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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너를
작가 : 카페인부작용
작품등록일 : 2017.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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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적당히 즐기면서 살아.
작성일 : 17-07-28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6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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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는 못 볼 거란 생각에 잠시 섭섭했던 사람이 하연의 눈앞에 서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반갑다. 5개월 정도를 만난 그 놈도 이렇게 반가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또 보니 반갑네요.”

 

 하연이 이제는 편하게 조수석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올라앉는다.

 

 그런 하연이 그저 사랑스러운지 헤벌쭉 해서는 운전석에 앉아 하연 쪽으로 몸을 돌렸다.

 

 “걸음걸이가 아까보다 편해 졌네요? 내차 타는 것도 편해 보이고?”

 

 “뜨거운 물에 아로마 오일 풀고 반신욕을 좀 했더니 더 좋아졌어요. 이따 점심시간에 한의원가서 침 한번 맞으면 완전 나을 것 같아요. 인혁씨는.. 입술 괜찮아요? 아프지 않아요?”

 

 “이정도야 뭐, 다친 축에나 드나. 향수 뭐 써요? 향기가 좋은데.”

 

 하연에게서 달콤한 향과 알 수 없는 싱그러운 느낌의 향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향수 안 써요. 직업상 아기들 안을 일이 많아서. 어른도 향수 냄새 맞다보면 머리 아플 때가 있는데 애기들한텐 얼마나 안 좋겠어요.”

 

 “음.. 그렇겠군요?”

 

 “이 머리도 아기들이 긴 머리카락은 잡고 막 당기거든요? 그래서 묶는 거고요. 힘센 아가들이 당기면 뽑혀요.”

 

 인혁은 자그마한 입술로 재잘재잘 이야기 하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입을 맞추고 싶은 욕망이 가득했지만 간신히 억누르며 하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 인혁의 눈빛이 민망한지 그녀가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창밖을 둘러보며 딴청을 피웠다.

 

 “출발할까요? 저기서 좌회전이요.”

 

 “벨트 맵시다.”

 

 인혁이 다정하게 팔을 둘러 안전벨트를 매준다. 그에게서 시원한 코오롱향이 느껴진다.

 

 “여기서 좌회전해서 제일 안쪽 차선으로 들어가서 쭉 가시면 돼요.”

 

 “네.”

 

 “목걸이 말곤 악세사리도 거의 안했네요. 그 흔한 반지하나 안하고 그것도 아기들 다칠까봐 그런 거에요?

 

 “네,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고.”

 

 손등을 덮는 길이의 소매 밑으로 뻗은 손가락 끝의 바짝 깍은 손톱도 아기들을 위한 것이리라.

 

 ‘커플링은 하겠지?’

 

 인혁은 벌써 하연과 커플링 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하는 일이 뭔지 물어봐도 돼요? 아까 듣기로 피팅 뭐라는 거 같던데.”

 

 “아기 돌드레스랑 엄마 드레스 제작도 하고 대여도 해줘요. 원래 프랑스에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활동했는데 작년 말에 한국 들어오면서 이걸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만든 아기 돌 드레스 프랑스랑 일본 쪽에서도 인기 많아요. 제작 주문이 많이 몰리면 작업실에서 살기도 하죠.”

 

 “음.. 웨딩드레스는 이제 안 만들어요?”

 

 “제가 일하던 프랑스 업체에서 디자인 및 제작 요청이 들어오면 기간이 넉넉하고 괜찮으면 만들어서 보내줘요.”

 

 “음.. 드레스를 만들다니 멋지네요.”

 

 “멋진 건 모르겠고 작업실에서 라디오나 음악 틀어놓고 드레스 만들 때가 제일 평화롭고 좋아요. 아! 저기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서 바깥쪽 차선으로 붙여주세요.”

 

 “네.”

 

 “속도 줄여주세요. 저기. 저기 세워주세요.”

 

 비상 깜빡이를 켜고 인혁이 멈춘 곳에는 꽤 큰 하연의 드레스 매장이 있었다. 넓은 통유리의 쇼윈도에 아주 앙증맞고 예쁜 아기 돌 드레스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여기군요. 귀엽고 예쁘네요. 드레스들이.”

 

 “고마워요. 이렇게 신세만지고..”

 

 “그러면 밥 사요.”

 

 인혁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만날 것을 유도했다.

 

 “네, 그럴게요. 언제가 편하세요?”

 

 “내일이요. 내일 저녁. 퇴근이 몇 시에요?

