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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에카론!!
작가 : 목목목
작품등록일 : 2017.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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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선생님과의 수업시간
작성일 : 17-07-28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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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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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순간 내가 바라는 단 한 가지는, 한시바삐 이 지옥에서 탈출하는 것. 난 그것을 위해, 테이블로 향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해 보이는 놈으로 골랐다.

 

 워해머!

 

 그래 이걸로 짓이겨주지! 잠깐 짓이겨..?

 

 "으악!"

 

 방금 전, 내 정수리에서 타계하신 바선생님이 연상되면서 공황상태에 빠져버린다. 역시 바선생님은 강력하셨다. 그 짧은 순간에, 나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안겨주셨다.

 

 하하하.. 그래 이건 무리다.. 그럼... 그래 이걸로 하자!

 

 난 가장 무난해 보이는 롱소드를 골랐다.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전진한다.듬성듬성 켜져 있는 붙박이 횃불은, 여기저기에 작은 어둠들을 만들었다. 그 작은 어둠 속 어딘가에는, 바선생님들께서 나를 엄하게 꾸짖을 준비를 하고 계실 것이 분명했다. 습한 성벽 내부의 곰팡이내는 내 숨을 턱턱 막히게 했고, 기분 나쁜 정적은 마치 태풍의 전야를 예고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사사사사삭-

 

 분명히 보았다. 작은 어둠과 어둠 사이를 빠르게 횡단하시는 그분의 모습을. 바선생님은 10걸음 앞 어둠 속에 완벽히 동화하시어, 그 실체를 감추셨다. 저곳에 계시는구나... 그래 침착하게...

 

 사사사사삭-

 

 사사사사삭-

 

 음..? 내 착각일까? 바선생님이 어둠 사이를 지그재그로 횡단하시며, 나에게 점점 다가오고 계시다.

 

 사사사사삭-

 

 

 아니야, 착각이 아니다. 그분께서 나에게 다고 오고 계셔!

 

 사사사사삭-

 

 나는 횃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공간에서, 겸허하게 롱소드를 들어 올렸다. 미칠듯한 긴장감으로 심장이 쿵쾅 인다.

 

 사사사사삭-

 

 단 한번의 기회다.

 그분과 나. 목

 숨을 건, 단판 승부.

 

 사사사사삭-

 

 마침내, 나와 가장 가까운 어둠 속에서 바선생님이 튀어나오셨다.

 

 "이야아아아아!"

 

 나는 기합을 내지르며, 롱소드를 휘둘렀다.

 그리고... 땅을 찍었다?

 아, 맞다. 나 지금 검 처음 휘둘러봐.

 너무 비장하다 보니까, 내가 뭐 기사라도 된 줄 알았네. 하하

 

 사사사사삭-

 

 선생님께서는 나의 오만함을 꾸짖기 위해, 내 롱소드의 검면을 타고 오르셨다.

 

 "으악!"

 

 나는 롱소드를 집어 던져버렸다.

 그리고 냅다 도망쳐버리기!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나는 선생님께 간곡히 사죄하며, 뒤돌아서 뛰려 했다.

 근데! 나 못 뛰잖아!

 나는 하는 수 없이,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충분할까?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사사사사사사삿사사사삭-!

 

 성난 바선생님께서 엄청난 속도로 나에게 다가오신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본능이 나 자신에게 경고했다.

 

 뛰어! 못 뛰면 죽어!

 

 "우오오오오오오옹!!"

 

 난 입술에 야무지게 힘을 주며, 기합을 질렀다. 발이 엉성하지만, 조금 뛰는 시늉을 할 수 있었다.

 

 안돼! 이거론 안돼!

 제발... 신이시여... 무신론자였지만.. 믿을게요..

 한번만 도와주세요! 신이시여!

 

 사사사사사사삿사사사삭-!

 

 맙소사 점점 가까워지잖아!! 신!! 뭐해!!

