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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에카론!!
작가 : 목목목
작품등록일 : 2017.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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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28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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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차례차례 바선생을 사냥해나갔다. 간파와 집중하기를 활용하니, 한결 쉬웠다. 특히 집중하기는 활을 조준할 때, 매우 효과적이었다.

 

 -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경험치 1000획득. 문지기에게 보상을 받으십시오.

 -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하하.. 바선생.. 아니 바퀴벌레도 이제 별거 아니군."

 

 난 나무문을 박차고 나가서, 문지기에게 바퀴벌레의 사체들을 보여줬다. 문지기는 활에 꽂혀있는 바퀴벌레들을 보더니,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설마, 바퀴벌레를 활로 잡은 건가?"

 "예."

 "제법이군. 대단한 재능이야."

 

 하하.. 그런가? 나 궁수에 자질이 있는 거야?

 사실 내가 어떻게 활을 쏘아낼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오직 내 머리에 든 생각은,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다'와 '바선생님이 내 몸에 닿게 하고 싶지 않아'였다.

 

 그 강렬한 두 사념이, 나에게 재능을 만들어 준 것일까?

 아니면 원래 있던 재능이, 지금을 계기로 발현한 것일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다만, 중요한 것은 내가 활을 잘 쏘게 되었다는 점이고, 나에게 재능 하나가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보통 제대로 활시위를 먹이는 데만 1주일의 훈련은 필요할 텐데... 따로 활을 잡아본 적이 있나?"

 "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대단하군."

 

 스텟과 스킬의 보정을 받은 것도 있고, 얻어걸린 느낌이 크다. 그런데 저렇게 칭찬을 해대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내 속내를 눈치챘는지, 문지기가 내 칭찬을 끝내고 용무를 마저 본다.

 

 "여기 통행증이다."

 

 문지기에게 서부도시라고 쓰여있는 종이를 건네받았다.

 하하.. 내가 이 종이 쪼가리 하나 받으려고...

 

 "근데, 시체 하나는 왜 이렇게 짓이겨져 있나?"

 "아, 그건 제가 정수리로 찍어버렸거든요. 하하."

 

 난 뿌듯하게 말했다. 마치 바퀴벌레 따위 하나도 안 무서워하는 대장부처럼.

 

 "정수리로? 이거 큰일이군."

 

 난 문지기가 경외에 찬 눈빛으로 날 바라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날 걱정에 찬 눈빛으로 바라본다.

 

 "왜 큰일입니까?"

 "이거 보게, 이 녀석 알이 꽉 찼어."

 

 문지기가 바퀴벌레의 배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윽... 배면을 보는 건 역시.. 아직... 익숙지 않다. 그 바퀴벌레의 배는 내가 정수리로 찍은 탓에 터져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뭔가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은 알갱이들이 비집고 나와 있었다.

 

 "저게 알입니까? 근데 왜 큰일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지기의 대답에 경악한다.

 

 "이 성벽 바퀴벌레의 알은 워낙 미세해서, 사람의 모공에서도 기생한다고 하더군."

 

 거기까지 듣고 난 몸을 날렸다.

 

 "으악!!! 빨리 문 열어줘! 빨리!!"

 

 내가 통행증을 흔들어 보이며, 내성문 문지기에게 말했다. 그는 통행증을 확인하고는, 쇠창살로 이루어진 성문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러나 난 성문이 다 올라가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기어서 통과해버렸다. 그리고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물을 찾았다. 마침 성문 근처에 분수대가 있었다. 바선생님의 섬뜩한 유품을 물에 흘려보내는 거다! 난 그곳에 머리를 처박고는 미친 듯이 털었다.

 

 "역시 바선생님은 무서워... 무섭다고!!"

 

 한 5분쯤 물에 머리를 털었을까? 물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는 않았는데, 누군가의 음성이 어렴풋이 귓가에 들린다. 난 고개를 들어 소리의 진원지를 찾았다. 진원지는 웬 새빨간 입술이었다. 새빨간 입술은 갸름한 턱선과 함께 달싹이고 있었다.

 

 "너, 뭐하냐?"

 

 차가운 미성이 날카롭게 귓가에 울린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세상만사가 귀찮다는 듯 반쯤 감겨있는 크고 붉은 눈으로, 날 경멸에 찬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는 새하얀 머리와 눈썹을 지니고 있었는데, 복장은 그와 대비되는 새까만 물소가죽 슈트였다.

 

 "안... 안드레스?"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날 업신여기고 있었다.

 

 "너 맞구나! 안드레스!"

 

 난 반가운 마음에, 냉큼 달려가 그를 안아주었다. 그는 물에 젖은 나를 몸서리치며, 내동댕이쳤다.

 

 "이 자식이 미쳤나?"

 

 난 내동댕이쳐진 채로, 청명한 에카론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조금 아래로 하자, 오래됐지만 품격이 느껴지는 건축물들과 그 사이를 바쁘게 누비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름답다... 아름답구나... 아름다워...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지.. 하하하..

 

 "하하하..."

 

 나는 한동안 그렇게, 넋 나간 사람마냥 웃어 재꼈다. 안드레스는 옆에서 뭐라고 욕하는 것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만끽한다. 이 순간을!

 

 

 

 ***

 

 

 

 "빨리빨리 좀 고르지그래?"

 

 안드레스는 시종일관 아니꼬운 시선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난 아랑곳 않고 하던 일에 집중한다.

 

 "넌 어차피 망캐야. 파티에서 너의 역할은, 최선을 다해 '나를 방해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그것참 자기중심적인 사고다. 아마도 이 녀석은, 탱커는 '자신을 지켜주는 역할', 힐러는 '자신을 치료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참.. 이것도 개성이라면 개성이다.