 

 “6시에요.”

 

 “전화할게요.”

 

 “네”

 

 

 

 ***

 

 하연과의 약속 당일 아침.

 

 하연을 만나는 날이라는 생각에 인혁은 아침부터 들뜬 마음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샤워를 하고 나왔다.

 

 아침이 이렇게 기분 좋은 것도 오랜만이다.

 

 8시까지 출근한 인혁.

 

 호텔 스위트룸에서 지내고 있는 그에게 출근이라 봤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내려가는 게 전부다.

 

 “사장님, 나오셨습니까?”

 

 “응, 중호야 오늘 스케줄 보고해줘.”

 

 임원들과의 회의, 외부미팅, 오늘은 별로 즐기지 않는 나름의 친목도모를 위한 대기업 자제들끼리의 점심식사약속도 있다.

 

 주로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내는 모임인데 이번에는 무슨 일로 대낮에 모이는 건지 모르겠다.

 

 인혁은 도무지 본인들만 알고 있으면 될 이성들과의 은밀한 이야기, 자신들의 자동차가 이번에 몇 대가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왜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적당히 앉아있다 중호에게 전화가 오면 적당히 둘러대고 일어서면 될 것이다.

 

 혹시 모를 대비로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기회만 엿보고 있는 인혁에게 20대 초반의 어린여자가 들러붙는다.

 

 “인혁오빠,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아직도 연애할 생각 없어? 어리고 예쁜 나 유소율이랑 연애하자니까?”

 

 다짜고짜 이름도 헷갈리는 철없는 어리고 예쁜 여자애가 인혁의 옆에 앉아 팔짱을 걸고 인혁에게 기대온다.

 

 “후우... 쪼끄만 게 까분다. 또.”

 

 인혁이 잡힌 팔을 그대로 뻗어 테이블위에 올려둔 핸드폰을 집어 들고 괜히 뒤적이는 척을 하다 다시 테이블에 올려두고 자신의 두 팔을 팔짱 끼고 어린 여자의 스킨십을 차단 한다.

 

 “왜에, 오빠가 나 성인되면 사귀어 준다며? 성인 된지 1년이나 지났어.”

 

 “잊어버릴 줄 알았지. 동생 같은 애랑 뭘 하냐? 가서 친구들이랑 놀아. 가!”

 

 고 2던 여자애가 하도 사귀자고 해서 성인이나 돼서 오랬더니 정말 성인이 돼서 와서는 사귀자고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인혁의 눈에는 교복입고 있던 귀여운 고2 소녀로만 보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이었다.

 

 “오빠 나두고 딴 년이랑 사귀기만 해 그년 내가 가만 안 둬!”

 

 인혁이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테이블위에 팔꿈치를 기대며 저리가라는 뜻으로 손을 바깥쪽으로 두 번 저었다.

 

 소율이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벌떡일어나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서인혁, 쟤가 너한테 처녀 준다고 저러고 있다는데 한번 따먹지 그러냐?”

 

 “뭐 이 새끼야? 뭘 따.. 쟤가 과일이냐? 하이튼 너랑은 길게 말을 못 섞겠다. 미친새끼. 비켜 이 새끼야.”

 

 인혁이 때릴 듯 손을 올렸다 내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이잉, 지이잉.

 

 테이블 위 핸드폰이 울리자 인혁이 집어 들었다.

 

 “어. 한비서, 나 지금 호텔로 들어간다.”

 

 [ “사장님, 오늘은 일찍 일어나셨네요?” ]

 

 “어. 그렇게 됐네.”

 

 기분 나쁜 일로 자리에서 일어나긴 했지만 몇 시간만 지나면 하연, 그녀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

 

 첫 데이트라면 데이튼데 꽃다발이라도 준비해야하나? 너무 낯간지러운 일이다.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호텔 로비에 들어선 인혁.

 

 정면에서 걸어오는 누군가를 보고 안색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채시현.’

 

 인혁의 첫사랑. 잔인하게 인혁을 배반한 그녀.

 

 “오빠, 오랜만이야?”

 

 “음.”

 

 “우리 9년 만인가?

 

 우리? 우리란 말이 역겨워 인혁은 미간을 구겼다.

 

 “여긴 어쩐 일이야?”

 

 “오빠 만나러 왔지. 사장으로 취임했다는 소식은 들었어. 오빠방도 구경할 겸 차 한 잔 줄 수 있지?”