 아, 그래! 에카론의 신은 '우라노스'랬나?!

 우라노스시여! 한 번만 도와달라고!

 너 믿어줄라니까! 어?

 

 - 믿음스텟이 47상승하셨습니다.

 

 우라노스가 나의 기도에 응답해준 것일까?

 난 무사히 바선생님을 따돌리고 '뛰어' 도망갈 수 있었다.

 

 

 

 ***

 

 

 

 "하아...하아.."

 

 거친 숨을 내쉰다.

 난 어느새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던 곳까지 돌아와 있었다.

 근데... 나 뛴 거야? 분명히 뛴 거 같은데?

 역시 바선생님은 위대해.. 위대한 가르침을 주셨어...

 그래, 그런 바선생님을 이기기 위해선...

 

 "뭔가... 하아.. 다른 무기가... 하아.."

 

 숨을 몰아쉬며, 무기들이 도열해있던 테이블을 봤다. 찬찬히 살피다 눈에 띄는 무기가 있었다. 그건 바로..

 

 "활?"

 

 그래! 활이다! 근거리 무기는 무리야.

 검이든 활이든, 나에겐 모두 처음 다루는 무기들이었다. 물론 검이 사용법이 간단하여 더 편하겠지만, 근거리 무기는 한번 실패하면 끝이다. 반면에 활은 원거리에서 여러 번 공격할 기회가 있었다. 또 여차하면 도망쳤다가 다시 공격기회를 잡기도 용이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곳의 바선생님들은 몸체가 주먹만 했기에 맞추기도 쉬울 것 같았다.

 

 나는 활을 들어 몇 번이고 시위를 당기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위기에 처해서일까? 왠지 활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누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서 활의 사용법을 익혀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리숙하게나마 활을 쏘아낼 수 있을 때, 행동을 개시했다. 시위를 당긴 채 조심히 걸었다.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바선생님의 흔적을 쫓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장소까지 도달했다.

 

 "어디계세요..?"

 

 난 내가 집어 던진 롱소드가 보이자, 조심스럽게 선생님을 찾았다.

 그러자,

 

 사사사사사사삿사사사삭-!

 

 롱소드 근처에 은거 중이셨던, 선생님께서 응답하셨다. 난 그분에게 활을 쏘았다.

 

 실패했다.

 

 당황하지 않고, 어깨에 들쳐멘 시복에서 화살을 꺼내 매긴다. 첫술에 배부를 생각은 없었으니까. 신중히 조준한다. 선생님께서 나의 5걸음 앞까지 왔을 때, 시위를 놓았다.

 

 이번엔 느낌이 좋다!

 반드시 맞춘다!

 근데,

 

 사삭-!

 

 명중 직전에, 나에게 달려오던 방향을 틀어버리신다! 맙소사... 활을 반사신경으로 피한 거야? 5걸음 앞에서? 역시 바선생님은 대단... 아니 감탄할 때가 아니지.

 

 일단 튀자!

 

 난 뒤돌아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돌아보니, 20걸음 정도까지 거리가 벌어졌다. 다시 화살을 메긴다. 당황해서일까? 손이 덜덜 떨린다. 방금 전 처럼, 도저히 조준이 되질 않는다. 에이, 일단 쏘고 보자!

 

 결과는 매우 당연하게도 실패였다. 한 발 더 쏘았지만, 역시 실패. 난 '다시 거리를 벌리고, 화살을 두발에서 세발을 쏘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 이곳을 들어왔던 나무문까지 당도하고 말았다.

 

 "하아.. 하아.. 침착해. 아이슈."

 

 마지막이었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아까처럼 바선생님이 내몸을... 아냐 지금 그런 걸 생각하지 마. 오로지 집중하는 거야. 집중!

 

 난 스스로를 다독이며, 바선생님에게 집중했다. 활에 화살을 메기고, 쏘아낸다.

