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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에카론!!
작가 : 목목목
작품등록일 : 2017.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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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과 조우하다
작성일 : 17-07-28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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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결심했어."

 

 난 9시마을 떠나 서부도시를 향하면서,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아주 위험한 선택이었다. 목숨을 담보로 한,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다.

 

 "난, 민첩에 올인한 바람마법사가 되겠어!"

 

 난 결국 상식을 뒤엎는 길을 선택했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그런 것은 없고, 막연하게 민첩과 바람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리는 법! 내가 뜻을 세웠으니, 분명 하늘이 응답을 해줄...려나 솔직히 모르겠다. 아니야, 그래도 해야 해. 그럼, 그렇고 말고!

 

 이미 망캐반열에 올라선 나였다. 평범한 길을 나서려 한다면, 평생 남들 뒤꽁무늬만 쫓아다닐 것이다. 그렇다면 방향성에 무게를 두는 거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 아무도 가기 싫어하는 길, 아무도 생각지 못한 길. 그런 길을 찾는다.

 

 이미 가져버린, 민첩과 걷기와 숨쉬기. 그것들이 어쩔 수 없는 나의 재능이라 치자. 재능이 남들보다 뒤처진다고 낙담하고 좌절한다면, 영원히 패배자일 뿐이다. 가진 바 재능이 얼마나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가진 바 재능을 얼마나 활용하느냐도 중요하다. 그래서 난 이 쓸모없어 보이는 재능들을 모아서, 이어보기로 했다. 물론 이 재능들을 버리고, 적당히 현실과 타협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선,

 

 "절대 살아남을 수 없어.."

 

 적당히로는 한참이나 부족하다. 여생을 남들 뒤꽁무늬만 쫓아다니다가 죽을 순 없었다. 그렇다면 뒤처진 김에, 새로운 길을 가보겠다. 그리고 그 길의 개척자이자,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다. 그 길에서 내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지금 내가 가진 모든 재능을 활용해야 한다. 비록 지금은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재능들이지만, 그것들의 징검다리가 되어 줄 재능을 찾아 익힐 것이다.

 

 그래서 어렴풋하지만, 계획한 것이다. 나만의 방향성을.

 민첩에 올인한 바람마법사를 말이다.

 

 "반드시 살아남고, 반드시 따라잡는다."

 

 나는 각오를 다지며, 다크로와 리브문의 얼굴을 번갈아 떠올렸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당나귀를 타고 반대편 길에서 오고 있다. NPC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근데 상대는 유저다. 초보자복장을 입고 있으니 대번에 알아볼 수 있다.

 

 아니 벌써 펫을 얻은 거야?

 도대체 무슨 퀘스트를 한 거야?

 

 난 이 며칠 죽어라 마을잡일을 다했지만, 당나귀 한 필 살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저, 서부도시를 여행할 경비와 식량을 벌었을 뿐이다. 나는 그가 지척에 다가오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저기, 유저시죠? 뭐 좀 여쭙겠습니다."

 "아, 네? 저, 저요?"

 

 굵고 듣기 좋은, 근엄한 음성이었다. 그에 반해 말투는 굉장히 촐싹맞다. 얼굴에는 리브문 처럼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녀와 대비되는 하얀색이다. 가면 밖으로는 윤기 나고 밝은 회색의 머리, 그래 은발이라고 보면 적당하겠다. 빛나는 은발이 곱게 허리 부근까지 뻗어 있었다. 가면 속에 눈동자는, 가을 하늘을 닮은 청명한 하늘색이었다. 뭔가 절로 기품이 느껴지는 자태다.

 

 "네, 혹시 그 당나귀... 으악!"

 

 나는 내 팔뚝쯤 오는 흰털 동물을 가리키며, 당나귀란 단어를 사용하자마자 뒤로 나자빠졌다. 그 당나귀 녀석이, 내 명치에 박치기해버린 것이다. 뭐야 이 자식!

 

 "바람! 그러면 못써!"

 

 아무래도 망할 당나귀의 이름은, 바람이었나 보다. 녀석의 등에 타고 있던 가면사내가 황급히 땅으로 내려와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제가 아직 교육을 못 시켜서..."

 

 뭔가 가면으로도 가릴 수 없는 기품이 뿜어져 나오는 사내다. 그런 그가 꾸벅꾸벅하며 예의를 차리니, 무턱대고 화를 낼 수도 없다. 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근데 그 당나귀... 으악!"

 

 난 또 명치를 박치기 맞고 나가떨어졌다. 그 주인은 몹시 당황하며 성난 짐승을 진정시킨다.

 

 "그래, 그래, 너 당나귀 아니야. 넌 말이지!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멋진 백마! 그렇지?"

 

 사내가 그렇게 말하며, 녀석을 쓰다듬는다. 언제라도 나에게 다시 달려들 것 같던 녀석이, 금세 수그러든다. 제법 잘 다루는군? 근데 저게 백마야?

 

 "백마치고 좀..."

 

 '좀 작네?'라고 말하려 하는 데, 다시 녀석의 눈이 매서워진다. 나는 쫄아서 눈을 질끈 감았는데, 충격은 없다. 눈을 떠보니 가면사내가 녀석을 가로막고 타이르고 있었다.

