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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에카론!!
작가 : 목목목
작품등록일 : 2017.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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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때문에 납치당했다고?
작성일 : 17-07-28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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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뭐야, 여기.."

 

 내가 깨어난 곳은 습하고 어두컴컴한 밀실. 매캐한 곰팡내와 흩날리는 먼지를 폐 속에 집어넣어야, 호흡이 되는 공간이었다. 게다가 벽에는 일곱 명의 사내가, 쇠사슬에 묵힌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스산한 분위기에 심장이 쿵쾅이며,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라고 재촉했다.

 

 철컹!

 

 이런! 내 몸에도 사슬이 감겨있다. 그것을 인지 못 하고, 일어서려 하다가 옆으로 넘어져 버린다.

 

 "아이슈! 정신 들었어?"

 "잭스? 잭스, 너야?"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내 바로 오른쪽에 묶여있던 남자는 잭스였다. 쓸데없이 크고 멍청해 보이는 실루엣이, 딱 그였다.

 

 하.. ‘이런 곳에서도 만났네~‘ 하고 반가워해야 할지..

 이런 곳에서 만난 걸, 슬퍼해야 할지.

 그래도 일단은 반가운 마음이 크다. 의지할 데가 생긴 것이다.

 

 "여긴 어디야? 우리 산 거야, 죽은 거야?"

 

 내가 잭스에게 묻자, 의식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사내들이 비웃기 시작한다.

 

 "신참이 상상력이 좋구만."

 

 묶여 있던 남자 중, 한 명이 말했다. 어둠 속에서 입만 움직인 것이라, 누가 말했는지는 파악이 안 된다.

 

 "아이슈! 우리 아무래도 귀신한테 납치당한 것 같아!"

 

 잭스의 말에, 사내들이 폭소하기 시작한다.

 

 "내가 그 귀신한테, 드롭킥 날린 것까진 좋았는데! 아니 글쎄 그 귀신이 여자치고 싸움을 잘하더라고. 그 귀신한테 발차기 맞고 기절했는데, 눈 떠보니 여기야!"

 

 이어지는 잭스의 말에, 더욱 폭소가 커진다.

 야... 분위기 파악 좀 하자... 우리가 '죽음'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비웃음을 사는 걸 보니.. 이곳은 저승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잭스에게 한마디 하려는데, 갑자기 방 한 켠에 있던 쇠문이 열린다. 뭔가 여럿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의 불이 켜진다.어둠에 적응에 해 있던 눈이, 있는 힘껏 빛을 거부했다. 서서히 시야가 돌아오자 보이는 것은... 열댓 명의 여자와 총?

 

 "다들 조용! 이미 아는 자들도 있겠지만, 신입도 있으니 다시 소개하지. 우린, 혁명군이다."

 

 붉은 머리와 붉은 눈을 가진, 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날렵하고 탄탄한 몸매와, 단호하고 낮은 목소리가, 상당히 위압적으로 느껴진다. 거친 피부와 깊게 파인 주름살이, 그녀가 살아온 세월의 풍파가 거셌는지를 증명하는 듯 했지만, 그것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미모를 지닌 여자였다. 그런 그녀는 눈에 익은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어디서 봤더라?

 

 분명... 뉴스였던 거... 아!

 

 "반란군?"

 

 그러자, 내 앞에 서있던 여자가 총구를 들이밀며 말한다. 단호한 숏컷을 한, 젊은 여자였다.

 

 "혁명군이다."

 "하하... 죄송합니다. 혁명군."

 

 난 재빠르게 정정했다. 이런 흉악범들에겐 대들어봐야 좋을 게 없다!

 자칭 혁명군이라 떠들어대는, 이 반란군들은 국가전복을 꾀하는 반국가단체다. 19년 전, 멸망한 노스킹덤의 재건을 꿈꾸는 이들이다.

 영웅 기자 럭트에 의해 본거지가 발각되어 소탕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설마 이렇게나 많은 잔당이 생존하여, 아직도 반국가행위를 이어가고 있었다니.

 

 "당신들은 전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자들이다. 스스로를 죽이려한 살인 미수자들이지."

 

 그래. 들은 적있다. 자살도 살인이라고.

 그래서 리넬 대교에서 자살하려던 놈들 잡아다가, 여기 묶어놓고 벌이라도 주겠다는 거야? 모르긴 몰라도, 그간 리넬 대교의 유령이라고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은, 이들의 소행인 듯했다. 그렇다면 유령이 납치해갔다는 남자들이, 여기 묶여있는 자들이겠구만.

 

 "우리가 당신들을 납치해온 이유는 두 가지."

 

 붉은 아줌마가 손가락 두개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첫째, 우린 남자가 필요했다. 보다시피, 우린 다 여자거든.""

 

 뭐? 남자가 필요해?

 

 "하하하.. 혁명군 처자들이 남자가 몹시 고팠나 보군."

 

 50대로 보이는, 깡마른 아저씨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그 앞에 서 있던, 여자가 발로 얼굴을 차버린다. 아저씨는 얼굴에 얹혀있던 안경이 벗겨지며, 옆으로 넘어져 버렸다. 미련한 짓이다. 지금 이렇게 포박된 상태에서, 왜 흉악범들을 도발한다는 말인가!

 

 "우리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남자만 얻을 수 있는 물건이 있다는 군. 그런데 우리 쪽의 남자들은 전부 전사해버려서 말이야."

