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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너를
작가 : 카페인부작용
작품등록일 : 2017.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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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인혁씨 많이 좋아해요.
작성일 : 17-07-28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7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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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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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바 여객기 추락. 폭파. 신화호텔 서인혁사장 탑승 확인. 충격.

 

 하연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뜩해... 어뜩해....”

 

 하연은 시야가 흐려져 눈물을 계속 닦아보지만 화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TV 앞으로 다가가 털썩 주저앉았다.

 

 눈물을 아무리 닦아내 보아도 시야가 흐려져 화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뉴스 앵커가 전하는 인혁의 핸드폰이 발견됐다는 말을 듣는 순간 하연은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 다시는 연락하지마세요 -

 

 인혁의 절망적인 표정이 생각나 하연은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아아악... 아 흑.. 흐.. 흑흑.”

 

 더는 화면을 볼 수 없었던지 TV를 끄고 한참을 울던 하연이 갑자기 일어나 뛰어나갔다.

 

 신화호텔 로비로 들어선 하연은 곧장 프론트로 달려갔다.

 

 “한중호 비서님 만나게 해주세요. 어디 계세요?”

 

 “지금 안계십니다. 사고 현장에 가신다고 공항으로 가셨습니다.”

 

 “인혁씨,, 정말 그 비행기에 탄 거 맞아요? 정말 사고 비행기에 탔어요? 진짜에요? 진짜..흐.. 흑흐흐으...”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던 하연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한참 뒤, 호텔 직원들의 숙직실에서 하연이 정신을 차렸다.

 

 “정신이 드십니까?”

 

 “인혁씨는...”

 

 고개를 흔드는 호텔직원을 본 하연의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흐른다.

 

 “실례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하연은 거실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

 

 두바이의 한 병원 1인실에서 정신이 든 인혁.

 

 심한 두통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그 때 간호사가 달려와 영어로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정신이 드세요? 사고가 있었어요. 가벼운 뇌진탕으로 하루 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어요. 그것 말고는 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인혁은 그제 서야 모든 것이 생각났다.

 

 비행기에 탑승 후, 자리에 앉자마자 하연에게 줄 커플링을 확인해본 인혁은 호텔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나 급하게 비행기에서 내렸고, 호텔로 가 반지를 들고 나오면서 자동차에 부딪히면서 정신을 잃었던 것이다.

 

 핸드폰은 비행기 좌석에서 급하게 일어나면서 스튜어디스와 부딪치며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인혁은 본인이 환자복으로 갈아입혀진 것을 확인하고 반지의 여부부터 확인해야 했다.

 

 “제가 입고 있던 옷은 어디 있습니까?”

 

 “아! 잠시만요.”

 

 간호사가 인혁의 옷을 가져다주었다.

 

 자켓의 안주머니에서 반지를 확인한 인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반지는 아무도 훔쳐가지 못할 거에요.”

 

 “그게 무슨..”

 

 “그 쥬얼리 매장은 왕족들만이 이용하는 곳이죠. 그 반지를 훔쳤다가 잡힌 사람은 가족 전체가 몰살당하고 말겁니다. 당신이 안전하게 병원에 있는 것도 그 반지 때문이랍니다. 당신은 왕족의 외국인 친구시겠죠? 병원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몸을 충분히 추스르실 때까지 병원에 계셔도 좋습니다. 그만 쉬세요.”

 

 “지금 퇴원 하겠습니다.”

 

 “그러시다면 잠시만 기다리세요.”

 

 조금 뒤, 인혁은 담당의가 와서 간단한 검사를 한 후 퇴원을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때 까지도 인혁은 자신으로 인해 신화그룹이 뒤집어져 있던 것을 알지 못했다.

 

 공항에 도착해 뉴스를 보고서야 인혁은 자신이 타려했던 비행기가 사고가 난 것을 알았다.

