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갔다. 얼굴을 기억할 만큼 적은 이들이 낯선 시선을 내리고는 창살 너머로 올라갔다. 몇 번, 몇 번이고. 날이 떨어지면 많은 옷자락들이 등장했다 이지러지는 어둠을 떨어내고 사라졌다. 부옇게 가라앉은 대면의 흔적이 멀어질 즈음이면 실례하듯이, 창으로 조각난 빛이 황량한 복도를 쓸어담는다.
언제나. 답하지 않는 유일한 것과 모든 답할 수 없는 것이 그의 전부였다. 말하지 않는 것은 소년의 유일한 일과였다. 결국 합이 맞지 않는 탐구는 스스로 나태해져갔다. 질문들이 꼬리를 되물며 대답을 먹어치울 때까지 입을 열다가, 결국 머리마저 삼키고 서서히 잠적했다. 그 동안 있었던 일이었다.
소년이 얼굴들과의 일방적인 만남에 무뎌질 즈음, 처음 보는 모습이 나타났다. 쪽빛 머리의 사람이었다. 지금까지의 ‘많은 사람들’, 처음에 그렇게 불렀던 병사들과는 다르게 누군가와 같이 있지도, 푸른색과 은색으로 치장한 흰 제복을 입지도 않았다. 몸을 둘러싼 하얗기만 한 겉옷, 지금까지 없었던 얼굴. 다만 자락 사이로 얼핏 보이는 무늬가 어딘지 익숙했다. 밋밋한 겉옷에 가린 우아한 색들이, 움직일 때마다 언뜻 색조를 드러낸다. 소년은 머지않아 눈치 챘다. 같은 옷, 같은 모습. 지금까지와 다를 것 없는 의전관이다. 그러나 겉옷은 처음 보는 것인지라 소년은 무심코 빤히 바라보았다. 내려온 이는 소년 앞에 서서 잠시 말이 없다가, 인사를 했다.
“전 르윈이라고 합니다.”
“……아.”
소년은 급히 눈을 떼며 똑같이 고개를 숙였다. 반사적으로 취한 갑작스러운 인사였지만 다른 때 소년이 어땠는지 르윈이 알 리는 없었다. 그저 인사해 준 상대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 자연스레 다음 이야기를 내비쳤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다른 분들과는 다르게 저는 조금 특별한 용건으로 온 거라서, 약간 놀라실 수도 있겠지만 어떤 내용인지 들어주세요.”
카모렐은 머쓱하게 상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실수를 한 것 같은 찝찝함 속에서, 일단 다음 내용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껏 해 왔던 대로, 그는 평범하게 바닥에 않았다. 들을 준비이자 말하지 않을 자세다. 그런데 직감이 자꾸 그를 낯설게 했다. 어조의 묘한 분위기 때문일까. 그저 상대의 옷이 새로운 것이라 그런지도 몰랐다. 소년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귀를 열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알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다시 소개드리자면, 저는 이 궁의 의전관으로 소속된 르윈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감시자이자 동행자로서 앞으로 같이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소년이 받아들인 것은 철창 외에도 감시자를 한 명 둔다는 내용이었다. 관심 없는 내용에, 그는 시큰둥한 기분으로 다른 생각을 시작했다.
기약 없는 기대를 베고 이것저것 떠올려본다. 두 분은 무사히 잘 계실까.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걸까. 밤에 물을 마시려면 어떻게 하지. 아, 말을 하면 안 되는데. 그런데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건가? 한번 철창을 뜯어볼까? 하지만 무기가 없는데, 나가면……
말이 비집고 들어왔다.
“이제 곧 밖으로 나가게 되겠죠.”
소년의 눈이 움직였다. 잠에서 확 깨는 기분이었다. 차가운 물을 맞은 얼얼한 느낌이 머리 언저리에 지끈거렸다. 변하는 소년의 표정에 여전히 웃어 보이며, 르윈은 말을 이었다.
