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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너를
작가 : 카페인부작용
작품등록일 : 2017.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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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내가 많이 오빠네.
작성일 : 17-07-28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5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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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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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우선 그냥친구 합시다.”

 

 “.....”

 

 “그것도 싫어요? 좋은사람 같다고 한말은 그냥 빈말이었나?”

 

 인혁의 얼굴에 서운한 기색으로 시무룩해져서는 한숨을 쉬자 하연이 재빨리 대답한다.

 

 “그건 진심이에요.”

 

 “그럼 그냥친구 하는 겁니다?”

 

 금세 얼굴이 밝아져 입꼬리를 올리는 인혁이 하연은 싫지 않은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아랫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하연의 모습에서 입술을 깨문 것이 크게 확대 되 보이면서 인혁의 목덜미가 붉어졌다.

 

 “하연씨, 점심시간인데, 같이 밥 먹을래요? 전에 못 지킨 식사약속 아직 유효해요?”

 

 “네.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요. 앞으로도 쭉 고마울 거고.”

 

 하연이 고개를 살짝 돌려 인혁과 눈을 맞췄다.

 

 “앞으로도?”

 

 “그럼요. 그날 인혁씨 아니었으면 나쁜 일을 당했을 수도 있고. 또..”

 

 “또?”

 

 “다음날 시체로 발견됐을 수도 있고.”

 

 하연이 인혁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 보인다.

 

 “후훗. 예쁜 아가씨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아주 대단한 일을 한 것 같네요?”

 

 “대단한 일이죠. 아마 술친구로는 가장 안전하고 좋은 친구가 아닐까 생각해요.”

 

 “하아.. 그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건장한 남자가 무방비 상태의 여자를 가만 나두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요?”

 

 “그랬어요? 그러니까 더 믿음이 가는데요? 그리고 이젠 친구니까.”

 

 “언제든 술 마시고 싶으면 얘기해요. 보디가드 해줄 테니까."

 

 "네."

 

 하연을 바라보는 인혁의 눈빛에 그녀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했다.

 

 "밥 뭐 먹을래요?”

 

 “아니. 인혁씨 좋아하는 걸로 먹어요. 내가 사는 거니까.”

 

 하연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웃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인혁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아버리고 싶었지만 아직은 친구이기로 했기 때문에 애써 참았다.

 

 “그럼 비싼 걸로 먹어야겠네요?”

 

 “얼마든지요.”

 

 “그럼 초밥 먹을까요?”

 

 하연의 표정이 급 밝아져서 생글생글 웃는다.

 

 “하연씨, 초밥 좋아하나 봐요?”

 

 “엄청 좋아해요. 초밥 유명한 집 알아요. 여기서 가까워요. 근데 초밥이 비싼 거에요?”

 

 “하연씨랑 먹는 거면 나한테는 다 비싸고 좋은 겁니다.”

 

 “그 발언 위험해요. 친구사이에 나올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아웃당하는 수가 있어요.”

 

 하연이 새초롬한 표정으로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인혁은 웃을 수가 없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친구 이상을 원한다면 나는 당신과의 친구관계도 끝내겠다는 뜻으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신을 신던 인혁의 눈에 매장의 텅 빈 행거가 들어왔다.

 

 “드레스가 별로 없네요?”

 

 “아, 다음 주 화요일이나 수요일까지 다시 올 거예요. 지금은 다 돌잔치 가있어요.”

 

 “드레스가 엄청 예쁜가 봐요. 이렇게 인기가 좋은 거 보면?”

 

 “감사한일이죠.”

 

 “다음에 드레스들 보여줘요.”

 

 “네, 얼른가요.”

 

 인혁은 하연이 편하게 나갈 수 있게 문을 밀어 기다려 주자 하연이 목례로 고마움을 표현한다.

 

 말투나 행동이 차분하고 예의바름이 하연의 아름다운 외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여기서 가까워요? 걸어가도 되는 거린가?”

 

 “여기서 5분만 걸어가면 되요. 오늘 좀 덥다 그죠?”

