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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너를
작가 : 카페인부작용
작품등록일 : 2017.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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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기지배야, 너 그사람 좋아하는거 너만 모르고 있는거야.
작성일 : 17-07-28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7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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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띵- 동.

 

 “전주댁, 누가 왔어요?”

 

 “채시현 아가씨가 오셨는데요?”

 

 인혁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 졌다.

 

 “두 분 중 누가 부르신 겁니까?”

 

 인혁이 깊은 한숨을 쉬며 마주보고 있는 두 형수를 번갈아 쳐다본다.

 

 “제가.. 시현이가 도련님이 하도 보고 싶다고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제가 실수 했나요...?”

 

 작은 형수인 민영이 무안해하며 신랑을 쳐다본다. 준혁이 아내를 보며 괜찮다고 오구오구 하지만 이내 시무룩해져서는 어쩔 줄을 모른다.

 

 곧장 주방으로 들어온 시현이 발랄하게 인사를 한다.

 

 “아버님, 어머님 안녕하세요? 오빠들 반가워요? 언니들 오랜만이에요.”

 

 “어어. 시현이 왔구나. 식사는 했니?”

 

 효명이 입맛을 잃고 젓가락만 들고 있는 인혁의 눈치를 보며 시현을 맞았다.

 

 “아뇨, 배고파요. 저도 밥 주세요. 인혁오빠 나 왔어.”

 

 시현이 인혁의 어깨를 짚으며 옆자리에 앉아 쳐다보지만 인혁은 대꾸도 않고 식사를 다시 시작했다.

 

 “시현아, 넌 우리 인혁이가 잘못해서 헤어졌다면서 아직도 이 녀석이 그렇게 좋으니?

 

 큰형인 무혁이 어색한 분위기를 살리고자 농담을 했다.

 

 “아.. 오빠가 자기가 잘 못해서 헤어졌데요? 그럼요. 인혁오빠가 제 친구들 사이에서도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요.”

 

 서회장이 인혁을 보며 한마디 한다.

 

 “인혁아, 너도 형들처럼 이제 결혼해서 안정을 찾아야 하지 않겠니? 니가 형들과 나이차가 많이 나긴 하지만 늬 형들은 다 너보다 어릴 때 결혼해서 가정을 이뤘다.”

 

 “네. 결혼을 염두 해두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빠!”

 

 시현을 포함한 다른 가족들이 모두 놀라며 인혁을 바라본다.

 

 시현이 표정 관리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며 눈을 부릅뜨고 인혁을 쳐다보고 있지만 인혁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아직은 저 혼자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래? 니가 누군지 그쪽에서 알고도 말이냐?”

 

 “네, 그 사람은 독신주의라 연애할 생각도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친구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만약에 그 아이가 독신주의 생각이 전혀 바뀌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서회장은 혹시나 같이 독신으로 늙겠다고 하면 다리를 부러뜨려 버릴 작정이었다.

 

 “그런 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 사람의 생각을 바꿔놓을 겁니다.”

 

 “그래. 믿어보마. 어떤 아이냐?”

 

 “지금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그렇고 다만 프랑스에서 경력을 쌓아서 지금은 자기 일을 하고 있고 본인의 자리에서 나름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인성을 물어보시는 것 이라면 구급차가 급하게 가다 본인의 차를 박아도 웃으면서 그냥 빨리 가라고 하는 여잡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인혁이 시현을 의식하여 살짝 곁눈질로 그쯤에서 하연의 이야기를 멈췄다. 또한 시현 같은 여자 앞에서 하연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지도 않았다.

 

 “죄송하지만.. 전 먼저 일어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인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2층 그의 방으로 올라갔다.

 

 “시현아, 너도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해라. 인혁이는 이미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구나.”

 

 “그럴 수 없어요. 전 포기 못해요. 인혁오빠 마음 제가 다시 돌릴 수 있어요. 그때 반대만 하지 마세요.”

 

 “우리는 인혁이가 가망이 없어 보이는 호텔을 일으켜 세우면 누구와 결혼을 하던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이미 합의를 한 상태다. 인혁이의 결혼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렸어.”