 

 “내 방에 아무나 들이긴 그렇고.”

 

 아무나란 말에 이번엔 시현의 미간이 구겨졌다.

 

 “우리 호텔 커피숍이나 구경하던가.”

 

 시현이 심호흡으로 곧 표정관리를 한다.

 

 “뭐.. 그럼 그럴까?”

 

 커피숍에 마주앉은 인혁과 시현, 인혁은 무표정 한 얼굴로 커피 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현이 양쪽 손을 턱에 괴고 유혹 하는 듯 끈적한 눈빛으로 인혁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빠는 여전히 잘생겼네? 섹시해졌고, 매력적이야.”

 

 인혁은 시현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것조차도 고역이라 느껴졌고, 그녀의 쓸데없는 잡담이 짜증났다.

 

 “용건이 뭐야?”

 

 “오빠, 왜 이렇게 예민해? 이러면 나 못 잊은 거 티 나잖아?”

 

 인혁이 기가차고 어이없음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훗, 다른 놈이랑 침대에서 나랑 눈이 마주치고도 아무렇지 않게 뒹굴던 널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덕분에 손톱만큼의 미련도 없게 해준 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시현이 여유롭게 커피를 들고 있던 손을 파르르 떨며 수치심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는 진짜 용건을 변명인양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빠 내가 잘못했어. 그땐 내가 너무 어려서 항상 져주기만 하고 잘해주기만 하는 오빠가 지겨웠던 거 사실이야. 오빠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늦게 알았어. 나 오빠 아직 못 잊었어. 그래서 그동안 많이 힘들었고. 오빠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 오빠 나 많이 사랑했잖아. 지금도 나 사랑하잖아. 그래서 아직 혼자고 또 이렇게 화내는 거잖아.”

 

 “채시현. 이렇게 또 나를 실망시키는구나. 넌 변한 게 없어. 항상 이렇게 제멋대로고 니 맘대로 생각하지. 그동안 화려하게 잘 살아왔잖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말고 너 하던 대로 적당히 즐기면서 살아. 앞으로도 내 인생에 넌 없어. 나도 예전엔 사람 보는 눈이 없었지만 이젠 생겼거든.”

 

 인혁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시현을 뒤로하고 커피숍을 빠져나왔다.

 

 집무실로 돌아온 그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피로감에 소파에 쓰러지듯 털썩 앉아 깊숙이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

 

 

 13년 전, 인혁이 22살이던 가을,

 

 인혁이 군대를 전역하고 본가로 돌아와 정원의 벤치에 누워 하늘을 보다 깜빡 잠이 들었다.

 

 누군가 인혁에게 키스를 하는 느낌에 놀라 깨어났을 때 자신을 보며 웃으며 서있던 그녀. 20살의 채시현 이었다.

 

 집안끼리 알고 지내던 시현의 부모가 인혁의 전역을 맞아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왔던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해 4년을 사귀었다.

 

 인혁은 시현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시현이 짜증을 내면 마냥 귀여웠고, 화를 내면 안절부절 미안했다.

 

 25살 졸업을 앞두고 신화그룹 기획실에 입사를 하면서 바쁘게 지내는 통에 시현을 외롭게 했다는 미안함에 한가해졌을 즈음, 그녀가 좋아하는 유명한 맛집에서 음식을 포장해 맥주와 함께 그녀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시현의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온 인혁의 귓가에 남녀가 내는 신음소리가 스며들어왔다.

 

 널브러진 옷가지들을 따라 들어간 그곳에는 시현이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과 함께였던 침대위에서 낯선 남자와 뒤엉켜 있었다.

 

 남자의 밑에서 목을 끌어안고 눈을 뒤집고 헐떡이던 시현이 무슨 느낌이었는지 눈을 떴고 인혁과 눈이 마주쳤다.

 

 인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의 위에 있는 남자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던 시현이 상관없다는 듯 다시 눈을 감고 소름끼치는 신음 소리를 뱉어 내기 시작했다.

 

 인혁은 놀라움과 충격으로 분노도 느끼지 못했다. 저 추악한 것들이 뿜어내는 공기로 가득한 이곳에 더는 있을 수가 없었다.

 

 역겨움을 느낀 인혁이 구역질을 하며 그 집에서 뛰쳐나왔다.

 

 그때의 충격으로 인혁은 여자와는 즐길 뿐 정을 주지 않았다.