 

 “그러네요. 손가락은 이제 괜찮아요? 안 아파요?”

 

 인혁은 하연과 길을 걷고 있는 지금이 앞으로도 계속 되길 바라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옆에서 걷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안 괜찮아요. 아직도 망치로 손톱을 누르고 있는 것 같이 아파요.”

 

 하연이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붕대를 한 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에구, 딱해서 어쩌나.”

 

 인혁이 손을 올려 하연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하연이 그런 인혁의 손길이 설레는 건지 어색한 건지 모를 감정을 애써 숨기려 그를 올려다보며 새초롬하게 째려본다.

 

 “내가 오빤데? 동생이 예뻐서 머리 쓰다듬을 수도 있죠.”

 

 “누가 오빠에요? 동갑일 수도 있죠.”

 

 “서른다섯까지는 안보이거든요? 그러고 보니 몇 살입니까?”

 

 “오빠 맞네. 동안이네요? 난 나랑 동갑인가 했죠.”

 

 “참나, 으휴. 그래서 몇 살이냐고요.”

 

 인혁이 장난스럽게 정색하며 말한다.

 

 “스물여덟.”

 

 “내가 많이 오빠네. 오빠 해봐요.”

 

 “흥, 다 왔어요. 여기에요.”

 

 하연이 일식집 문을 열고 버티며 이번에는 인혁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이 여자 여러모로 매력을 발산하는구나.

 

 인혁이 오른손으로 문을 더 열어 고정시킨 후, 하연의 어깨를 감싸고 함께 들어가 문을 닫는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이십니까?

 

 “네.”

 

 하연이 상냥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룸으로 모실까요?”

 

 “네.”

 

 “이쪽으로 오십시오.”

 

 인혁과 하연은 바닥이 움푹 파여 편하게 앉을 수 있는 호리 고타츠식 룸으로 들어가 마주앉았다.

 

 “뭐 드실래요, 인혁씨? 정했어요?”

 

 하연이 메뉴판을 손에 들고 인혁이 보고 있는 메뉴판을 함께 들여다본다.

 

 “음.. 글쎄요...”

 

 “우리는 초밥 먹으러 왔으니까.. 여기는 초밥정식이 괜찮아요. 나는 그냥 정식. 인혁오빠는 특 정식.”

 

 “방금 오빠라고 부른 거에요?”

 

 “내가 그랬나요?”

 

 하연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미소 지으며 시치미를 뚝 떼고 서둘러 테이블 한쪽 구석의 주문버튼을 눌렀다.

 

 조금 전 인혁이 부탁한 걸 모른 척 했던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특 정식이 맞을 거에요. 정식이 저한테 음식량이 맞더라고요.”

 

 “하연씨가 먹으라는 걸로 할게요.”

 

 방문이 열리고 직원이 주문을 받기위해 들어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정식 하나 특 정식 하나 주세요. 그리고 이걸로 미리 계산해주세요. 제가 사야하는데 이분이 몰래 할 것 같아서요. 카드는 갈 때 찾아 갈게요.”

 

 하연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직원에게 내민다.

 

 “네, 알겠습니다. 와사비 많이 맞으시죠?”

 

 “네, 맞아요. 감사합니다.”

 

 일식집 직원이 뒷걸음질로 나가서 방문을 닫았다.

 

 “일요일인데 출근은 왜 한 거에요?”

 

 “보름 전에 프랑스에서 같이 일했던 친한 프랑스인 친구가 놀러왔었거든요? 그 친구가 일을 좀 맡기고 갔어요. 프랑스에서 제 드레스를 많이 좋아해 주신분이 제가 꼭 만들어줬음 한다고 해서 거절 할 수가 없었어요. 오늘 그 친구 프랑스 가는 날이라 공항에 데려다주고 집에서 할 것도 없고 해서 왔죠.”

 

 “음.. 급하게 해야 되는 거에요?”

 

 “웨딩드레스 한 벌, 이브닝드레스 2벌을 10월 마지막 주까지만 보내면 되니까 그렇게 급하진 않아요.”

