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어느 늦은 밤, 청담동의 고급 Bar.
홀 테이블에 6명의 멋진 남자들이 둘러 앉아있다.
그들은 서로의 위치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외고 동창으로 세상에 죽고 못 사는 절친한 친구들이다.
각자 따로 있을 때는 그 위치에 맞게 행동하기위해 몸가짐에 조심을 하지만 한데 모이면 욕설이 난무하고 서로를 갈구는 데 여념이 없다.
멱살을 잡고 욕을 하며 죽인다고 주먹이 올라가지만 서로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나랑 나갈래요?”
5명의 고교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인 인혁의 어깨를 뒤에서 손끝으로 톡톡 건들이며 누군가 귓속말로 속삭인다.
“미친 새끼 죽을라고..”
자신을 약 올린 친구에게 웃음 섞인 욕을 하고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던 인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뒤 돌아 보았다.
짙은 화장과 향수, 화려한 네일,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몸에 쫙 붙는 원피스의 야한 옷차림을 한 20대 초중반의 여자가 참 당돌하다.
그래. 나야 즐기면 그뿐.
인혁의 한쪽 입 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세 시간 뒤, 신화호텔 로비로 오던가. 지금은 친구들이랑 같이 있어서.”
“세 시간 뒤, 거기서 봐요 오빠?”
당돌한 여자가 인혁의 넓은 어깨를 손가락 끝으로 쓸어내리며 뒤 돌아 나간다.
“인혁아.”
맞은편에 앉은 한주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인혁을 보고 있다.
“모가?”
비스듬히 눈을 반쯤감고 턱을 치켜 올려 능청스런 표정으로 소리 없이 입모양만으로 대답하는 인혁.
“아직 이야?”
“아직은 무슨.”
인혁이 피식 웃음으로 대답을 한다.
“아직 못 잊은...”
“야야, 갑자기 분위기 왜이래? 한잔하자. 인혁아 잔 들어. 사랑한다. 내 친구?”
석현이 한주에게 그만하라는 눈짓을 하며 화제를 돌린다.
“미친놈.”
***
인혁은 늦은 시간까지 꽤 많은 술을 마셨지만 흐트러짐 없는 걸음걸이로 신화호텔 로비를 런웨이로 만들며 들어섰다.
로비에 있던 사람들이 인혁에게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35세. 서인혁. 키 186센티. 고교 때부터 배운 킥복싱과 헬스로 다듬어진 적당한 근육질의 몸이 환장하게 멋진 수트핏을 자랑한다.
얼굴 또한 지나가던 사람들 열에 열 명이 다 뒤돌아 볼 만큼 잘생겼고, 특유의 섹시한 분위기는 덤이다.
호텔로비 소파에 앉아있던 당돌한 여자가 인혁을 보자마자 쏜살같이 뛰어온다.
또각 또각 또각. 또라라라라락.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소리가 요란해 인혁의 미간이 구겨진다. 저렇게 높은걸 신고 달리는 걸 보면 설핏 서커스를 보는 듯하다.
“오빠?”
여자가 인혁의 한쪽 팔에 매달리며 인위적인 가슴을 밀착시켰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한 시간이나 늦은 거 알아?”
“.....”
인혁이 아무런 대답도 없이 호텔 프론트로 향했다.
프론트에 도착한 인혁이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빼내어 직원에게 카드키를 받아든다.
“여기 있습니다. 사...”
인혁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검지와 중지사이에 끼워 든 카드키를 입 가까이 가져다 댄다.
신분이 알려져 이런 일회용 여자들이 찾아와 들러붙는 건 딱 질색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 S대 경영학과를 수석졸업을 하며, 25살에 신화그룹 기획실에 입사하면서 승진의 승진을 거듭해 이른 나이에 호텔신화의 사장이 되었다.
신화그룹의 최대약점 호텔사업이 부진하던 2년 전, 인혁이 밤낮으로 호텔 사업에 매달려 호텔을 일으켜 세움으로써 언론의 메인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사장으로 취임이 되었다.
그럼에도 얼굴만은 공개되지 못하게 언론을 철저하게 막았다.