 

 가장 빠른 비행기표를 끊고 시계를 보니 전화 할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 서회장에게로 전화를 했고,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아버지.”

 

 “누구냐? 너.. 너 인혁이냐?”

 

 “네, 아버지. 저 인혁입니다.”

 

 “인혁아! 인혁아! 살아있었던 거냐? 어? 살아있었어?”

 

 수화기 너머로 핸드폰 달라는 효명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인혁아! 정말 인혁이니? 우리 아들 인혁이 맞아?”

 

 “네, 어머니 인혁이에요. 많이 놀라셨죠? 지금 한국 가는 비행기 탈겁니다. 집으로 바로 갈게요.”

 

 “그래... 그래.. 흐흑흐... 다행이다.. 조심히 와.”

 

 본가에 도착한 인혁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안심시켜드렸고, 그 다음으로 큰형이 인혁을 안고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형님..”

 

 “인혁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

 

 

 다음 날 아침.

 

 호텔로 출근한 인혁을 호텔직원들이 폭죽을 터트리며 반긴다.

 

 “이게 다 뭡니까?”

 

 “사장님, 다행이에요. 정말 저희는 사장님 잘 못 되신 줄 알고. 여기 케이크 촛불도 끄셔야죠?”

 

 “후.. 후! 그래서 좀 슬퍼했어요들?”

 

 “말씀이라고요? 여직원들은 거의 다 울었을 걸요? 사장님 팬클럽도 있는데 모르셨죠?”

 

 “아 진짜? 그건 뭡니까?”

 

 프론트 직원이 들고 있는 서류를 보고 인혁이 물었다.

 

 “이거 한비서님한테 결제 받을 건데 안 계셔서 찾고 있어요.”

 

 “내가 하면 안 되는 겁니까? 우리 한비서는 나보다 더 바빠.”

 

 “아! 그래도 되겠네요.”

 

 인혁이 프론트 앞에 서서 결재서류를 훑어보고 싸인을 한다.

 

 “사장님, 그 분께는 연락하셨어요?”

 

 “누구?”

 

 “그때 왜 발목 다치셨던 이하연이라는 분. 사장님 사고 소식 듣고 오셔서 엄청 우셨는데.”

 

 인혁의 눈이 커졌다.

 

 “자세히 말해 봐요.”

 

 “얼마나 많이 우셨는지 눈이 팅팅 부어서 오셔서는 사장님 그 비행기 탄 거 맞냐고 막 얼마나 서럽게 우시던지 그러다 쓰러지셔가지고...”

 

 인혁이 이야기를 듣다 말고 뛰어나가 하연의 집으로 곧장 차를 몰았다.

 

 띵동 띵동.

 

 “하연씨.”

 

 쾅쾅쾅.

 

 띵동 띵동 띵동.

 

 쾅!쾅!

 

 “하연씨!”

 

 “하연씨!”

 

 인혁이 하연의 집안 소리에 귀 기울이며 현관문을 다시 한 번 치려는데 안에서 뭔가 쿵하는 소리가 났다. 흡사 누가 걷다가 넘어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하연씨 안에 있어요? 문 좀 열어봐요.”

 

 띵동 띵동 띵동.

 

 쾅 쾅.

 

 “하연..”

 

 띠리릭.

 

 문 열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인혁이 현관문을 잡아 당겼다.

 

 백지장처럼 창백한 얼굴의 하연이 벽에 한쪽 손을 짚고 힘겹게 서있었다.

 

 “하연씨..”

 

 힘없이 뜬 눈이 자꾸 감기려고 하는 걸 애써 뜨려하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힘없이 쓰러지는 하연을 인혁이 바쳐 안았다.

 

 “하연.. 하연아!”

 

 하연을 안아들었다. 깃털처럼 가벼운 하연의 몸이 인혁의 가슴을 짓이기는 것 같았다.

 

 

 

 ***

 

 신화 서울병원 VIP실.