 

 

 ***

 

 

 인혁은 거의 반년 만에 와보는 본인의 방이 이제는 꽤 낯설어졌다.

 

 태어나서 32년을 쭉 이방에서 지냈는데 고작 2년을 나가있었다고 낯설어 진 것이 신기하다.

 

 인혁이 책장의 책을 꺼내 훑어보다 침대로 가서 누웠다. 스르륵 잠이 들려는 찰나 문을 여는 소리에 인혁이 눈을 떳다.

 

 인혁이 눈을 뜨고 본 그곳에는 시현이 과일을 들고 서서 웃으면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니가 여길 왜 들어와!”

 

 화가 난 인혁이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미간을 구기고 시현을 노려보았다.

 

 “오빠 과일 먹어. 오빠 딸기 좋아하잖아. 아 해.”

 

 “하아.. 피곤하다.”

 

 “오빠 기억나지? 나 옛날에 오빠 보고 싶어서 새벽에 여기 왔을 때 몰래 이방에 들어와서 자고 갔잖아.”

 

 인혁이 신경질 적으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앉아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저 그만 가보겠습니다. 형님들 저 먼저 갈게요. 큰형수, 작은형수 노시다 가세요. 그럼.”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인혁을 효명이 깜짝 놀라서 붙잡아 세운다.

 

 “벌써 가는 거야? 인혁아, 자고 내일 아침 먹고 가. 이렇게 가면 엄마 섭섭해서 안 돼.”

 

 “어머니 죄송해요. 조만간 또 올게요.”

 

 효명을 꼬옥 안아주고는 문을 나서는 인혁을 시현이 서둘러 쫒아 나간다.

 

 “오빠! 인혁오빠!”

 

 인혁이 나가고 나자 효명이 눈물을 찍어낸다.

 

 “아이 속상해. 집에 오면 꼭 자고 가던 앤데.. 쯧...”

 

 효명이 결국은 눈물을 보이며 안방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아버님, 죄송해요. 제가 괜히 시현이를 불러서는..”

 

 민영이 눈을 질끈 감고 죄송함에 고개를 숙이고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괜찮다. 너희들도 늦었는데 그만들 돌아가거라.”

 

 “쟤네들 인혁이가 잘 못 해서 헤어진 거 맞어? 완전 반대인거 같은데?”

 

 준혁이 아내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달래고 있었다.

 

 집을 나온 인혁은 시현이 쫒아 나오는 것을 알고 곧장 본인의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

 

 아침 일찍 출근한 인혁이 급하게 들어오며 중호에게 따라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사장님, 뭐 시키실 일 있으십니까?”

 

 “응, 이 주소로 가면 미니쿠퍼 뒷 범퍼 사고 난 차 한대 있을 거야. 그거 수리 좀 맡겨줘. 그리고 자동차 부품이랑 할 수 있는 점검 다 해주고. 차주 이름은 이하연이다.”

 

 “사장님 사고 나셨습니까? 언제요? 병원은 가보셨어요? 저를 바로 부르셨어야죠.”

 

 중호가 놀라서 인혁의 몸을 급하게 더듬으며 살핀다. 인혁이 중호의 손길을 기겁을 하며 피한다.

 

 “야! 내가 아니라 하연씨가 구급차랑 좀 박은거야.”

 

 “아.. 근데 사장님이 왜 그분 차를 수리해주시는 겁니까? 주소랑 이름은 어떻게 아시구요?”

 

 “안지는 좀 됐어. 가서 내가 수리 해주는 거라고 하지 말고 사고 났던 소방서에서 나왔다고 해.”

 

 “사장님 혹시.. 그분 좋아하십니까?”

 

 인혁이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형! 잘됐어요. 다행이야. 그동안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요? 제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어휴.”

 

 중호가 반가움에 인혁을 와락 끌어안았다.

 

 “이럴 때만 형이냐? 임마 떨어져 징그럽게.”

 

 “아... 좋은 분이신 것 같네요. 형이 이정도로 마음에 두신분이라면.”

 

 “오늘 스케줄은 뭐야?”

