스르르 옆으로 기울었다. 바닥에 거칠게 내동댕이쳐졌다.
‘이런! 아직 더 때려야 계산이 맞는데 왜 벌써 쓰러져?’
뭔가 많이 손해본 느낌이었다. 짜증이 확 치솟았다.
“혀, 형니-임!”
“이 악독한 놈!”
웃긴다. 백면서생이라고 저희들 입으로 외치고도 모자라 이류씩이나 되는 놈이 내공이 수반된 장법을 펼쳐 놓고는 뭐가 어쩌고 어째?
“크크큭. 들어와! 사양하지 말라니까?”
“우와악!”
“노오-옴!”
악귀와 같은 눈이 된 애송이들이 물불 가리지 않겠다는 듯 나를 향해 짓쳐들었다.
피식.
어쩐 일인지 싱거운 웃음이 풀썩 터졌다.
파아아. 파파파파파-앙!
손 그림자가 소나기처럼 나를 향해 쏟아진다.
“크크흐하하하하-아-압!”
피할 수 없다. 아니 피하지 않는다.
오래지 않아 이 육체는 한계를 맞을 터, 줄 것은 주고 받아낼 것은 반드시 받아낸다.
타닷. 후우욱.
나는 거침없이 장영(掌影) 속으로 내 몸을 던졌다.
퍼어억. 뚜둑.
휘돌아 떨어지는 산화장에 이미 부러진 손바닥과 손목에 이어 팔뚝 어림까지 완전히 세 조각이 나 버렸다.
‘크흐, 이제 받을 것을 받아야지.’
받을 것은 바로 상대의 목숨!
피유웃.
마치 도검이라도 된 듯 짧게 그어진 수도가 내 왼팔을 부러뜨렸던 녀석의 목젖을 그대로 후려쳤다.
콰득.
‘아깝다. 목뼈까지 완전히 부러뜨렸어야 했는데…….’
또 삑사리다. 각도가 어긋났다.
머릿속에 떠오른 유려한 선을 오롯이 그려낼 수가 없다.
자꾸만 각도가 어긋난다. 부족한 내공 대신 싣고자 했던 몸무게도 실리지 않는다. 자꾸만 타점이 짧게 맞는다. 삑사리가 났다.
‘이 육체의 한계인가?’
겨우겨우 끌어 올린 촌음의 폭발력까지 벌써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낭패다.
퍼어엉. 와드득.
왼쪽 갈비뼈가 또 몇 대 부러졌다.
‘젠장.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소냐?’
그럴 수야 없다.
“너도 내놧!”
휘릭. 터억.
쫙 펼쳐진 내 손끝에 녀석의 턱이 걸려들었다. 나는 주저 없이 녀석의 턱을 확 돌렸다.
와득.
‘젠장. 또?’
힘이 덜 실렸다. 손맛이 좋지 않다. 녀석의 턱이 완전히 돌아가지 않았다.
털썩.
하지만 녀석은 힘없이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아쉽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하자.
“이 악귀 같은 놈아-아!”
뭐라는 거야 저 병신이?
뻐어억. 투득.
이번에는 내 왼쪽 정강이뼈가 수수깡처럼 부러졌다.
“크크큭. 그러면 네 것도 내놔야지!”
뼈가 부러지는 탓에 힘없이 낮아지는 내 무릎이 녀석의 무릎 관절을 살짝 옆으로 찍었다.
콰득.
‘크크큭. 이번에는 몸무게까지 제대로 실렸다.’
녀석의 무릎이 도저히 꺾일 수 없는 방향으로 꺾이더니 상체가 급격히 기울었다. 녀석의 얼굴이 내 코앞으로 훅 다가왔다.
후우욱!
한껏 뒤로 물러났던 내 이마가 맹렬하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대로 녀석의 인중을 찍어 버렸다.
쩌어억!
“……!”
스르르. 털썩.
비명도 지르지 못한 녀석이 눈을 하얗게 뒤집어 까고는 그대로 옆으로 나뒹굴었다.
‘아우, 아까워라.’
사혈 중 하나인 인중이 아니라 코가 박살났다.
하지만 허옇게 드러난 코뼈와 퐁퐁 샘솟는 피를 보자니 꽤 속이 시원해졌다.
‘이제 한 놈 남았나?’
싸늘한 내 눈이 마지막 먹잇감을 찾아 움직였다.
“아으으!”
겁을 잔뜩 집어 먹은 녀석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걸려들었다.
“크크큭. 마지막은 내가 먼저 가 주지.”
이제는 기다릴 시간도 없다.
이 허접한 육체에 촌음의 폭발력을 제공해 주었던 내공은 잠시 후 완전히 바닥을 보이게 된다.
이미 다리 하나를 쓰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지만 나머지 한 발에 모든 힘을 모으면 저렇게 움직이지도 못하는 녀석의 앞으로 내 몸을 던지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끄으응!’
급격히 사라져만 가는 힘. 밀려들어오는 끔찍한 고통.
한계점이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었지만 나는 마지막 한 발을 기어이 내딛어버리고야 말았다.
타아앗!
“너도 내놔-앗!”
후우우욱.
남아 있는 모든 것을 실은 내 주먹이 녀석의 심장을 향해 밀려들었다.
그때였다.
“이, 이런!”
“멈추어라!”
휘스읏. 파아아-앙.
제법 짜릿한 외침과 함께 두 줄기의 그림자가 내 앞으로 파고들었다.
‘손목!’
감히 내 모든 것을 실어낸 마지막 공격을 막으려 들다니!
목표 변경이다.
휘릭. 슈우욱.
직선밖에 모르던 내 주먹이 가볍게 사선을 그려냈다. 내 손목을 낚아채려는 그림자를 떨쳐낸 후 연어처럼 위를 향해 거슬러 올랐다.
‘그것이 내가 그리려는 그림인데…….’
콰악!
결국 잡히고야 말았다.
‘후후훗. 이 육체로는 정말 어쩔 수가 없구나.’
분하지만 인정해야지 뭘 어쩌겠나?
씨이익.
나는 사내답게 환히 웃는 얼굴로 내 손목을 낚아챈 주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백리장천.
이곳 백리세가의 가주인 그가 직접 나섰다.
“오, 오셨습니……이……까?”
에이, 조금만 더 버티지. 목소리조차 자꾸 힘이 풀리잖아.
창피해서 이거 어디 원.
“아들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저만큼 뒤에 내 아버지 용대명의 얼굴이 보인다.
커다랗게 부릅떠져 있는 눈을 보니 어지간히 놀라신 것 같다.
‘아버지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야 없지.’
나는 사력을 다해 호흡을 다스렸다.
쓰으읍. 후우우. 쓰으읍. 후우우.
모든 정신을 불사신기 입문결에 쏟았다.
필사적으로 호흡을 조절했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실낱같은 기운 한 줄기가 감각에 걸려들었다. 그 기운을 겨우 붙잡아 나는 목소리와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었다.
“호심결은 필요 없다고 드렸던 말씀, 이젠 이해할 수 있으시겠지요?”
“……그래, 그렇구나.”
뜨거운 눈으로 지켜보던 용대명의 고개가 천천히 그리고 크게 끄덕여졌다.
“나만의 길을 개척할 것입니다.”
불사신기!
이미 한 번 걸었던 길을 불사신기로 채워 다시 한 번 걸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