“그때까지는 여기 계시겠지만 이후엔 계속 같이 지내게 될 테니, 그에 대한 이야기도 드릴 겸 어떤 분인가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그제야 소년은 이해했다. 상황이 달라졌다.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자신을 움직이려는 것이다.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전에 들었던, 노인의 말에 기대어 그는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조금 더 신중하게나마 다시 희망을 걸어본다. 지금까지 매달려왔던 이해하지 못한 지시의 끝이 보이려는데,
“혹시 물어보실 거라도?”
르윈이 누군가 앞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생각에 골몰하면 소년은 말상대를 자꾸 잊어버린다. 서둘러 질문을 되새겨 답을 헤아린다. 내놓을 것은 많았으나 옥죄는 불안감이 혀를 묶었다. ‘혹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물어볼 기회와 실수의 위험성을 재단하니, 고민하는 동안 이미 늦어 있었다.
“별다른 말이 없으시니, 저는 가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
말해 버릴 걸 그랬나 하는 후회와 마음 저편에 드는 묘한 안도감에 흔들리며 카모렐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시 눈이 마주쳤을 때, 한번 잡아 볼까도 했지만 자신이 제대로 말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앞서 인사를 했으니 어쨌든 마무리를 지어 두는 게 예의일 것 같아, 무난히 배웅의 인사를 취해 보았다. 르윈도 간단히 응답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럼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창살에 손을 건 채, 계단을 올라가는 하얀 잔영을 카모렐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나중에 다시 그 방문자를 떠올렸을 때, 말의 내용 안에서 미미한 미소만이 흐릿하게 진청색 머리 아래서 웃고 있었다.
그것이 르윈과의 첫 만남이었다.
위쪽에서 누군가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낮에 병사들이 오가는 건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었기에 카모렐은 그 날도 모포를 덮고 누워 있었다. 복도의 돌은 언제나 보는 풍경이었고, 쪼개진 벽의 일부를 가지고 노는 것도 이제 질렸다. 얼굴까지 뒤집어쓰고 튼튼한 침상에 누워 자 보려고 하는데, 다른 날보다 발소리가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이윽고 창살을 텅텅 치는 소음에 소년은 모포를 걷었다. 한 의전관이 뚱한 표정으로 감방 안을 보고 있었다.
“나와라.”
그녀가 잠긴 입구를 열었다. 삐걱대며 문이 움직이고, 선 공기가 눈가를 스쳤다. 설레어 카모렐은 지체없이 일어났다. 며칠 전에 들은 대로 나가게 되었다.
소년이 방 안에서 빠져나오자, 기다리던 병사 둘이 팔을 하나씩 잡고 단단히 그를 결박했다. 카모렐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거나 반항하지는 않았기에 일은 수월했다.
의전관들에게 이끌려 계단을 올라가니, 한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락만을 희게 탈색한 푸른 머리에 짙은 눈썹을 가진 사람이다. 얼핏 생각이 나는 것도 같았으나 불분명했다. 소년은 궁에 들어오던 날 그를 보았었는지 기억해내지 못했다.
“따라오도록.”
남자가 짐짓 근엄하게 말했다. 무언가 떠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자신을 가뒀던 사람 중 하나였을 거라고 카모렐은 추측했으나, 그날의 압도적인 기억 때문에 다음을 끌어낼 만한 단서가 머릿속에 거의 없었다.
무심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고개가 탑을 찾아냈다. 맥박이 잠시 요동쳤으나, 처음 밝은 빛 아래서 마주한 건물의 전경은 그의 안에 남아있는 느낌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꼭대기가 보이지 않아 기억 속의 건물인지 분간할 수도 없었다. 소년은 이내 관심을 잃었다.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있던 곳이 궁전이었다는 데 소년은 적잖이 놀랐다. 위층엔 사람이 살고 있는 걸까? 부모님도 저기 계셨던 걸까? 카모렐은 순간에 기대어 그저 바라보는데, 시선을 훼방하듯 몸이 크게 이끌린다. 풀려난 것이 아니다. 여전히 잡혀 있다는 사실을 깨치운다. 노인과의 약속은 끝난 것이 아니며, 때문에 소년은 기다려야 했다. 그들이 원하는 기다림 후엔 이름 모를 어느 곳에 있게 될 터였다. 여전히 그것만을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이끌린 곳은 우아하면서도 기묘한 궁이었다. 달의 궤도를 쫓아 담아낼 듯이 피어난 지침. 소년이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감각에 오는 무언가가 다른 곳과 확실히 달랐다.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어도 단연코 달랐다. 투명한 돌. 그렇지 않은 돌. 구성을 이루고 있는 요소 하나하나에 뭐라 할 수 없는 감각이 작용하고 있다. 그런 독특함에 건물 전체가 감싸인 자태. 하지만 그것이 나쁜 느낌이냐 하면, 절대 아니었다. 들어서자마자, 고조된 기분과 긴장을 지워낼 정도로 평온한 감각이 들어찬다.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서 오십시오.”
