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감, 괜찮으십니까?”
초란은 부서져 내린 지붕 바깥의 허공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는 서문기를 향해 물었다. 눈물이 맺힌 그의 눈은 멍했고, 입은 다물어지지 않은 채였다.
“저……, 저것이 무엇이었느냐?”
초란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연향의 칼에 이제 목숨이 끝나는구나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병풍 뒤에서 뻗어 나온 정체를 알 수 없는 빛에 의에 연향의 몸이 밖으로 튕겨져 나가며 동시에 무엇인가가 벽을 뚫고 나와 하늘로 치솟았다. 눈을 뜰 수 없는 빛이 사라지고 난 뒤 바라본 하늘엔 별처럼 하얀 물체가 점이 되어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소첩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허나……, 저기를 보십시오. 대감.”
초란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린 서문기의 눈에 부서진 병풍 사이로 커다란 구멍이 보였다. 신물을 숨겨 둔 곳이었다.
“허면……, 그것이, 그……, 하늘을 날아 사라진 것이 내……, 신물이었단 말이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지켜왔던 신물이 한순간에 사라지자, 서문기의 눈에서 서글픈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그의 목소리는 울먹임에 가까웠다.
“허나, 네가 말하지 않았더냐? 신단수는 신물에 의해 천수(天樹)가 된다고……, 신단수가 신물을 찾아 올 것이라고 말이다!”
서문기의 눈물을 슬픈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초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어른을 어찌 위로 해야 할지 몰랐다.
‘이 와중에 그 여인에 대한 신점 이야기를 어찌 한단 말인가…….’
초란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대감, 소첩 그 여인이 이 세상에 떨어진 날부터 그 여인에 대한 신점을 떠올리려 애를 썼습니다.”
초점 없는 서문기의 얼굴이 고개를 숙인 초란을 향했다.
“헌데,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여인에 대한 신점을 알아 낼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신점을 떠올리려 하면 할수록 그전에 보았던 신점들이 하나 둘씩 지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흙바닥에 그려 놓은 그림들이 바람에 쓸려 사라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것이 무슨 말이냐?”
“그 여인이 신단수(神檀樹)로 오게 되면서 천기(天氣)가 흐트러진 것이겠지요. 지금은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감.”
“천기(天氣)가……, 흐트러졌다?”
초란의 고개가 무겁게 끄덕여졌다.
“하옵고, 소첩 새벽 꿈자리에서 연향 대군을 보았습니다.”
“연향을?”
“예, 연향 대군이 이상한 모양을 하고 이 집에 숨어드는 꿈이었습니다. 하여, 급히 달려 온 것입니다.”
“그리되었던 것이구나…….”
서문기는 슬픈 눈으로 엎어져 있는 오성과 큰형님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던 초란은 죄책감이 솟았다.
“대감 마님, 소첩을 죽여주십시오. 제가 조금만 더 빨리 그 여인에 대한 신점을 알렸더라면…….”
눈물이 맺힌 서문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이 어찌 너의 탓이겠느냐? 이것이 모두 하늘의 뜻이 아니고서야 어찌…….”
“아닙니다. 대감. 소첩의 잘못이옵니다.”
자책하며 울고 있는 초란을 보자 서문기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비통함에 젖어 있던 서문기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헌데, 말이다…….”
서문기는 생각할수록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당연히 보름달이 뜨는 날 붉은 자들이 대궐을 침입할 것이란 신점이 있었고, 분명 신단수가 그들을 피해 궁을 나서 신물이 있는 자신의 집을 찾을 것이라 예상하였던 것이다. 하여 날이 밝으면 집근처에 매복시킨 군사들을 다시 점검하여 밤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헌데…….
“헌데, 어찌 보름날 새벽이란 말이냐? 보름달이 뜨려면 아직 한참 남지 않았느냐 말이다.”
고개를 떨구고 있던 초란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문기를 응시한 채 입을 열었다.
“대감,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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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지 않수? 보름달이 떠야 한다면서? 그럼 이 새벽에 이리 난리 칠 일이 아니란 얘기잖수? 안 그러우?”