 

 "그래.. 내 스킬들도 개성이 있어야 할 텐데~"

 

 난 지금 안드레스와 스킬상점에 와 있었다. 대충 아무거나 배우고 가자는 안드레스를 무시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 스킬들을 선택하고 있다.

 

 "아무리 그렇게 뚫어져라, 스킬북을 봐도 패시브스킬 4개를 직업에 맞게 배우지 않으면 위력이 없다니까?"

 

 안드레스가 맞는 말을 했다. 스킬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정말 직업군별로 4개씩 적합한 패시브스킬이 구비되어있다. 다만 마법사의 경우는 속성별로 패시브스킬이 있었다. 따라서 얼마 전 봤던 공략 글대로, 속성 몇 가지만 포기하면 그럭저럭 효율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점찍어둔 바람속성을 갖기위해, '대기의 이해'라는 패시브스킬북을 샀다.

 

 "아니, 멍청아. 너 민첩에 올인한다며. 지능스텟이 없으면 마법이 위력도 없고, 고위마법은 쓰지도 못해"

 

 네 네 계속 맞는 말만 하십니다. 나도 알고 있다고.

 민첩스텟에 올인하기로 한 순간부터, 마법으로 위력을 발휘할 생각은 없었다. 마나가 많이 드는 고위 마법을 쓸 생각도 없었다. 난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바선생님 덕분에 각성하게 된 나의 또 다른 재능. '활'에 대한 재능도 활용해보기로 했다. 내가 이제껏 퀘스트를 하며 모은 돈을 전부 쏟아부어, 사들인 스킬은 다음과 같다.

 

 

 

 - 백스텝(액티브 / 연습 1레벨) : 미끄러지듯 뒤로 걸어서 공격을 회피합니다. 민첩수치/10cm + 스킬레벨당 10cm 이동. 체력 100소모.

 

 - 에로우스트라이크(액티브 / 연습 1레벨) : 정신을 집중하여 화살을 쏘아냅니다. (민첩수치/20 + 스킬레벨당 10)% 위력 상승. 마나 100소모.

 

 - 아드레날린(액티브 / 연습 1레벨) : 체내의 아드레날린을 인위적으로 폭발시킵니다. 스킬 시전 시 민첩 10% 상승. 스킬시전시 체력 100소모 + 스킬지속시 초당 체력 5소모

 

 - 헤이스트(액티브 / 연습 1레벨) : 육체를 대기와 동화시켜 바람의 움직임을 얻습니다. 스킬 시전 시 육체의 시간배율이 5% 빠르게 적용됩니다. 스킬시전시 마나 100소모 + 스킬지속시 초당 마나 5소모

 

 - 윈드엑셀레이터(액티브 / 연습 1레벨) : 대기의 힘을 이용하여, 사물을 바람의 빠르기로 가속시킵니다. (대기의 이해 레벨 + 윈드엑셀레이터 레벨) * 10% 가속 보너스. 초당 마나 100소모

 

 - 윈드샤프니스(액티브 / 연습 1레벨) : 대기의 힘을 이용하여, 사물에 바람의 날카로움을 부여합니다. (대기의 이해 레벨 + 윈드샤프니스 레벨) * 10% 예리함 보너스. 초당 마나 100소모.

 

 - 대기의 이해(패시브 / 연습 1레벨) : 대기의 흐름을 느끼게 됩니다. 모든 대기 속성의 스킬을 사용 시 보너스 5% 적용. 대기친화력 5% 상승.

 

 

 주된 딜은, 민첩이 데미지 보너스로 적용되는 활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대기의 마법은 지능보너스가 적용이 안되고, 활을 보조할 만한 것들로 골랐다. 확인은 안해봤지만, '윈드샤프니스'와 '윈드엑셀레이터'는 '에로우 스트라이크'와 함께 사용하면 큰 효능을 발휘할 것 같았다.

 

 또한 '숨쉬기'가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백스텝'. '아드레날린', '헤이스트' 이렇게 도주기를 3개나 투자했다. 바선생님과의 혈투에서, 활을 이용한 전투는 재빨리 상대와 거리를 벌리면서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히 '백스텝'은 '걷기'의 체력소모 감소 보너스가 적용되어, 아주 효율적이었다. 원래의 목표는 '민첩에 올인한 바람마법사'였지만, 어쩌 다보니 '민첩에 올인한 바람마법 궁수'가 되어버렸다.

 

 예상치 못한 나의 재능 하나를 발견한 탓이다. 애당초 어렴풋한 목표였고, 지금에 와서는 목표지점이 살짝 바뀌었지만, 뿌듯했다. 쓸모없어 보이던 나의 재능들을, 억지로라도 이어붙여 그럴듯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니까.

 물론 내가 가려는 길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고, 나조차도 초행길인지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사실 한가지는, 난 에카론 최초 '민첩에 올인한 바람마법 궁수'라는 점이다.

 

 뭐... 클로즈베타 때 한 명쯤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일단 내가 아는 바로는 내가 최초였다! 설사 내가 처음이 아니더라도, 내가 처음인 것 처럼, 내가 개척자인 것처럼 위풍당당해지자. 쥐뿔도 없어도 뭔가 있는 척! 아프고 무서워도 안 그런 척! 쫄리더라도 허세 있게! 작은 가능성이라도 기적에 도전한다!

 

 '아마도 에카론 최초, 민첩에 올인한 바람마법 궁수'

 

 그래, 이게 바로 가장 '나'다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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