 

 “오늘 내일은 스케줄 안 잡았습니다. 사장님 그동안 너무 무리하신 것 같아서 좀 쉬시라고. 결재 하실 서류들은 쉬엄쉬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 처리를 그렇게 하면 내가 너무 고맙다. 그럼 나 지금 하연씨 출근시키러 간다. 하연씨 9시 반까지는 출근할거니까 너도 그때쯤 그 주소로가. 하연씨가 먼저 수리 맡기기 전에”

 

 “네, 사장님. 너무 보기 좋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응. 이따 보자.”

 

 인혁이 눈을 반짝이며 밝은 표정으로 뛰어나갔다.

 

 오랜만에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을 한 인혁을 중호가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샤워를 하고 목욕가운을 걸치고 나온 하연이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오늘은 차가 없는 이유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이다. 겸사겸사 운동부족인 본인을 위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옷장에서 무릎길이의 린넨 슬림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늘 하던 대로 기본화장을 하고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의 물기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대충 말린다.

 

 날씨가 더워 밖에 나가면 금방 마를 것이기 때문에 굳이 다 말릴 필요는 없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자 8월 중순의 아침햇살이 그리 뜨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낮에는 좀 덥다 싶지만 저녁엔 시원한 바람도 불어온다.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하고 기분 좋게 발걸음을 옮기는 하연을 누군가 부른다.

 

 “하연씨!”

 

 하연의 시선이 머무른 곳에 인혁이 서있었다.

 

 “어? 여긴 어쩐 일이세요?”

 

 “하연씨 출근시켜주려고 왔죠. 차 없잖아요.”

 

 “지하철 타도되는데.”

 

 “요즘 지하철에 치한들이 많아서 안돼요. 특히나 옷이 얇을 때 심하니까.”

 

 “아.. 맞다.”

 

 하연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면서 추행을 몇 번 당한 적이 있다. 아마 모든 여자들이 한번 씩 다 당하지 않을까 싶다.

 

 인혁이 조수석으로 가 문을 열어주자 하연이 조수석에 앉자마자 혼자서 안전벨트를 맨다.

 

 ‘뭘 또 저렇게 혼자서도 잘해요야?’

 

 인혁이 그녀에게 벨트를 못 매주게 되자 괜히 그녀에게 섭섭해졌다.

 

 운전석에 앉는 인혁을 보고 하연이 농담을 건넨다.

 

 “사장님, 안 바쁘세요? 이렇게 농땡이 부리셔도 되나?”

 

 하연이 눈을 요리조리 굴리며 약 올리듯 이야기한다.

 

 “유능한 비서를 옆에 두고 있어서 괜찮거든요? 그동안 고생했다고 오늘 내일은 놀아도 된다고 했거든요?”

 

 차를 부드럽게 출발 하면서 인혁도 지지 않고 음을 살짝 붙여 웃는 얼굴로 대꾸했다.

 

 “아아. 그러시구나.”

 

 “아침에 일어나니 어때요? 몸에 이상은 없어요? 목이 아프다거나. 손가락은 괜찮아요?”

 

 “네! 전혀 이상도 없고 괜찮아요. 손가락은 아마 소염제 먹은 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인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연을 힐끗 본다.

 

 다소곳하게 다리를 모으고 앉아있는 모습과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이 그녀를 더욱 청초하게 만들어주었고 바디크림인지 모를 달콤하고 은은한 향기에 인혁의 남성이 고개를 든다.

 

 ‘이러면 안 돼. 이러지마. 이러는 거 아니야.“

 

 인혁이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의 남성을 애써 진정시키기며 타이르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행히 하연이 재잘재잘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준 덕에 다른 곳으로 생각이 옮겨지며 진정이 되었고, 어느덧 하연의 매장에 도착했다.

 

 “하연씨, 오늘 점심 같이 할래요?”

 

 “오늘은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요. 내일은 어떠세요?”

 

 “난 괜찮아요. 그럼 내일 12시 30분까지 올게요. 내일 봐요.”

 

 “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들어가요.”

 

 하연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 까지 보고 인혁이 차를 출발시켰다.

