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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에카론!!
작가 : 목목목
작품등록일 : 2017.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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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가능성
작성일 : 17-07-28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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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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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스와 장난스럽게, 몸싸움을 벌이고 나면 잡념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리 심각한 상황에서도, 우린 이런 식으로 아픔을 이겨 내왔다.

  한참을 투닥이자, 땀이 났다. 한겨울이지만 난방을 잘해 놓은 듯했다. 난 바람을 쐬기 위해, 창문으로 다가간다. 불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어, 바깥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쓱-

 

 창문을 열었다.

 시멘트가 눈에 들어온다.

 

 음?

 

 나는 잘못 본 건가 싶어, 다시 창문을 닫았다 열었다.

 시멘트가 눈에 들어온다.

 

 "이봐 잭스, 내가 눈에 강물이 들어가서 결막염이 온 것 같은데, 이거 정상이냐?"

 

 내가 시멘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시멘트뿐인 지하에서 올라와서, 창문을 열었더니 또 시멘트라니. 잭스 역시 어안이 벙벙한 듯, 아무 말 없이 시멘트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정상이지."

 

 잭스가 대답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대답이 들린 곳으로 눈길을 주었다. 알비노 남자였다.

 

 "그래야 우리가 임의로 탈출할 수 없고, 게임에서도 다른 유저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어. 그리고 '하얀 구슬'을 얻어 탈출했을 때에도 이곳이 어딘지 몰라야 하니까."

 

 역시 이 녀석 재수 없어. 난 대꾸도 않고 창문을 닫아버렸다. 나도 그 정도 생각은 할 수 있다고!

 

 "신경 끄시지?"

 

 내가 아니꼬운 말투로 말했다.

 

 "그러고 싶어도, 그렇게 쿵쾅대는 데 안 신경 쓰일 수가 있나? 이 상황에서 잘도 노는군."

 

 난 심신이 불안할수록, 잭스 녀석과 농담을 자주 하는 경향이 있다. 불안감을 위트로 승화하는, 고차원적 스트레스 해소법을 범인이 이해할 리 없지. 훗.

 

 "아, 시끄럽게 한 건 미안한데. 용무 없으면 볼일이나 보쇼"

 

 잭스가 위압적인 태도로 알비노 남자를 협박했다. 평소엔 바보 같고 순진한 잭스지만, 화나면 감당이 안 됐다.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힘은, 웬만한 운동선수도 혀를 내두를 만큼이나 강력했다. 사실 조금 전 몸싸움에서도, 녀석이 진심으로 했다면, 난 단숨에 찌그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용무라면 있어. 아까 성희롱하다가, 얼굴 무너질 뻔한 아저씨가 할 말이 있다는군."

 

 알비노 남자가 거실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할 말?

 

 사실 우리는 목숨을 건, 경쟁자라고 할 수 있었다. 때문에 난, 잭스 이외에는 말도 섞지 않고, 마음도 주지 않을 계획이었다. '우린 됐으니, 당신들끼리 하셔'라고 말하려 하는데, 얼핏 문밖을 보니 전부 테이블에 모여 있다?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살하려던 사람들 아니야? 비정상적일 정도로 사교적이다.

 

 "잭스, 가보자."

 

 잭스는 시종일관 무례한 태도의 알비노 남자를 못마땅해 하는 것 같았다. 난 그를 진정시키며, 팔을 끌어당겼다. 저런 대국적인 모임이라면 반드시 껴야 한다. 저기서 무슨 말이 나오건, 돌아가는 상황은 알아야 뒤처지지 않지.

 

 거실에 나가서 테이블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아~ 이걸로 다 꼬셨구만?

 

 "나에게 모두 다 같이 탈출할 수 있는 비책이 있네."

 

 앞머리가 까진 중년의 남성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한껏 폼을 잡으려 하는 것 같은데... 깡마른 체구와 덕지덕지 자란 반백의 수염은, 정말이지 볼품없었다.

 

 "그,그,그게 뭐, 뭔가요?"

 

 족히 120kg은 나가 보이는 남자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말할 때 마다 턱살이 흔들려서 더듬는 건가?

 

 "잘 듣게."

 

 성희롱 아저씨는 주절주절 자신의 비책을 내뱉었다.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20억 골드는 저들에게도 많은 돈이다. 반란군들은 유일한 자금줄이던, 트라이얼 가문이 몰락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또한, 20억이라는 애매하다면 애매한 액수. 이것은 지난 년도, 통계청에서 발표한, ‘걱정 없이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아무래도 그녀들은 이 통계를 근거로 하여, 무리해서 액수를 맞춘 것이 분명하다고 한다. 만약, 군자금이 충분했다면, 굳이 ‘납치감금’이라는 눈에 띌 짓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돈이 궁한 사람들 몇 명 섭외하여, 20억 씩 먹여 입막음을 한 후, 하얀 구슬을 얻는데 성공한 자는 추가적으로 사례를 하면 될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린, 보상으로 얻게 되는 20억으로 흥정을 할 수 있다. 다 같이 합심하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하얀 구슬'을 찾는다. 개인당 2억씩만 받고, 나머지 4억은 반납한다.자금조달이 수월하지 않은 시점에서, 사례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건, 그녀들에게도 굉장히 큰 메리트로 다가올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음..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알비노 남자가 또다시 맥을 끊는다.

 

 "무슨 이야기를 하나 해서 들어봤더니,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로군"

 

 아무래도 저 녀석은 매사에 삐딱한 녀석인 것 같다.

 

 "왜지?"

