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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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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적신호
작성일 : 17-07-28     조회 : 346     추천 : 0     분량 : 4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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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술사 협회에서는 급히 미인을 찾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그녀가 큰 사고를 쳤기 때문이었다. 사실, 미인은 방금 전까지 주술사 협회에서 시킨 ‘저주 물약’을 만들고 있던 중이었다. 그 물약이 내일까지 꼭 필요하다며 그들이 강요 같은 부탁을 했기에 그녀의 마음은 몹시도 초조해져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그들이 보낸 귀중한 재료들을 커다란 솥에 넣고 섞었다. 금세 액체로 변한 솥 안의 물약은 마지막 재료인 ‘마왕의 숨’만 넣으면 완성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마지막 재료를 넣지 못했다. 그건, 그녀가 마왕의 숨이 들어있던 비커를 열자마자, 금세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마왕의 숨이 사라지자마자, 그녀는 입을 떡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마왕의 숨이 사라졌다는 건, 어둠의 기운이 이 세상 어딘가에 퍼져버렸다는 것을 뜻했다. 하, 제길. 그녀는 한껏 달아오른 이마를 부여잡았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똑똑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머지않아 문틈 사이로 편지가 쓱 밀고 들어왔다. 그녀는 그 편지가 주술사 협회에서 보낸 것이라는 걸 눈치 챘다.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는 빨간색 봉투를 열자, 색이 바랜 것 같은 누런 종이 위에 ‘당장 주술사 협회로 찾아오길 바람.’ 하는 글씨가 적혀있었고, 종이를 뒤집자 그 곳엔 주술사 협회로 향하는 주소가 길게 쓰여 있었다. 하, 제길. 그녀는 뜨거워진 이마를 부여잡았다. 아마, 그들은 어둠의 기운이 사라졌다는 걸 눈치 채고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 듯싶었다. 그녀는 손바닥에 그 주소를 옮겨 적었다. 황새의 깃털이 달린 펜으로 마지막 마침표를 찍자마자, 종이에 적혀있던 주소는 언제 그 곳에 적혀있었냐는 듯 순식간에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주술사 협회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녀의 엄마인 미연이 집을 얻을 때, 협회의 가까운 곳에서 집을 얻으려했기에 그런 것이었다. 그녀는 급히 옷을 챙겨 입고, 그 곳으로 향했다. 주술사 협회는 딱딱할거라는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디즈니 만화 영화에 나올 법한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다. 분홍색의 돌담과 노란색으로 칠해진 성문, 그리고, 주술사 협회가 보이지 않게 주변을 감싼 수많은 꽃나무들까지. 그녀는 하, 하는 기가 찬 숨을 내쉬었다.

 

  “취향 한번 독특하네.”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그녀는 잔뜩 썩은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깜찍하게 꾸며진 주술사 협회의 모습이 주술사라는 이름을 먹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술사 협회장이 디즈니 광인 여자라더니 사실인가보네. 얼마 전 새로 부임한 주술사 협회장은 전과 다른 주술사들을 양성하겠다며 자신만의 취향으로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은 상태였다. 지금 보고 있는 주술사 협회 공간뿐만 아니라, 주술사들의 심벌과 물약, 그리고, 옷차림까지. 그녀가 만들어 낸 분위기는 세상 어느 곳보다도 귀여웠으며 동시에 몹시도 촌스러웠다.

 

  “이런 생각을 해서 뭐하냐.”

 

  그녀는 금세 잡생각에서 깨어났다. 지금 중요한건, 주술사 협회장의 촌스러운 취향이 아니라 자신에게 곧 닥쳐올 일들이었다.

 

  “하, 어떡하지.”

 

  그녀는 지팡이의 모양이 새겨진 성문 앞에서 몇 번이고 들어가는 것을 망설였다. 분명, 주술사 협회에서는 자신에게 엄청난 징계를 내릴게 뻔했다. 하필이면, 마왕의 숨을 잃어버리다니.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인, 성미인. 초대를 받아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허공에 대고 외쳤다. 머지않아, 철문으로 된 거대한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며 밝은 빛을 쏟아냈다. 주술사 협회는 꼭 다른 세상 같았다. 그 안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잔디밭 위로 돌로 만든 작은 길이 쭉 길게 이어져있었다. 그 길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빨간 지붕의 작은 집이 한 채 나왔는데, 그곳은 꼭 동화 속에서 봤던 과자 집처럼, 수많은 과자들이 벽을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과자 집 바로 앞에서 달달한 냄새를 풍기는 벽을 쓱 하고 매만졌다. 금세 묻어나오는 과자 가루가 손에서 파스스거리며 금세 사라져버렸다.

 

  “이것도 협회장 취향인가?”

 

  달짝지근한 과자 냄새에 왠지 모르게 어린아이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녀는 손에 남아있지도 않은 과자가루를 괜히 박수를 쳐서 탈탈 털어냈다. 하여간, 취향 한번 이상하다니까. 한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그녀의 뒤로, 커다란 오레오로 만들어진 집 문이 열렸다가 금세 닫혔다.

 

 

 

 *

 

  끔찍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악마는 손으로 크게 원을 그렸다. 그리곤, 누군가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처럼 억세게 주먹을 쥐었다. 주먹 안에서 스물스물 피어오른 어둠의 기운이 슉 날아가 그대로 그녀에게 돌진했다.

 

  ‘네 숨을 내게 주렴.’