 

 매장에 들어와 하연이 걸레질을 하며 매장 청소를 시작했다. 쇼윈도를 걸레로 열심히 닦던 하연이 자신의 차를 보고 핸드폰을 찾는다.

 

 ‘아 참, 차 수리 맡겨야지.’

 

 보험사로 전화를 거는 하연의 시야에 누군가 매장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여, 나중에 다시 걸기로 하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실례합니다.”

 

 “네, 어떻게 오셨나요?”

 

 “이하연씨 본인 되십니까?”

 

 “네. 제가 이하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구급차와 사고 있으셨죠?”

 

 “아 네. 맞아요. 근데 무슨.. 우선 들어오셔서 이쪽으로 앉으세요.”

 

 하연이 홀의 쇼파를 손짓으로 가리킨다.

 

 “아 네, 감사합니다.”

 

 중호가 슬리퍼를 신고 들어와 매장을 둘러보며 소파에 앉았다.

 

 “더우시죠? 잠시만요. 시원한 음료수 드릴게요.”

 

 하연이 안쪽의 휴게실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시원한 비타민 음료를 트레이에 받쳐서 들고 왔다.

 

 “여기.. 드세요.”

 

 “감사합니다.”

 

 마침 목이 마르던 중호가 시원하게 원샷을 한다.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사고 차 수리를 담당하고 있어서 왔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수리하면 돼요. 구급차 사고 나면 운전하신 분이 보상해야 된다고 들었어요. 급하게 운전하다 보면 접촉사고가 많다고 들었는데. 제 차는 별로 안 부서져서 그냥 제가 하면 될 것 같아요.”

 

 “아닙니다. 저희는 소방서측 보험에서 하는 거라서 보상 안 받으시면 경위서 비슷한 걸 써야 해서 보상을 받아 주시는 게 저희 쪽에서는 훨씬 편합니다.”

 

 “아.. 그런가요?”

 

 “네! 그렇습니다. 지금 수리 들어가면 한.. 이삼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밖에 세워둔 차는 수리하는 동안 편하게 쓰시면 됩니다. 여기 키 받으시구요.”

 

 “아.. 네...”

 

 중호에게서 차키를 받아든 하연이 휴게실의 가방에서 본인의 차키를 꺼내 그에게 건네준다.

 

 중호가 안쪽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하연에게 펼쳐 보인다.

 

 a4용지에는 중산소방서 자동차 관리부서라고 적힌 글자가 크게 보였고 그 밑으로 작은 글씨로 뭔가가 적혀있었고 마지막에 담당 한중호라는 이름과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었다.

 

 “궁금한 사항 있으시면 이쪽으로 전화 주시구요.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네, 안녕히 가세요.”

 

 중호가 하연의 매장을 나와 그녀의 차를 정비소에 맡긴 후 인혁에게 전화를 건다.

 

 

 Rrrrrrr...rrrrrrr...

 

 [어. 중호야.]

 

 "차 받아서 지금 사장님이 가시는 곳에 맡겼습니다. 수리 및 점검하고 부품 교체할 것 있으면 다 하라고 말해두었고, 이틀이면 된다고 합니다.”

 

 “어. 수고했어.”

 

 “사장님, 그분 참 좋은 분 같습니다. 덥다고 음료수도 주시고, 한사코 괜찮다고 가해 운전자에게 부담가는 것 아니냐고 본인이 수리하신다는 걸 저희 쪽이 경위서 써야한다고 그게 더 힘들다고 하니 마지못해 허락해주셨어요.”

 

 “그래?”

 

 인혁이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혹시 그분과의 관계 개선에 필요하다면 저를 활용해주셔도 됩니다.”

 

 “고맙다. 약속 없으면 이따 점심 같이 먹자 중호야.”

 

 “넵!”

 

 

 

 ***

 

 하연이 드레스 만들기에 집중 하고 있는 사이 대학 친구 다정이가 매장으로 들어섰다.

 

 “이하연. 나왔다.”

 

 “어, 왔어?”

 

 하연이 작업실에서 뛰어나와 다정과 손을 맞잡고 반가운 마음에 방방 뛴다.