기품과 격식을 갖춘 관리가 계단을 지나 맑게 닦인 홀 위에 올라섰다.
“통솔자께서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그녀가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이는 영월궁에 들어오기 위한 절차였다. 아무것도 신지 않은 걸음이 간격을 재어 병사의 앞에 놓이고, 마클은 손보다 허리를 먼저 움직이는 옛 방식으로 정중히 예를 갖췄다.
“통솔자의 권한으로서 이번 사건의 ‘라일’을 인솔해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달을 위한 공간에 그렇지 못한 자를 들이는 무례를 용서해 주시길 진언하는 바입니다.”
고개를 들지 않은 대답과 상대를 위한 약간의 여유가 건네어졌다. 영월궁의 사람은 조심스레 그의 말에 손을 뻗었다. 닿을 듯 닿지 않은 화답이 있고 나서, 그녀는 통솔자를 바라보며 잔잔히 몸을 돌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카모렐에게 훗날 남은 바에 의하면 올라가는 계단은 아니었다. 궁의 아래쪽 어딘가에서, 하나로 된 옷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에게 이끌려, 아무것도 없는 방에 홀로 된 의자에 앉았었다. 위에서 내리는 희미한 빛이 자신만을 비추고, 남자 둘의 언뜻한 형태가 저편에서 말을 나누었다.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중간 중간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선이 목과 팔목, 발목에 무언가를 했다. 그것이 당사자의 판단이었으나 빛과 감각 후엔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을 본 것 같기도 했지만 순간의 착각이기 좋은 잔상이라 이내 잊혀갔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 후 카모렐은 왔던 것처럼 에워싸여 다시 끌려갔고, 궁에서 나와 향하게 된 곳은 알지 못하는 길이었다. 왔던 그대로 되짚어갔다면 소년은 곧 나가게 될 거라는 말의 진의를 의심하며 단지 불안해했겠지만, 적어도 지금 가는 길은 기대도 함께 품음직한 방향이었다. 소년은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에 상기되어 무심코 주위에 도취되었다.
실없는 상념들이 빛 가득한 땅 위를 걸으며 자그마하게 쪼개진다. 풀에서 나는 이상한 내음들이 코를 간질이는데, 등으로 불어 지나간 바람에 잎들이 웅성거린다. 이윽고 지저귀는 소리가 날아갔다. 높은 울림은 어느 새 하늘 저편으로 가까워진다.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늘이 마지막만 아니면 좋겠다.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서 오게나.”
도착한 곳은 거대한 홍예문(虹霓門) 앞이었다. 한적한 정원 너머의 출구 앞에서, 한 노인이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앞서 걷던 마클이 약간 물러나 병사들을 앞으로 인도했다. 노인 앞으로 이끌린 카모렐은 그가 누군지 알아보았다. 니클러였다.
“오랜만일세.”
씨익 웃으며 말하고 니클러는 소년을 지나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를 기다리던 마클이 천천히 목례했다.
“원하시는 대로 선험자께 인계해 드렸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음. 고맙네 마클. 수고했어.”
니클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모렐을 잡고 있던 병사들이 뒤로 잡은 팔을 풀고 소년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다른 이들과 대열을 맞춰 왔던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을 떠나보낸 후, 니클러는 소년에게 돌아섰다. 어딘지 짓궂은 미소가 노인의 주름에 완연히 드러나 있다.
“말하지 말라는 약속을 아주 잘 지킨 모양이군. 어떻게 잘 이야기가 되어서 자네가 나오게 되었어. 뭐, 축하하네. 잘 된 일이니.”