 

 인혁이 주치의를 만나고 하연의 병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 평소에도 식사를 제대로 했던 몸이 아닙니다. 요 며칠간은 식사를 전혀 하지 않아 영양실조와 극심한 스트레스가 겹쳤고, 탈수 증세까지 있습니다. 생명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드시는 것에 특별히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

 

 인혁은 의자에 앉아 잠든 하연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그녀가 빨리 눈을 뜨기를 바랐다.

 

 혈관을 못 찾아 여러 번 찌르다 보니 손등과 팔목 전체에 멍이 들어버린 것도 보기가 안타까웠다.

 

 혈관을 못 찾아 링겔 바늘을 몇 번이나 꽂았다 뺏고 마지막엔 링겔 바늘을 꽂은 채로 혈관을 찾는다고 휘 젖는 것을 보고 웬만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혁이 화를 내는 바람에 주치의가 와서 한 번에 성공했던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하연이 정신이 드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게슴츠레 뜨기 시작했다.

 

 “정신이 좀 들어? 하연아.”

 

 인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를 두 손으로 짚고 몸을 숙여 하연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살폈다.

 

 하연이 놀란 표정으로 일어나려다 몸이 말을 안 듣는지 일어나지 못하고 다시 몸을 눕혔다.

 

 “그냥 누워있어.”

 

 “인혁씨에요? 인혁씨 맞아요? 살아있었어요?”

 

 “응. 나 맞아.”

 

 하연이 한 쪽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물을 터뜨렸다.

 

 “안고 싶다. 당신 몸에 손대도 돼?”

 

 하연이 인혁을 귀엽게 흘겨보며 양 팔을 벌렸고, 그런 하연을 인혁이 포근히 안아주었다.

 

 “인혁씨 많이 좋아해요... 내가 멍청해서.. 흑..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해요.. 못된 말만하고...흐흑.. 그런 말 들은 인혁씨 표정.. 만 생각나서... 흐흑.. 나 미치는 줄 알았어요.. 미안해요.”

 

 하연이 울먹이며 힘겹게 힘겹게 말을 끝내자 인혁은 그녀를 으스러질만큼 꽉 안아주었다.

 

 “으음.. 하... 숨막혀요.”

 

 인혁은 그녀를 품에서 풀고 배시시 웃는 그녀의 입술에 살며시 입술을 맞대었다.

 

 그녀의 향긋한 숨결과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을 조심스럽게 느꼈다.

 

 인혁이 입술을 떼고 하연을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도 자신을 원하고 있는 눈빛을 본 인혁의 눈빛이 깊어졌다.

 

 인혁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하연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조금 더 짙게 겹치자 그녀도 고개를 살짝 비틀어 그를 받아들였다.

 

 그가 하연의 입술을 살살 건들이자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열렸고, 인혁은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벌어진 입술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서로의 숨결이 뒤섞이며 뜨거워졌고, 하연은 자신의 입술로 파고든 인혁을 살살 애태우다 부드럽게 빨아댔다.

 

 인혁은 하연을 조금 더 느끼기 위해 그녀의 목덜미로 손을 집어넣어 끌어당겼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의 숨결을 부드럽고 애틋하게 느꼈다.

 

 한동안 서로를 느낀 후, 입술을 떼고 인혁이 그녀를 바라보자 하연의 얼굴이 붉어져 민망해한다.

 

 쪽 쪽 쪽.

 

 그녀의 입술에 인혁이 마무리 키스로 어색함을 풀어줬다.

 

 “하연아, 너 영양실조래.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영양실조야, 어? 오늘은 미음 먹고 내일은 죽 좀 먹다가 맛있는 거 많이 먹으러 다니자. 의사 선생님이 너 밥을 제대로 먹는 몸이 아니래. 전에 먹는 거 보니까 잘 먹던데?”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고 평소엔 간식으로 때워서 그럴 거에요. 혼자 밥 먹기가 뭐해서.”