정길은 궁 동쪽 담벼락에 붙은 채 쪼그리고 앉아 장이를 향해 물었다. 장이 옆에서 연향을 기다리라는 형님의 명대로 하고는 있지만 궁안 상황이 자못 궁금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보름달이란 밤에 뜨는 달이었다. 헌데 새벽이라니……, 그때 장이의 회백색 눈이 푸르스름해지려는 동쪽 하늘을 향했다. 장이의 시선을 따라 생각없이 고개를 돌리려던 정길은 순간 서쪽 하늘에 걸린 커다란 달을 보고 놀랐다.
“저……, 저 달이……, 어느새?”
멀리 서쪽으로 사라질 듯 걸려 있는 달은 완전한 구를 이루며 푸르스름한 동쪽하늘에 까지 노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달이란 저녁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자신의 놀란 표정을 눈으로 보고 있기라도 한 듯 여전히 동쪽을 향해 시선을 두고 있던 장이가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인시(寅時)가 지나 묘시(卯時)로 접어들기 시작하면 보름의 달은 이 땅에서 멀어져 가장 완전한 형태로 굽어진다. 우린, 그 달을 기다린 것이다. 이 세상을 가장 완벽하게 비추는 만월(滿月)을!”
정길은 푸르스름해지는 동쪽 하늘 반대편에서 점점 더 환해지는 것만 같은 하얀 달을 쳐다보았다. 복면으로 가린 그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었다.
“헌데, 여, 연향 대군이 이리 올 것이라는 형님의 말은 무슨 말입니까?”
정길은 회백색 장이의 눈이 오늘 따라 더 신비롭게 느껴져 비슷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씨가 저절로 공손해지고 있었다.
“이제 곧,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예?”
정길은 장이가 뱉은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의 회백색 눈동자는 오로지 담벼락의 검은 그림자만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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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좌장군. 저, 저기, 연향 대군이……!”
놀란 수영의 시선을 따라 건너편을 바라보던 좌장군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일격을 맞고 저쪽 담벼락으로 나가떨어진 것은 연향이 분명했다. 헌데, 지금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연향의 몸집이 아니었다.
“쫘아- 악-!”
담벼락의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무엇인가가 서서히 몸을 일으켜 세우자 옷 찢기는 소리가 들렸다. 수영은 지금 몸을 일으킨 자의 덩치가 좌장군보다 두 배, 아니 세 배는 불어났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푸르스름해진 어둠 속에서 몸을 완전히 세운 얼굴엔 수북한 털이 자라나 있었다.
“좌, 좌장군, 저 사람……, 모, 몸에 털이……!”
좌장군 역시 이상하게 변해버린 연향의 모습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한 발자국씩을 내딛을 때마다 짐승 같은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그의 온 몸이 털로 뒤덮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비틀거리며 걷던 그가 세 번째 걸음을 내딛을 때였다.
“피하시오! 신단수(神檀樹)!”
먼저 소리 친 것은 대정수였다. 연향 대군의 바로 앞에서 이 광경을 놀라지도 않고 지켜보던 남자는 짐승처럼 변해버린 연향을 향해 날카로운 검을 세웠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 구나. 연향! 아니……, 웅신(熊神)!”
대정수의 칼이 달빛에 번쩍이자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연향이 고함을 질러댔다. 짐승의 괴성과도 같은 섬뜩한 소리가 궐 안에 메아리쳤다.
“이……, 이건, 사람 소리가 아냐!”
수영은 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도대체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저건 사람이 아니야. 대체……, 뭐야……!”
좌장군은 위험을 직감하고 있었다. 저것의 정체가 무엇인진 몰라도 지금 이 좁은 곳에서 싸움이 벌어진다면 분명 여인이 다칠 것이었다. 무조건 이 여인부터 이곳을 벗어나게 해야 했다. 그의 몸이 빠르게 수영의 곁으로 붙었다.
“마마! 일어나십시오! 여길 빠져나가셔야 합니다!”
“아, 알았어요…….”
그러나 수영의 몸은 입과는 따로 놀고 있었다. 방금 연향이 지른 괴성 때문에 온몸이 벌벌 떨려 움직이질 않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저 곰처럼 변해버린 연향이 자신을 향해 덮쳐 올 것만 같았다.
“마마, 어서!”