얼떨떨한 얼굴로 카모렐은 질문했다.
“저…… 어떻게 된 거죠?”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멍한 표정에 니클러는 피식거렸다.
“그래, 이제부터 설명해 주겠네.”
노인은 무심하게 화창한 날씨를 바라보며 말을 읊었다. 장난스런 진지함으로. 옛 이야기를 하듯 느릿하면서도, 딱 부러진 언어로.
“죄가 사라진 건 아니야. 멋대로 궁궐에 들어온 건 둘째 치고 자네와 얽힌 일들이 그리 가벼운 게 아니라서 말이야. 하지만 형을 집행하러 자네를 꺼낸 것은 아니네.”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을 본 니클러는 조금 더 설명했다.
“유예가 주어졌어. 음, 그때 보러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르윈은 만나보았나?”
카모렐의 대답이 느려졌다. 다행히, 의식 저편에 있던 지칭어를 손가락이 꼼지락대며 발굴해냈다. 진청색 아래에 있던 흐린 미소.
“아, 네. 전에……”
끄덕이고서, 노인은 몸을 돌려 야생화가 듬성듬성 자란 돌길을 두어 번 걸었다.
“그래. 그 때 이야기는 전해 들었겠지. 르윈도 여기에 있으니 다시 인사하게.”
이윽고 문 근처의 수풀 뒤에서, 흰 겉옷을 두른 의전관이 나타났다. 소년이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다시 뵙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 때의 인사를 푸른 머리의 병사는 다시 건넸다. 카모렐이 주춤하는 새, 노인이 소년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자네에 대해선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괜찮겠나?”
“…….”
순간 피하려다 멈춘 움직임. 소년의 눈이 혼란으로 흔들린다. 상대의 기분을 읽고 니클러는 뒷말을 바꾸었다.
“좋아. 알았네. 여하튼 이 르윈과 같이 자네는 궁을 나갈 거야. 이 나라 안에서라면 어디든지 멋대로 가도 좋아. 가고 싶은 데로 가고,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게. 그 동안은 자네 부모님의 집행도 미뤄질 테니 걱정 말고. 다만 옆에서 이 녀석이 계속 지켜보겠지.”
소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 그럼 이제 괜찮은 건가요?”
노인이 본 중 가장 상기된 표정이다.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깨버려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니클러는 말했다.
“아니. 집행유예라고 말했을 텐데. 풀려나는 게 아니야. 엄밀히 말하자면 자네 신분은 죄수야. 단순히 미뤄지는 거니 착각하지 말게.”
둘러선 사실 속에서 어린 천진함은 너무나 유약하다. 여러 가지를 선험한 자로서 노인은 소년에게 주의를 주듯 답했다. 이내 그에게서 밝은 기색이 사그라든다.
“기한은…… 그래. 내가 자네의 행적을 듣고 적당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정기적으로 이쪽의 르윈이 내게 보고할 걸세.”
말은 끝났다. 남은 것이 배웅이다.
“그럼 이만 떠나게.”
그로서 병사의 차례가 되었다. 노인의 묵시 아래서 청년은 발을 움직였다.
“그럼 이쪽으로. 저희는 이만 떠나도록 하죠.”
문으로 잡아 이끄는 말에 소년은 머뭇거렸다. 가는 게 정말 맞는지 지팡이로 선 노인을 흘금 바라본다.
“잘 다녀오게나.”
작별은 희게 센 머리를 미풍이 훑어가는 순간이었다. 한낮의 빛에 일렁이는 사람의 형상이 눈에 남은 채, 소년은 문으로 향했다.
푸른 하늘이 구름을 돈다. 붉은 꽃잎이 바람에 떠나고 짙은 물색이 자리에 조용히 앉는다. 분홍 열매가 높이 맺히려는 너머 녹음이 여러 곳으로 휘돌아 가는데, 주위로 노란 풍광이 일순 따갑게 내리쬔다.
이윽고 너머로 가는 길에 선 동행자가 뒤돌아 그에게 물었다.
“자, 그럼 어디로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