 

 "하하하.. 죄송해요. 정말. 이 망아지 녀석이 참 버릇이 없죠?"

 

 아, 망아지였군.

 

 "괜찮아요. 제가 궁금한게 몇 가지 있는데요. 그 백마는 어떻게 얻으신 거예요? 펫이죠?"

 "펫이요? 음... 그건 잘 모르겠고, 바람이하고는 서부도시에서 친구가 됐어요."

 "뭐! 서부도시?!"

 

 거길 벌써 갔다고? 아니 갔다가 거기서 퀘스트도 하고, 되돌아오는 길이야?

 

 "네... 왜 그러세요?"

 

 사내는 내가 대뜸 소리 지르자, 내가 괜찮냐는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아닙니다. 대단하시네요. 전 인제 서부도시로 출발한 참이거든요."

 "그러시군요. 서부도시는 이 길을 따라 하루 정도 쭉 가시면 나옵니다. 길만 잘 따라가시면, 몬스터도 나오지 않아요."

 

 하루? 생각보다 멀지 않군. 그런데 이 남자 도대체...

 

 "레벨이 몇입니까?"

 "전 31입니다."

 "뭐! 31이라고!? 난 인제 7인데?"

 

 나는 또 놀랐고, 사내는 또 나를 걱정했다. 아니... 나 상위권아니였어? 9시 마을에서만 해도, 우월감을 느끼며 뿌듯했었다. 그런데 난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일까? 마을을 나서자마자 이런 괴물을 만나다니.

 

 "혹시 비결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음.. 글쎄요. 세게로는 제가 믿음스텟이 높은 탓이라고 하더군요."

 "믿음스텟이 얼마나...?"

 "9297입니다."

 "뭐! 9297!?"

 

 말이나 되는 수치야, 그게? 이거 밸런스 붕괴 아니냐고! 뭐야 이 녀석 진짜?

 

 "아, 자꾸 놀라서 죄송합니다. 워낙 충격적이어서..."

 "괜찮아요. 아! 맞다. 그리고 이 녀석 덕도 많이 봤어요!"

 

 그렇게 말하며, 사내는 주머니 속에서 웬 황금색 나침반을 꺼냈다.

 

 "이건 퀘스트가 어딨는지, 알려주는 나침반이에요."

 "오! 그런 나침반이 있습니까?"

 

 퀘스트를 알려주는 나침반이라니, 그렇다면 일일이 NPC들에게 발품을 팔며 퀘스트를 구할필요가 없을 것이다. 압도적으로 시간 낭비를 줄여주는 것이다. 그런 나침반은 어디서 구하는 거야? 내가 속으로 물어본 것을, 사내가 어찌 알았는지 대답해준다.

 

 "이건 제가 바다의 의식을 제일 먼저 성공했기에 주는 선물이래요."

 "뭐! 제일 먼저?"

 

 하... 뭐 이런 놈이 다있어? 바다의 의식은 동조율테스트다. 그리고 동조율은 믿음스텟이고, 이 남자는 그 테스트에서 1위를 했다. 그 말은 곧 이 남자의 믿음스텟이, 현 랭킹 1위라는 것이군. 레벨은 모르겠지만, 레벨또한 믿음스텟에 비례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그럴 소지가 다분했다. 아니 그런데 이런 사람한테, 저런 사기템까지 지급하면, 어쩌라는 거지? 참나.. 여기서도 부익부 빈익빈이구만... 그래도 일단.. 잘 보여놔야겠다.

 

 "이거...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남자를 몰라뵈서 송구스럽군요. 하하하"

 

 내 말에 쑥스럽기라도 한 것인지, 손사래를 치며 몸을 배배꼰다.

 

 "아니에요~ 전 아직 멀었습니다."

 

 녀석... 칭찬해주니까 기분이 좋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네, 물어보세요."

 

 사내는 귀찮을 만도 하지만, 끝까지 상냥하고 친절했다.

 

 "그 가면 어디서 났습니까?"

 

 리브문도 그렇고, 이 사내도 그렇고.. 뭔가 잘나가는 족속들은 가면을 쓰고 있단 말이지? 나도 가면 하나 장만해볼까 하는 생각에 물었다. 그런데 사내는 황급히 몸을 돌리더니, 9시 마을로 향한다.

 

 "제가 바빠서요. 그럼!"

 

 아니 왜 도망을 가? 가면에 뭔가 비밀이라도 있는 거야? 그의 멱살이라도 잡고 캐묻고 싶었지만, 그는 이미 망아지를 타고 멀찍이 가버렸다. 정말 있는 것들이 더하는군! 치사하다 치사해! 내가 저를 욕하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사내가 가던길을 멈추고, 망아지에서 내려서 나에게 묻는다.

 

 "이것도 인연인데 성함이 어찌 되십니까? 전 낙엽이라고 합니다."

 

 낙엽? 아이디인가? 잘나가는 비법을 알려주기 싫어서 도망가던 놈이, 왜 나에게 이름을 물어보는 거야? 도통 종잡을 수 없는 놈이군.

 

 "아이슈입니다."

 "반갑습니다. 아이슈님. 꼭 다시 뵈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다시 가던 길을 갔다. 나는 뭔가 벙찐 기분으로,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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