 

 20걸음 앞에서 한발.

 10걸음 앞에서 한발.

 전부 실패.

 

 극도로 집중한 탓인지, 이번엔 두 번 다 제대로 쐈다. 원래라면, 적중하는 게 옳았다. 그런데 선생님께선, '사삭- 사삭-' 내 화살을 피해내셨다. 그래... 이제 이 방법밖에 없어.

 

 난 신속하게 활을 매기고, 기다렸다.

 선생님께선 5걸음 앞.

 이번에 실패하면 끝이다.

 신중하고 신중하게, 집중하고 집중한다.

 그리고 대범하게 기다린다.

 좀 더 가까이 오기를.

 마침내 1걸음 앞.

 난 실컷 당긴 시위를 놓았다.

 이번에도 바선생님은 괴물 같은 반사신경으로 화살을 인지하고 피하려 하셨다.

 

 그러나,

 

 푹-

 

 거리가 짧았다. 선생님께선 화살에 관통당하고서도, 천천히 나에게 기어오셨다. 무서운 생명력이다. 난 재빨리 화살을 하나 더 매겨서 쏘아냈다. 선생님께선, 등에 화살을 두 개나 꽂고 나서야 옆으로 넘어가셨다.

 

 "하아.. 하아..."

 

 - 특수스텟 '간파'를 획득하셨습니다.

 - 패시브스킬 '집중하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배우시겠습니까?

 

 바선생님과의 사투를 마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알림 메시지가 뜬다. 난 손등박수로 상태창을 열었다.

 

 

 [아이슈의 상태창]

 

 레벨 : 8

 직업 : 없음

 지위 : 없음

 명성 : 0

 

 스텟포인트 : 0

 

 <기본 스텟>

 믿음 : 7123(최대)

  힘 : 1000

 민첩 : 1140

 체력 : 1000

 지능 : 1000

 

 <특수 스텟>

 오기 : 1129

 끈기 : 1123

 간파 : 1000

 

 <액티브 스킬>

 없음

 

 <패시브 스킬>

 숨쉬기(연습 9레벨)

 걷기(연습 6레벨)

 집중하기(배울 수 있음)

 

 <직업 스킬>

 없음

 

 

 이곳 성벽 내부로 들어오고 나서, 숨을 많이 몰아쉬어서인지, 숨쉬기 레벨이 2단계나 올랐다. 아무래도 숨을 쉬는 횟수가 스킬 레벨의 경험치로 작용하는 것 같았다.

 

 "간파와 집중하기라..."

 

 난 새로 얻은 능력들을 살펴보았다.

 

 - 간파(특수스텟) : 전투 중인 상대의 민첩을 수치/1000% 감소. 아군의 간파스텟과 중복 안 됨. 아군의 가장 높은 간파스텟만 적용.

 - 집중하기(패시브 / 연습 1레벨) : 집중은 모든 기적의 어머니입니다. 집중 시, 정신의 시간배율이 5% 빠르게 적용됩니다. 뇌파가 불안정할 시 보너스 미적용.

 

 오... 둘 다 굉장히 만족스럽다. 간파는 상대의 움직임을 10% 느리게 할 수 있었고, 집중하기는 시간을 5% 빠르게 할 수 있었다. 특수스텟을 배울 수 있는 개수에는 제한이 없으니,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집중하기라...

 

 뭐 패시브스킬을 배울 수 있는 숫자에 제한이 없었다면, '얼씨구나'하면서 배웠겠지만...이제 배울 수 있는 패시브스킬은 단 두 개다. 그렇기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흠..."

 

 잠시 고민해봤지만, 역시 배우는 게 좋겠다. 집중하기는 시간에 관여하는 스킬이다. 효용성과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비록 정신에만 국한되어, 육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빨라지는 건 아닌 듯했지만, 그래도 같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가치가 있다.

 

 "배울게요!"

 

 - 패시브스킬 '집중하기'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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