 

 성희롱 아저씨가 자존심 상한듯한 얼굴로 물었다. 하긴 저렇게 어린놈한테 무시를 당했으니.

 

 "왜 우리에게 무리하면서까지 20억이나 주려했을까?"

 

 알비노 남자가 자기 의견을 떠들어 놓는다.

 20억이나 준 이유는, 반란군에게 받은 돈은 국가에 회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액수가 커질수록 제보에 대한 억제력도 커진다.

 

 20억 들고 나간 한 사람이, 입을 열 가능성이 클까? 아님 2억을 들고 나간 여덟 사람 중 한 명이, 입을 열 가능성이 클까?

 

 압도적으로 후자가 크다. 반란군도 목숨을 건 도박을 하고 있는 거다. 절대 우리의 편의를 위해, 무리수를 둘리 없다.

 

 오... 그냥 비딱하기만 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제법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우린 반란군이 왜 목숨을 건 도박을 하는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인물이었다. 납치를 당하고서도, 말끔한 회색의 가르마 포마드. 주 단위로 머리를 관리 받아 온 것이 확실하다. 그는 이지적인 녹색의 눈으로, 지그시 알비노 남자를 바라봤다. 상당히 더럽혀지긴 했지만, 입고 있는 정장도 고가의 것으로 보인다. 나이는 30대 중반쯤으로 돼 보이고...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전 노숙자입니다."

 

 노숙자!?

 뭐 이런 귀티 나는 노숙자가 다 있어.

 

 "하지만 얼마 전까지, 바로 3주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잘나가는 사업가였죠."

 

 음~ 그럼 그렇지. 역시 부자는 망해도 3주는 가는군.

 

 "사업할 당시의 경험으로 비춰보면, 저희도 갑이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의 주장은 이랬다. 애초에 반란군이 목숨 건 도박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하얀 구슬'의 값어치 때문이다. 그들에겐, 그들의 전부를 걸고서라도, 그 구슬을 얻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구슬을 차지하기만 하면, 우리가 갑이 된다. 그땐 20억이 문제가 아니라, 30억이라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에카론은 생체정보로 로그인을 하기 때문에, 그들은 우릴 절대 죽일 수 없다. 만약 하얀 구슬을 넘겨주지 않고, 캡슐 안에서 농성을 해버리면, 우린 우리가 원하는 대로 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오... 과연 사업가다. 이 상황에서 돈을 더 뜯어낼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구만.... 이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 만약 우리가 차라리 죽고 싶어질 만큼, 고문을 한다면?

 

 어디선가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아줌마의 목소리. 장내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 작당 모의는 잘 들었다. 제법 흥미로운 소리를 많이 하더군.

 

 아.. 저 아줌마 너무 무서워..

 

 - 그래서 수렴할 수 있는 부분은, 수렴하기로 했어. 우리도 구슬을 빨리 확보하면 좋거든. 만약 여러분들끼리 단합을 해서, 1개월 안에 하얀 구슬을 찾아낸다면 개인당 1억을 주도록 하겠다.

 

 뭐? 1억? 어떻게 20억이 8억이 되냐?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인지, 무척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 그 정도로 싸게 먹혀줘야. 우리도 위험을 감수할 맛이 나지 않겠어? 선택은 자유다. 혼자 플레이해서 20억을 가질지, 단합해서 1억을 가질지. 단, 당신들에게 절박함을 부여하기 위해, 한 번이라도 게임에서 죽은 자는 무리에서 배제된다. 게임 초반에 죽어버리고, 동료들의 성공을 바라기만 하는 식충이는 필요 없거든?

 

 붉은 아줌마는 그렇게 통보 같은 협상을 제안하곤 무전을 끊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난 찬성일세. 솔직히 돈보다 목숨을 중요시한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야."

 

 성희롱 아저씨가 제일 먼저 정적을 깼다. 나서길 좋아하는 아저씨로군.

 

 "저도 찬성입니다."

 

 3주 전 망한 사업가가, 뒤이어 말했다.

 

 "저,저,저,저도요"

 

 120kg의 사나이도 찬성을 표했다. 그리고 장고의 정적. 나는 잭스에게 눈빛을 보낸다.우리가 같이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그래, 돈보단 우정이지. 난 돈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돈 많은 여자를 좋아하는 거라구!

 

 또한 어차피 모든 MMORPG는 파티플레이가 주요하다. 사냥터를 옮겨 다닐 때마다 파티원을 구하면서 시간을 까먹는 것 보다, 처음부터 동일 목적을 가진 파티를 맺고 출발하면, 굉장히 큰 효율을 발휘할 것이다.

 

 "저도 찬성이요."

 "저도요!"

 

 내가 먼저 말하고, 잭스가 따라 말했다.

 

 "이제 남은 건 3명인가?"

 

 성희롱 아저씨가 침묵을 고수하는 3인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알비노 남자가 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아~ 그래. 해주지. 뭐."

 

 진짜 재수 없어. 어차피 할 거면서. 남은 건 두 명. 그 두 명은 이제껏,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누가 더 음침한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였는데...

 

 한명은 덥수룩한 갈색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서, 땅만 쳐다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이스랜드 출신인지 피부가 까무잡잡했는데, 큼지막한 검은색 바람막이에 까만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용케 납치당하면서도 선글라스를 떨어뜨리지 않았군. 한참의 침묵 끝에, 먼저 입을 연 건 선글라스 쪽이었다.

 

 "난 당신들하고 어울려 줄 기분이 아니군."

 

 뭐,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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