좌장군이 자신의 어깨를 수영의 한쪽 어깨에 걸쳐 세우고 일어섰다. 그때였다.
“크아아-!”
순식간에 긴 발톱을 세운 연향이 아니, 짐승이, 앞에 선 자의 칼을 날려버리고 수영과 좌장군을 향해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 엄-마!!!”
“콰-쾅!!!”
수영이 비명을 지르는 순간 향화정으로 향하는 문이 부서지며 커다란 뭔가가 뛰어 들었다. 검은 털에 파란 눈이 박힌 늑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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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식과 싸우고 있던 홍안은 뭔가가 뛰어들며 부서지는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향화정으로 향하던 문과 침방 쪽으로 통하던 문이 한꺼번에 무너져 있었다.
향화정 쪽에서 커다란 뭔가가 달려들어 침방 쪽으로 향하는 문과 벽을 그대로 부딪고 지나간 듯했다. 문을 잇던 담벼락이 내려앉은 자리에 한쪽 어깨가 깔린 소상궁이 신음하고 있었다. 홍안은 충식이 뒤에서 칼을 세우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소상궁을 향해 뛰어 갔다.
“소상궁, 괜찮으시오?”
조금 전 수영이 걱정되어 침방 쪽으로 향하는 문 앞을 서성이던 소상궁은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뭔가를 느낌과 동시에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들짐승의 포효 소리가 들렸고 몸을 피할 새도 없이 문과 담이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나, 나리, 방금……, 지나 간 것이 무엇입니까?”
홍안의 팔을 붙들고 겨우 일어선 소상궁의 물음에 놀라긴 매한가지인 충식이 대답했다.
“내 눈에 저것은 분명……, 늑대였소.”
“늑대?”
보통의 늑대보단 몸집이 컸지만, 분명 늑대의 형상이었다. 요동에서 형님과 수없이 사냥했던…….
순간 연향과 싸우고 있던 주군에게 생각이 미친 충식은 홍안을 뒤로 하고 무너진 담장을 넘어 침방 마당으로 뛰어 들었다. 헌데 그곳엔 자신의 주군이 보이지 않았다. 한쪽 구석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좌장군과 신단수로 보이는 여인이었다.
“장군! 괜찮으십니까?”
소상궁을 부축해 달려 온 홍안이 좌장군과 여인을 살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보였다. 주변이 온통 깨진 담장의 파편들과 나뭇조각으로 가득했다. 여인이 서 있는 곳만을 제외하곤…….
‘운기(運氣)를 하신 것인가? 그 짧은 순간에?’
“홍안!”
“예, 장군.”
홍안은 흙먼지로 뒤덮인 좌장군의 붉은 도포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그의 굵은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문이 뚫렸다. 곧 이곳에 적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천신님을 안전한 곳으로 모셔야 한다.”
“예, 장군, 하명하십시오.”
홍안의 대답 뒤에 멀지 않은 곳에서 짐승의 포효 소리가 궁 안에 메아리쳤다.
‘근정전(勤政殿) 근처인가? 저 포효 소리는 분명 연향과 무엇인가가 싸우고 있는 소리다.’
좌장군은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한 마리 곰으로 변해버린 연향을 막아서며 청운검에 기를 끌어 올릴 때였다. 담 너머에서 맹렬히 달려오는 어떤 기운이 있었다. 사람의 기운이 아닌 짐승의 기운! 좌장군은 재빨리 검을 거두고 몸을 돌려 수영을 감싸 안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뭔가가 연향을 밀고 그대로 벽을 뚫고나가버렸고, 멀지 않은 곳에서 엄청난 두 기가 충돌하고 있었다.
'더이상 궁은 안전하지가 않아! 어서 이분을 안전한 곳으로 모셔야 한다.'
다행히 눈앞에서 연향이 사라졌지만 향화정을 막고 있던 문과 담이 무너지면서 향화정 안쪽 마당에서 엉켜 싸우고 있던 금군과 붉은 자들, 그리고 검은 복면의 적들이 그대로 보였다. 곧 적들이 이곳으로 눈길을 돌릴 것이었다.
“궁을 나갈 것이다. 길을 잡아라.”
“예, 장군…….”