그룹 내에서도 여러 가지 말이 많았지만 얼굴이 알려질 만약을 대비해 당연히 취임식도 생략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막창 집, 조개구이 집, 포장마차 등 평범한 집안의 서로 죽고 못 사는 친구들인 외고 동창들과 편하게 놀고 싶어서.
당황한 호텔 프론트 직원이 고개를 숙인다.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던 인혁이 살짝 뒤돌아보며 안절부절 걱정하는 호텔리어에게 미소를 띈 얼굴로 입에 지퍼를 채우라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씨익 웃는다.
긴장한 프론트 직원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배려였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본 호텔리어가 마음이 놓이는지 인상이 풀어지며 자리로 돌아가 하던 일을 계속했다.
객실로 들어 선 인혁이 무심하게 재킷을 벗어 던지고 단추를 풀어 옷을 벗기 시작했다.
당돌한 여자가 인혁의 앞으로 와 등으로 늘어뜨려진 긴 머리카락을 하나로 모아 앞가슴 쪽으로 쓸어내린다. 그러자 훤하게 파인 등이 인혁의 시야에 들어왔다.
“오빠, 지퍼 즘 내려줘.”
인혁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하고 웃고는 지퍼를 내려준다.
“이제 혼자 벗을 수 있지?”
밤이 깊은 새벽이라 낮게 깔려 허스키해진 인혁의 목소리가 섹시하다.
씻고 나온 여자가 알몸인 채로 인혁의 앞으로 와 섰다. 그런 그녀를 인혁이 무심한 눈빛으로 위아래도 훑자 그에게 안겨온다.
여자가 뒷꿈치를 들어 올려 인혁의 목덜미를 껴안고 키스하려 입술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귀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피해버렸다.
인혁이 여자를 침대에 눕히고 그 위에 몸을 포개고는 막무가내로 그녀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아악! 오빠, 하악!! 하아 하아 흐윽! 오빠 아프잖아 아! 전희도 없이. 아 악 하아.”
여자가 가뿐 숨을 몰아쉬며 인상을 쓰고 고통스러워한다.
움직임을 멈춘 인혁이 눈을 내려 깔고 몸을 일으킨다.
“매너.. 뭐 그딴 거 원하는 건가? 그런 거 원하는 여자랑은 안 해. 나가.”
여자는 인혁을 처음 본 순간부터 이미 몸이 달아오를 대로 오른지라 그의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다시 인혁이 살을 파고드는 아픔에 짧은 비명을 내질렀지만, 인혁의 반복되는 움직임으로 곧 흥분된 신음소리로 바뀌었다.
인혁은 여자의 반응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거친 움직임을 이어갔다.
한 동안의 욕망의 움직임이 끝이 난 후, 인혁은 곧바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고, 나오자마자 옷을 입었다.
소매단추를 매만지는 인혁의 뒤에서 여자가 백허그를 하고서 그의 넓고 단단한 가슴을 두 손으로 어루만진다.
“오빠 벌써 가려고? 한번 더해. 응?”
가슴을 어루만지던 한쪽 손이 그의 아랫부분을 향하자 인혁이 여자의 손목을 잡아 자신에게서 떨어뜨렸다.
여자의 뺨을 한번 쓸어내린 후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서 웃음을 흘린다.
“같은 여자랑은 안한다. 아침에 룸서비스 올 거니까 먹고 가. 그럼 간다. 잘 자고!”
재킷을 집어 든 인혁이 객실을 빠져나와 코너를 돌아 복도 제일 끝 방으로 들어간다.
인혁이 2년째 생활하고 있는 객실이다.
호텔이 부진할 당시 호텔을 떠안으며 임원들과 매일 회의를 하던 곳이었고, 집에 갈 시간도 없이 일에 매달리며 객실에서 생활하다 보니 편해져 그냥 이 방에서 생활하게 되었던 것이다.
객실로 들어서자마자 인혁은 또 샤워를 하고 샤워가운만을 걸친 채 레드와인을 잔에 가득 부어 한 번에 들이키고는 소파 깊숙이 몸을 기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