 

 

 

 ***

 

 

 

 현실로 돌아 온 인혁이 뒤로 젖혔던 고개를 힘겹게 일으켜 앞으로 숙인 뒤,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때 모든 것을 잊기 위해 그 장면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일에 매달렸던 것처럼 일을 하기 시작했다. 시현 때문이 아니었다.

 

 하연 그녀에게 달려가 위로받고 싶음을 참기 위함이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6시 30분,

 

 하연과의 약속시간이 지난 후였다.

 

 다시 여자에게 정을 주려했던 자신이 우스웠다.

 

 하연도 똑같은 여자일 거라는 생각에 그런 것이 아니다.

 

 처음 본 여자와 마음이 내키면 가볍게 밤을 보내던 자신이 하연같이 순수한 여자를 욕심내면 안 될 것 같았다.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말고 너 하던 대로 적당히 즐기면서 살아.’

 

 인혁 자신이 시현에게 했던 말이다.

 

 

 

 ***

 

 

 2달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하연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오로지 일에만 매달렸고, 그 사이 인혁은 많은 것을 이뤄냈다.

 

 호텔신화들과 다르게 9개의 비즈니스 호텔 더위드 신화 중, 3군데가 2년여 동안 적자였으나 그 중 2군데를 흑자로 돌리는데 성공했으며, 부산에도 비즈니스 호텔 오픈을 앞두고 있다.

 

 또한 1년여 동안 계획해온 두바이에 호텔신화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른 사업체인 공항 면세점에 해외유명 명품을 입점하는데도 성공했다.

 

 워낙 유명한 명품이었기에 면세점에는 입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터라 오르 부아르 회장이 입국했을 당시 직접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으며, 프레젠테이션 역시 직접 함으로써 마침내 입점 시키는 데 성공했던 것이었다.

 

 일요일 아침, 인혁은 오랜만에 본가에 가기위해 호텔을 나섰다.

 그동안의 성과를 축하 할 겸 가족들과 같이 점심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사장님, 어디 가십니까?”

 

 “본가 갑니다. 수고해요.”

 

 “네, 다녀오십시오.”

 

 멀어져 가는 인혁을 프론트 직원 2명이 넋을 잃고 보고 있다.

 

 “우리 사장님 어떻게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저렇게 멋있을까?”

 

 “그러게. 요새는 일만 하시니 건강이 걱정된다. 그러고 보니 요즘 여자도 안 데리고 오신지 꽤 되지 않았어? 그 발목 다친 분 이후로 한 번도 없지?”

 

 “어, 그러네. 무슨 일이지? 우리 사장님 힘들 때 술도 안마시고 일에 매달리잖아. 이번에 이룬 성과들도 그동안 준비를 꾸준히 해온 것도 있겠지만 요즘 너무 몰아서 무리하더라. 그치?”

 

 “우리 사장님 설마 그 발목 여자 때문에 워커홀릭 모드에 딴 여자도 안 만나는 건 아니겠지?

 

 

 ***

 

 날씨가 제법 더워 인혁은 차에 오르자마자 에어컨을 최대로 올렸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인혁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도로로 나온 인혁의 앞에 미니쿠퍼차량이 필요이상으로 차분하게 운전을 하고 있어 답답증을 느끼고 있었다.

 

 “하아..”

 

 미간을 구기고 깊은 한숨을 쉰 인혁이 차선을 변경하려는 순간 미니쿠퍼 바로 앞에서 신호에 걸리고 말았다.

 

 도어 창틀에 팔을 걸치고 관자놀이를 누르며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구급차의 사이렌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인혁이 룸미러를 확인해보니 자신의 차선과 왼쪽차선에 막혀 구급차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인혁이 최대한 차를 오른쪽 옆으로 옮기는 순간 앞차도 옆으로 옮겼고, 뒷차와 옆차도 양 옆으로 신속하게 최대한 옮겨 구급차가 빠르게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인혁의 bmw를 빠르게 지나가던 구급차를 시선으로 쫒던 인혁이 눈썹을 찡긋거린다.

 

 “어어.. 윽!”

 

 구급차가 앞에 있는 미니구퍼의 뒷 범퍼 모서리부분을 박아 버린 것이다.

 

 구급차 조수석에서 119대원이 급히 내렸고, 피해차량 운전자도 내리는 것이 보였다.

 

 순간! 인혁의 눈이 커졌다. 그녀였다.

 

 이하연.

 

 인혁이 그토록 잊으려 노력했던 여자.

 

 그녀가 지금 인혁의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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