 

 “혼자서 힘들게 그러지 말고 직원 한명 둬도 되지 않아? 밥도 같이 먹고 이렇게 아플 때 편하게 맡기고 쉴 수도 있을 텐데.”

 

 “바쁘게 지내고 싶기도 했고. 아직은 좀 힘들지만 좀 덜 쉬면 어느 정도 괜찮더라고요. 매번 바쁜 것도 아니고.”

 

 “그래도 이제 생각해봐.”

 

 “응. 그럴게요. 근데 왜 나한테 반말해요?”

 

 이제 좀 괜찮아 졌는지 하연이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싫어? 난 당신이 진짜 내 사람 된 거 같아서 좋은데. 존댓말 할까요, 하연씨?”

 

 “아니, 좋아서 그란다. 좋아서.”

 

 하연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사투리로 대답한다.

 

 “푸흡, 귀여워. 볼 말랑말랑 한 거 봐. 쪽!”

 

 인혁이 하연의 양 볼을 가볍게 쥐고 그녀의 입술에 또 가벼운 키스를 했다.

 

 인혁이 손목의 시계를 확인하고 하연의 손을 잡는다.

 

 “하연아, 나 일이 있어서 호텔에 들어가 봐야 돼.”

 

 “아, 얼른 가보세요. 차 조심하구요.”

 

 “응. 이따 보자. 쉬고 있어. 저녁에 미음 나오면 다 먹어야 돼?”

 

 하연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후, 병실 입구로 걸어가는 인혁을 하연이 급하게 부른다.

 

 “인혁씨! 언제 올 수 있어요?”

 

 “왜? 나 빨리 왔으면 좋겠어?”

 

 “아니, 그냥...”

 

 하연이 딴청을 부리다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인혁을 쳐다보았다.

 

 “오늘 일이 많아서 좀 늦을 것 같은데.. 10시 전에는 오도록 해볼게. 하.. 가기 싫다”

 

 인혁이 성큼성큼 걸어와 하연의 뒷머리에 손을 두르고 이마에 키스를 한 후, 병실을 나갔다.

 

 

 

 ***

 

 인혁이 집무실로 들어오자 중호가 따라 들어온다.

 

 “여기 새 핸드폰입니다. 번호는 같습니다.”

 

 “어. 고마워.”

 

 “그.. 하연이란 분 번호는.. 저장을 못했습니다. 제가 몰라서.”

 

 “괜찮아. 내 머리에 있어.”

 

 “오늘 오후 일정은 간부 회의가 한 타임 있고 외부 미팅은 따로 없습니다.”

 

 “음.”

 

 인혁이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한다.

 

 중호가 인사를 하고 나가려하자 인혁이 급히 부른다.

 

 “아, 중호야. 집 좀 알아봐줘.”

 

 “집을 말입니까? 무슨 집을..”

 

 “나 들어가 살집. 하연이 매장 근처면 좋을 것 같아. 한강까지 보이면 더 좋고.”

 

 “하연이? 사장님 그러면.. 잘 풀리신 겁니까?”

 

 “...”

 

 인혁이 말없이 웃으며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알아보겠습니다.”

 

 중호가 웃음이 만연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 나갔다.

 

 

 

 ***

 

 

 병실에 혼자 남은 하연이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있다.

 

 “여보세요? 어. 다정아 나 하연이.”

 

 [어, 하연아. 어디야?]

 

 “그게. 여기 신화병원 VIP병실이야.”

 

 [니가 거기 왜있어?]

 

 “사정이 있었어. 저기 부탁이 있는데..”

 

 [뭐? 말해봐.]

 

 “우리 집 가서 내 속옷이랑 여벌 옷 좀 챙겨오면 안될까? 치약 칫솔이랑. 핸드폰이랑 지갑도.”

 

 [응. 알았어.]

 

 “우리집 비밀번호 알지?”

 

 [응, 알지. 이따보자.]