말끝을 흐린 홍안은 잠시 소상궁을 바라보았다. 한쪽 어깨가 내려앉았지만, 이를 악물고 신음 한 번을 뱉지 않고 있었다. 다시금 좌장군에게 소상궁의 상태를 알리려 입을 열던 그의 팔을 소상궁이 말리듯 잡아당기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 마십시오.’
소상궁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어찌됐든 이 급박한 상황에서 상전의 짐이 되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홍안은 안타까운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를 떠났다.
좌장군은 수영을 바라보았다. 수영은 좀 전에 벌어진 상황에 놀란 듯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마마, 정신 차리십시오! 마마!”
어깨를 흔드는 좌장군의 목소리가 멀리서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수영은 꿈을 깨듯 숨을 토해냈다. 멈춰있던 눈동자가 움직였다.
“하아……!, 하아……!”
“괜찮으십니까? 마마!”
“여, 연향 대군은요……? 어떻게 된 거예요?”
좌장군을 올려다보는 수영의 눈에 두려움 배어 있었다. 좌장군은 이 여인을 지켜야 한다는 맹의원과 주상 전하의 눈빛을 떠올렸다.
‘그분들이 간절히 기다려오신 분이다. 이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좌장군의 두 손이 수영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침착하게 수영의 두 눈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마마, 이제 궁을 나갈 것입니다.”
어깨를 잡은 좌장군의 손에서 진정하라는 뜻이 전해져 왔다. 수영은 고개를 들어 좌장군의 크고 짙은 눈을 응시했다. 그리곤 마른 침을 삼키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마마, 저, 저기!”
소상궁이 손을 들어 가리키는 곳에 등 뒤에 쌍검을 짊어 진 검은 복면을 한 무리들이 서 있었다. 그 무리들 가운데서 연향의 일격에 나가떨어졌던 대정수가 한쪽 어깨를 돌리며 맨 앞으로 나와 섰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 때마다 뼈 맞춰지는 소리가 들렸다.
“신단수, 궁 밖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요. 내가 안전한 곳으로 모시도록 하겠소. 나와 함께 갑시다.”
대정수의 말에 좌장군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없이 검을 세워 들었다. 옆에 서 있던 충식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주군의 검을 주워 던졌다. 날아오는 검을 한 손으로 받아 쥔 대정수는 그대로 좌장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푸른 검기가 서린 좌장군의 검이 대정수의 검을 정면으로 받아치자 대정수의 단단한 몸이 담장 밑으로 나가 떨어져버렸다. 충식은 연향과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던 주군이 좌장군의 검기에 쓰러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저것이 말로만 듣던 그 청운 검기!'
좌장군은 몸을 일으키는 대정수를 바라보면서 등 뒤에 다가서는 서늘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넋을 놓고 좌장군의 청운검을 바라보고 있던 충식이 좌장군의 어깨 너머의 그림자를 보고 소리쳤다.
“형님! 저기!”
향화정 앞마당과 연결된 문과 담벼락이 무너진 곳에서 금군과 싸우다 틈을 노린 붉은 자들이 하나 둘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수영은 겁에 질린 채 옆에 선 소상궁을 부축했다. 소상궁의 움직임이 어딘가 어색해 보였지만, 상황이 급해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무작정 도망갈 곳만을 찾으며 걸음을 물렸다. 그때였다.
맨 앞에서 천천히 다가서던 붉은 자 셋이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수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급히 몸을 날린 좌장군과 충식이 둘을 막았으나 나머지 한 놈이 몸을 굴려 수영을 향해 검을 찔렀다. 순간 몸을 일으킨 대정수가 공중에 몸을 띄워 놈의 등을 그었다. 그러자 놈의 머리가 둘로 갈려졌다. 헌데 그 움직임이 이전보다 빨랐다!
코앞에서 둘로 불어난 적이 다시 수영을 향해 검을 그으려 했다. 다른 한 놈에게 검을 잡힌 좌장군은 한쪽 다리를 뻗어 수영의 앞에 있는 적을 걷어 냈지만 수영을 향해 휘두른 붉은 자의 검이 더 빨랐다.
“윽-.”
“안 - 돼!!!”
수영의 비명소리가 궁 안에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