 

  악마는 킬킬 웃으며 말했다. 순간적으로, 뛰어가던 이술의 걸음이 우뚝 멈추어 섰다. 그리곤, 컥컥 거리며 철푸덕 그 자리에 쓰려졌다. 그녀는 목 주변을 부여잡으며 괴로워했다. 누군가가 목을 꽉 조르고 있는 것처럼, 좀처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창백해진 얼굴 사이로, 뿌연 눈물이 시야를 가렸다. 악마는 눈을 번뜩 거리며 말했다.

 

  ‘무당의 딸이군.’

 

  악마는 픽 하는 웃음을 흘렸다. 어쩐지, 기운이 강하다 느꼈었는데 그녀의 피에서 어렴풋이 무당의 기운이 느껴졌다. 악마의 손에서 뻗어 나온 어둠의 기운이 그녀의 피에서 흐르는 무당의 냄새를 맡고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기운들은 겁이 난 것이었다. 무당은 생각 외로 큰 힘을 뿜어 낼 때가 있었는데, 그 힘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그 힘은 그게 평생 안 나타날 때도 있고, 어쩌다 한번 나타날 때도 있었다. 지금 그녀에게선 그 힘이 나타날지 미지수였다.

 

  ‘아니 아니, 그렇게는 안 되지.’

 

  악마는 고개를 저으며, 기운들에게 말했다. 더 힘껏 주먹을 진 악마가 킬킬대는 웃음을 흘렸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붕 하늘 위로 떠오르며 파르르 경련을 했다. 그녀의 얼굴은 점점 새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제길, 잔뜩 미간을 구긴 그가 재빨리 열쇠에 손을 얹으며 반대쪽 손으로 원을 그렸다.

 

  “풍(風, 바람)”

 

  마력 15% 소진, 현재 마력 60%. 그의 손끝에서 피어오른 거센 바람이 순식간에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그녀의 몸이 휘청 이더니,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땅 위에서 파르르 떨리던 머지않아 몸이 축 늘어졌다. 그는 급히 그녀를 향해 뛰어갔다. 작게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있는 심장이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여자를 살리겠다는 건가?’

 

  악마는 그의 공격으로 인해, 쓰라린 주먹을 매만지며 말했다. 스치듯 맞은바람은 악마에게 큰 타격을 주진 못했지만, 그녀와의 사이를 떨어놓기엔 충분했다. 마력이 많이 떨어졌나보군. 그저 얼얼하기만 한 그의 마력에 큭큭 하는 웃음이 샜다.

 

  ‘바보 같은 짓을 한거야 넌….’

 

  악마는 말을 끝마치자마자, 날개를 세게 펄럭였다. 엄청난 크기로 펼쳐진 검은 날개 위에는 수많은 눈들이 달려있었다. 피눈물을 흘리는 눈부터 시작해, 금방이라도 땅으로 떨어질 듯, 불쑥 튀어나온 눈과 초점을 잡지 못하고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눈까지. 날개 위로 다닥다닥 붙어진 눈들은 흉측함을 배가 되게 만들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던 시선을 겨우 돌려 열쇠를 꽉 부여잡았다.

 

  ‘이제 시작해볼까?’

 

  섬뜩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악마는 금세 하늘 위로 떠올랐다. 시커먼 연기가 그를 향해 달려드는가 싶더니, 머지않아 박쥐의 형상으로 변해 그의 몸 위로 날아들었다. 박쥐들은 찍찍거리는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날이 선 발톱으로 그의 몸 위를 할퀴었다. 제길, 발톱이 스칠 때마다 살갗이 찢어지면서 피를 흘렸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열쇠를 잡고 있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원을 그리며 외쳤다.

 

  “화(火, 불)”

 

  마력 30% 소진, 현재 마력 30%. 그의 손끝에서 화르륵 피어오른 불이 박쥐에게 붙으며 활활 타올랐다. 박쥐들은 끼익, 하는 비명 같은 소리를 내더니 머지않아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그는 쓰라린 어깨를 부여잡았다. 악마는 어느새 그의 머리 위를 부유하고 있었다.

 

  ‘자, 이제 네 마력을 내게 주렴.’

 

  악마는 주먹을 더 세게 쥐었다. 그러자, 그는 턱 하고 막히는 숨을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컥컥 뱉어지지 못한 숨들이 도로 삼켜졌다. 악마의 검은 날개 위에 달린 수많은 눈들이 오직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번뜩이는 시선을 흘렸다.

 

  “아, 안돼.”

 

  그는 점점 더 흐려지는 정신을 느꼈다. 어떻게든 이곳에서 벗어나야했지만, 악마에게 붙잡힌 상황에서 그러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는 꾸역꾸역 손을 뻗어 원을 그렸다. 말을 내뱉기도 힘들 정도로,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은 그를 고문하고 있었다. 사신은 덜덜 떨리는 손끝으로, 겨우겨우 한 글자를 내뱉었다.

 

  “빙(氷, 얼음)”

 

  마력 20% 소진. 순식간에 그를 감싸고 있던 검은 연기들이 그의 주술에 의해 얼어붙기 시작했다. 점점 타고 올라가며 얼음이 되어가던 주술은 악마의 코끝까지 다가가 그 숨결을 꽝꽝 얼려버렸다. 그는 재빨리 주먹을 쥔 손으로 얼어붙은 연기를 세게 내리쳤다. 그러자, 와장창 소리와 함께 얼음들이 깨지며 바닥으로 흩어졌다. 악마는 크악! 하는 비명을 질렀다. 현재 마력 10%. 바닥에 철푸덕 쓰러진 그가 하아 하는 짙은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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