 

 “고마워. 친구야.”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하연이 심심함에 몸을 뒤척이고 있을 때 다정이 호들갑스럽게 병실을 들어선다.

 

 “뭐야 뭐야 뭐야아? 나 VIP병실은 처음 와봐.”

 

 “나도 처음이야.”

 

 “너 근데 얼굴이.. 다크써클이 목까지 내려와 있는 거 보니까 아프긴 아픈데 여기 왜있어?”

 

 “나 영양실조래.”

 

 하연이 장난스럽게 숨소리가 섞인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병원은 영양실조면 VIP병실 내주니? 똑 바로 말해 이것아.”

 

 “어 사실은..”

 

 하연은 그동안의 일을 차근차근 다정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 친구로 지내던 그 사람이? 신화 호텔 사장이었고, 그 사람이랑 이제 제일 친하게 지내기로 했다는 그 말 아냐?”

 

 “응. 너만 알고 있어.”

 

 “어떻게 생겼어? 포털에는 사진이 없잖아. S대 수석 졸업에 능력 있지 인간성도 좋아서 대기업가에서 탐내는 사람이라든데. 사진이 없어서 형들에 비해 못생겼을 거라고 그러잖아.”

 

 “그래?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

 

 “아, 너는 졸업도 하기 전에 프랑스 갔고 들어 온지 얼마 안돼서 모르겠다. 대학 다닐 때야 어려서 그런데 관심도 없었으니까. 어떻게 생겼어?”

 

 “엄청 잘 생겼어. 위로 형이 두 분 계시잖아, 회장님 그러니까 인혁씨 아버지가 형보고 인혁씨를 때려도 얼굴은 건들지 말라고 그러셨었대. 제일 잘 만든 얼굴이라고.”

 

 “아.. 기업가들은 집안 분위기가 썰렁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거긴 되게 화목한가보다.”

 

 “응, 그런가봐. 사랑을 넘치도록 받았대. 그래서 그런지 엄청 다정해.”

 

 “기지배. 되게 행복해 보인다. 너도 이제 제대로 사랑 좀 해봐. 그만 좀 겁내고. 모든 부부들이 너희 부모님 같지 않아. 그런 부모님 보고 자란 너 라서 더 잘살지도 몰라.”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하연의 활짝 웃는 눈에서 눈물이 살짝 고였다.

 

 똑똑.

 

 “저녁식사 나왔습니다.”

 

 다정이 미음이 담긴 트레이를 받아서 하연의 앞에 놓아 주었다.

 

 “남친은? 언제 온대?”

 

 “10시전에는 오겠다고 했는데 모르겠어. 많이 바쁜가봐.”

 

 “보고 가고 싶었는데.. 미음이네? 얼른 먹어. 너 먹는 거 보고 난 가야겠다. 담에 소개 해줘야 된다?”

 

 “응. 알았어.”

 

 다정이 가고 난 후 하연은 링겔을 꼽은 손이 붓기 시작해 다시 꼽기로 했지만 혈관이 자꾸 터지고 못 찾는 바람에 조금 쉬었다 다시 맞기로 했다.

 

 시계를 보니 7시 30분.

 

 “저, 그럼 샤워해도 되나요?”

 

 “네, 우선 방수 테이프 붙여드릴게요.”

 

 속옷을 챙겨들고 욕실로 들어간 하연은 환자복을 벗어 욕실 바로 옆 협탁에 걸쳐두고 문을 닫아 안에서 잠궜다.

 

 조금 뒤, 누군가가 하연의 병실로 들어왔고, 하연이 협탁에 걸쳐둔 환자복을 집어 들었다.

 

 샤워를 마친 하연이 욕실 문을 살짝 열고 손을 더듬어 환자복을 찾았다.

 

 그러나 환자복은 어디에도 없었고, 게다가 병실에 인기척을 느낀 하연은 긴장감에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누구지? 인혁씨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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