 

 “프랑스에는 어떻게 가게 된 거에요? 아.. 너무 물어보나?”

 

 “아니 괜찮아요. 숨길일도 아닌데. 대학 처음 들어가서, 제가 Y대 패션학부 나왔거든요? 웨딩드레스 만드는 걸 배우고 싶어서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어디 소개해주셔서 방학 때마다 나가서 배웠어요. 디자인도 해보고. 재밌더라고요. 학기 중에도 시간되면 가서 일 도와드리고 했더니 졸업 앞두고 프랑스에 좋은 웨딩업체가 있는데 가보지 않겠냐고 하셔서 그냥 혼자였으면 못 갔을 텐데 거기에 저 아기 때부터 16살 때까지 키워주신 분이 계시거든요? 그 분이 계셔서 용기내서 갔었죠.”

 

 “부모님이 많이 바쁘셨나 봐요?”

 

 “네, 그러셨나 봐요. 질문은 여기까지!”

 

 하연이 가늘고 긴 손가락을 쭉 펼치고 손바닥을 보이며 웃어보였다.

 

 ‘부모님이 안 계신 것 같진 않은데.. 피하는 것 보니 무슨 사연이 있나보구나. 결혼 생활은 불행할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독신주의면서 웨딩드레스를 좋아한다니..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동경 머 그런 건가?’

 

 인혁과 하연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밑반찬과 죽이 나왔다.

 

 “인혁씨 보름 전에 공항 가지 않았어요?”

 

 “혹시 그 친구 온 날이 그날?”

 

 “응, 그 친구 마중 갔다가 봤어요. 인혁씨도 누구 마중 나온 것 같던데? 혹시 그분이 명품 거기 회장이에요?”

 

 “맞아요.”

 

 “그저께 기사난거 봤어요. 기사에도 나오시는 분이랑 식사도 같이 하고 영광입니다.”

 

 “별말씀을. 내 기사 찾아봤나 봐요?”

 

 인혁이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하연의 반응을 살핀다.

 

 “아니.. 그냥 보이길래. 음식 맛 어때요? 입맛에 맞아요?”

 

 하연이 무안함에 얼굴이 붉어져서는 말을 돌린다.

 

 “응, 고소하니 맛있네요.”

 

 “다행이에요. 입맛에 맞으신다니.”

 

 죽을 다 먹을 때쯤, 메인 메뉴가 나왔다. 적지 않은 정식메뉴의 양을 보고 인혁이 놀란다.

 

 “이거 다 먹을 수 있어요? 꽤 많은데.”

 

 인혁이 음식을 한번 봤다 하연을 한번 봤다 번갈아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 정도는 먹을 수 있지요. 친구들은 남기긴 하더라고요.”

 

 “음.."

 

 "어서 드셔보세요.”

 

 “네, 하연씨도 어서 먹어요.”

 

 “네.”

 

 하연이 새우튀김과 메밀국수, 초밥, 알밥, 돈까스까지 야금야금 천천히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먹는 것도 예쁜 사람이네.’

 

 “하연씨, 잘 먹어서 보기 좋네요.”

 

 하연이 민망한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너무 잘 먹죠? 이것도 입에 맞으세요?”

 

 “튀김도 바싹하고 음식들이 다 깔끔하니 맛있네요.”

 

 하연이 다행이라는 듯 입속이 보이지 않게 입술을 모으고 눈을 아치형으로 늘어뜨려 웃는다.

 

 음식 먹는 동안 맛이 어떤지 여러 가지를 세심하게 챙겨주고 인혁이 어떤 음식을 잘 먹는지를 바로 캐치해서 리필을 해주는 등 인혁이 잘 대접받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주었다.

 

 “하연씨, 잘 먹었어요. 앞으로 우리 자주 봐요.”

 

 “그럴까요?”

 

 "점심시간은 몇 시 부터에요?”

 

 “12시 30분부터요."

 

 “커피는 내가 살게요.”

 

 “매장에 커피머신 있어요. 드시고 싶으신 거 말씀만 하세요.”