 

 들은 적 있다. 반년 전, 영웅기업가 골퍼러 라트헬과 영웅기자 럭트의 합작으로 시작된 '해충박멸작전'. 해충 역을 맡은 건, 반란군들이었다. 반란군의 남자들은, 사우스탄군과 결사항전을 벌이다 전멸했고, 그들의 희생으로, 리브문을 위시한 여인들은 무사히 피신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남자만 얻을 수 있는 물건? 그게 뭘까?

 나뿐이 아니라, 이 방의 모든 남자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이곳에 먼저 와있던 사내들도, 이 얘긴 처음 듣는 듯했다.

 

 "그간 자신들이 이곳에 왜 감금되어 있는지, 많이 궁금했을 거다."

 

 쇠사슬에 묶여있는 남자들이, 무언의 긍정을 표했다.

 

 "당신들은 7시간 후 오픈하는, 가상현실게임 '에카론'을 플레이하게 될 것이다."

 

 저 아줌마가 뭐래는 거야? 남자 8명을 납치감금 해놓고, 시키겠다는 게 고작 게임?

 

 "일단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잠깐, 난 하겠다고 안 했는데?"

 

 다분히 반항적인 투로, 붉은 아줌마의 말을 끊는 자가 있었다. 알비노 환자인지, 새하얀 머리와 붉은 눈동자를 지닌 남자였다. 호리호리한 체구와 반쯤 감긴 큰 눈이 인상적이다. 나는 그 남자가 못마땅했다. 여자같이 예쁜 얼굴은 둘째 치고, 왜 자꾸 흉악범들을 자극 하냐고! 그럼 우리 인질만 손해라니까?

 

 아니나 다를까, 붉은 아줌마가 그에게 뚜벅 뚜벅 다가간다. 분명 그에게 해코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내 예상과 달리, 평화적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물론 그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긴 했지만.

 

 "거부할 수 없을 걸?"

 "어째서?"

 "안 하면 죽일 거니까."

 

 붉은 아줌마가 총을 장전하며 말했다.

 그래, 그냥 하라면 하란 말이야!

 내 바람과 달리, 그는 여전히 반항적이다.

 

 "웃기는군. 우린 어차피 죽으려고 했던 놈들이야. 그런 놈들한테 목숨으로 협박하는 게, 효과 있을 것 같아?"

 

 생각해보니 그렇구만.

 그런데 옆에 있던, 잭스가 입을 꼼질꼼질 거리는 게 보인다. 그가 무언가 말할지 말지 고민할 때, 보이는 행동이었다. 분명 '어? 난 죽으려고 안 했는데?'하고 말하려는 것이다.

 

 난 그를 죽일 듯 노려보며, 입 모양으로 욕을 한 바가지 하여 그를 막았다.

 제발, 조용히 묻어가자, 응?

 

 "좋은 지적이다. 그래서 우린 당신들에게 다시 살아갈 의미를 줄까 해. 그것이 우리가 당신들을 납치한, 두 번째 이유다."

 "살아갈 의미?"

 

 알비노 남자가 붉은 아줌마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자 아줌마 뒤에 서 있던, 여자가 검은 여행 가방 지퍼를 열었다. 그리곤 그 안의 내용물을 쏟아 붓는다. 10만 골드 지폐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20억이다. 이 정도면, 당신들이 살아갈 의미가 되지 않을까?"

 

 생물은 살아있기에 생물인 것이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면, 그것은 생물로서의 직무유기다. 따라서 생물이 살고자 하는 것은, 매우 정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정당성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생존 본능'.

 선천적으로 부여된 본능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본능이 '생존'인 것은, 그 자체로 계속 살아나갈 명분이 된다. '생물이 삶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는 것의 강력한 방증이니까. 자연의 섭리조차 넘어선 그들도, 자본을 넘어서진 못했던 것일까? 세상을 저버리려던 강력한 의지가, 눈앞에서 쏟아지는 지폐의 폭포에 꺾이고 만다.

 

 납치된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채가 어려 있었다. 그들에게 느껴지는 것은, 명백히 희망.분명 그들은 자살미수범들이다. 이 세상에 단 하나의 미련도 남지 않아, 떠나려던 자들이었다. 그런데 정말 돈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단 말인가?

 

 그래, 그럴 만도 하다. 당장 죽으려는데 누군가 20억을 준다면? 죽을 때 죽더라도, 그 돈은 다 쓰고 죽고 싶지 않을까?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하다.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니, 자살이야말로 인간만이 선택할 수 있는 고귀한 선택이니, 떠들어봤자다.

 

 그냥 도망치고 싶을 뿐이잖아.

 자신이 떠안아 버린 책무와 고통, 슬픔과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뿐이잖아.

 

 그런데 그러한 무게감을 단숨에 털어낼 수 있는 것이, '돈'이라니. 이거 참... 우습군.

 

 "하하하하하!"

 

 그때, 알비노 남자가 광소를 터뜨린다. 저 남자... 나랑 같은 생각을 한 걸까?

 

 "재밌군. 난 참가하지."

 

 알비노 남자가 참가 의사를 밝혔다. 그 남자는 재밌어 죽겠다는 듯이, 묶여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확실해. 저 알비노 남자는 돈 때문에 이 게임에 참가하려는 게 아니야. 진짜 이 상황이 재밌는 거야.

 왠지 저 남자 위험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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