 

 “하연이 너, 생각보다 얼굴이 좋다?”

 

 “안 좋을 건 또 모냐? 그게 언제 적 일인데.”

 

 “그러게 안 좋을 건 없지. 내 그 나영이년 그럴 줄 알았다. 건들일 놈이 없어서 친구 남자를! 어우 미친년.”

 

 “괜히 이야기 했나봐. 너무 속상해서 이야기하긴 했는데, 좀.. 민망하다.”

 

 “뭐가. 내가 눈치 없이 자꾸 같이 보자 하니까 니가 어쩔 수 없이 말한 거지. 잘 얘기했어. 그런 건 시원하게 우리끼리 욕한바가지 하고 잊어버려야해. 넌 괜찮지?”

 

 “나야 뭐.. 화가 나긴하던데 이상하게 괜찮더라. 그냥 해본 연애라 벌받았구나 정도? 나 나쁜년이지?”

 

 “니가 진우선배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지. 넌 왜 결혼에 그렇게 겁을 내는 거야? 결혼은 싫더라도 연애는 할 수 있잖아.”

 

 “일단 밥부터 시키자. 뭐 먹을래?”

 

 “돌솥 비빔밥?”

 

 다정이 이야기를 계속한다.

 

 “말해봐. 이유가 뭐야. 독신들도 연애는 하고 살아.”

 

 “일단 결혼 생활은 불행할 것 같아. 내가 부모님 사랑을 한번 못 받아봤잖아. 사랑이 뭐야. 얼굴도 제대로 본건 손가락에 꼽을 정돈데.. 내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어.”

 

 “니가 그렇게 생활했기 때문에 더 잘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

 

 “연애는?”

 

 “그냥 싫어. 또 지금 나이 정도면 결혼 생각해야 할 텐데 그런 사람 잡고 있을 수는 없잖아.”

 

 “그럼 결혼 생각 없는 사람 만나면 되잖아.”

 

 “또 그런 사람은 만나기 싫다? 나를 연애상대로만 생각하고 내 몸만 원할 것 같아서. 나 정말 이기적이지 않니?”

 

 “에휴, 이기적인 건 아니지. 니가 결혼하자고 속이고 계속 붙잡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해는 가는데 너도 참 어렵게 산다.”

 

 “선배랑은 적당히 잘 헤어진 것 같아. 선배나이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결혼 얘기는 하더라고. 이 나이 때는 만나면서 결혼 이야기는 다 하는 거고 그러고도 헤어지는 일이 많으니까. 내가 이런 생각으로 선배를 만나가지고.”

 

 “아참, 그때 너 데리고 나온 남자 있었잖아. 그러고 연락 전혀 없어?”

 

 “아. 그 남자? 친구하기로 했어.”

 

 “정말? 연락 왔어?”

 

 “그냥 어쩌다가 우연히.”

 

 배달시킨 돌솥비빕밥이 와서 하나씩 들고 휴게실로 들어가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 사람이랑 잘해봐. 남녀사이에 친구가 어디 있어?”

 

 “그 사람 엄청 좋은 사람인 것 같아. 나 같은 애 말고 더 좋은 여자 만나야지. 그 사람이 보자 그러면 거부감도 없고 괜찮아.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

 

 “야 너, 그거 그 사람한테 호감 있는 거야. 그사람이 좋은 여자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부터가 너 그 사람 좋아하고 있어. 그거 너만 모르고 있는 거야. 너 그 사람 이야기할 때 눈빛부터가 달라졌어.”

 

 “아니야, 그런 거.”

 

 하연은 그저 새로 사귄 좋은 친구라 좋은 마음에 그런 것이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학교 다닐 때도 여자 친구들과 마음이 잘 맞으면 매일같이 붙어 다니고 집에 가서도 두 세 시간이나 통화하고 전화 끊을 때 자세한 이야기는 학교에서 마저 하자고 끊던 것처럼 그런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지배, 지가 누굴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어휴.. 둔해 둔해.”

 

 다정이가 비빔밥을 오물오물 씹으며 도리도리 머리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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