 

 하연의 매장 앞에 이른 인혁의 시야에 하연의 찌그러지고 페인트가 벗겨진 사고차가 들어왔다.

 

 “아! 아까 사고 몸에 이상은 없어요? 뒷목이 아프다거나 허리가 아프다거나.”

 

 “괜찮아요.”

 

 “내일 일어나보면 다를 수 있으니까 이상 있으면 병원 가요.”

 

 인혁은 병원도 함께 가고 싶었지만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주에 급하게 차 쓸 일 있어요?

 

 “아뇨. 손가락도 불편해서 당분간 대중교통 이용할까 해요. 내일 보고 수리 맡기려고요.”

 

 “음..”

 

 “오늘은 사고도 나고 손가락도 다쳤으니 일찍 집에 가요. 데려다 줄게요.”

 

 “네. 아무래도 그래야 될가봐요.”

 

 매장으로 들어가 커피한잔씩을 앞에 두고 둘은 너무나도 잘 통하는 대화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

 

 

 

 하연의 집 앞,

 

 “데려다 주셔서 고마워요.”

 

 “조금이라도 이상 있으면 병원 꼭 가 봐요. 손이든 목이든. 오늘 고생했어요. 푹 쉬고 연락할게요.”

 

 “조심히 가세요.”

 

 하연이 인혁의 차가 안보일 때까지 보고 있다가 집으로 올라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자신의 시야에 가장먼저 들어오는 벽에 걸린 인혁의 재킷 앞으로 가 그의 옷을 손으로 한번 쓰다듬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

 

 

 

 하연의 생각으로 실실 웃으며 운전 하던 인혁이 어느덧 그의 본가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집으로 들어선 인혁을 제일 먼저 반긴 사람은 그의 어머니 효명이었다.

 

 “우리 아들 어서 오렴.”

 

 “네. 어머니, 저 왔습니다.”

 

 효명을 보자마자 인혁이 그녀를 가슴에 꽈악 끌어안았다.

 

 “집에 좀 자주와 아들. 얼굴 까먹겠어.”

 

 “네. 자주 올게요.”

 

 “왔냐?”

 

 작은형인 준혁이 무심하게 툭 던지 듯 인사를 한다.

 

 “네. 큰 형님, 작은 형님. 형수님들도 안녕하셨죠?”

 

 “네, 도련님 어서 오세요.”

 

 “아버지는 어디.. 서재에 계세요?”

 

 “응, 가서 인사드리고 모시고 나와.”

 

 효명이 인혁에게 서재를 손을 펴 가리키고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주댁, 저녁 준비 다 됐지? 찌개 올려줘요.”

 

 똑똑,

 

 “아버지, 저 왔습니다. 인혁입니다.”

 

 “들어와라.”

 

 문을 열고 들어와 책상에 앉아 있는 아버지인 장강의 앞에 인혁이 두 손을 모으고 섰다.

 

 “늦었구나.”

 

 “죄송합니다. 아버지.”

 

 장강이 못마땅한 얼굴로 일어나 인혁의 앞으로 걸어왔다. 긴장한 인혁을 보며 갑자기 그가 크게 웃는다.

 

 “우리 막내 이번일 아주 훌륭해. 잘했다. 아버지는 너희 3형제가 아주 자랑스럽구나.”

 

 장강이 인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크게 기뻐했다.

 

 “다 아버지 덕분입니다. 아버지 식사 하셔야죠. 같이 나가세요.”

 

 “그래, 그러자구나. 너 임마 집에 좀 자주와. 집에는 안 들어올 거냐? 호텔이 그렇게 편하냐?

 

 인혁이 머리를 살짝 기울인 채 검지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웃는다.

 

 “자주 올게요. 아버지.”

 

 온가족이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식사를 하는 도중, 초인종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진다.

 

 띵- 동.

 

 “누구지?"

 

 효명의 말에 전주댁이 인터폰을 확인한다.

 

 “채시현 아가씨가 오셨는데요?”

 

 인혁의 얼굴이 차갑게 굳으며 두 형수를 번갈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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